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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26. 코카트리스의 알을 주웠다 (1)

       

       

       오늘.

       드디어 첫 출근을 한다.

       꿈에 그리던 영웅이란 명찰을 달고서.

       

       “첫 출근이니까. 옷은 최대한 깔끔하게.”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인상.

       평소처럼 후줄근한 옷을 입어서는 안 되겠지.

       이제는 시민의 모범이 되어야 하니까.

       나는 깔끔한 옷을 찾기 위해 옷장을 열었다.

       

       끼익-!

       

       그 안에는 허름한 운동복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깔끔한 옷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 맞다. 나 운동복만 있지. 까먹고 있었네.”

       

       생각해보니 셔츠나 슬랙스같이 깔끔한 옷을 구매한 적이 없다.

       애초에 그런 옷들이 필요한 상황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매일 일하고 잠자고만 반복했으니까.

       

       “그나마 깔끔한 옷은 다 늘어진 흰 티셔츠에 후줄근한 반바지인데. 이걸 입을 수는 없고.”

       

       어쩔 수 없네.

       입던 거나 입어야지.

       나는 평소처럼 편한 운동복을 입고 출근하기로 결정했다.

       

       “얘들아. 아빠 다녀온다.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라.”

       “아빠, 잠깐.”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던 도중.

       수련이가 나를 붙잡으며 물었다.

       

       “오늘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지 않아?”

       “어, 영웅 협회. 오늘 출근해.”

       “근데 옷이 왜 그 모양이야? TV를 보면 다들 정장이라는 걸 입고 출근하던데.”

       

       똑똑한 수련이가 날카로운 질문을 건넸다.

       역시 내 딸이다.

       나는 집이 가난해서 정장이 없다고 말할 수 없기에, 수련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빠는 정장 같은 거 안 입어.”

       “왜?”

       “안 입어도 멋있거든.”

       “…”

       

       그러자, 수련이가 나를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 눈을 계속 쳐다보고 있다가는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첫 출근이라.’

       

       과연 오늘 어떤 일이 생길까?

       왠지 기대됐다.

       

       

       ***

       

       

       출근 첫날.

       지하철로 1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한 서울-05구역 중심부.

       30층은 기본으로 넘어가는 빌딩들 사이에서 우뚝 솟아있는 영웅 협회.

       돈 냄새가 가득 풍기는 그곳에, 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뭔가 긴장되네.’

       

       후우-

       나는 긴장어린 숨을 내쉬며 협회 내부를 걸어 다녔다.

       내부에는 여러 영웅의 업적들이 휘황찬란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돈 많이 썼겠다.’

       

       영웅 협회를 현장학습 나온 어린아이처럼 구경하고 있자, 협회의 직원으로 보이는 여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혹시, 이하준 영웅님 맞으십니까?”

       

       이하준 영웅님.

       가슴이 웅장해지는 호칭이다.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예, 제가 바로 그 이하준 영웅이 맞습니다.”

       “그럼 저를 따라 이쪽으로 와주세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안내 좋지.

       나는 여직원의 뒤를 따라갔다.

       따라가는 동안 협회 내부를 자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역시 대기업은 달라.’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협회의 장식품도 그렇고.

       주변에서 돈 냄새가 흐르다 못해, 쏟아진다.

       그렇게 여직원을 따라 이동하던 도중, 그녀는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이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근데 이 안에 누구 있어요?”

       “들어가시면 아실 겁니다.”

       

       여직원은 내게 인사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상당히 사무적인 태도였다.

       나는 적당한 힘으로 문을 노크했다.

       

       똑똑-

       

       “저 들어갑니다.”

       

       나는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낯설지 않은 사람이 가죽 소파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그때 시험장에서 봤던…”

       

       돈 잘 버는 A급 영웅인데.

       이름이 뭐였더라.

       그녀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지수. 네가 배에 주먹을 꽂아 넣은 사람.”

       “맞다.”

       

       요즘 육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기억을 못 했네.

       한지수는 새까만 단발머리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너의 사수가 될 사람. 이번에 내가 너의 사수를 맡게 됐어.”

       “사수…? 영웅도 사수라는 게 있어요?”

       “C급 아래는 있어. 견습 기간이라 생각하면 편할 거야.”

       

       한지수는 그리 말하며 식탁에 올려져 있던 계약서를 건넸다.

       

       “자세히 읽고 서명하도록 해.”

       “흐음, 어디 보자.”

       

       나는 천천히 계약서를 읽어봤다.

       

       “D급 영웅은 견습 기간 1년 이후 정식 영웅으로 인정받게 됨. 만약 견습 기간에 C등급으로 승급하게 된다면, 곧바로 정식 영웅으로 인정. 그 이후에는 협회 소속이 아닌, 개인 영웅으로 활동 가능.”

       

       대충 읽어보니 무슨 내용인지 이해했다.

       

       “C급으로 승급하지 못한다면, 1년동안은 영웅 협회 소속으로 일해야 한다는 소리네.”

       “맞아. 그 이후는 협회에 계속 소속되든, 기업에 소속되든, 헌터로 활동하던 아무런 상관없어. 이건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칙이지.”

       “오케이, 이해했어요.”

       

       나는 곧바로 계약서에 이름을 적었다.

       한지수는 계약서를 받아서 들고, 식탁에 올려놓았다.

       

       “좋아, 너는 이제부터 협회 소속 영웅이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그 허름한 운동복 벗어.”

       “예?”

       “너는 지금 당장 차원문에 들어갈 거야. 이하준, 너는 네가 협회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알고 있어?”

       

       늙은 유망주.

       

       “너처럼 20세 이후에 각성하고, 마력이 급성장하는 케이스는 한 번도 없었어. 그래서, 협회는 너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어.”

       “…그런가요.”

       “A급 영웅인 내가 네 사수를 맡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야. 그리고, 네가 시험에서 보여줬던 모습도 있으니까. 나도 살짝 기대하고 있기도 해.”

       

       나한테 기대하고 있다니.

       나 또한 이상한 기대를 가지게 될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실전에서도 나타났으면 좋겠네.”

       

       한지수는 그리 말하며 내게 미약한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입사 잘했다.’

       

       예쁘네.

       사내 복지가 꽤 좋은 편이었다.

       

       

       ***

       

       

       나는 협회에서 지원해준 활동복을 입고, 한지수와 단둘이 차원문의 내부로 들어왔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 차원의 감상평을 내뱉었다.

       

       “숲이네요. 그것도 아주 울창한.”

       

       코에 스며드는 흙내음과 푸른 나뭇잎의 향.

       초련이가 좋아할 만한 차원이다.

       나중에 데려오면 환경 운동을 미친듯이 하지 않을까 싶다.

       한지수는 나와 함께 숲을 걸으며 차원에 대해 설명했다.

       

       “이 차원은 견습 영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영웅 협회에서 관리하는 차원이야. 주로 마수들과 전투 실습을 위해 사용해.”

       “마수와 전투라.”

       

       예전에 웨어울프를 마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힘이 없어서 거의 죽을 뻔하고, 도망치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심장에 순도 높은 드래곤의 마력이 맴돌고 있다.

       만약 녀석과 다시 싸우게 된다면 나는 절대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한지수가 걸음을 멈추고서 내 이름을 불렀다.

       

       “이하준.”

       “예?”

       “나는 지금부터 네게 한 가지 임무를 줄 거야. 그리고, 네가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나는 지켜보기만 할 거야.”

       

       특유의 딱딱한 말투로 설명하는 한지수.

       그녀는 저 멀리 보이는 언덕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언덕의 정상에 알이 하나 있을 거야. 그걸 가져오도록 해.”

       “알이라. 그건 또 제 전문 분야죠.”

       

       드래곤의 알도 가져왔는데.

       다른 알을 가져오는 임무는 아주 간단하겠지.

       하지만, 한지수는 표정을 굳히며 진지하게 말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을걸. 그 알을 지키고 있는 마수가 있으니까.”

       “무슨 마수가 지키고 있는데요.”

       “코카트리스.”

       

       코카트리스.

       들어본 적 있는 마수의 이름이다.

       녀석의 공격에 당한다면 몸이 돌로 굳어버린다고 들은 적이 있다.

       소문에 의하자면 석화에 당한 영웅이 석화 당한 상태에서 소꿉친구가 다른 남자에게 아주 찐한 고백을 받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고 한다.

       물론 도시 괴담으로 통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코카트리스는 아주 위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마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제 기억으로는 D급 영웅이 잡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닐 텐데요.”

       “누가 잡으라고 했어? 알을 가져오라 했지.”

       

       대충 코카트리스를 피해서 알을 가져와라.

       임무는 그런 느낌으로 진행해야 하는 모양이다.

       살짝 어려울 것 같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저 언덕에 존재하는 코카트리스의 둥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제가 코카트리스 알을 얻으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가져. 줄게. 어차피 못 가져 올 테니까.”

       

       애초에 저렇게 나오는 걸 보니, 실패하라고 만든 임무였나 보다.

       나는 실패할 생각이 단 하나도 없었지만 말이다.

       

       ‘무조건 얻고 만다.’

       

       팔아서 돈을 얻던지.

       직접 요리하던지.

       공짜로 코카트리스의 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나는 천천히 코카트리스의 둥지로 향했다.

       그리고, 언덕의 정상에 오르자, 서서히 녀석의 거대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닭이랑 도마뱀이랑 섞인 마수. 코카트리스.’

       

       자세히 보니 드래곤과 닮은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설마 저 코카트리스도 지구의 공룡처럼 드래곤의 수치스러운 역사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는 녀석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녀석이 품고 있는 알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던 순간.

       

       끼요요오-!!

       

       내 접근을 눈치챘는지, 코카트리스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녀석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고개를 훽-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아이 씨, 나 무기도 없는데. 그냥 주먹으로 때려야 되나?”

       

       어디를 때리면 저 코카트리스가 아파할까 고민했다.

       나는 주먹을 굳게 쥐며 코카트리스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런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 느껴지게.

       

       끼, 끼에에에-

       

       코카트리스는 나를 보며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쟤 갑자기 왜 저래?’

       

       몸을 벌벌 떨던 녀석은 이내.

       갑자기 품고 있던 알을 버리고, 크게 소리지르며 둥지를 뛰쳐나갔다.

       

       끼에에엑-!!

       

       열심히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만 덩그러니 둥지에 서 있게 되었다.

       

       “이게 뭐야.”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나는 터벅터벅- 걸어가서 코카트리스의 알 2개를 감싸 안아 들었다.

       싸우지도 않고 전리품을 얻어 버렸다.

       

       “쟤는 뭔 자기 자식까지 버리면서 도망치냐.”

       

       무슨 못 볼 걸 본 것처럼 도망치는 코카트리스.

       녀석은 드래곤의 환영이라도 본 걸까.

        갑자기 소리를 질러대더니 도망치고 말았다.

       

       “…뭔지 모르지만. 일단 임무에 성공하긴 했네.”

       

       찜찜한데 일단 성공이다.

       나는 보상인 코카트리스의 알을 확인했다.

       튼실하고 내용물이 꽉 차 있었다.

       하나는 팔고, 하나는 요리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 저녁은 계란말이나 해봐야지.’

       

       드래곤 녀석들이 맛있게 먹을지는 의문이지만.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안 먹으면 내가 먹어야지.’

       

       첫 출근에 아주 좋은 성과를 얻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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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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