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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보건실 안.

        난 스승님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게 되었다.

        

        …결론만 말하자니 뜬금없게 들리지만, 나름 완벽한 기승전결을 거친 석고대죄였다.

        

        

        “다 왔… 이런, 왜 하필 이럴 때 보건교사가 출장 중이란 말인가!!”

        ‘또 없어? 징하다, 징해.’

        

        

        발단. 보건실에 도착했더니, 아무도 없었다.

        

        

        “그럼 119를… 아니, 일단 응급처치부터 해주마!! 여기 눕거라!!”

        “……?!!!!”

        ‘지금 저 내려놓으시면…!!!’

        

        

        전개. 스승님이 응급처치라도 해주시겠다며 날 보건실 침대에 눕혔다.

        

        

        “내출혈에는, 으으… 이, 일단 붕대!!”

        ‘가, 가려야 하는데… 팔이 안 움직여…!!’

        

        -휘리릭.

        

        

        위기. 스승님이 붕대 어쩌고 하며 자기 가슴에 손을 찔러 넣음.

        급히 하반신을 가리려 시도했으나 탈진 상태로 실패.

        

        

        “잠시 실례하마!! 이걸로 꽉 매어두면, 적어도 119가 올 때까지 시간… 은……?”

        

        -스르륵.

        

        “……하?”

        ‘아.’

        

        

        절정. 유진도刀, 발도 중인 거 들키다.

        

        그리고 결말.

        

        

        “정말 죄송합니다아!!!”

        

        -털썩.

        

        

        일본의 최상위 사죄법. 도게자.

        어색한 침묵이 30초 정도 흐르다, 몸에 힘이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행동이었다.

        

        물론, 이런다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 주워 담아지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스승님이어도… 알아보셨겠지? 나 발도한 거?’

        

        

        이 당시 스승님은 정말 이런 거라곤 아무것도 모르는 심기체 처녀 상태.

        어지간하면 옷 주름이니 뭐니 하며 속여넘길 수 있겠지만…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던 금욕 생활. 20살 특유의 혈기왕성함. 코박죽.

        이 세 개가 합쳐져, 난 그야말로 풀 발도를 해버리지 않았는가.

        하필 옷도 운동복이라 바로 티 나는데 말야.

        

        아무리 순진해도 이걸 못 알아볼 리는 없었다.

        스승님조차 한 눈에 알아봤을 게 분명했다.

        

        그럼, 내 발도 사실을 안 스승님은?

        

        

        ‘눈 돌아가서 진짜 카타나 뽑으실지도 몰라!!’

        

        

        사람이 도와주려고 하는데, 그걸 가지고 발정을 해?

        아, 제자랍시고 거두러 온 놈이 사실 원숭이였구나.

        색마. 죽어.

        이리 반응하실 게 분명하단 말이지.

        

        농담이 아니라, 난 진짜 스승님 손에 죽을 수도 있었다.

        

        

        ‘날 죽이면 외교 문제로 번진다고 설득할까? 아냐, 이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짓이야!’

        

        

        아직 어질어질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어떻게 하면 스승님의 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죽도록 맞는 선에서 그칠 수 있을지.

        

        생각 끝에 나온 정답은…

        정면돌파였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너무 아름다우셔서, 그만 저도 모르게! 정말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꾹꾹.

        

        

        이마를 땅에 딱 붙인 채 사과했다.

        진심 200퍼센트를 담아. 살려달라고. 어쩔 수 없었다고.

        

        그런 내 진심에, 스승님은…

        

        

        -넙죽.

        

        “아, 아니다!!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엥?”

        

        

        맞 도게자로 대응했다.

        

        

        “내가 마음이 너무 앞서, 한참 어린 네게 성희롱마저 해버렸구나! 미안하다!!”

        ‘엥?’

        “그, 그래도 자세히 보진 않았으니 안심하거라! 마, 마, 마력 따위 전혀 안 썼다…!! 정말이다!!”

        

        

        나와는 달리, 아주 각 잡힌 자세로 조아리고 횡설수설하는 스승님.

        현지인의 도게자에 한 번. 스승님의 인품에 두 번 감탄이 나왔다.

        

        이야, 이걸 역으로 사과를 해?

        다른 여자들 같았으면 뺨 때리고 바로 경찰서 신고 감인데.

        역시 스승님. 검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인품이시다.

        

        

        ‘이런 분이라 반했단 말이지. 1회차 때, 시아랑 앨리스가 있는데도 반해버렸을 정도로.’

        “아닙니다! 걱정해 주셨는데, 제가 이상하게 반응해 죄송.”

        “아, 아니다…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중얼중얼.

        

        “こんな子に、私は透視まで使って….”

        

        

        뭐라 일본어로 계속 중얼거리시긴 하지만…

        뭐, 별 내용 아니겠지.

        

        때문에 스승님과 나는 계속 서로 조아린 채 사죄 배틀을 했다.

        

        

        -벌컥!

        

        “유진!! 아까 아이카한테 업혀가던데, 대체 무슨… 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유진?”

        

        

        아내들 보기엔 영 불가해한 광경이었음이 분명했다.

        

        

        * * *

        

        

        잠시 후.

        

        

        -빤히.

        

        “하아… 정말 내출혈은 없구나. 나 때문에 다친 줄 알고, 정말….”

        

        

        계속 이리저리 당황하던 스승님은, 내 배를 빤히 보고 나서야 긴장을 풀었다.

        자기 발차기에 내 내장이 상한 줄 아셨다나 뭐라나.

        

        그 옆, 시아가 스승님을 노려봤다.

        발도를 제외한 전말을 전해 들은 탓이었다.

        

        

        “S급 1위, 니노미야 아이카. 당신이 한국에 온 이유는 이해하겠는데… 그래서, 얠 걷어찼다고요?”

        “그게, 오해를 좀 해서… 정말이지 할 말이 없구나….”

        “오해? 한국의 차기 S급을 일본이 죽이려 들었는데, 오해? 천화랑, 한국이랑 전쟁 하자는 거예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미안하다아…….”

        

        

        덕분에 스승님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갈 뿐.

        S급 1위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반면, 앨리스는 날 걱정스레 챙기기 바빴다.

        

        

        “정말 괜찮아요, 유진? 지금이라도 앰뷸런스 부를까요?”

        “괜찮다니까. 나 튼튼한 거 알잖아.”

        “그래도, S급 1위가 걷어찬 거잖아요. 다쳤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봐주셨는걸? 스승… 크흠. 니노미야 님이.”

        “저 사람은 의사도 아니잖아요. 그러지 말고, 제대로 진찰을….”

        

        

        눈에 걱정이 가득 실린 게, 진짜 내게 무슨 일 있을까 걱정하는 모양.

        

        …고작 솔잎 동료인 날 이리 걱정해 주다니.

        역시 우리 앨리스. 완전 천사. 사랑해.

        

        싱글벙글해져서 입을 열었다.

        

        

        “괜찮대도? 그렇죠, 스… 니노미야 님?”

        “아, 아아. 내 이름을 걸고 보장하마. 적어도 장기엔 어떤 출혈도 보이지 않았어.”

        

        

        슬슬 시아에게 휘둘리는 스승님을 구하기 위해 한 말.

        스승님은 반색하며 받아들었다.

        설명은 덤이었다.

        

        

        “실은, 난 투시가 가능해서 말이다….”

        

        

        스승님의 설명은 간단했다.

        

        니노미야 아이카. 검성.

        자신은 검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지 가능하다.

        

        상대방의 움직임, 근육의 움직임을 알아보는 것 역시 그 능력의 편린 중 하나.

        눈에 마력을 실어 집중하면, 투시하는 것처럼 근육 조직들 하나하나조차 다 볼 수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싸움에서 늘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읽는 것.

        

        아무튼. 그렇게 투시로 내 배를 살폈지만, 출혈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스승님의 설명이었다.

        

        

        “부상은 없으니 안심….”

        “———설마 그거, 옷도 비쳐볼 수 있어요?”

        “에이, 앨리스. 누가 저런 능력을 그런 데….”

        “아, 아, 아니다!! 절대 그런 데 쓰지 않았다!!!”

        

        

        앨리스에 기습 음해에 화를 내는 건 덤.

        

        조금 과할 정도로 당황하는 것 같긴 하지만…

        검에 자부심이 강한 분이니까 말야.

        자기 능력을 관음증 최적화 능력으로 치부하면 화 낼 만도 하지. 암.

        

        

        -빤히.

        

        “흐응.”

        “거짓말… 아니다아…….”

        “앨리스. 곤란해 하시잖아. 그만 해, 그만.”

        

        

        그러고도 의심을 거두지 않길래, 얼른 뜯어말렸다.

        

        날 때렸다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가만 있으시는 것뿐.

        S급 1위인 스승님이, 저런 터무니없는 모함을 가만 듣고 넘기실 리 없으니까.

        

        

        “미, 믿어줘서 고맙구나….”

        “믿을 게 뭐 있나요. 당연한 건데.”

        “…….”

        “아무튼. 제 기술 얘기로 돌아가서.”

        

        

        이어 난 거하게 탈선했던 주제를 다시 원상 복귀시켰다.

        

        스승님이 날 찾은 진짜 이유.

        내 ‘자하검법’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회귀를 밝히고 솔직히 말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이건 누가 막아둔 모양이니까.’

        

        

        솔직하게 전부 얘기할 수는 없었다.

        날 빙의에 이어 회귀시킨 자.

        신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단단히 금지해뒀으니까.

        

        그 작자가 날 가지고 노는 거라면, 한번 제대로 발악해 봐야겠지만…

        느낌상 나쁜 녀석은 아니란 말이지. 내게 어머니가 있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자애로웠으니까.

        

        그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회귀를 억지로 발설할 메리트는 없어 보였다.

        

        때문에, 당당하게 말했다.

        

        

        “제 검술, ‘자하검법’은… 제 아내가 가르쳐 준 기술이에요.”

        “””……아내!?”””

        “물론, 이 세상 얘기는 아니고. 꿈에서요.”

        

        

        사실에 한없이 가까운 거짓말.

        꿈에서 나온 내 아내가 검을 가르쳐 줬다는 거짓말을.

        

        …뭐, 꿈이나 1회차나 증명 불가능하단 점에선 똑같으니까.

        이렇게 설명해도 완전 거짓말은 아니지. 암.

        

        

        “그게 말이 돼? 애초에 꿈에서 배웠다고, 그걸 직접 쓸 수 있을 리가.”

        “나 정신계 고유 재능이잖아. 그것도 EX등급.”

        “아.”

        

        

        시아는 처음엔 의심했지만, 내 EX등급 실드 한 번에 납득했다.

        스승님이 워낙 대단한 업적을 많이 세워서, 나까지 덩달아 ‘EX급이라면야’ 취급 받는 것.

        

        반면, 앨리스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날 봤다.

        

        

        “……아내라니, 어떻게 생긴 분이셨나요?”

        “응?”

        “유진의 꿈에 나온 아내라면, 아마 유진의 이상형일 테니까요.”

        “……!!!!”

        

        

        내 이상형 따위 지금은 전혀 안 궁금해할 거라 생각했건만.

        이런 얘기 나온 김에 한 번 지나가듯 물어본 모양.

        

        얼른 둘러댔다.

        

        

        “자, 잘 모르겠네? 아무래도 꿈이라 가물가물하거든. 그냥, 가슴이 컸던 것도 같고….”

        “———하아?”

        “히익.”

        

        

        이번엔 시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 이상형 따위엔 아무 관심 없겠지만, 일단 가슴 얘기 나오니 긁혀버린 모양.

        

        다급히 회피기동을 펼쳤다.

        

        

        “자, 작았던… 아니, 결코 작진 않지만 부담스럽지도 않고 딱 보기 좋을 정도로 있었던 것도 같고?”

        “흐, 흐응. 꿈인데 되게 상세히 기억하네. 변태.”

        “…….”

        

        

        덕분에 시아의 눈에 넘실대던 살기가 가라앉았다.

        2회차 최면 교배 아저씨, 겨우 생존 성공.

        

        삶의 고비를 넘긴 내 눈은 마지막으로 스승님께 향했다.

        

        

        -중얼중얼.

       

        “아내라니, 그… 아니, 어…? 그게 들어가…?”

        “……?”

        ‘갑자기 화장실 가고 싶으신가?’

        

        

        애꿎은 옷자락만 만지작거리고 계시더라.

        왜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1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태극권을 슈슉

    오늘의 캐러웨이 잡학지식 :
    일본에서도 119는 119, 영국은 999!
    영국 999로 앰뷸런스 부르면
    전화 연결되자마자 바로
    Is the patient breathing? (환자가 숨을 쉬고 있습니까?)
    이것부터 물음
    영국 대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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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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