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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0

       

        

        

        

        

       “상당히 직설적인 말씀이시군요.”

        

       “불편하셨다면 송구합니다. 직업적 특성 상 번거롭게 돌려 말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

        

        

        

        현장에서 뛰는 군인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 사람은 장교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부사관으로서 십수 년 동안 근무했던 사람이겠지. 실제로 조사한 정보도 그럴 것이었고.

        

        여하간, 나 역시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녹차 잔을 들어올렸다. 뜨겁고 초록색이었다. 티백을 우려낸 형태가 아니라 일종의 말차였다. 쓴 맛이 입 안에 퍼지자 기분이 살짝 오묘해졌다.

        

        맛은 잘 몰라도 정신을 차분하게 만드는 데는 꽤나 괜찮을 듯했다. 잡다한 생각은 쓴 맛때문에 전부 사라질 것 같았기에.

        

        

        여하간, 그렇다면 그가 말한 대로 나 역시도 조금 직설적으로 가볼까.

        

        

        

       “그 용건이 끝이신지?”

        

       “엄밀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만….”

        

        

        

        잠깐의 정적.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덧붙였다.

        

        

        

       “아직 사람들이 붐비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입니다. 더해서 이 방은 해당 층의 가장 깊은 곳에 있어 유동 인구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죠. 외부로 새어나가면 조금 민감한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내용 여하에 따라 이 자리의 존치 여부가 결정되겠군요.”

        

       “그리 심각한 내용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유진 선수는…짧은 시간 동안 쌓아온 방대한 커리어와는 별개로 에이펙스 프레데터 계열 프로계에 발을 디딘 지 얼마 안 되었으니,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일 거라 보장하지요.”

        

        

        

        흐음.

        

        나 역시 짤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감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지만 그 자리를 일어서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 그가 하는 말이 실제로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내 코치로서의 커리어는 화려하다. 아마 이 전적을 들고 가게 된다면 설령 인외마경 그 자체인 북미 프로 구단 쪽이라고 하더라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내가 이쪽 영역의 좋은 부분만을 겪은 것도 사실이긴 했다. 사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좋은 부분만을 겪었기보단 그림자에 해당하는 영역을 여러 방법을 통해 찍어눌러버린 것에 가깝지.

        

        본래라면 코칭 실력 뿐만이 아니라 사내 정치와 달변마저 필요할 정도의 요직을 실력만으로 거머쥔 거니까.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고견을 경청할 시간이다.

        

        

        

       “그렇다면 그 민감한 부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먼저 들어봐야겠군요.”

        

       “기다리던 바입니다.”

        

        

        

        목울대가 조심스럽게 움직이더니, 그는 다시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유진 씨는 왜 북미랑 유럽이 다크 존에서 강세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우수한 인프라 때문이기도 하고, SOF계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자동으로 고급 인력들이 시장에 충원되어서 그렇겠죠.”

        

       “훌륭한 대답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질문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타국 유저들이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마치 팔다리가 하나씩 묶인 것처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까요?”

        

       “흐음.”

        

        

        

        잠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시차 때문은 아니었다. 이에 적응하기 위해 무려 2주라는 긴 시간을 선수들에게 주지 않는가. 아무리 길어도 절반의 시간 정도면 시차 적응은 완전히 끝난다.

        

        같은 이유로 뉴욕 적응 기간이 짧단 것도 그 이유라고 할 수는 없었다. 시차 적응 기간에 일주일이란 시간을 더 얹어준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아주 작은 말조차 나올 필요가 없도록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 선수들 개개인의 컨디션을 최상에 맞게 조정해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질적인 실전 경험 차이라기엔 타국 선수들 역시도 가상현실을 통해 훈련한다.

        

        

        그렇다면 과연 왜일까.

        

        내가 가르친 이들은 왜 날아다닐 수 있을까?

        

        그제야 내 입이 열렸다.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관심을 보이실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케이스 씨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단순하고 일반적인 훈련으로는 결코 겪을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의 대응법, 끈기, 정신적 순수성…요컨대 근육기억으로는 결코 메울 수 없는 몇 가지 요소들의 부재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훈련을 막는 이들까지도요.”

        

        

        

        그러더니 그는 나를 힐끗 보며 덧붙인다.

        

        

        

       “…물론, 유진 선수 및 휘하 프로게이머들은 그런 격차를 메우고도 남는 방대하고도 테크니컬한 상황 대처 훈련을 통해 북미 및 유럽 선수들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했지요. 예상치도 못한 결론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칭찬은 처음 받아보는데, 상당히 인상적이군요.”

        

       “귀관이 시행하는 훈련은 그 정도의 찬사를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본국만 하더라도 유진 선수가 무슨 전술을 사용하는지, 어떠한 커리큘럼을 시행했는지를 분석하는 팀만 세 개가 있을 정도니.”

        

       “그걸 제게 말해줘도 되는 겁니까?”

        

       “3팀 전부 성과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운 진전을 겪고 있단 사실도 덤으로 알려주면 되겠군요.”

        

        

        

        여기서는 과연 쓴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그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잘 몰랐지만,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고 말을 시작했다.

        

        어쩌면 그 말들이 그가 나를 만나고자 한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저는 육상자위대 소속 특수작전군 출신입니다. 전직 특수부대원들이 고비용과 함께 다크 존을 메인으로 하는 프로 구단에 코치 또는 선수로 헤드헌트되는 건 이미 진작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겠죠.”

        

       “겉으로 보기에는 우수한 전력을 충원하는 가장 빠르고 유용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꼭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은 아니죠.”

        

        

        

        마치 마음을 가다듬기라도 하는 듯, 그는 계속해서 녹차를 입에 대었다.

        

        

        

       “사람은 관성의 생물입니다. 특히나 현금이 엮인 일이라면 더더욱. 저를 비롯하여 특수작전군에서 활동하다 스카웃된 선후배들이 코치로서, 선수로서 간간히 뛰고 있음에도 특출나게 우수한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 건…본국의 행동 강령이 굉장히 경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케이스 원툴,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그는 그런 뉘앙스의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재작년과 작년의 우수한 성적으로 인해 빠르게 경직된 에이펙스 프레데터 일본 세션은 새로운 전술 추구 및 발전보다는 현상 유지에 치중하였고, 이는 그조차도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갔다 – 그는 그런 이야기를 내게 덧붙이고 있었다.

        

        

        

       “특수작전군은 매 분기마다 델타와 협력 작전을 뜁니다. 다르게 말하면 이들은 한 나라의 관습과 전통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전력들이란 뜻이죠. 그리고 현재 저를 포함한 그런 이들…요컨대 그 궤가 같은 코치 및 선수들은 일본 프로 구단과 크고 작은 마찰을 겪고 있습니다.”

        

       “괜히 민감하단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군요. 저를 믿으시나요?”

        

       “어중간한 실력의 사람을 초대하지 않은 이유가 있죠. 한국 대표팀은, 그리고 유진 선수는 이런 정보의 공론화 없이도 충분히 상위권을 거머쥘 여력이 있잖습니까?”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네요.”

        

        

        

        사람을 가려가며 하는 이야기라. 맞는 말이다.

        

        실로 능수능란한 대화 조절 실력이었다. 실제로도 케이스가 한 말은 사실이었고 – 구태여 그런 사실을 외부에 퍼뜨리지 않아도 한국 팀은 작년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적을 들고 귀국하게 될 예정이었으니.

        

        아무튼,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귀관의 등장은 본받고 싶을 정도로 실로 예술적인 타이밍이었습니다. 일본은커녕 한국의 고인 물조차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찰나의 시간 안에 주도권을 휘어잡았으니. 확실한 결과 산출을 통해 여론을 빠르게 등에 업은 건 훌륭한 전술입니다.”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실로 그렇습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으니. 그래서 지금은 뒤늦게라도 그러고자 합니다. 여론이라는 가장 날카로운 칼날을 통해 일본 구단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야기해야겠죠.”

        

        

        

        어느덧 잔은 다 비었지만, 그는 꽤나 상쾌한 얼굴로 덧붙였다.

        

        

        

       “만약 귀관이 없었다면, 본국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침몰해갔을 겁니다.”

        

       “본인의 말대로라면, 제 존재로 인해 이번 년도의 일본은 그보다는 훨씬 빠르게 침몰할 텐데요?”

        

       “깨끗하고 빠른 물살은 고여있는 물을 퍼내고 치우기에 실로 적합하지 않겠습니까.”

        

        

        

        두 명의 잔이 완전히 빈다.

        

        서빙 로봇이 잔을 치움과 동시에, 그가 말했다.

        

        

        

       “그러니, 부디 이번 경기에서…확실하게 본국을 박살내주셨으면 합니다. 모두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그리고 나는 픽 웃었다.

        

        입이 열렸다.

        

        

        

       “흐름을 창출하는 건 제 몫이지만, 그곳에 올라타는 것까지는 제가 막을 수 없는 다른 이들의 선택이겠죠.”

        

       “그렇다는 건?”

        

       “결과는 나타날 것이고, 누군가는 그 결과에 편승하겠죠. 저는 케이스 씨가 벌이는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신경쓸 필요도 없는 이야기란 겁니다.”

        

       “그럼 오늘 대화에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거군요.”

        

       “그렇지요.”

        

        

        

        다르게 말하면, 이는 암묵적인 용인이었다.

        

        대화가 끝날 때가 되었다. 나와 케이스는 일어섰고, 그는 내게 가볍게 목례했다.

        

        작게 웃으며 덧붙였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그는 고개를 숙였지만, 미처 입가의 잔잔한 미소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방이 다시 정적에 잠기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째 주변이 좀 많이 부산스럽네요. 굉장히 중요한 분이 개회사를 맡는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그리 신경쓰지 마세요. 머릿속으로 지금 있는 플로어 청사진 그리는 연습이라도 하는 게 더 나을 걸요.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의 경호원이 배치될지 고려해보고, 만약 제대로 잘 맞췄으면….”

        

        

        

        짤막한 정적.

        

        기대어린 눈빛.

        

        

        

       “…글쎄요. 꼬리 만지기권이라도 드릴까요?”

        

       “잠시만요. 여기 근처에 A4 용지가 어디 있지?”

        

       “저 잠깐 관리실 좀 다녀올게요. 청사진이 어디 있을 텐데.”

        

        

        

        그렇다고 진짜 가지는 말고, 이 화상들아.

        

        아무튼, 주변은 시끌벅적했고, 허공에 떠있는 홀로그램 시계는 몇 분조차 남지 않은 오리엔테이션 시작까지의 시간을 타이머로 표기하고 있었다.

        

        사실상 OT라기보단 이를 빙자한 일종의 연회였다. 다들 통일된 복장은 아니었어도 전부 단정한 모습이었다. 물론 이들 전원은 연단 위에 올라와 개회사를 맡게 될 예정인 VIP가 누군지를 추측하고 있었다.

        

        어느덧 진정한 하모니와 다이스 역시도 그 대열에 합류했고.

        

        

        

       “설마하니 대통령은 아닐 거고.”

        

       “뉴욕 시장이라도 나오려나요. 유진 선생님은 뭔가 짐작 안 가세요?”

        

       “….”

        

        

        

        누가 봐도 알고 있지만, 알려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마자 두 명은 곧바로 포기했다. 사실상 나올 사람이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 뉴욕 출신의 상원의원이자, 내후년이면 미국이란 거대한 나라의 조타권을 거머쥘 헨리 양반 말고 누가 있을까.

        

        사실 누가 나올지보다 더 중요한 건 연단 위에서 대면했을 때 그 양반이 무슨 소리를 할지였고.

        

        그리고 머잖아 다이스와 민아도 대강 감을 잡았다.

        

        

        

       “…그러고 보니, 좀 있으면 올라가시겠네요.”

        

       “아, 뭐야. 각 나라 대표팀은 개회사 하는 VIP랑 인사도 해요?”

        

       “각 나라라기보단 각 대륙 기준이에요. 아시아, 유럽,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북아메리카…그래서 작년엔 케이스가 저 위에 섰어요.”

        

       “그땐 무슨 대화 나눴던가요?”

        

       “그냥 뭐어, 상투적인 응원?”

        

        

        

        나도 제발 그러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 천장에 달린 스피커가 얕게 진동하며 연회장의 조도가 서서히 낮아진다. 반대로 연단의 조명은 선명히 빛나기 시작하였다. 머잖아 소문만 무성하던 VIP가 나타날 준비가 되었음을 암묵적으로 암시하고 있었다.

        

        그 장엄한 분위기에 소란이 완전히 잦아드는 순간, 벽면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현 시간부로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개회사가 있겠습니다. 큰 박수로 VIP를 맞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박수갈채만이 있었다.

        

        그 어떤 웅장한 음악도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것으로 족했다. 당장 내일 모레에는 현 시점에서 빠진 모든 부족한 것들이 충족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세월의 연륜이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한 명이 걸어들어온다. 그가 누군지 아는 사람도 있었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치에 완전히 관심이 없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연단을 쳐다보기 시작했단 사실을 능히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잠깐. 저 사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세상에.”

        

        

        

        단순한 정치인이자 상원의원이 아니다. TV에 질릴 때까지 얼굴을 드러내는 차기 대권주자이자, 그 누구보다도 미국 권력의 정점에 가까운 사람이 차분히 걸어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설령 모른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불과 십수 초만 있으면 알게 될 터였으니까.

        

        모두가 개회사 연설을 맡게 된 인원이 누군지를 알게 되었을 즈음에서야 그는 연단 앞에서 멈춰선 후 마이크를 점검했고 – 휴대폰 대용이었던 손목시계로부터 작은 알람이 들렸다.

        

        각 대륙에서의 예선전을 통해 결정된 대표들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

        

        하모니와 다이스가 살그머니 덧붙였다.

        

        

        

       “잘 다녀와요! 유진 씨는 절대 안 떨 테니까 걱정은 안 할게요!”

        

       “가서 이상한 이야기 하면 안 돼요.”

        

       “…도대체 제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길래.”

        

        

        

        돌아오면 충분한 응징이 필요할 듯했다.

        

        여하간, 나를 포함한 총 다섯 명의 유저들이 강당 위로 올라서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의외로 로건은 북미 대표는 아니었는지 밑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렇게 개회사가 시작되었고, 나를 포함한 5명의 인원이 헨리와 시선을 마주했고, 그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유저들과 일일히 악수와 덕담을 건넸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외견으로는 상당히 친밀한 것처럼 연출되었다는 점은 조금 아이러니했지만.

        

        이것이 내공 있는 정치인의 필수적인 덕목인가 싶던 와중, 헨리는 마지막 차례로서 날 마주했다.

        

        과연 평범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만 했다.

        

        그의 표정이 한순간에 들뜨기 시작했으며, 나는 뭔가 잘못되었단 걸 직감하였다.

        

        

        

       “유진, 그동안 잘 지낸 것 같아 다행이군.”

        

        

        

        술렁대기 시작하는 분위기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는 나를 향해 양 팔을 쫙 벌렸다 – 약간의 헛웃음을 지으며, 나는 그와 격한 인사를 나누었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대화가 이어졌다.

        

        

        

       “외부에 송출되는 행사 아니라고 너무 격하시네요, 의원님.”

        

       “자네와 내 친분이 있단 걸 알리는 것 정도는 리스크의 축에도 끼지 못하니 안심하게. 이미 시나리오도 짜놨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게야.”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렇게 영원과 찰나를 오가던 포옹이 끝났다.

        

        상당히 골치아픈 주말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치인들은 아는척과 친근한 척을 하지 않으면 몸에 가시가 돋는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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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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