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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0

       ‘방아 찧기’는 고무망치로 지렛대를 내리쳐 공을 얼마나 오랫동안 공중에 띄우는지를 겨루는 게임이었다. 이런 시합에는 당연히 우리 서커스단에서는 힘이 제일 좋은 우몬이 나섰다.

         

       “크와아아!”

         

       그는 엘라가 시킨 대로 두 팔을 들고 울부짖으며 걸어 나갔다. 상대가 위압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우몬은 상당히 쑥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그는 지렛대와의 거리를 가늠하며 조심스럽게 그 앞에 섰다.

       이 게임은 단순히 망치만 세게만 휘두른다고 다가 아니었다. 공을 정확히 수직으로 솟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솟아오른 공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순간, 다시 망치로 지렛대를 내리쳐 공을 또 날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는 그것을 게임 종료 시점까지 계속해 반복할 수 있었다.

       즉, 이건 공과 망치로 하는 일종의 널뛰기 혹은 제기차기라 할 수 있었다.

         

       우몬의 힘은 엄청났지만, 공이 제자리에 떨어지도록 하는 기술은 아직 그에게 무리였다. 그의 첫 망치질에 튕겨 올라간 공은 90도에서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각도로 나아갔다.

         

       공이 떨어지는 궤도는 지렛대에 걸쳐져 있었지만, 그는 두 번째 망치를 휘두르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다간 공이 옆으로 튕겨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내린 판단이었다. 우몬은 음향실을 통해 내 지시를 듣고는 잠깐 망설이더니 망치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이 바로 드러났다.

         

       두 번째 망치를 휘둘러서 제대로 공을 띄운 사람은 10명 중 3명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망치를 휘둘렀음에도 타격점이나 타이밍이 빗나가서 괜히 공의 체공 시간만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덕분에 우리는 첫 번째 게임에서 4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엘라 누나와 레이나 누나는 이걸 어떻게 1분 동안 계속 띄운 거지?”

         

       우몬은 게임 시작 10초 만에 바닥을 통통 튀며 굴러다니는 자신의 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공은 특정 높이까지 솟지 못하는 순간부터 시간 측정이 종료되었다.

       결국 게임 종료 호각을 불 때까지 공을 기준점 이상으로 공중에 머무르게 한 사람은 10명 중 2명밖에 없었다. 그 두 사람의 승부는 망치를 휘두른 횟수가 더 적은 황금 카니발 소속 단원의 승리로 결정되었다.

         

       사람들은 그 둘을 향해 갈채를 보냈다. 그만큼 두 사람이 보여준 기술은 완벽했다. 그러나 일부는 4등인 우몬을 주목하기도 했다.

         

       “생긴 건 무식하게 생겼는데 판단은 날카롭군.”

       “그러게. 보통 다들 일단 휘두르고 보는 데 말이야.”

       “각도도 아까웠어. 우리 쪽 수습 놈들은 첫 망치에도 타점을 못 잡는 애들이 대부분인데.”

         

       우몬은 자신을 향해 수군대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척했지만, 어깨가 으쓱거리는 건 감출 수 없었다.

         

       “4등이면 잘한 거죠?”

       “물론이죠. 훌륭했습니다.”

       “헤헤.”

         

       나의 칭찬에 우몬은 어린애처럼 웃음을 흘렸다. 물론 그것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우리뿐이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마 피에 굶주린 미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학생들이 강당 한쪽을 정리하는 동안, 반대쪽에서는 다음 게임이 준비되었다.

         

       “다음 차례는 ‘자책골 키퍼’입니다! 각 팀 선수들은 준비해주십시오!”

         

       용수철의 탄성력을 싣고 날아오는 공을 제자리에서 받아내면서 밀려나지 않아야 하는, 엘라가 신입생 선발 시험에서 첫 번째로 치렀던 그 게임이었다. 땅재주에 관한 기구였으므로 트라이머리 형제가 나갈 준비를 했다.

         

       나는 강당 무대 위에 설치된 현황표를 살폈다. 현재까지 탈락자는 총 5명으로 모두 2번 경기장에서 나온 것이었다. 엘라는 물론이요, 다른 경기장으로 간 빨간색 말들 역시 모두 무사했다. 다들 클라라의 계획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무대 쪽으로 다가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황금 카니발의 단장인 지몬 마기어였다.

         

       “아이템을 구매하겠소.”

         

       그의 선언에 관중들이 웅성거렸다. 동전 10개를 얻자마자 아이템을 구매하는 과감성에 다들 놀란 것이다. 앞으로 게임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바로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단원들의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수십 개의 아이템 항목이 적힌 룰렛 판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다 어느 순간,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와 한 번 겨뤄본 적이 있던 나는 그의 실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원더스타인의 동체 시력과 스킬북의 기술을 가진 나와 대등한 승부를 펼쳤던 그였다. 아마 원하는 아이템을 정확히 노리고 움직인 것일 것이다.

         

       그는 멈춘 룰렛이 가리키는 지점을 보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사회자는 그곳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 소리쳤다.

         

       “황금 카니발이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금지구역 설정’이군요! 10개 경기장 중 한 곳의 타일들을 전부 5분 동안 검은색으로 바꿔버리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이템을 바로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는 객석에 앉은 그의 팀원들을 향해 수신호를 보내고는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답했다.

         

       “물론이오.”

       “그럼 사용하실 위치를 선정해주세요!”

         

       로드 판타스틱은 뭔가 고심하는 척하더니 손을 들어 무대 위에 걸린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은 말들이 가장 북적거리고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음향실을 통해 이 사실을 클라라에게 알렸다.

         

         

       ***

         

         

       엘라는 클라라가 전해준 소식에 경악했다.

       금지구역 설정이라고?

       그건 그렇게 좋은 아이템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 경기장에서 3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몰려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서 탈출하는 게 좋겠어! 앞뜰 방향으로!

       -오케이, 선배!

         

       클라라의 지시에 따라 그녀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을 날린 순간, 단색으로 칠해져 있던 바닥에 검은색 숫자가 떠올랐다.

         

       60.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기 시작했다. 59, 58, 57…….

       그제야 다른 선수들도 뭔가 일이 터졌음을 알아차렸다.

         

       “바닥 좀 봐!”

       “숫자잖아?”

       “검은색?”

       “금지구역이다! 금지구역이 설정됐어!”

         

       선수들은 혼비백산하여 앞다투어 경기장 밖으로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았다. 서둘러 다음 타일로 몸을 옮기려다 다른 선수들과 몸을 부딪쳐 엉뚱한 타일을 밟거나, 상대의 움직임을 피하려다가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등의 사태가 속출했다.

         

       “뭐야! 젠장! 왜 거기서 튀어나와?”

       “내가 하고 싶은 소리다!”

       “야! 안 비켜? 나 거기 돌담을 넘어야 한단 말이다!”

       “젠장! 이쪽으로 나가면 되는데, 뱀 새끼들이!”

       “이봐! 계단 조심하라고! 우왓!”

         

       탈락자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사회자가 그들의 팀과 이름을 빠르게 외쳤다. 그 수는 클라라가 처음 계획했던 사냥 목표치를 순식간에 상회했다.

         

       그러나 엘라는 기뻐할 수 없었다. 그들이 잘못 밟은 ‘다른 팀 타일’에는 빨간색도 있었다. 탈락이 선언된 시점에서 탈락자는 자신이 밟은 타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즉, 그들이 탈락자로서 그곳을 막고 서 있는 한 그녀는 그곳을 밟을 수 없었다.

         

       “쳇, 이쪽으로 나갈 수밖에.”

         

       엘라는 방향을 바꿔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울타리 건너편에 있는 빨간색 타일 너머로 다른 경기장으로 향하는 통로가 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울타리를 막 뛰어넘으려는 순간, 클라라가 소리쳤다.

         

       -잠깐! 엘라, 그쪽은 안 돼!

       -뭐?

       -함정이야!

         

       엘라는 재빨리 발가락 끝에 힘을 주고 몸을 멈춰 세웠다.

         

       “이익!”

         

       먼지가 피어올랐다. 아슬아슬하게 타일 가장자리에서 멈춰 선 그녀는 반사적으로 바닥을 살폈다. 진하게 변한 타일은 누군가 밟아서 한 번 색이 변했다는 뜻이었다. 붉은색 타일 사방에는 두 개의 진한 타일이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자신이 밟으려던 타일에서 몇 칸 떨어진 곳의 노란색 타일을 누군가 밟으면 연쇄 작용으로 자신이 밟을 타일이 진한 타일 4개에 둘러싸여서 ‘2번 규칙’에 의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노란색 타일에서 몇 칸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점프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아차렸다. 바로 레이나였다. 그녀는 엘라가 울타리를 넘는 순간, 노란색 타일로 뛰어들어 연쇄 작용으로 그녀의 발판을 없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게!”

         

       엘라는 분통을 터트렸다. 그녀는 통신을 통해 황금 카니발 쪽에서 금지구역 아이템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레이나가 사라진 것은 그녀가 객석에서 신호를 받고 미리 빠져나가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렇게 기둥 뒤에 숨어서 자신을 저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엘라!

       -응!

         

       엘라는 재빨리 허리를 돌렸다. 레이나를 원망할 수 없었다. 이 시합은 그런 게임이었다. 자신도 몇 명을 탈락시켜버리지 않았던가? 일단 여기서 탈출하는 게 먼저였다.

         

       그러나 탈출할 경로가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여기로 달려오는 동안 그녀는 이미 최단 거리의 빨간색 타일을 몇 개나 소모했다. 다른 탈출 통로로 가려면 가장자리를 빙 둘러서 가야 했다. 그나마도 다른 선수들이 경로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느라 빠르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은 이제 40초밖에 남지 않았다.

         

       -엘라, 계단을!

       -알고 있어!

         

       그녀는 아까 자신이 탈락자 3명을 만든 대계단을 향해 달렸다. 발판의 중심부를 정확히 밟지 않으면 계단의 모든 발판이 기울어져서 경사가 만들어지는 그곳이었다.

       원래라면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건너야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얍!”

         

       그녀는 계단을 한꺼번에 다섯 개 건너뛰어 몸을 날렸다. 계단에서 미끄러져 땅바닥에 우두커니 서 있던 탈락자들은 그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저, 저런!”

       “미쳤나?”

         

       엘라도 그들과 같은 생각을 했다. 청강을 듣는 동안 자주 다녔던 길이지만, 그때와 달리 바닥에는 기름이 잔뜩 발라져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믿었다.

       왜냐하면……

         

       -믿고 있습니다.

         

       그가 믿고 있으니까.

       그리고……

         

       -행운을 빌어요.

         

       자신은 오늘 세상 최고의 행운아니까.

         

       팟.

       그녀의 발바닥이 돌계단을 박찼다. 바닥에 깔린 기름방울들이 허공에 튀었다. 그녀를 지켜보던 탈락자들과 관중들이 억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러나 그들이 기대했던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발을 헛디뎠을 때는 바로 비탈길로 변했던 계단이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발판을 박차고 다음 발판을 향해 다리를 뻗었다.

         

       됐다!

       엘라는 아찔한 성취감을 느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지고 말았다. 두 번째로 계단을 밟는 순간, 그녀의 몸이 휘청거렸다.

       동시에 끼긱 하는 소리와 함께 계단의 모든 발판이 기울어지며 미끄럼틀처럼 매끄러운 경사를 형성했다.

         

       층계참까지는 총 12개의 계단이 있었다.

       그녀가 막 발을 디딘 곳은 10번째 발판. 아쉽게도 2개를 남겨둔 지점에서 그녀는 미끄러지고 말았다.

         

       경기장 전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앞으로 넘어지는 순간, 층계참에 있는 빨간색 타일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녀는 그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왼손 검지와 중지만이 간신히 닿았다.

         

       “으이익!”

         

       그녀는 두 손가락에 단단히 힘을 주고 다리를 끌어당기며 몸을 앞으로 굴렸다. 그녀의 몸이 공중에서 공처럼 한 바퀴 빙글 돌았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층계참 위에 쾅 하고 쪼그린 자세로 착지했다.

         

       사방에서 그녀를 향해 갈채가 쏟아졌다. 계단 아래에 있던 탈락자들도 탄복한 눈빛을 보내며 함성을 내질렀다. 그녀는 무려 땅재주의 기술인 ‘앞곤두’를 손가락 두 개로 펼친 것이다. 원래는 두 팔로 하는 것인데 말이다.

         

       “예이! 이 정도야 가뿐하죠!”

         

       그녀는 왼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을 직감했다. 그러나 억지로 태연한 척을 하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응원에 손을 흔들며 호응해준 뒤, 아치문에 서 있는 성 빅터의 동상 앞을 지나 다른 경기장으로 넘어갔다.

         

       반대편 통로에서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레이나는 가만히 엘라가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다가 함정으로 삼으려 했던 노란색 타일을 거칠게 밟았다. 연쇄 작용이 일어나면서 아까 엘라가 뛰어들 뻔했던 빨간색 타일이 사라졌다.

         

       그녀는 곧 뒤돌아 통로 밖으로 사라졌고, 몇 초 뒤, 현관 타일에 떠오른 숫자들이 0으로 변하며 모든 바닥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선수들의 탄식과 함께 사회자는 지금까지 전체 선수의 3분의 1이 탈락했음을 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부니 님, 30코인 후원! 응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은 3일까지는 가지 않았네요..ㅠㅠ… 조금 더 빨리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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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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