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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 * *

       

       

       

       연합군의 밀정. 어둠의 대한독립군. 독립군 중 일제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으며, 연합국의 승리에 일조한 인물. 

       

       각종 명언을 남겨 21세기 한국인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은 모전구 선생.

       

       분명 초기에는 시베리아 출병에 참전하는 인물인데. 그 역사가 사라졌으니 바로 주재 무관으로 오게 된 건가.

       

       다른 열강도 그렇고 근본도 없이 네임드들을 보내는 거 보면 어지간히도 이번 내전을 심각하게 보는 거겠지.-라고 보기에는 무타구치는 이때, 진짜 그럴 짬이 아니잖아.

       

       솔직히 임팔작전만 아니었으면 그리 유명하지도 않았을 텐데.

       

       일본 측 관료들은 무타구치 렌야를 제외하면 다들 순진한 외교인 상이지만, 저걸 있는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일본은 확실하게 위험하다.

       

       백군이 좀 덩치 큰 계란이면 그 새끼들은 한번 시베리아 노려보려 할 수도 있다.

       

       이놈들은 그런 놈들이니까. 조금이라도 러시아가 먹음직스러우면 바로 군부가 폭주해 버릴 수도 있거든.

       

       그러니 따질 건 따져야지.

       

       

       “주재 무관은 아닐 텐데?”

       

       

       뭔가 같이 있는 일본 외교관들도 뭐라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니들이 그러면 안 되잖아.

       

       

       “어, 그것이 저.”

       

       

       일본군 지원이 왔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다.

       

       군대를 보낼 수 없고, 그래도 한번 백군 꼴은 봐야 하니 미군을 뒤따라온 건가.

       

       그러고 보니 후일 소좌 계급일 때, 캄차카반도에 잠입해서 홀로 정탐 활동 했었잖아.

       

       설마 여기에서?

       

       잠입이랍시고 여기까지 왔다가 나한테 들킨 건 아니겠지.

       

       아니지. 그 모전구다.

       

       일본인은 그렇게 관음하는 민족이 아니라며 당당히 백군의 사정을 낱낱이 살펴보겠다. 그거 아닌가?

       

       어느 쪽이든 이 사람은 적일 거 같지는 않거든.

       

       나는 렌야의 어깨를 툭툭 쳐줬다.

       

       

       “무타구치 렌야. 눈이 나중에 큰일을 해낼 관상이네. 열심히 하게.”

       “감사합니다!”

       

       

       무타구치 렌야는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우리의 무타구치 렌야는 열심히 해 줘야지.

       

       이 세계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이 사람은 업적을 보면 달라진 역사에도 커다란 걸 터트릴 상이니까.

       

       자, 그럼 가야하는데.

       

       

       “참모장. 백군은 얼마나 결집하였습니까?”

       “네. 자그마치 180만이 넘는 군대가 언제든지 모스크바로 진군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실제 역사의 백군 사정을 생각해보면, 딱히 소련처럼 징집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어마어마하다.

       

       소련은 어떨지 모르겠네.

       

       

       “그럼 갑시다.”

       

       

       어느덧 이 몸으로 지낸 지도 몇 년이 지났다.

       

       얼른 이 빌어먹을 내전을 끝내야지.

       

       그리고

       

       내부 단속을 위해서라도 시장을 통제하면서 대공황의 피해는 받지 않는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

       

       

       

       * * *

       

       

       소련 모스크바.

       

       

       백군의 군홧발이 한 걸음 한 걸음, 소련의 영내에 들어와 붉은 역병을 정화할 때마다 이 사탄의 무리는 괴성을 질러대기 바빴다.

       

       적화가 그리 멀지 않았었는데. 빌어먹을 황녀 하나의 존재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혁명의 완성이 무너져 내렸다.

       

       안 그래도 최근 개혁이 황녀의 것과 비슷하다고. 너희 소련이 있는 의미가 있냐. 군대만 징병하지 않냐 이런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럴 때, 백군은 놓치지 않고 그 틈을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이 반동 놈들은 남쪽과 동쪽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심지어 적군에 그리 털린 유데니치 역시 핀란드에서 핀란드놈들과 함께 페트로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를 노리고 있었다.

       

       

       “반동 놈들이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습니다.”

       “레닌 동지. 유데니치의 군대는 방어할 수 있을 듯하지만 남러시아의 안톤 데니킨, 검은 남작의 군대가 모스크바로의 진격은 막을 수 없습니다.”

       “젠장.”

       

       

       레닌은 이를 악물었다.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면서 얼마 없는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트로츠키도 다를 건 없었다.

       

       평소에도 과격한 트로츠키는 이를 악물고 혼란에 빠진 당원들을 훑으면서 이를 갈았다.

       

       제 잘못은 여전히 생각하지 않는 듯.

       

       반면 스탈린은 평온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것같이 가만히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차르 일가 처형을 시작으로 모든 것이 꼬여 버렸다. 

       

       당장 승리해야만 하는 큰 전투마다 패배했다.

       

       예카테린부르크 전투, 차리친 전투, 우크라이나 키예프 전투. 백군 세력에게는 연전 연패를 하는 것이 적군이고, 그나마 서방공세로 발트국가를 상대로만 깡패짓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빌어먹을. 시간조차 없다는 말인가.’

       

       

       스탈린은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게 다 트로츠키놈 탓이다.

       

       아니지. 황녀의 움직임이 생각보다도 너무 빠르다.

       

       마치 스탈린 본인이 권력을 장악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원래 스탈린의 계획은 이러했다.

       

       몇 번이고 죽을 쑨 트로츠키를 축출한다.

       

       그리고 레닌의 이름으로 열강들에게 더 많은 이권을 넘겨줘서라도 지원 또는 중재를 받아 휴전을 한다.

       

       그다음 다시 레닌을 제국주의자들에게 영혼을 판 매국노로 만들어 새로운 혁명으로 끌어내리고. 자신만의 소비에트를 세운다.

       

       이게 본래의 계획이었다.

       

       비록 러시아의 많은 것을 잃게 되는 일이지만, 조지아의 인간 백정에겐 그렇게 얻은 자리라도 가지고 싶었다.

       

       어차피 나중에 저 식민제국들이 무너지면 힘을 모아 전부 되찾으면 되니까. 그렇기에 최대한 뛰어나 보이는 붉은 군대의 중추들도 같은 편으로 포섭했고. 제정 시절 장교들 역시 스탈린은 회유하기 위해갖은 당근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황녀가 너무 빨리 움직여 버렸다.

       

       이렇게 되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모스크바를 끝까지 방어해내면서 저들 백군의 기세도 한풀 꺾어 버리고 휴전협상을 하는 것.

       

       열강의 지원을 뺀다면 아직 기반은 소련이 더 나았다.

       

       그것을 기반으로 성장하면 된다.

       

       

       ‘이 꼬락서니를 보면 가능할지도 미지수지만.’

       

       

       어차피 도박이다.

       

       애초에 혁명자체가 여기까지 이어질 거라 스탈린은 긍정적으로만 보지도 않았으니까.

       

       이렇게 대책 논의도 힘든 놈들 천지라 그 도박조차도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그래. 어쨌든 방어는 해야겠지.

       

       지금 소련에게 남아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 이 점을 활용해야 한다.

       

       비록 남러시아가 황녀의 수중에 넘어갔다지만. 아직 러시아의 중심지. 유럽러시아 중심지는 소련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동원할 수 있는 인구도 많다는 소리.

       

       그러자면 이렇게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다.

       

       황녀가 이렇게 빠르게 온다면.

       

       이쪽은 머릿수라도 최대한 많이 동원해야 한다.

       

       이렇게 떠들 틈이 없다.

       

       

       “레닌 동지. 이럴 때가 아닙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복수에 미친 황녀가 반동들을 끌고 모스크바까지 진격해 오고 있습니다. 황녀의 분노를 막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스탈린 동지. 우리에게는 무기가 부족합니다.”

       

       

       맞다. 무기가 부족하다.

       

       공장을 어떻게든 무기를 생산하며, 돌리고 있지만, 힘들었다.

       

       실제 역사에서도 러시아는 당장 전쟁할 때도 열악한 사정 때문에 무기를 다른 나라를 통해 생산한 적도 있고.

       

       

       지금의 적군. 소련은 실제 역사보다 열악하며 그 어디에서도 도움을 줄 곳도 없고 무기 사정은 심하게 좋지 못했다.

       

       전차라는 것도 만들어 본 것이 없는 건 아닌데. 그걸 얼마나 굴릴 수 있을지 알 수도 없다.

       

       제국 공군의 항공기도 좀 흡수했지만, 공군이라고 하기에도 창피한 수준이다.

       

       지휘관 부재도 심각했다.

       

       제정 시절 장교들을 많이 포섭했으나 그뿐이었다.

       

       전쟁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장군들은 여전히 중립을 지키거나 볼셰비키의 폭압에 못 견뎌 백군으로 도망쳤다.

       

       그래.

       

       그렇게 사정은 좋지 않지만 유일한 이점이 있으니 그게 바로 머릿수.

       

       당장 백군의 점령지가 늘어날수록 저쪽 세력도 불어나고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아직 볼셰비키는 어디에든 있다.

       

       이 말인 즉, 치안 유지를 위해서도 백군은 병력을 나눌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이쪽은 모스크바 하나에 힘을 응집한다면?

       

       뒤에서 볼셰비키가 사보타주도 하면 완벽할 터.

       

       

       “대신. 썩어 넘치는 인구수가 있네. 레닌 동지. 노동자들이 제 목숨을 초개처럼 버려가면서, 저들의 탄환이, 포탄이 다 떨어질 때까지 버텨 낸다면 승산은 있습니다.”

       “확실히.”

       

       

       쾅!

       

       레닌이 원탁을 주먹으로 때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몹시도 붉었다.

       

       처음 혁명을 위해. 볼셰비키를 모으기 위해서 민중 앞으로 나아가 연설을 했을 때보다 훨씬 더.

       

       분노로 점칠된 그는 핏줄이 솟은 눈으로 스탈린을 노려봤다.

       

       

       “인민들을 저들의 미끼로 던지자는 건가?”

       “어차피 파업도 붉은 군대로 진압했고 수천 명을 강에 던지기도 했습니다. 그 시신이 여전히 강가에 불어 터져 있는 마당에, 그게 뭐가 문제겠습니까?”

       

       

       소비에트는 파업을 일으킨 좌파 노동자들을 피로 진압했다.

       

       피의 일요일을 재현하듯. 그들은 철저하게 총탄 아래에, 노동자를 위한 소비에트에 의해 죽어서. 강에 버려졌다.

       

       지금, 이 아나스타샤가 살아 있는 역사가 아닌, 실제 역사에서도 이러한 학살의 기록은 남아 있었다.

       

       

       “파업은 진압했어야 했네!”

       “레닌 동지. 솔직해지셔야 합니다. 애초에 혁명을 이루고자 하면 대를 얻기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합니다.”

       

       

       스탈린은 레닌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 소비에트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피를 어느 정도 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소비에트에 반발하는 자의 피는 분명히 필요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백군을 이기기 위해서는 소를 희생해야 한다.

       

       인민들을 저들의 총탄이 다 떨어질 때까지 밀어 넣으면 된다.

       

       믿을 건 그것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이건 황녀를 상대로 꽤 유효한 전략이 될 거다.

       

       상대는 제국을 부활시킬지도 모를 로마노프의 마지막 황녀.

       

       방계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지금 정통성은 아나스타샤 외에는 없다.

       

       그런 아나스타샤가 자기 신민들을 죽인다.

       

       이것은 소련처지에선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탈린은 그 점을 콕 집었다.

       

       

       “여기에 황녀가 직접 선두에 있다면, 스스로 자기 신민을 죽이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백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황녀는 분명히 나올 거다.

       

       스탈린이 보는 아나스타샤 황녀는 그렇다.

       

       우크라이나 전선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모스크바 전투에서는 반드시 나타나겠지.

       

       

       “죽자 살자 황녀와 싸우게 된다는 소리로군.”

       “스탈린. 머릿수로도 한계가 있네. 결국, 밀리기는 할 거야.”

       

       

       좋은 분위기에 트로츠키가 푹 찌르고 들어왔다.

       

       그래. 틀린 말도 아니었다.

       

       결국 밀리기는 한다. 머릿수가 많기는 해도 아주 압도적인 게 아니니까.

       

       하지만 여전히 스탈린은 방법이 있었다.

       

       이번 모스크바 전투를 위해 황녀가 직접 움직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내가 그걸 모르겠나? 레닌 동지 여기에. 황녀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저들 사기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중요합니다.”

       “스탈린. 무슨 소리인가?”

       “저놈들의 군세가 모스크바로 밀려올 때, 우리 적군 기병대가 뒤로 움직여 황녀를 잡기만 한다면?”

       

       

       그래. 일종의 도박이다.

       

       지금까지 잘도 암살 위협에서 벗어났겠지만, 만일 계획에 성공해서 황녀를 붙잡을 수만 있다면. 그때는 백군의 구심점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것이 스탈린이 계획한 사실상 소비에트의 마지막 역전 계획이었다.

       

       

       “그래. 가능성이 있군.”

       “전세를 뒤집을 수 있겠어.”

       

       

       그러자면 결국 이번에 편성한 적군 기병대의 활약이 중요하다.

       

       특히 로마노프에 한 맺힌 자들로만 꾸린 이 기병대가 부디 일을 제대로 해 주길 바랄 뿐이다.

       

       

       “부됸늬 자네의 적 기병대의 활약이 중요하네.”

       “이번에는 확실히. 내 목숨을 걸고 황녀를 잡아보겠습니다.”

       

       

       부됸늬는 우크라이나의 치욕을 잊지 않았다.

       

       운게른의 아시아 기마사단에 당한 그 치욕을.

       

       하여 반드시 이기고자 붉은 군대에서 가장 강력한 기병대를 꾸렸다.

       

       다른 군대라면 몰라도 카자크와 함께 부둥켜 살던 자기 기병대가 질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럼 모스크바 방어군은 사령관은 미하일 프룬제 동지가 맡으시오.”

       “예. 동지.”

       

       

       미하일 프룬제는 알렉산드로 예고로프의 패잔병을 수습하고. 그나마 추격해 오는 백군을 격퇴한 공이 있어 모스크바 방어를 맡게 되었다.

       

       그렇게 모스크바 전투는 막이 오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품 성적 때문에 적백내전만 끝내려는 빠른 전개를 위해 무타구치 렌야도 주재무관으로 만들고 일본쪽 배경을 설명하려 했습니다만…

    성적은 나쁜 편도 아닌 거 같아, 주재무관은 빼기로 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그는 시베리아 침공 이후에 프랑스 주재무관으로 갔습니다.

    시간은 옆동네와 맞춰볼까하는데 저녁이나 오전쯤 1회연재가 좋을 거 같기도 하고…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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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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