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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쿠구구구구!

       

       일검(一劍)에 하늘이 유리처럼 조각조각 갈라졌다.

       

       “히, 히익!”

       

       도적들은 키엘과 눈을 마주친 순간, 겁에 질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던 키엘이 대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키엘은 도망가는 도적들을 굳이 잡으려 들지 않았다. 그의 옆에 선 마법사는 누구보다 제압에 일가견이 있는 마법사였으니까.

       

       빙계 마법은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쓰러뜨리고 제압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목숨을 끊는 것도 가능하지만, 적어도 올리비아는 절대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한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녀의 스승, 대마법사 멜리나도 그렇게 말했다.

       

       – 올리비아 그 아이는 원체 성정이 유약해. 사람에게 해를 끼칠 줄 모르지. 그런데도 몬스터의 목숨을 끊는데는 망설임이 없는 걸 보면 또 신기하단 말이야.

       

       금탑주가 그렇게 웃는 것은 난생 처음 보였다. 일평생 ‘진리’라는 목표에 치여 살던 그녀는 싹싹한 제자를 키우며 삶의 의미를 되찾은 듯했다.

       

       – 언젠가 나를 뛰어넘을 아이야. 

       – 다음 대 대마법사가 되겠군.

       – 대마법사? 아니, 내 제자는 나 대신 진리에 닿을 녀석이라고! 하하하하!

       

       멜리나는 잔을 치켜들고, 사랑하는 제자의 미래를 위해 건배했다.

       

       그게 벌써 일 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올리비아라는 마법사를 입으로만 전해 들었다.

       

       마경 에우란으로 여행을 떠나고, 위험에 빠진 그를 구원해 준 마법사의 이름을 들었을 때, 키엘은 왜 멜리나가 그토록 제자 자랑을 열심히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항상 최선의 답을 찾아냈고, 양보와 배려를 멈추지 않는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항상 자신감이 넘쳤지만 오만하지 않았고, 긍정적인 미소를 잃을 줄 몰랐다.

       

       올리비아는 완벽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먼젓번에 일에, 과민하게 반응했던 것은.

       

       – 엿새 뒤에 만나자.

       

       어쩌면 별 생각 없이 뱉은 장난일 수도 있다. 어쩌면 정말로 까먹었을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어울리지 않는 깜짝 파티를 준비했을 수도 있다.

       

       그저 실수였을 수 있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살면서 실수 한 번쯤은 할 수 있지 않는가?

       

       그러나.

       

       올리비아는 아니다. 

       

       마법사이면서도 전사들의 생리를 알고 있고, 제국 역사서에도 기록되지 않은 고대 문자들을 단번에 해석해낸다.

       

       말 몇 마디로 독선적인 엘프 장로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발치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수천의 망자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도 침착함과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그녀는, 너무 완벽하다.

       

       그래서 그 말이 비수처럼 박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이 딱 그 엿새가 되는 날이었다.

       

       키엘은 오늘 하루 종일 올리비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시 만나자는 말의 의미를 이번에는 기어코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새벽을 함께하고, 점심을 같이 시작하고, 저녁을 나란히 걸었다. 한시도 올리비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거리에 어둠이 내렸다. 약속했던 엿새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여전히 올리비아였다.

       

       ‘……착각이었나.’

       

       키엘은 점이 되어 사라지는 도적들을 바라봤다. 올리비아는 무슨 변덕인지, 그들을 얼음 속에 가두기보다는 놓아주기를 택했다.

       

       “놓아준 이유가 있나?”

       

       별 뜻 없는 질문이었다. 무기도 없는 저런 잔챙이들을 풀어줘봤자,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어, 음.”

       

       돌연 들려온 새된 소리에 키엘이 고개를 홱 돌렸다.

       

       “혹시 내가 쟤들 잡아야 되는 거였어?”

       “…….”

       “응?”

       

       키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리라.

       

       ‘……왔다.’

       

       그곳에 올리비아가 있었다. 

       

       올리비아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얼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채롭다고나 할까. 항상 웃음만 존재할 줄 알았던 얼굴에서 저런 표정이 나올줄이야.

       

       이상하다. 

       

       분명 이상한데…….

       

       저 얼빵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왜 웃냐?”

       “아니, 아니다. 착각이다.”

       “그래서 쟤들 놔줘도 되는 거냐고.”

       “그래. 놓아 줘도 된다.”

       

       후우.

       

       키엘은 몇 번 숨을 들이킨 후에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런 키엘을 올리비아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노려봤다.

       

       “아무튼. 혹시 오늘 며칠이야?”

       “마지막으로 이상했었을 때를 기점으로 말인가?”

       “그래 임마.”

       

       왜 다시 만나자고 했는지 알겠다.

       

       “정확히 엿새 지났다.”

       

       다시 만난 올리비아는,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

       

       

       올리비아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키엘을 쳐다봤다.

       

       ‘이 새끼는 왜 이렇게 실실 웃어대?’

       

       [키엘 로트실드]

       – 레벨 : 88

       – 직업 : 검성

       – 호감도 : 52

       – 칭호 : 공작, 방랑 검사, 검의 구도자, 드래곤 슬레이어, 유적 탐험가…….

       

       놀랍게도 키엘의 호감도는 엿새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됐지?’

       

       사흘만에 2를 올렸으면, 엿새면 못해도 3이나 4 정도는 올라가 있어야 맞다. 

       

       ‘샌드위치만 먹였어도 1은 올랐을텐데.’

       

       좋아하는 음식을 주면 1회당 호감도가 소수점 단위로 증가한다. 

       

       올리비아가 슬쩍 아공간을 확인했다.

       

       [토마토를 뺀 햄 샌드위치] * 164

       [토마토를 빼고 피클을 추가한 햄 샌드위치] * 121

       [토마토를 빼고 피클과 베이컨을 추가한 햄 샌드위치] * 74

       

       안 줄었다.

       

       저번에 들어왔을 때와 갯수가 완벽하게 일치했다. 

       

       ‘하나도 안 먹었네.’

       

       정확히는 키엘이 거절했다고 보는 것이 옳으리라. 하루에 세 번만 가능한 호감작 이벤트를 이쪽이 놓쳤을리는 없으니까.

       

       원하지도 않는데 괜히 권해봤자 호감도만 떨어질테니 두 번 권유하지도 않았을거고.

       

       안 봐도 비디오다.

       

       다만 호감도가 조금도 올라가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건 예상 외였다. 분명히 몰살 회차를 플레이했을 때 이런 기억은 없었는데.

       

       [남은 시간 : 19분 45초]

       

       ‘내가 기억 속에 잠깐 들어왔던게 영향을 끼친거겠지.’

       

       그게 아니라면 저 호감도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야.’

       

       호감도는 중요한 게 아니다. 아무리 호감작에 애를 써도, 결국 이 기억의 끝에서 기다리는건 처절한 배신이다.

       

       이곳은 키엘의 기억 속인 동시에 과거이기에.

       

       결국 ‘올리비아’는 몰살 회차라는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달려갈 것이고, 그 결말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키엘은 몰살 회차의 올리비아에게 죽는다.

       

       이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다 못해 당위성이라도.’

       

       ‘올리비아’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부여해야 한다. 황제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국을 무너뜨려야만 했던 이유를.

       

       올리비아가 입을 꾹 닫고 키엘을 바라봤다.

       

       ‘너를 배신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제부터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메인 퀘스트]

       – 단서 #1 – 획득

       – 단서 #2 – 미획득

       .

       .

       .

       – 단서 #15 – 미획득

       

       그제서야 저 단서가 다르게 보였다.

       

       ‘…….’

       

       열 다섯 개의 단서는 열 다섯 명의 회귀자를 뜻한다.

       

       키엘을 제압하니 첫 번째 단서가 열렸다. 그리고 키엘은, ‘올리비아’의 손에 가장 먼저 쓰러진 회귀자였다.

       

       ‘……저건 순서야.’

       

       몰살 회차의 올리비아에게 죽었던 순서.

       

       황제의 죽음을 확인하자마자 달려든 키엘이 첫째요, 제자의 배신을 끝까지 부정하다가 막아선 멜리나가 둘째였다.

       

       왜 키엘이 첫 번째에 놓였던 것인지 이제는 안다.

       

       키엘은 황제의 죽음을 보았지만, 제국의 멸망은 보지 못했다. 멜리나가 분전하는 것은 보았지만, 멜리나의 죽음까지 보지는 못했다.

       

       그는 제국민들이 학살당한 것을 보지 못했다. 대양이 죽음으로 얼어붙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가장 먼저 쓰러졌기에, 가장 무지(無知)했다.

       

       그제서야 보였다. 저것이 왜 단서인지.

       

       저건 이정표다.

       

       회귀자들을 누구부터 만나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만나기는 만나야 한다는 건가.’

       

       개중에는 처절한 죽음을 맞이한 이도 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버텨가며, 모든 이의 죽음을 기억하고 죽은 사람도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이들의 기억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따라와.”

       

       키엘이 눈치껏 뒤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짙은 어둠이 내려선 평원에서 올리비아가 멈춰섰다.

       

       “그래.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 네 질문에 모두 답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답해줄게.”

       “……시간이 허락하다니? 또 사라지는건가?”

       

       올리비아가 진정하라는 듯 손을 들었다.

       

       “질문은 하나씩만. 일단 시간이라는건, 말 그대로 내가 지금과 같은 [의식]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해. 그리고 사라진다는 건……. 말 그대로야.”

       “너…….”

       

       키엘은 말문이 막힌 얼굴이었다. 그는 피를 토해내듯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몇 분이나 남았나?”

       “뭐가?”

       “그 [의식]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올리비아는 슬쩍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남짓.”

       “……그러면 또 사라지나?”

       “그리고 다시 돌아오겠지.”

       “엿새 뒤에?”

       “아마 열 이틀 뒤가 되지 않을까.”

       “…….”

       

       올리비아는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기간은 조금씩 늘어나겠지. 그러다가 언젠가는…….”

       

       악행에 당위를 부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라지지 않을까.”

       “…….”

       

       그 피해자가 당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3연참은 개추님 1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 우리 올리비아 붕어빵 사주겠읍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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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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