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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투견 당도경은 언제나 시비를 거는 입장이었다. 그는 늘 싸우고 싶어 하는 미친개였고 당가라는 거대한 배경을 지니고 있는 당도경과 마찰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자는 없었다. 원한을 열 배로 갚아준다는 당가 출신에 무공 실력도 워낙 출중하니 그 흔한 시비 하나 걸리지 않는 인생을 걸어온 당도경!

        

       “크크, 내 이 몸께서 직접 사술로 네놈을 혼내 주겠다는 말이다.”

        

       도발하는 입장이었지 도발당한 적은 없던 당도경은 어질어질해짐을 느꼈다.

        

       그러나 곧 심호흡을 해 정신을 가다듬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 사천성에 방문한 목적인 여일예가 눈앞에 있는 상황이다. 오래 전부터 싸우고 싶어하는 상대였는데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요 근래 깨달음은 얻어 경지가 높아졌다고?

        

       그런 상대를 앞에 두고 저런 잔챙이에게 시선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호천안이 입을 열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쫄았군.”

        

       당도경의 고개가 뺨이라도 맞은 것처럼 돌아갔다.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당도경이 투견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는 아무에게나 싸움이 걸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부터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고수에게 거침없이 도전하고 그 도전 속에서 팔다리가 부러지고 내상을 입을지언정 절대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기에 얻은 별호였다.

        

       그건 당도경의 자부심이고 지금 벌이는 행동의 원천이었다.

        

       ‘고작해야 길거리에서 속임수나 펼치는 낭인 따위가 감히! 이 당도경을 보고 쫄았다고?’

        

       순간적으로 여일예조차 잊어버릴 강렬한 분노가 일었다.

        

       “거기 둘도 마찬가지다. 감히 전귀 님의 권능을 펼치는 신성한 시간에 소란을 일으키다니. 전귀님의 기오막측한 힘을 보여 주어야겠군.”

        

       “내가 네놈 따위의 판에 놀아나리라고 생각하나?”

        

       당도경이 으르렁거리며 호천안에게 다가가다가 멈추었다.

        

       은원패!

        

       [여일예]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음각된 점창의 은원패에 당도경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자가 들고 있는 것이 진품이요?”

        

       여일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노로 물들어있던 당도경의 눈에 탐욕이 서렸다. 저 패만 있으면 정정당당한 일대일 비무를 신청할 수 있다!

        

       “이몸은 전귀 님의 권능을 다루는 사자. 어디 한번 네가 전귀 님의 권능을 간파해 보이겠느냐?”

        

       목재 잔을 꺼내 은원패를 집어넣고 흔드는 호천안의 모습에 당도경은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기껏해야 꺼내는 수가 야바위인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암기를 수도 없이 다루는 암기술을 익히는데 있어 안력수련은 필수였다. 어느 무인이나 안력을 단련하지만 암기술을 주력으로 다루는 당문의 안력 단련법은 천하제일을 논할 수 있을 정도.

        

       기껏해야 이류나 일류로 보이는 자의 수법 따위 훤히 들여다 볼 자신이 있었다.

        

       “네놈은 그 이름 높은 혈옥비라는 것을 지니고 있다지? 그것을 걸어라.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여일예나 흑묘나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망설이지? 이기는 자가 그 모든 귀물을 가진다. 그 귀물을 가지고 상대를 어떻게 부릴 지는 알아서 하면 될 일 아닌가?”

        

       “크큭, 그래 그렇군.”

        

       당도경은 갑자기 이 판이 천재일우의 기회처럼 느껴졌다. 저 여낭인의 귀물을 얻을 수 있다면야 저 여낭인과도 비무가 가능할 터! 또한 여일예가 거는 귀물을 얻으면 여일예와 또 한번의 비무가 가능할터!

        

       건방진 사기꾼도 혼내 주면서 비무가 복사가 된다고!

        

       당도경이 거침없이 탁상에 깔려 있던 담요를 집어 던졌다. 혹여나 탁상 밑에 무언가 숨겨져 있을까 싶었지만 탁상은 얇은 판자에 다리만 달린 간결한 구조였고 아래 숨겨져 있는 것조차 없었다.

        

       쾅!

        

       속임수의 가능성을 차단한 당도경이 거침없이 탁상에 혈옥비를 박아 넣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흑묘는 호천안을 응시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선배였고 흑립 안으로 보이는 자신만만한 웃음은 어째 얄미워 보였다. 

       

       ‘나쁘지 않은 계책이긴 한데.’

       

       여일예도 호천안도 흑묘도 당도경을 떨쳐내고 싶은 내심은 같을 테니 넷이서 야바위를 하게 되면 암묵적으로 삼 대 일의 구도가 형성되는 셈이었다.

       

       호천안의 꿍꿍이에 말려 드는 구도인지라 어쩐지 내키지 않았지만 혼자서 뾰족한 수를 낼 수 없는 지금 이 흐름에 편승하는 길밖에는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흑묘는 한숨을 내쉬며 면사를 풀었다. 항시 흑영기공을 운영하고 있던 탓에 보일 일이 없었던 검은 면사는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은 광택을 흘리고 있었다.

        

       “천년이무기의 수염으로 짜 올린 면사에요.”

        

       “기물이군.”

        

       당도경은 흑묘의 물건을 인정했다. 모두의 시선이 여일예에게로 몰렸다. 애초에 호천안을 안전히 빼내는 것이 목적이었던 여일예. 처음 의도는 황금가의 고수들과 마찰을 빚는 상황을 막으려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호천안과 당도경이 정면으로 대립하는 상황까지 왔다. 

       

       함부로 나섰다가 은혜를 원수로 갚아버린 꼴이 되어버렸으니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여일예는 호천안의 제안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아.”

        

       여일예는 한숨을 내쉬었다. 패용하던 검마저 놓고 황금가를 방문한 상황이다. 품 안에 든 전낭을 제외하면 가진 것 하나 없는 상황.

        

       “이 자리에는 없으나 사우라는 애검을 걸겠습니다. 일부 한철이 섞인 검으로 두 사람에 비해서는 격이 떨어지나 걸 것이 그것밖에는 없군요.”

        

       “크크,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요. 검은 무인의 생명 충분한 것 같군.”

        

       “…혼자 반대해봐야 의미 없겠네요.”

        

       “크크 좋다. 같은 잔을 선택할 시 먼저 손을 대는 자가 우선이다. 너희 셋은 은원패를 찾으면 승리이며 나의 승리는 너희 셋 모두가 은원패를 찾지 못하도록 속이는 것이다. 어리석은 우민을 위한 전귀님의 자비도 이번이 마지막이니 명심하도록.”

        

       세 사람이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호천안은 손짓해 군중들을 불러 모았다.

        

       갑작스럽게 평화로워진 분위기에 군중들 역시 무려 네 가지의 귀물이 걸린 커다란 야바위판을 목도하기 위해 슬슬 몰려들었다.

        

       목재 잔에 은원패를 넣은 호천안이 현란하게 네 개의 잔을 뒤섞었다.

        

       ‘…이 녀석, 자신할 만 했군.’

       당도경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당가 비전의 안법과 뇌력을 단련하는 기술을 모두 섭렵한 당도경은 호천안이 야바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절대 질 수 없는 승부라고 생각했다.

        

       뇌력과 안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렸으니 끽해야 일류나 이류 사이의 호천안이 자신의 눈을 속일 수 없다고 자신했으니까.

        

       그러나 호천안의 수법과 당도경의 안력 차이는 아주 미세한 차이에 불과했다.

        

       정말로 한 끗 차이. 그야말로 한 끗 차이였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목재 잔. 그 사이에서 움직이고 또 움직이는 여일예의 은원패.

        

       뇌력과 안법이 조금만 부족했더라면 놓치고 말았을 교묘한 움직임이었다.

        

       ‘긴장하신건가?’

        

       여일예 역시 극한으로 뇌력과 안법을 끌어 올린 상황. 가까이서 본 탓일까? 아니면 기술 숙련도 차이일까. 호천안이 보여 주었던 골패 사술처럼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완성도는 아니었다.

       

       흑묘와 여일예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본인들의 눈에도 간신히 보일 정도이니 당도경이라면 확실히 은원패의 행방을 쫒고 있을 터. 

       

       호천안의 야바위는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호천안은 돌연 야바위를 멈추고 하늘 높이 은원패를 던졌다. 

        

       휙!

        

       “아..!”

       

       흑묘는 하늘 높이 떠오르는 여일예의 은원패를 보며 깨달았다. 극한까지 끌어 올린 뇌력으로 한참이나 늘어난 심상의 시간 속에서 흑묘는 감탄성을 흘렸다.

        

       ‘애초에 이건 속도 싸움이었구나.’

        

       한 손에 잔을 두개씩 들고 양 손이 교차하는 순간에 은원패를 받아내려 하는 호천안을 보면서 흑묘는 호천안의 의도를 파악했다.

        

       너무 순진하게 야바위 그 자체에 몰두했다.

        

       아무리 그래도 천하제일의 안법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당가의 당도경을 상대로 진짜 속임수만으로 승부를 볼 리가 없지 않은가.

        

       저렇게 잔의 안이 다 보이도록 들고 있는 상대로 여일예의 은원패를 받아내면 그 누가 은원패의 위치를 모르겠는가.

        

       결국 가장 먼저 잔에 손이 닿는 자가 이기는 판이었다.

        

       흑묘가 늘어난 심상의 시간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할 때 여일예도 당도경도 그리 생각했다.

        

       잔이 뒤집히고 호천안의 손이 잔에서 떨어지자마자 세 개의 손이 확신을 담고 뻗어져 나갔다.

        

       흑묘는 조금 불리한 판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괜찮다 여겼다. 암기술의 대가인 당도경의 손속과 쾌검을 다루는 문파 중 하나인 점창파의 여일예가 상대지만 그래도 할만한 승부였다.

        

       흑묘의 위치에서 네 개의 잔중 가장 빠르게 손이 닿을 수 있는 잔에 호천안이 은원패를 넣어줬으니까.

        

       손속은 좀 느릴지라도 위치상으로 가장 유리했다.

        

       ‘닿았어!’

        

       흑묘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아무리 호천안이 도와주었다고는 해도 투견 당도경보다, 여일예를 제치고 자신이 가장 먼저 잔에 손을 댄 것이다.

        

       내가 승리했다!

        

       흑묘와 당도경과 여일예는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고.

        

       모두 다른 잔에 손을 뻗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두분 소저께서는 잔을 잘못 고르신 듯 하군.”

        

       “…이 잔이 정답입니다만.”

        

       “하…”

        

       호천안에게 깔끔하게 속았다. 아군인데 나까지 속여? 그렇게 생각하며 흑묘는 잔을 뒤집었다. 흑묘의 잔은 텅 비어 있었다. 여일예 역시 찬탄을 흘리며 잔을 들었다. 그 신기(神技)를 내가 눈으로 보았다고 생각했다니 그 시점에서부터 이미 깔끔하게 속아넘어간 것일까.

        

       꿀꺽.

        

       당도경은 천천히 자신의 잔을 들었다.

        

       없었다.

        

       훤히 드러난 잔 안으로 확실하게 빨려들어간 것을 목도했음에도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손을 뻗었음에도 그 잔 안에는 은원패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은원패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당도경의 시선이 옆으로 움직였다.

        

       덮어진 단 하나의 잔.

        

       당도경은 손을 휘둘러 잔을 날려버렸다.

        

       그러자 그제서야 [여일예]라 적힌 은원패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호천안이 사술 공연에 사용한 것은 어디까지 도박 기술의 ‘응용’이었다. 그 원리가 같다고는 하나 도박 기술은 오직 도박을 위해서 최적화 된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네 가지 물건이 재물이 걸리고.

        

       승리 조건이 확정되고 그 모든 것을 구성원이 동의하는 순간.

        

       호천안의 야바위는 사술 공연이 아니라 도박이 되었다.

        

       호천안. 무림천하에 모든 도박기술을 대성하여 하늘의 눈금마저 속일 수 있는 자.

        

       무적(無敵)이라 칭하기에는 이 넓은 구주천하 어디에선가는 모든 기술을 대성한 맞수가 존재할지 모르나.

        

       도박에서만큼은 절대 그를 뛰어넘는 자가 존재할 수 없는 불패(不敗)의 남자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분명 적당히 쓰고 끊고 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쓰고 고치고 흐름을 잇고 어쩌다보니 이미 4시 반이 되어버렸군요

    제 시간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러고보 규칙적인 생활패턴도 어느새인가 사라져버렸군요.

    깔깔.

    * 5/7일 오후 4시. 피드백을 참고하여 일부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5/12일 약간의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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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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