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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작전대로 스근~하게 가자고, 이씨!”

         

         

        래빈은 린의 등을 두들기며 길드 하우스를 나섰다.

         

        작전은 간단했다.

         

        래빈을 모한하기 위해 용병 길드와 상업 길드는 도시 암시장에 마수를 숨겨 놓았다.

         

        그리고 불쌍한 거지에게 돈을 줘서 래빈과 거래하는 암상인으로 변모시켰다.

         

        래빈이 발터크루아를 차지하기 위해 마족과 거래하여 마수를 들이려 했다 라고 폭로시킨다.

         

        이게 저쪽의 계획.

         

        그걸 카운터치기 위해서 루시와 린은 마수와 암상인을 확보한 뒤 회의 도중에 래빈이 먼저 네놈들이 마족과 결탁했지?! 라고 외친다.

         

        그리고 혼란을 틈타 정보관 아도라가 각 길드장의 품속에 래빈이 받았던 마용사 가입 초대장과 같은 양식의 편지를 숨겨두고 그걸 찾아내는 연기를 한다.

         

        다시 루시와 린이 나타나 마수를 보여주고 암상인(거지)의 증언으로 결정타를 친다.

         

        매우 간단하고 효과적이다.

         

        잘만 된다면 말이지.

         

         

        “린한테 친한 척 하지 마!”

         

        “너야말로 별 것도 아닌 걸로 폭주해서 일 망치지 마!”

         

         

        봐라, 벌써부터 루시와 래빈은 삐걱거리고 있었다.

         

        루시는 끝없이 질투하고 래빈은 린에게 친근하게 굴어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어휴….”

         

         

        그런 둘을 놔두고 아도라는 한숨 쉬는 린에게 지도를 내밀었다.

         

         

        “자, 여기가 암시장이고 이 안에 표시친 곳이 마수가 있는 우리에요.”

         

        “마수 타입은?”

         

        “개과인데 늑대랑 하이에나를 합쳐놓은 것 같은 모습이에요.”

         

        “돌연변이야?”

         

        “네, 하지만 유니크는 아니죠.”

         

         

        개과의 마수가 까다로운 이유는 단순히 힘과 크기만 상승하는 돌연변이 단계를 벗어나 유니크로 각성하게 되면 ‘무리 소환’ 이라는 스킬을 바로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즉, 하울링 한 번에 쪽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도시 안에서 이 무리 소환 스킬이 시전되면 무고한 인명 피해가 다수 발생할 수 있었다.

         

        유니크 아니라고 하니 상관없지만.

         

         

        “쳇, 정보관은 작전 투입이고 난 망보기라니.”

         

         

        지욜이 투덜거리자 래빈이 직접 그를 달랬다.

         

         

        “어쩔 수 없잖아. 지욜만큼 꼼꼼하게 검문소를 감시하는 사람은 없다고? 저 망할 것들이 언제 또 외부세력 끌어들여서 지원 병력이 올지도 모르니까 말야.”

         

        “알아, 안다고.”

         

        “일만 잘 끝나면 거하게 쏠게.”

         

        “당연히 그래야지! 발터크루아의 대가리를 먹는건데!”

         

        “암! 그렇고 말고! 상다리가 휘어지게 잔칫상 차려줄라니까!”

         

         

        의외로 쿵짝이 잘 맞는다.

         

        지욜은 푸념한 것처럼 도시 외곽 검문소에서 외부 지원 세력이 출입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중요하지만 따분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하기 싫어했지만 래빈이 그에게 부탁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어젯밤 발터크루아 창공을 날아들어오던 까마귀를 잡아챈 사람이 바로 지욜이었다.

         

        용사의 약점을 찾고 기회가 되면 죽이라는 내용의 편지는 래빈부터 린, 루시까지 읽게 되었다.

         

         

        “이씨, 어떻게 할거야?”

         

         

        린의 머리가 회전한다.

         

        동시에 운빨의 주사위도 회전한다.

         

         

        “래빈 이 도시에 있는, 제국과 방패기사의 끄나풀이 누구지? 가장 거물들 말이야.”

         

         

        끄나풀이 누구인가, 몇 명인가 이 모든 것이 게임 속 운빨이었다.

         

        루시의 마용사 라이벌이 랜덤인 것처럼.

         

         

        “가장 거물들이라고 하면….”

         

         

        쾌활하던 래빈이 난감해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두에서 날 제외한 두 놈이지.”

         

         

        조졌네, 이거.

         

        보통은 삼두 중 하나던가 아니면 더 아랫급인데 최악의 수가 뽑혔다.

         

        원래도 린은 가챠 운이 없는 편이었다.

         

        눈을 질끈 감는 그를 루시가 나지막히 불렀다.”

         

         

        “린.”

         

        “왜 그래 루시?”

         

        “나는… 마음 같아서는 전부 죽이고 싶지만, 린이 살려두자고 하면 따를게.”

         

         

        망설이던 루시는 사족을 덧붙였다.

         

         

        “린의 말만 절대적으로 따를 거야.”

         

        “나도 이씨의 말에 따르지.”

         

         

        모두가 린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린은 고민할 것도 없었다.

         

         

        “생포 후 정보 캐낸 뒤에 죽이자. 그리고 허튼 짓 하는 거 같으면 바로 죽이고.”

         

         

        사실 마족과 연관성이 있다는 선동을 하고 증명한 뒤 죽이는 게 정석이지만, 린은 모든 경우를 대비하는게 좋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모든 경우의 수 중에 하나는 바로 실제로 끄나풀들이 마족과 뒷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칫하면 끄나풀과의 전투 중에 마용사가 나타날 수도 있었다.

         

         

        “좋아, 가능한 생포 후 이용해 먹고 깔끔하게 모가지라는 거지?”

         

         

        결론도 났고 지침도 정해졌다.

         

        뚜둑 목을 푼 래빈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뒤를 흘겼다.

         

         

        “가자 얘들아.”

         

         

        그러자 수백의 도적 길드원들이 그녀의 등을 따랐다.

         

         

        ““예, 대장!””

         

         

         

        —

         

         

         

        정말 슬프게도 최악을 대비하려는 린의 판단은 매우 적절했다.

         

         

        “…어이.”

         

        “알고 있음.”

         

         

        까치를 통해 라인폴드의 회신을 받은 아르실과 티그리아.

         

        하루의 준비를 마치고서 발터크루아로 이동하려던 그들은 노골적인 시선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말로 할 때 나와라.”

         

         

        용비늘 글러브를 끼며 아르실은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주먹을 움켜쥐고 필때마다 하얀 신성력이 번개처럼 튀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적막함뿐.

         

        서로 눈짓을 한 뒤 성녀는 마법사에게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다.

         

        하나.

         

        엄지가 접힌다.

         

        둘.

         

        이번에는 검지.

         

        그리고 심호흡 뒤에 중지가 접혔다.

         

        셋.

         

         

        “포…!”

         

         

        딱 한 글자.

         

        티그리아는 한 글자만 입밖으로 꺼냈을 뿐이었다.

         

        본래라면 포착 이라 말하고 마력을 일으키며 마법의 범위를 설정하려 했다.

         

        그러나 입을 떼는 순간, 숲 속의 나무들을 뚫고 나타난 푸른 피부의 마족이 내지른 창이 티그리아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야이 새끼야!”

         

         

        아르실은 득달같이 창을 걷어찼다.

         

        어찌나 묵직한 지 얼마 튕겨나가지도 않은 창은 곧바로 각도를 틀며 티그리아의 복부를 후려치려 들었다.

         

         

        “어딜!”

         

         

        카앙-!

         

        있는대로 몸통을 비틀어 내지른 주먹이 창을 내리찍었다.

         

        그제서야 창은 뒤로 물러나 주인의 어깨로 돌아갔다.

         

         

        “이상하네.”

         

         

        푸른 피부, 백발 사이드 테일을 한 마족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나른했다.

         

        전체적으로 귀염상이지만 은근히 키는 좀 된다.

         

        루시만큼은 아니지만 가슴도 꽤 나왔고 엉덩이도 처지지 않고 튼실했다.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얌마. 성녀 앞에 두고 허세 부리기냐?”

         

        “너무 속도에 치중했나? 흐~음.”

         

         

        빠직

         

         

        “이 새끼가….”

         

         

        자신을 무시하자 열받은 아르실이 이를 갈았지만 마족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대로 티그리아는 긴장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하품까지 하며 빈틈을 보이고 있었지만 저 마족의 모든 신경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발언이나 주문 영창은 고사하고 자세라도 잘못 잡았다가는 아까처럼 광속의 찌르기가 들어올 터였다.

         

         

        “후암~. 내 공격을 받아내긴 한 걸 보니 용사 파티지?”

         

        “넌 딱 봐도 마족이고.”

         

         

        마족 중에 창을 이토록 잘 다루는 녀석이 있다고 듣지 못했다.

         

        새로운 강적의 출현에 아르실은 그동안의 짬을 기반으로 일부러 계속 말을 걸었다.

         

        본능이 외친다.

         

        저거 지금 못 잡으니 정보라도 최대한 뽑아내라고.

         

         

        “용사 파티의 마법사와 성녀를 앞에 두고서 하품이 나오냐?”

         

        “후으응~. 마법사 저거 전혀 안 움직이네. 그냥 호위부터 쳐낼까.”

         

        “야 이 새꺄!”

         

        “하아~. 새꺄, 새꺄. 환술사가 그랬어. 욕만 하고, 거기에 사용하는 욕도 단조롭게 몇 안되는 사람은 제일 약한 거나 다름없다고.”

         

        “…뭐가 어째?”

         

        “그래, 환술사 말대로면 네가 제일 약하겠네. 너부터 빨리 해치우고 마법사도 처리하면 되겠다.”

         

         

        이상했다.

         

        냉병기 쓰는 놈들은 전사타입이라 단순무식해서 말이 꽤나 통했었는데.

         

        의문이 들면서도 아르실은 분노로 볼살이 떨릴 지경이었다.

         

        구정물골목에 살 때도 이렇게 얕보인 적은 없었다.

         

         

        “아! 맞아. 환술사가 너희랑 맞붙으면 뭐할지 체크하고 행동하랬어. 어디보자….”

         

         

        바지춤에서 종이를 꺼낸 마족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기에 써진 글을 읽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해라… 이름까지? 엑, 우리들끼리도 통성명 안했으면서 적한테는 이름을 까라고?”

         

         

        이토록 빈틈투성이건만 아르실도 티그리아도 꼼짝할 수 없었다.

         

        자존심 상하지만 저 창잡이는 루시가 아니면 상대하기 힘들었다.

         

         

        “필요가 있으니 죽이지도 말라… 반병신도 만들지 말고… 하아… 귀찮은 거 투성이네.”

         

         

        종이를 구기며 다시 주머니에 넣은 마족은 흐느적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안녀엉? 나는 샐러메이, 마용사 파티에서 전위, 창잡이를 맡고 있어.”

         

        “마용사 파티라고?”

         

        “아, 너희 용사 파티의 마족 버전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마족에게 용사가 있을 리 없잖아!”

         

        “와, 명칭이 그렇다는 거지. 역시 바보는 바보네.”

         

        “이익…!”

         

         

        참고로 환술사가 준 종이에는 가능하면 적을 잔뜩 도발하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샐러메이는 의도한 도발이 한 개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너희 죽이지 말래. 이번에는 시간을 끌어야 하니까.”

         

        “마용사 파티의 전위 샐러메이! 너희 목적은 뭐냐!”

         

        “목적? 아~.”

         

         

        처음으로 나른함 속에 웃음꽃이 핀다.

         

         

        “우리의 목표는 마신님의 뜻을 받들어 마왕을 부활시키고 제국과 교국을 멸망시키는 것.”

         

        “뭐라고?!”

         

        “그리고 나의 목적은….”

         

         

        확실하게 구분해주자.

         

        이번 건은 아까와 달리 명백히 의도한 도발이었다.

         

         

        “린을 데려와서 내 곁에 두는 것.”

         

        “린? 짐꾼? 왜 여기서 짐꾼이 나오지?”

         

         

        그러나 샐러메이는 또 아르실을 무시했다.

         

         

        “쉬잇~.”

         

         

        티그리아를 향해 검지를 올린 창잡이는 다시 나른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것만으로도 명석한 마법사는 이해했다.

         

        마왕 토벌 이후로 이 세상에서 갖는 짐꾼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그리고 린은 아르실과 어릴 적에 관계가 깊었다는 것을.

         

        직감일뿐이지만 샐러메이는 이미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굴고 있었다.

         

        혹시 아르실이 귀엽다고 했던 남자애가 어쩌면….

         

         

        “작작 무시하라고 이 창잡이 년아-!!”

         

         

        파지지지지직-!

         

        전신에 신성력을 두른 아르실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거 알아?”

         

         

        하지만 창잡이는 어느새 박쥐처럼 뒤집어진 자세로 하늘에 떠있었다.

         

         

        “난 원래 용사 루시에나의 대항마로 만들어졌대.”

         

         

        상성도 비슷해서 린이 원하던 루시의 라이벌 상대가 바로 샐러메이였다.

         

        속도, 근력, 전투 중 상황판단까지 뭐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전사.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린을 만나러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세를 고쳐잡는다.

         

        도약 중에 몸을 뒤집은 샐러메이.

         

        창을 짧게 쥐고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이번 세계에서는 환술사가 제격이라는 거야. 어차피 세계선이 고정되어서 과거로도 앞으로도 이번 세계 밖에 없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너희한테 화풀이 좀 할게?”

         

         

        푸른 안광이 빛난다.

         

        동시에 창에도 푸른 마력이 일렁이며 불꽃처럼 피어올랐다.

         

        궁극스킬

         

         

        “투창: 다트 디 엔드!”

         

         

        마치 청색 운석과도 같은 파괴력을 담은 창이 둘을 향해 내던져졌다.

         

         

        “집겨아아아아아아아아압축경질방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시전된 방어 주문이었건만 푸른 투창은 그 방어 마법을 종이짝처럼 찢어발겼다.

         

        창은 단순히 둘 사이를 지나간 것만으로도 마법사의 왼쪽다리와 성녀의 오른팔을 날리고 불태웠다.

         

         

        “…헉!”

         

        “부상 심각…!”

         

         

        맥없이 주저앉은 두 사람을 향해 샐러메이는 어느새 회수한 창을 다시 꼬나들었다.

         

         

        “뭐해?”

         

         

        역시 린의 예상이 맞았다.

         

         

        “빨리 회복시켜. 성녀라며? 기다려줄게.”

         

         

        어느새부턴가 이 세상은 운빨좆망겜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Abandoned Hero's Only Ally, 버림받은 용사의 유일한 아군이 되었다.
Score 6.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saved the Warrior who used to ignore and bully me and now she is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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