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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정말 있을까?”

       

       

       며칠 뒤, 수영 수업이 끝난 직후.

       

       아멜리아가 불안한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정말로 빌런이 등장할까, 의문스러운 표정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히 있을 테니까.”

       

       “그, 그런가···?”

       

       

       그야 당연히 없을 수가 없지.

       

       작가님이 여기에 있다고 했으니까.

       

       

       [서비스 씬과 주인공의 고뇌가 한 번에···! 에, 에헷.]

       

       

       저거 봐.

       

       벌써 무슨 장면이 나올까 기대하고 있잖아.

       

       여기에 빌런이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으음, 그렇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반응이 없네요.”

       

       

       손에 쥔 탐지기를 툭툭 건드려보았다.

       

       탐지기라고 이름 붙기는 했지만, 한 손에 들어올 법한 동그란 구체.

       

       도무지 탐지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게 마나를 탐지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능력을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

       

       아주 시끄럽게 울리더라.

       

       거리가 있는데 너무 민감한 거 아니냐, 하고 부장에게 물어봤더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학생들이 만든 거라 성능이 별로 좋지 않아요! ···라던가.

       

       그래서 비밀통로는 발견하지도 못하고 창고에 짱박혀 있었던 거구나.

       

       아니, 도대체 왜 쓸데없는 곳에서 현실적인 건지 모르겠네.

       

       설마 작가님이···?

       

       성능이 좋았으면 비밀의 방을 찾아내기 쉬워져서 작가님이 강제로 너프를 먹인 걸까?

       

       아니, 작가님이 거기까지 생각했으려나.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그런데 너는 신경 안 써?”

       

       “···네? 뭐가요?”

       

       “아니, 남자들한테 몸 보이는 거 말이야. 시우랑 그 빌런.”

       

       

       아.

       

       뭘 이야기하나 했더니.

       

       그걸 말하는 거였구나.

       

       

       “신경 안 써요.”

       

       “왜?”

       

       “···비밀이에요.”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남자가 남자한테 몸을 보여주는 게 부끄러울 리가 있나.

       

       저번처럼 대놓고 밖에서 노출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알몸도 아니잖아. 레오타드 입고있다고.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여자다.

       

       아멜리아에게 이런 말을 해봤자 이해하지 못할 게 뻔했다.

       

       이럴 때는 표적을 바꾸는 게 최고지.

       

       

       “아멜리아 양은요?”

       

       “어? ···나?”

       

       “네. 저는 그렇다 치고, 아멜리아 양은 거부감이 있을 텐데요.”

       

       

       나는 원래 남자였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애는 여자잖아.

       

       설마 아무리 그래도 작가님이 TS히로인으로 만들었을 리는 없고.

       

       

       “나도 신경 안 써.”

       

       “···?”

       

       “그야, 범인을 잡기 위해서인걸.”

       

       [오오. 히로인의 귀감.]

       

       

       작가님과 내가 그녀의 다짐에 감탄했다.

       

       역시 히로인이다 이건가.

       

       부끄러움을 참으며 빌런을 잡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그 모습, 아주 좋아.

       

       그대로만 가줘.

       

       

       -삐이이이이익! 삐이이이이익! 삐이이이이익!

       

       

       “이건···!”

       

       “아하. 아무래도 온 것 같네요.”

       

       

       아멜리아와 떠들다 보니 어느새 다른 학생들은 빠져나가고, 정적이 감도는 탈의실.

       

       도대체 언제쯤 올까, 지루해지려던 찰나 손의 탐지기가 시끄럽게 울었다.

       

       아니, 진짜 시끄럽네. 귀 아파.

       

       ···이걸 그냥 보관하고 있었다고?

       

       버리지 않은 게 용한 수준인데.

       

       뭐, 효과는 확실했다.

       

       듣지 않으려고 해도 강제로 귓가에 처박아 줄 수 있는 소리였으니까.

       

       당연히 그 소리를 들은 유시우가 남자 탈의실에서 급하게 들어왔다.

       

       

       “버, 범인! 범인은 어디에···!”

       

       

       ···숙맥이네.

       

       아멜리아와 나를 바라본 유시우가 고개를 황급히 돌렸다.

       

       발갛게 물든 귀가 주인공이 고개를 돌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여체에 약한 거 아냐?

       

       아멜리아가 몸매가 좋은 편이긴 하지만, 저렇게 보자마자 얼굴이 붉어지다니.

       

       아카데미 소설의 주인공은 여자를 후리고 다녀야 하니까 여체에 익숙해져야 하거늘.

       

       

       “글쎄요. 여기에 있는 건 확실한데. 찾아보시겠어요?”

       

       “내, 내가?!”

       

       “네에. 그 직감으로.”

       

       “하, 하지만 내 능력은 공격받지 않으면 능력은 발동하지 않는데.”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슬슬 능력이 성장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벌써 세 번째 사건이라고.

       

       마수 습격, 스파이 침입, 그리고 지금.

       

       사건을 빼고 서비스 씬이나 수업 내용까지 포함하면 더 많겠지.

       

       슬슬 주인공이 파워업하지 않으면 독자들이 지루해할 무렵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아니요. 그렇다면 시우 군의 능력은 위기 감지여야 해요.”

       

       “···어?”

       

       “그 능력이 직감이라고 이름 붙은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닌가요? ···자아, 집중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거에요.”

       

       [···! 주인공 강화 이벤트!]

       

       

       그래.

       

       작가님도 척하면 척이네.

       

       내 능력으로는 찾을 수 없다고 포기하는 주인공이 조언을 듣고 파워 업.

       

       정석적인 각성 이벤트라고.

       

       굳이 세세한 조언을 할 필요는 없다.

       

       작가님이 알아서 보충하겠지.

       

       

       [···어라?]

       

       “무슨 문제라도···?”

       

       

       누구에게 콕 집어서 말한 건 아니었다.

       

       유시우는 눈을 감은 채로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고, 작가님은 의아한 듯 목소리를 내고 있었으니까.

       

       

       [아뇨, 그게. 능력이···? 어라?]

       

       “···?”

       

       

       뭐야, 왜 말을 하다가 말아?

       

       능력이 뭐.

       

       어떻게 해야 티가 나지 않게 작가님을 향해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사람 궁금하게 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눈을 뜬 시우가 검을 허공에 휘둘렀으니까.

       

       

       “···거기냐!”

       

       

       -카앙!

       

       

       허공에 휘두른 검은 자연스럽게 허공을 갈라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휘두른 검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심지어, 철과 철이 맞닿는 듯한 소리를 낸다면?

       

       이 상황에서 의미하는 바는 어렵지 않았다.

       

       주인공이 빌런을 찾아냈다.

       

       

       “어떻게···! 내 은신은 완벽하다! 냄새도 완벽하게 제거했어! 시각으로도 확인은 불가능할 텐데!”

       

       

       잔뜩 당황한 빌런이 크게 소리쳤다.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아카데미까지 뚫고 들어왔는데 고작 학생한테 막혔으니까.

       

       

       “아하하. 시각도 후각도 아니니까요?”

       

       “그게 무슨···!”

       

       

       말 그대로.

       

       유시우의 능력은 주인공치고 심심한 편이다.

       

       화려하지도 않고, 몸을 순간적으로 강화할 수도 없으며, 폭발적인 화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지.

       

       하지만 그의 능력은 성장하면 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촉각, 미각, 시각, 청각, 후각.

       

       사람이 느끼는 다섯 가지의 감각 외에도 유시우에게는 또 하나의 감각이 있다.

       

       그게 바로, 직감.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감각을 느끼는, 여섯 번째 감각.

       

       육감. 식스 센스. 그렇게 불러도 좋겠지.

       

       그는 두 눈으로 보지 못해도, 냄새를 맡지 못해도, 손으로 만져보지 않아도, 맛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무언가를 감지해 낼 수 있었다.

       

       언젠가 성장한다면 미래 예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엄청난 능력이 되겠지.

       

       아마 빌런들에게는 악몽 같은 모습일 거다.

       

       아무리 공격해도, 어떻게 기습해도 간파하고 피한다니.

       

       수수하지만 무서운 능력이야.

       

       ···그리고, 그 능력이 지금 강해졌다.

       

       사람의 오감을 속이는 능력은, 유시우에게는 통하지 않아.

       

       

       “크···! 젠장!”

       

       

       잔뜩 짜증을 낸 그가 순식간에 모습이 감추었다.

       

       ···우와아, 카멜레온이라더니 진짜로 안 보이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까? 아니면 이미 움직여서 이동했을까?

       

       보이지 않는 모습에 감탄하던 무렵, 다시 유시우가 움직였다.

       

       

       “커흑?!”

       

       “···보이지 않아도, 거기 있다는 건 알 수 있어. 숨어도 소용없다.”

       

       [크흐···! 멋있어! 더! 더 멋있는 말 해줘!]

       

       

       아잇, 진짜.

       

       집중 깨지게.

       

       영화 보는데 옆에서 잔뜩 난리를 치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네, 네노옴···! 위버멘쉬의 위대한 능력이, 고작 너 같은 애송이에게···!”

       

       “···위버멘쉬?”

       

       [아. 그러고 보니 주인공한테 슬쩍 알려주는 걸 깜빡했다···.]

       

       

       야?!

       

       ···새, 생각해보니 나도 까먹었어!

       

       라이라는 자기 조직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잖아.

       

       위버멘쉬라고 부르지 않았다.

       

       조직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망했다···!

       

       

       “너, 그 모습···. 카멜레온인가?”

       

       “그래. 위버멘쉬의 위대한 힘이지. 흥미가 있나?”

       

       “아니, 비슷한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말이야. 그녀는 늑대였지만.”

       

       

       휴, 휴우···.

       

       유시우가 똑똑해서 다행이다.

       

       아무래도 라이라가 동물로 변하던 모습을 봐서 그런가, 라이라와의 연관성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늑대···? 아, 그래. 신입으로 들어온다던 녀석. 아카데미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죽었다던데. ···네가 죽였나?”

       

       “···.”

       

       “···비록 본 적은 없지만, 위대한 힘을 계승 받은 자를 죽인 너를 살려둘 수는 없겠군.”

       

       

       푸흡.

       

       아, 자, 잠깐만.

       

       웃을 뻔했어.

       

       계, 계승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억지로 집어넣었던 설정이 생각나잖아.

       

       뭐였더라.

       

       조상이 웨어울프랑 그···걸 해서 태어난 아이들의 후손?

       

       그 와중에 라이라가 늑대 수인이라 더 웃겼다.

       

       우, 웃으면 안 돼. 지금 중요한 장면이라고.

       

       어떻게든 웃음을 참아내고 다시 싸움을 지켜보았다.

       

       

       “죽어라···!”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빌런이 유시우의 등 뒤에 나타났다.

       

       우왓, 빨라.

       

       ···뒤에서 베어낼 생각인가?

       

       혹시 몰라 미리 풀어둔 실을 쏘아낼 준비를 했다.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그러나 실을 쏘아낼 필요는 없었다.

       

       뒤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로, 유시우가 몸을 회전시켜 그의 옆구리를 발로 후려쳤으니까.

       

       초인은 분명히 평범한 인간보다 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무적은 아니지.

       

       저 정도로 마나를 실어둔 채로 저렇게 후려치면, 아무리 초인이라 한들 치명상이다.

       

       우와아, 저거 내장 터진 거 아냐···?

       

       

       “크학?!”

       

       “말했잖아, 아저씨.”

       

       

       마나가 잔뜩 실린 발차기를 무방비하게 얻어맞은 탓일까.

       

       무릎을 꿇은 채로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하는 카멜레온 수인의 목에 검을 들이대며, 유시우가 작게 읊조렸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니까? ···아무리 빨리 움직이려고 해도, 어디로 올지 다 보인다고.”

       

       

       작가님이 잔뜩 흥분해서 내게 속사포처럼 떠들어댔다.

       

       아, 젠장.

       

       시끄러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르테의 능력을 풀전개하고 싶은 욕망을 참았어요

    시우도 활약해야지···.

    아직은···때가···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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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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