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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설마 시사회에 당첨될 줄이야.’

       

       서울 S대 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여성, 한선아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 시사회가 열리는 베가박스의 입구에서 표를 배부받았다.

       이런 시사회를 신청해본 것도 처음이었고, 당첨된 것도 처음이다.

       

       표를 손에 쥐고 나서야 조금씩 현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시사회는 사람이 원래 이렇게 많나?’

       

       드라마 시사회를 참여해본 적이 없으니 알 리가 없다.

       기자들로 보이는 이들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일반 관객이었다.

       

       ‘티저 영상 정말 좋았지…….’

       

       떨리는 가슴을 안고 한선아는 시사회가 진행되는 1관에 입장했다.

       듣기론 이번 드라마 시사회 경쟁률이 상당했다고 한다.

       

       그만큼 기대작이라는 뜻이었고, 티저의 파급력이 대단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1화랑 2화는 아역만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진짜? 강성찬은 안 나와?”

       

       앞좌석에선 운이 좋게도 친구와 함께 당첨됐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강성찬 배우의 팬인 모양이다.

       

       ‘너희가 뭘 알아!’

       

       라고 외쳐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소심한 한선아는 찌그러져 있을 뿐이었다.

       티저만 봐도 우리 서연이가 연기 제일 잘했는데.

       속으로 그런 말을 꿍얼거릴 뿐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시사회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자, 스피커에서 활기찬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스크린의 앞에는 정장을 입은 남자가 마이크를 손에 쥔 채, 관객석을 돌아보는 게 보였다. 

       

       “이야, 오늘 시사회에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는데요! 그만큼 이번 태양을 숨긴 달의 시사회를 기대해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사회자는 이어, 시사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략히 이야기했다.

       먼저 촬영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무대 위에 올라와 인사를 할 것이며.

       간단한 선물 증정과 배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 끝난 후에 드라마 상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설명을 마무리 지었다.

       

       “자, 그럼 우리 함께 이번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불러볼까요?”

       

       사회자의 말과 함께, 관객들의 힘찬 외침이 들렸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촬영 감독인 공정태와 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는 총 일곱.

       이전 티저 이벤트 때 참여했던 배우들에 2명이 더해진 광경이었다.

       

       “어우, 너무 잘생겼다.”

       “배우는 다 진짜 잘골랐지. 여주인공도 하예서가 딱이야 딱.”

       “애들도 귀여운데?”

       

       술렁이며 배우들을 평가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플래시가 터지며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대다수는 주연인 강성찬과 하예서를 찍기 바빴다.

       조연이나, 아역인 박정우와 주서연을 찍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번 드라마가 처음이라고 하던데…….”

       “티저에선 괜찮았잖아요?”

       “티저에서 설마 안 좋은 부분을 내보내겠습니까? 제일 잘 나온 부분을 보여주겠죠.”

       

       기자들의 말소리도 들렸다.

       그런 와중, 공정태 감독이 이번 태양을 숨긴 달에 대한 포부를 밝혔고.

       이어 주연인 강성찬이 마이크를 잡았다.

       

       “전에 말했듯, 이번 드라마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저 어린 친구들의 연기가 정말 대단해서, 부끄럽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강성찬이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하자,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히 농담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강성찬에 이어, 하예서가. 그리고 조연들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점차 자신의 순서가 다가오자, 박정우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서연을 보았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가운데 말을 한다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서연은 늘 그렇듯 담담하고 평온했다.

       

       “너는 전혀 떨지 않네. 정말 이런 게 처음 맞아?”

       “네.”

       

       서연은 대충 대답하며, 관객들을 보았다.

       만약 유치원 학예회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내심 긴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로 보나, 규모로 보나 유치원 학예회 쪽이 사람이 훨씬 많았다.

       자신의 아이의 비중을 빼앗을 때마다 뚫어져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을 박정우가 알겠는가?

       

       “유치원 다녀봤어요?”

       

       갑작스런 서연의 말에 박정우는 당황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 활동으로 바빠 유치원 같은 건 다녀본 적 없었으니까.

       

       “? ……아니?”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데?

       그런 의문을 담아 바라보자, 서연은 어째서인지 의기양양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말을 했으면 제대로 답을 해줘야지.

       

       그런 마음에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그보다 마이크가 손에 쥐어지는 게 빨랐다.

       

       이어 시작된 아이들의 인터뷰는 지극히 평범했다.

       

       그저 ‘어린 윤서일, 어린 연화공주 역의 박정우, 주서연입니다.’하고 인사하는 게 전부였으니까.

       이중에 아역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거의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어 이벤트도 마찬가지.

       대부분 강성찬과 하예서와 사진을 찍으려 했고, 조연이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찬밥이었다.

       

       서연의 경우 오직 한 명.

       

       “저, 저는 서연 양이랑 사진 찍고 싶은데요!”

       

       자신을 한선아라 밝힌 여성뿐이었다.

       

       “패, 팬이에요. 서연 양, 혹시 여기에 사인해주실 수 있나요?”

       

       팬.

       그 말에 서연은 손에 네임펜을 들고 굳었다.

       

       ‘첫 팬.’

       

       인터넷에서야 많이 보았다.

       길거리에서 아줌마들이 이런 식으로 말하곤 했지만, 시사회에서 자신에게 다가온 팬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심지어 관객들은 서연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려는 한선아를 별종처럼 보았다.

       박정우는 그래도 기존에 이것저것 찍어 팬이 있었지만, 서연은 말 그대로 태양을 숨긴 달이 유일했으니까.

       

       “저, 언니.”

       “네, 네?”

       

       서연은 네임펜으로 한선아의 하얀 옷에 사인해줬다.

       사실, 서연은 아직 싸인을 따로 만들거나 연습한 적이 없었다.

       애초에 할 일이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연습 좀 해둘걸.

       

       그런 생각을 하며, 또박또박 ‘주서연’이라는 글자를 적었다.

       

       “저 다음 작품 할 때까지 오래 기다려줄 수 있어요?”

       

       서연은 충동적으로 그런 말을 꺼냈다.

       그러자, 한선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고개를 위아래로 붕붕 흔들었다.

       

       “무, 물론이죠!”

       “그래요?”

       

       그런 그녀의 말에,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이런 것도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

       

       그렇게 준비된 행사가 모두 끝나고, 본격적으로 상영회가 시작되었다.

       서연 또한 이렇게 편집이 전부 끝난 영상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괜찮을까?’

       

       그런 걱정이 내심 들었다.

       자신의 연기가 영상으로 송출된 적은 몇 번이나 있었지만, 그건 광고.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제대로 한 게 맞을까?

       그런 의문 속에서, 태양을 숨긴 달의 1화가 시작되었다.

       

       ‘애들만 나오는 부분이니까 지루하지 않으려나.’

       ‘3화나 애들이 나오는 건 솔직히 좀…….’

       

       보통 어린 시절은 1화로 짧게 끝는 게 많다.

       태숨달처럼 3화나 어린 시절을 가져가는 건 거의 없는 경우였다. 

       

       그러니 다들 반신반의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린 이혜월의 모습이 화면에 비추기 전까진.

       

       「아바마마~!」

       

       영상에서 나온 이혜월은 발랄하고 귀여운 아이였다.

       동시에 누가 봐도 공주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받고 자라온 귀한 딸.

       

       ‘이혜월이 정말 아까 걔야?’

       ‘완전 다른 애잖아.’

       

       배우들은 맨 앞자리에 앉아 영상을 관람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힐끔거리며, 앞자리에 앉은 서연을 힐끔거리며 보았다.

       

       티저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분명 괜찮았다.

       하지만 티저와 드라마 1편은 전혀 다르지 않은가.

       

       일반 관객들도 그것을 느꼈을 정도이니, 기자들의 놀라움은 더 컸다.

       

       ‘왜 저번 티저 이벤트 때 강성찬 배우가 사진을 많이 찍어두라고 한 건지 알겠네.’

       ‘애들 연기가 저렇게 자연스럽다고? 발성부터가 다른데?’

       

       보통 아이들의 연기가 어색한 건, 아이들 특유의 혀짧은 목소리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감정을 담아도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어색하게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일곱 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서연에게선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귀여워!’

       

       한선아의 입장에선 말 그대로 감동의 도가니.

       귀여운 연화공주, 서연을 보며, 혼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살며시 닦았다.

       

       어린 이혜월과, 어린 윤서일의 만남을 그린 1화.

       발랄한 아이들의 연기 속에서 마무리 지어진 1화였기에, 2화 또한 비슷하리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2화부터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조영대군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마치 무언가 터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윽고, 반정을 일으킨 조영대군.

       도움을 청하고자 대비마마의 침소로 뛰어가는 연화공주.

       

       「내 저버렸지. 인륜도, 왕실의 은혜도.」

       

       광기에 젖은 조영대군의 대사에 모두가 숨을 죽인다.

       어린 연화공주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어찌 하겠느냐. 스스로 나가겠나. 아니면……, 내 친히 모셔드릴까.」

       

       긴장감이 느껴지는 배경음악이 깔린다.

       조영대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번들거리는 그의 두 눈이 연화공주를 향한 감정을 드러낸다.

       

       이윽고, 화면은 연화공주에게 전환된다.

       호롱불로 밝았던 연화공주의 주변은 매우 어두웠다.

       

       마치 그녀의 심경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고요히 침묵을 지키던 연화공주의 머리가 들렸다.

       

       “……!!”

       

       순간, 관객들이 숨을 들이켰다.

       확대된 연화공주의 얼굴. 그 눈동자.

       

       호롱불에 비친 것일까? CG라기엔 너무나 자연스러운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 선명히 보였다.

       어둠 속에서 선명히 빛나는 붉은 눈.

       마치, 연화공주의 분노를 나타낸 것 같았다.

       

       그렇게, 홀로 일어선 연화공주는 조영대군의 웃음 속에 퇴장한다.

       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시사회의 끝을 알리는 2화가 마무리 지어졌다.

       

       “와…….”

       

       누군가 시계를 보았다.

       한 화당 드라마는 1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진다.

       2화면 2시간. 일반적인 영화와 같은 길이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흘러간 기분이었다.

       

       ‘조영대군의 연기도 대단했지만.’

       

       오늘 시사회에 조영대군 역을 맡은 윤종혁 배우가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아마 스포일러 때문에 뺀 거겠지.

       

       “요즘 아역은 다 저래?”

       “나 팔 봐. 소름 돋았어.”

       “아까, 사진 찍어둘걸!”

       

       관객들은 그리 떠들었고.

       기자들의 경우엔 침통한 수준이었다.

       

       “아, 이거 기사에 낼 사진도 없는데.”

       “이따 끝나고 좀 잡아볼까요?”

       “아역이라 안 돼요. 그럼 큰일 납니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일부는 아까 서연과 사진을 찍었던 한선아를 보는 이들도 있었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냐는 시선들.

       

       ‘……대박.’

       

       물론 한선아는 그저, 방금 드라마의 여운에 젖어 몸을 떨 뿐이었다.

       

       

       그렇게.

       호평 속에 시사회가 마무리 지어진 후.

       

       – 태숨달 시사회 보고왔는데 지렸다.

       – 바이럴할려면 머리좀 써라

       – 아니 씹 내가 재밌다는데;;

       – 나도 주변에 봤다는 사람있다는데 ㄹㅇ 괜찮은 듯?

       – 애들만 나오는데 그게 재밌을수가 있나

       

       인터넷에서는 시사회에 대한 평이 알음알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 많이 언급된 건, 바로 연화공주의 연기였다.

       

       시사회에서 보고 온 모두가, 아역들의 연기를 칭찬했고.

       특히 2화의 마지막 장면에선 극찬했을 정도.

       

       ‘대체 어떻길래 그러지?’

       ‘그냥 호들갑 떠는 거 아냐?’

       

       그런 의문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그로부터 한달.

       

       모두의 관심 속에 방영된 태양을 숨긴 달 1화.

       그 결과는 본래 태숨달의 시청률을 알고 있던 서연조차 놀라게 만들었다. 

       

       1화의 시청률은 25%.

       이것은, 본래 태양을 숨긴 달이 달성했던 기록보다 무려 8퍼센트가 높은 수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언제나 재밌게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 아 이거 노피아 폰으로 수정하면 문장이 겹치거나 잘리거나 자동완성되어 이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던데 난리내요. 퇴고를 오늘 폰으로 했더니… 재차 확인했으나 혹시 또 오류가 있는 부분이 발견되실 경우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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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to Be a VTu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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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I definitely just wanted to be a VTube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had become an 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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