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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야. 뭔데?”

       

        우리 길드의 장점 중에 하나는 자유로운 업무 시간.

        업무에 영향이 없으면 아무때나 다른 곳에 가는 것이 가능했다.

       

        뭐 하긴 애초에 주 업무는 헌터로서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니까.

        급한 던전 공략이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형석이는 완전 울상인 표정이었다.

       

        “저 죄송한데 앞으로는 형이랑 만나는 거 자제해야 겠어요.”

        “응? 왜?”

       

        설마 채수현이 형석이에게 지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수현이 뭐라고 했어? 연락이라도 온 거야?”

       

        나는 어제 일 이후로는 채수현의 연락을 무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길길이 날뛸 것이 분명했으니까.

        나는 그저 가만히 즐기고만 있으면 된다.

       

        “하… 제가 방금 이수아 헌터를 만났거든요.”

        “응? 이수아 헌터를? 왜?”

       

        뭐 같은 길드니까 업무상 만날 수도 있겠다만, 형석이의 뉘양스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저를 불러내서는 형에 대해서 이것저것 묻더라고요.”

        “흠. 나를?”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지금 분명 뭔가가 잔뜩 꼬여가는 느낌이 들고 있었으니까.

       

        “근데 형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하는 말이 뭔줄 아세요?”

        “뭔데?”

        “저보고 게이냐는 거예요.”

        “푸흡”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형석이의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수년간 모쏠아다를 탈출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던 녀석이니까.

        그 누구보다도 여자와의 연애에 진심이고 관심이 높은 녀석이다.

        그런데 게이라니.

       

        “왜? 갑자기? 뭐 때문에?”

        “몰라요. 아무래도 말하는 거 보면 형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저랑 형이랑 사귀는 줄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

        ‘이건 또 뭔 개같은 소리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아무튼. 형이랑 같이 다니는 걸 좀 자제해야 겠어요. 제 최애한테 저런 소리를 들으니 너무 충격이네요. 갑자기 퇴사마렵네요.”

       

        갑자기 열정이 팍 식은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얌마. 뭔가 이수아 헌터가 오해한 것 같은데. 정신차려. 일단은 앞으로는 회사 근처에서는 같이 다니지 말자고. 아마 너가 특별 채용 보증을 해줘서 오해한 것 같아.”

       

        그것 말고는 딱히 오해를 할 만한 건덕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왜 그런걸 생각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진짜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 왜 나에 대해서 그렇게 물어본 거야? 그냥 팀원 관리 차원에서 그런건 아니겠지?’

       

        분명 행동으로 보면 뭔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좀 여러모로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이수아 헌터는 정말로 철벽녀로 유명한 사람이니까.

        나 따위 사람에게 왜 갑자기 관심을 보이는 건지 마땅히 설명할 수 있는 이유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야. 내가 잘 설명해 볼테니까 너무 걱정마.”

       

        물론 어떻게 해야할 지는 막막하고 난감했다.

       

        ‘저.. 형석이 게이 아닙니다.’

        ‘제가 잘 알거든요.’

        ‘아 어떻게 잘 아냐고요? 어… 음… 그러게요.’

       

        뭐라고 해도 이상하다.

        후배와의 관계를 왜 내가 증명해야 하는 건데?

       

        ‘하…’

       

        그래도 어쨌든 나서서 해명은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애초에 이 길드에 들어오게 된 것이 형석이의 특별채용보증때문이었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내가 길드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말이 안된다.

       

        즉, 형석이가 아니라면 나는 거의 헌터 업계에서 떠나야 했던 것이고.

        몇 년을 그냥 날려버린 놈팽이 백수가 되는 꼴이 되는 것이었다.

       

        ‘휴. 모은 돈도 없었는데.’

       

        아무튼 해명을 해야한다.

       

        ***

       

        ‘흠 뭐야… 이수아…’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계속해서 이수아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에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라면? 혹시 나를 좋아하는 거라면?’

        ‘에이. 미친 놈아. 그게 말이 되냐?’

        ‘엄마한테 말을 해도 안믿겠다.’

       

        그치. 그렇지. 말도 안되는 망상이다.

       

        ‘너는 그냥 채수현이나 골탕먹일 생각 해.’

        ‘그년이나 조져야지.’

       

        그렇다.

        한가롭게 이수아 헌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기는 했다.

        우선 급선무로는 채수현을 조져야 했으니까.

       

        사실 선택적 개념은 아니다.

        필수적인 것.

       

        그 년은 나를 아예 묻어버리고자 하는 행동들을 여럿했으니까.

       

        [ 블랙리스트 ]

       

        ‘아니 시발년이. 나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말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즐길거 다 즐겨놓고. 심지어 시발 너가 계속 하자고 한 거잖아.’

       

        다행히도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그저 길드끼리 교환하는 정보, 가쉽거리에 불과하니까.

       

        단순히 이 사람 이런 사람이므로 조심하세요 라는 경고장에 불과하다.

        아무리 그래도 기분은 매우 나쁘다.

       

        채수현은 S급 1위 여자 헌터.

        반면에 나는 E급 따리 남자 헌터.

       

        그녀가 나를 묻어버리고자 한다면 충분히 할 만하다고 생각은 들었다.

        아무래도 저런 문제에 있어서 여성의 증언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쓰읍… 이년이 C급이 된다면…’

       

        머리 속으로 몇가지를 떠올려봤다.

       

        내 생각으론 분명히 채수현 이 년은 재벌가 며느리가 되는 것이 목표겠지.

        지금까지 최소 32명을 따먹고 다녔다.

       

        ‘흠. 따먹을 수록 포인트라도 얻는 건가?’

       

        하루에 15번씩 미친듯이 중독 된 것처럼 행동을 했었다.

       

        ‘분명 수상해.’

       

        그러고 보니 나는 채수현의 특성을 아예 모른다.

        아예 지금까지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 빡통 대가리 새끼’

       

        뭔가 머리 속에 안개가 들어있던 것처럼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모든 목표를 채수현 S급 1위 만들기에 몰빵을 하고 있었으니까.

       

        힘들어도 쉴 수 없었다.

        충분한 것 같아도 쉴 수 없었다.

       

        무조건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내가 힘들어서 지쳐서 쳐지는 것 같으면 나랑 야스를 해줬다.

        그럼 희한하게도 다시 체력이 샘 솟는 느낌이었으니까.

       

        ‘흠… 하루 15번이 정상은 아닌가?’

       

        딱히 다른 사람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으니까.

        그 역시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년 도대체 뭘 했길래…’

       

        [ 형석아. 혹시 채수현한테 당한 사람, 또 있는 지 좀 알아볼 수 있냐? ]

        [ 음.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휴.

       

        자리로 돌아왔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모두들 나를 슬쩍 슬쩍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킥킥대는 것.

       

        ‘뭐야.’

       

        “에이. 백지훈 헌터. 진짜 능력있으시네. 우리를 속이려고 했어요? 아니 속일 거면 좀 잘 하지. 연기력이 너무 부족하잖아요?”

        “맞아요. 사내 연애는 복사기도 안다는 말 모르세요? 어휴. 우리 길드에서 가~~~장 핫하고 모두가 관심이 있는 이수아 헌터를 꼬시고 말이에요.”

        “그거 아세요? 이제 우리 길드 모두가 다 알아요.”

       

        내 주변의 직원들이 키킥 대며 말했다.

       

        “네?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원래 소문이라는게 엄청 빠르잖아요. IT시대인데. 키킥. 괜찮아요~ 우리 단결력 엄~~~청 높거든요. 아~~무도 못 본 척 할거에요.”

        “아니. 잠시만요.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진짜 아닙니다. 정말 아니에요.”

       

        아무리 외쳐보아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아니 시발. 이게 대체 뭐야.’

       

        블루 길드에는 헌터를 포함하여 모든 직원을 다 합치면 1만명이 넘어간다.

        물론 우리 A팀은 그 중에서 극소수 정예 부서라서 숫자가 적지만.

       

        그런데 그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대신 모르는 척을 해주겠다는.

       

        ‘아니. 모르는 척이 아니라. 아니라니까.’

       

        저절로 황망한 표정이 지어졌다.

       

        이수아 헌터에게도 상당히 실례인데다가 소문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가?

        덜컥 새롭게 길드에 들어와서는 철벽녀 이수아를 꼬셔낸 사람이 되고 말았다.

       

        ‘아. 시발.’

       

        ***

       

        “어머. 호호호. 안녕하세요. 백지훈 씨. 인트라넷에서 얼굴 봤어요~~ 호호호호.”

        “아이고~ 이 분이 그 백지훈 이야? 캬… 대단해 대단해.”

        “와. 저 악수 한번만 해주시면 안될까요? 비법이 뭘까요?”

       

        잠깐 서류를 받으러 가는 길에 아주 수많은 직원들을 만났다.

        모두가 싱글벙글하게 약올리는 듯이 웃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나를 아냐고 되물어보기도 했지만 다들 한결같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A팀을 지옥에서 구하셨던 분 아니에요?’

       

        하지만 표정은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었다.

       

        ‘어휴~~ 응큼해’

        ‘캬… 이수아를…부럽다…’

        ‘어케했노. 나도 하고 싶다.’

       

        다들 키킥대는 분위기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와… 블루 길드 인트라넷 시스템 하나는 대단하구만.’

       

        정말 잠깐 사이에 전직원이 알게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걸 어떻게 한담…’

       

        타타타타타탁.

       

        나를 향해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분명 점점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

       

        형석이었다.

       

        아주 급하게 나를 찾은 것처럼 얼굴이 아주 새빨개져 있었다.

       

        허억허억.

       

        “형…저… 정말로… 사실이에요?”

        “응?”

        “이.. 이수아 헌터랑 사귄다는 게요?”

       

        거의 나를 멱살이라도 잡을 것처럼 보였다.

       

        ‘아니. 언제는 사귀게 되는 거 아니냐며? 이수아가 나 좋아하는 거 아니냐며?’

       

        박형석은 완전 충격에 빠졌다는 얼굴이었다.

        진짜로 그렇게 되기를 바랬던 것은 아니라는 듯한.

       

        “아니! 형. 어쩜 그러실 수가 있어요. 정말 실망이에요. 이수아 헌터.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면서.”

       

        ‘하…곤란하다 곤란해.’

       

        머리를 긁적이는 수 밖에 없었다.

       

        “야 형석아.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진짜로 아니야. 다들 오해하신 것 같아.”

        “에이. 거짓말 하지 말아요. 괜히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우리 인트라넷 정보력 무시하시는 거예요?”

       

        도저히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시발. 왜 인트라넷 찌라시는 믿으면서 내 말은 안믿는 건데.’

       

        거의 신봉자 수준이라고 느껴졌다.

       

        “진짜야. 진짜.”

       

        가까스로 형석이를 겨우겨우 설득을 할 수 있었다.

        절친인 사이도 이러는데 다른 직원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 진짜 아닌 거죠? 맞죠? 그렇죠?”

       “하… 진짜야. 모든 걸 걸 수 있어.”

       

        ‘하. 뭔가 난장판이 된 것 같다.’

       

        “아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거 좀 알아봤어요. 채수현 헌터한테 따먹힌 남자들 말이에요. 생각보다 엄청 많은데요? 아주 요물이네요. 이거.”

        “응?”

       

        상당히 집중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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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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