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

       백준영 대표님에게 대충 내가 그린 그림을 설명해줬다.

         

       JYB의 인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플래시 몹을 재현했을 때의 효과를 말해주니 흔쾌히 승낙하셨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조정할 점이 많아서 얘기하는데 시간을 제법 소요해버렸다.

         

       뭐… 어쨌든 오늘이 토요일이라 딱히 상관없긴 했는데 주말 밤에 JYB 본사의 복도를 홀로 걷는 건 확실히 뭔가 으스스하다고 해야 하나?

         

       당연한 소리지만 연예인들도 주말에는 쉰다.

         

       그만큼 주말에는 유동 인구가 평일보다 훨씬 적다는 소리인데 특히 낮이 아닌 밤 시간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외지인인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항상 늦은 밤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음, 서론이 길었는데 어쨌든 결론은 그냥 무섭다.

         

       그래도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거지, 일단 나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

         

       만약에 내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현존 최강의 퇴마 주문을 알고 있으니 걱정 없다.

         

       ‘어떻게 지평좌표계로 고정을 하셨죠?’

         

       이 말 한마디면 듣던 귀신도 미친 새끼라며 도망가겠지.

         

       하지만…….

         

         

       끽- 끼익-

         

         

       문뜩 귀에 거슬리는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지평좌표계 주문을 써먹어 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던 찰나, 소리가 난 쪽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저쪽은 분명 안무 연습실 쪽 방향……?

         

       위치를 확인한 순간 귀에 거슬리게 들려오던 소리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바닥과 무언가가 마찰하여 생긴 소음, 그리고 종종 바닥을 쿵- 하고 내려찍는 소리.

         

       누군가가 안무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소리에 대한 의문이 순식간에 풀리는 것 같았다.

         

       잠깐만, 근데 주말 밤인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안무 연습을 하고 있다는 거지?

         

       백준영 대표님의 말로는 진짜 데뷔를 코앞에 둔 것이 아니라면 이 시간에 연습은 되도록 금지라고 들었는데.

         

       나는 호기심에 안무실의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문의 틈새를 통해 내가 본 것은…….

         

         

       “후…….”

         

         

       거친 숨을 내뱉으며 안무 연습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다혜가 그곳에 있었다.

         

       ……다만 내 눈에는 그녀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게 보였다.

         

       춤에 그리 견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춤은 뭔가 조급하게 느껴졌다.

         

       이미 집중력을 잃은 것 같은 눈빛과 체력이 바닥났는데도 계속 춤을 추는 모습은 언제 쓰러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도대체 무엇에 쫓기고 있기에 저 상태인 거지?

         

       확실한 건 처음 초이스 30에서 봤었던,

         

       무대에서 환하게 빛나던 이다혜의 모습은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여기서 뭐 해요?”

       “꺄악!”

         

         

       어째서인지 연습실에 나타난 나를 보며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이다혜.

         

       뭐야. 왜 되려 내가 죄인이 된 것 같냐.

         

         

         

       ***

         

         

         

       이건 조금 과거의 시점.

         

       플라이 하이의 촬영을 시작하기 전, 아이돌들과 설소영은 대열과 동선을 맞추기 위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와~ 안녕하세요! 저는 그린 데이 소속 강하늘이라고 합니다!”

         

         

       홀로 떨어져 있던 설소영에게 가장 먼저 자신 있게 다가선 사람은 강하늘이었다.

         

         

       “아, 네.”

       “앞으로 드라마 제작 때문에 마주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연락처를……”

       “무슨 일이 있으면 제작사 측으로 연락해주세요.”

         

         

       하지만 설소영은 철벽같이 차가운 반응을 보이며 강하늘을 무시했다.

         

       강하늘은 자신의 잘생긴 얼굴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낙담하며 구석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백준영이 그에게 한소리를 했다.

         

         

       “하늘아~ 휴가 하나 반납하자.”

       “네?! 왜요?”

       

         

       부당하다는 듯 항의하는 강하늘을 제외하고 다른 아이돌들은 처음부터 설소영에게 못 보일 모습을 보였다는 듯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잠시 뒤, 어색한 기류 속에서 백준영과 설소영을 중심으로 처음으로 안무 연습에 들어갔다.

         

       그리고 백준영을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있던 아이돌은 설소영의 춤 실력을 보고 경악했다.

         

       이게 정녕 사람의 팔다리인가?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심지어 춤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다른 멤버들의 동선까지 방해할 정도였다.

         

         

       “대표님.”

       “왜.”

       “저희가 뼈 빠지게 연기 연습을 하고 있는 동안 그냥 놀고만 계셨어요?”

       “뒤질래? 몇 주 동안 하루 종일 전담 마크해서 저 정도이시다. 나는 오히려 소영 씨가 장해. 저 정도로 성장해주셨으니까 후후후…….”

       “아…….”

         

         

       백준영의 한 치의 거짓 없는 뿌듯한 표정을 본 아이돌들은 차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근데 너희들도 조만간 소영 씨를 존경하게 될걸?”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백준영의 마지막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하루, 이틀, 삼일. 계속 설소영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그들은 백준영의 마지막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하아, 하아. 진짜 안 지치시나?”

         

         

       질린 표정으로 설소영을 쳐다보고 있는 이다혜.

         

         

       “우웩, 나 방금 진짜 토할 뻔….”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다른 선배들이 보였다.

         

       끈기와 노력만큼은 분명 누구에게도 안 질 자신이 있었는데…….

         

       이다혜는 아직도 백준영에게서 코치를 받고 있는 설소영을 보며 생각했다.

         

       이유가 뭘까?

         

       그녀가 주어진 휴식 시간까지 반납하며 계속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유.

         

       단순히 체력이 좋은 거면 백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를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체력 같은 것이 아니다.

         

       절실함.

         

       이다혜는 그녀가 춤에 임하는 자세에서 절실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그 절실함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아주 천천히, 걸음마를 익히는 아이처럼 그녀의 춤 실력은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 보고 있자니 이다혜는 뭔가 가슴이 뒤숭숭해졌다.

         

       게다가.

         

         

       “와, 음색 개 미쳤네.”

       “소영 씨 사실 가수 아니야?”

         

         

       단체 곡의 녹음을 위해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음악에서 재능이란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동시에 재능이란 범인들에게 잔인한 현실을 알려주는 장치이기도 헸다.

         

       그럼에도 이다혜는 세상이 공평하다고 믿었다. 노력하는 자는 천재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순수한 상상을 하며 살아왔구나.

         

       이다혜는 깨달았다. 노래를 한정해서 아마 자신이 1을 배울 때 그녀는 10을 깨우치고, 겨우 10을 따라잡는다면 100으로 차이를 벌려놓겠지.

         

       춤에 재능이 없다? 저 정도의 끈기와 노력이라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춤이고 자시고 어떤 일이든 결국 해낼 것이다.

         

       솔직히 그녀를 보며 반성도 조금 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저 정도의 간절함을 가지며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든 순간부터 이다혜는 무언가에 쫓기듯 무리하기 시작했다.

         

       춤이든, 노래든, 여기든 연습 시간이 대폭 늘어났으며 금지로 정한 주말 연습도 눈치껏 몰래 하였다.

         

         

       “여기서 뭐 해요?”

       “꺄악!”

         

         

       그러다가 결국 우연히 은우에게 들켜버렸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란 건 없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

         

         

         

       나는 몸을 떨고 있는 이다혜를 보며 물었다.

         

         

       “추워요? 땀을 그렇게 흘리시는데 이상하네.”

       “죄, 죄송합니다! 빨리 정리하고 돌아갈게요!”

         

         

       진심으로 걱정해주는데 그녀가 다짜고짜 허리를 숙이며 사과부터 박는다.

         

       음. 아마 주말에 연습실을 이용하면 안 되는 금기를 깨서 저러는 것 같은데… 왜 굳이 외지인인 나한테 사과를 하는 거지?

         

         

       “그야 미래의 JYB 대표님이시잖아요. 당연히 혼내실 줄…….”

       “아.”

         

         

       나 누가 막 저지른 말 덕분에 이다혜에겐 JYB 후계자로 알려졌지?

         

       근데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좋은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는 그녀의 앞에서 시원하게 JYB의 후계자 행세를 하기로 했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만으로 죄가 용서된다면 경찰은 왜 필요하고, 법은 왜 존재하는 건가요?”

       “…네?”

       “지금 다혜 씨가 저지른 일이 JYB에서 금지된 사항인 거 알고 계시죠? 메뉴얼 대로 따르면 충분히 해고도 가능한 수준이에요.”

       “그, 그건 절대 안 돼요!”

         

         

       고개를 저으며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이다혜.

         

       나는 그녀의 코앞에 다가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 되고 말고는 다혜 씨가 아니라 JYB의 후계자인 제가 정하는 겁니다. 이제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 충분히 깨달으셨나요?”

         

         

       이다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눈빛만 보면 포식자를 눈앞에 둔 초식 동물의 눈 같았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저한테 원하는 게 뭔데요?”

       “글쎄요. 제 입을 다물게 하고 싶으시면 그만큼 큰 성의를 보이셔야겠지만, 이번만 특별히 조금 가볍게 넘어가 드리죠.”

       “가볍게요?”

         

         

       잠깐이나마 희망이 깃든 그녀의 눈동자.

         

       나는 그녀의 희망에 응답해줄 만한 말을 꺼냈다.

         

         

       “네. JYB의 후계자와 연습생으로서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런데 어째서일까…….

         

       저 말을 꺼내자마자 어째 경멸에 가득 찬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야, 야.

         

       설마 나랑 다른 생각하는 거 아니지?

         

         

       “최악. 차라리 그냥 저를 해고하세요!”

         

         

       음… 아무래도 단단히 착각한 모양이네.

         

       나는 진짜 상담의 의미에서 내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하라는 뜻이었는데.

         

         

       “사, 상담이요?”

         

         

       내가 다급히 진실을 해명하자 그녀의 새하얀 볼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도대체 무슨 망상을 했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호기심에 한번 물어봤다.

         

         

       “근데 뭐 때문에 저한테 최악이라고 한 거예요?”

       “꺄악! 아까 제가 한 말 절대! 절대로 잊으세요!”

       “그게 어디 제 마음대로…”

         

         

       그때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연습실의 구석에서 무언가를 가져오는 이다혜.

         

         

       “잊으라고요. 정 못 잊으시겠으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녀가 야구 방망이처럼 손에 쥐고 있는 청소 밀대를 보며 차마 할 말을 일었다.

         

       어….

         

       저걸로 어떻게 내 기억을 지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좀 내려두고 얘기하면 안 되려나…?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