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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0

   경기장 숲속 안.

   비앙카는 자신을 락테아 가문의 소속이라 말한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라시즘 락테아.

     

   락테아, 분명 세계 침식자를 전문으로 척살하는 가문이었다.

     

   그런 곳에 속한 그가 한 발언은 웬만한 일에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비앙카조차 굳을 말이었다.

     

   “……크라슈 님을 구하기 위해서 왔다고요?”

   “그래, 크라슈 발하임은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 정확히는 그가 저 스스로 위험에 접근한 것과 같겠지만.”

     

   비앙카의 몸이 움찔거렸다.

   크라슈와 관련된 일이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라슈 발하임은 지금 세계 침식자 집단, 익시온의 표적이다.”

     

   그리고 아라시즘은 바로 다음 말을 내뱉었다.

     

   세계 침식자 집단 익시온의 표적.

   비앙카는 소식을 통해 크라슈가 세계 침식자들에 의해 거인의 숲에 납치된 사건을 알고 있다.

     

   그 사건의 내막은 알 수 없으나 겉으로는 시즐리를 구하려다 그가 휘말린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실상은 익시온이 크라슈를 노린 것이었다.

     

   일이 잘 끝났으니 망정이지.

   자칫하면 크라슈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상황.

     

   문제는 비앙카는 이에 관해서는 크라슈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걱정시키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크라슈의 성격은 비앙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비앙카의 입술이 살짝 삐죽하니 나왔다.

   그래도 자신한테는 말해줬어야 하지 않았냐는 생각이었다.

     

   “락테아 가문이 크라슈 님을 돕는 건가요.”

     

   락테아 가문은 분명 세계 침식자와 연루된 모든 것들을 척살하는 가문이었다.

   그런 마당에 이미 앞에 크라슈가 세계 침식자와 연루되어 있다고 했으면서 그를 구하겠다니.

     

   무척이나 모순되는 이야기였다.

     

   “정확히는 서로가 돕는 관계가 되겠지.”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락테아 가문에서도 원하는 것이 있었다.

     

   “우리는 그를 도울 수 있고, 그 또한 우리를 도울 수 있어.”

     

   비앙카의 눈에 살짝 날이 섰다.

     

   크라슈는 익시온의 표적이라고 하였다.

     

   락테아 가문은 세계 침식자를 척살하는 가문.

   당연히 그들의 목적은 익시온을 척살하는 일일 것이다.

     

   표적인 크라슈가 무엇을 도울 수 있는가.

   그 답변은 간단했다.

     

   “크라슈 님을 미끼로 쓰겠다는 건가요.”

     

   그런 그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이것 하나밖에 없었다.

   비앙카를 중심으로 새하얀 냉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감정과 반응한 환수들이 살기를 드러낸 것이다.

     

   아라시즘의 팔에 냉기가 일부 닿았다.

   그는 얼어붙어 가는 팔을 물끄러미 보더니 바닥을 가볍게 디뎠다.

     

   푸화악!

     

   그 순간 바닥에서 치솟아 오른 푸른 그림자가 한순간 시야를 가렸다.

   비앙카가 대응을 위해 서둘러 환수를 사용하려 했을 때.

     

   아라시즘은 어느새인가 거대한 푸른색 그림자 새를 타고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피융!

     

   그때 마침 시험을 끝마치는 불꽃이 하늘 위로 떠올랐다.

     

   아라시즘에게 아직 물을 말이 많은 비앙카였으나.

   지금 떠오른 불꽃은 시험의 끝을 알리는 소리였다.

     

   “나중에 더 이야기하지.”

     

   소년은 그리 말하며 비앙카에게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내가 오늘 말한 건 크라슈 발하임에게 직접 말하지는 않는 게 좋을 거야. 그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테니까.”

     

   비앙카가 하늘을 보고 뒤늦게 반응했을 때.

   소년의 말을 끝으로 비앙카는 시야가 흐려졌다.

     

   잠시 후, 그녀가 눈을 뜬 장소는 시험장이었다.

   거기에는 여러 응시생이 있었고, 몇몇은 이미 도중에 송환되어 이송되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팔찌를 두 개 보유한 이와 보유하지 못한 이를 나눠놨다는 점이었다.

     

   중간에 선을 중심으로 왼쪽은 탈락, 오른쪽은 통과였다.

     

   당연히 비앙카는 그런 통과 쪽에 있었다.

     

   비앙카가 두리번거리며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저 멀리 아라시즘이 비추었다.

     

   그는 처음 아레나에 입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구석진 곳에 홀로 서 있었다.

     

   “탈락자 응시생들은 그대로 아레나를 나가 주시면 됩니다.”

     

   그 사이, 탈락자들이 조교들의 인솔과 함께 아레나 밖으로 이동되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허탈함이 가득했으나.

   현실을 깨달은 듯 결국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표정인 이들도 많았다.

     

   그렇게 탈락자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고 난 뒤.

   2차 합격자들의 앞에 부교수 카이란이 걸어 나왔다.

     

   “이번 2차 시험에서 부상자가 많았던 만큼 남은 시험은 4시간 이후에 다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워낙 거칠게 날뛴 이들이 많았기 때문일까.

   시험 도중 중간 휴식이 주어졌다.

     

   그러자 응시생들이 여기저기서 바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모두들 스리슬쩍 한 인물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백발의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본인이 한 짓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하게 있었다.

     

   얼굴이 워낙 빼어난 만큼 무표정함 또한 아름답긴 했으나.

   시험을 겪은 이들은 이제 그녀가 마냥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이번 시험에서 가장 날뛴 인물을 뽑으라 하면.

   단연코 비앙카였기 때문이었다.

     

   “크라슈 발하임 님의 약혼자라더니…….”

   “과연, 발하임 가의 약혼자가 되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건가.”

   “나 숲에서 조금만 가까웠으면 탈락이었어.”

     

   이번 시험 탈락자들의 대부분에 이유는 분명 비앙카 때문이었다.

   그녀가 꺼낸 빙룡의 브레스가 많은 이들을 동시에 휩쓸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저 여자만 아니었으면.”

   “왜 우리까지 휘말리게 하는 건데.”

     

   그래서인지 어느 사람은 그녀를 탓하는 눈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하, 웃기는 놈들이네.”

     

   그러자 때마침 맨바닥에 껄렁한 자세로 앉아 있던 한 응시생이 그들에게 비웃음을 흘렸다.

     

   “강한 놈이 살아남고, 붙는 거다. 자기가 모자라서 못 피한 놈들이 어디다 대고 남 탓이야?”

     

   응시생의 일갈에 주위 응시생들이 눈을 찌푸리며 그를 보았다.

   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하냐는 눈초리들이었다.

     

   하지만 곧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이들이 얼굴을 굳히며 스리슬쩍 눈을 피했다.

     

   해상왕국 포세우스의 수호자.

   금역 대해를 가로지르는 유일한 황금선의 선장.

     

   천하십강(天下十強)

   해왕(海王)

   다이노 바르돈

     

   그의 첫째 아들인 다르칸 바르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양손 도끼는 해상위 포탄조차 갈라 버리는 위력을 가졌다.

   괜히 시비가 걸려서 좋은 거 없었다.

     

   “기죽지 마라. 넌 잘했으니까.”

     

   다르칸은 비앙카가 애꿎게 신경 쓸 거 없다며 호탕한 웃음을 흘렸다.

   정작, 비앙카는 그는커녕 주변조차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말이다.

     

   “말 잘했네.”

     

   그때, 한 명 더 다르칸에게 동의하는 이가 나타났다.

     

   연한 금발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

   달레아 쥬논.

     

   회복실에서 회복을 마친 그녀가 돌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비앙카 쪽을 힐끗 보았다.

     

   얼음 석상이 되어 버리고 난 뒤.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손목에는 팔찌가 둘러 있었다.

     

   분명 비앙카의 짓이란 걸 그녀는 바로 알아차렸다.

     

   브레스를 정면에서 받아낸 지역은 응시생 수준으로는 도저히 들어설 수 없는 곳이었으니까.

     

   ‘보통이라면 구태여 그렇게 해줄 필요 없었을 텐데.’

     

   심심풀이로 그런 건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달레아는 비앙카를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그녀는 비앙카가 마음에 들었다.

     

   “휘말린 사람 중에 불만 있는 사람은 말해. 내가 대신 떨어트려 줄 테니까.”

     

   그녀는 그리 말하며 살벌한 미소를 그렸다.

     

   달레아가 마음먹는다면 정말로 가능할 법한 일이었다.

     

   그런 만큼 괜히 두 사람의 눈 밖에 나지 않고자 응시생들은 조용해졌다.

     

   그러한 분위기 속.

   침묵의 휴식이 시작되었다.

     

     

   * * *

     

     

   비앙카가 예상했듯이.

   아라시즘 락테아는 이후에도 비앙카에게 별다른 접근을 하지 않았다.

     

   ‘보는 눈이 많다는 이유겠죠.’

     

   그래서인지 2차 시험을 지나 3차 시험이 끝날 때까지.

   비앙카는 아라시즘과 딱히 대화할 일이 없었다.

     

   비앙카도 아라시즘에 관한 것은 일단 뒤로 제쳐두기로 하였다.

   지금 비앙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험이었기 때문이었다.

     

   “져, 졌다.”

     

   3차 시험 상대였던 이가 패배를 선언하며 쓰러지자 비앙카는 가볍게 한숨을 돌렸다.

     

   이로써 3차 시험도 통과.

   사실상 라헬른 아카데미 입학은 확정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드디어 크라슈 님과 같은 곳에 있을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기뻐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아직 난관은 끝이 아니었다.

   라헬른 아카데미는 작년부터 4차 시험을 하나 추가했다.

     

   그것은 바로 특급 반의 존재 때문이었다.

   일정 수준을 넘은 학생을 훈련 없이 특급반에 속해 학생단에 들어가 활동하게 하는 반.

     

   그것이 바로 특급 반이었다.

     

   당연하지만 수석인 크라슈 또한 특급 반 소속.

   6개월간의 훈련 없이 바로 크라슈와 함께 있기 위해서는 특급반에 들어가는 게 필수적이었다.

     

   ‘문제는 4차 시험의 통과 조건요.’

     

   4차 시험의 통과 조건은 다름 아닌 부교수와 대련.

     

   이 대련을 통해 부교수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는가에 따라 특급반이 결정 난다.

     

   ‘가능하면 쓰러트리고 싶은데.’

     

   그렇다면 특급반에 들어가는 건 당연히 확실시될 터.

     

   “3차 시험 통과자를 발표하겠습니다.”

     

   그때 마침, 3차 시험 통과 결과가 발표되었다.

   카이란은 하늘에 통과자 이름이 적힌 명부를 띄웠다.

     

   탈락자들은 얼추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다들 낙담하는 기색을 보일 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은 딱히 없었다.

     

   그렇게 탈락자들이 떠나가고, 최종적으로 3차 시험 통과자들이 남았다.

     

   그들은 서로를 힐끗거리며 확인했다.

     

   3차 시험 통과자들은 사실상 앞으로 라헬른 아카데미 생활을 함께할 3기생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미리 얼굴을 익혀 두려는 모습이었다.

     

   “응시생분들 3차 시험을 통과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제는 완전히 추려진 인원의 앞.

   카이란이 뒷짐을 진 자세로 걸어 나와 축하를 알렸다.

     

   다들 앞으로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얼굴을 보게 될 이들인 만큼.

   카이란도 그들의 얼굴을 한차례 확인하곤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지금부터 치르게 될 마지막 4차 시험의 경우, 바깥에도 알려져 있다시피 특급반 선별 과정입니다.”

     

   카이란의 말에 따라 응시생들의 표정이 가지각색으로 변했다.

     

   “그런 만큼 특급반에 소속되고 싶지 않은 이들의 경우, 구태여 4차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음 말과 함께 카이란은 자기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고는 주위를 가볍게 둘러보며 물었다.

     

   “불참할 분은 손을 들어주면 됩니다.”

     

   4차 시험은 사실상 추가 시험.

   치르지 않고자 한다면 치르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곧 카이란은 들었던 손을 내려야 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 어느 사람도 손을 든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들의 눈은 더더욱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특급반은 사실상 엘리트 코스다.

   특급반의 모인 인재들은 궤를 달리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속하여 함께 나아간다는 것은 곧.

   천재들이 모인 라헬른 아카데미에서도 빛날 수 있는 별이라는 소리.

     

   라헬른 아카데미의 무학과 시험을 치르며 통과한 이들은 모두가 욕심쟁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사람도 손을 들 리가 없었다.

     

   “여러분의 뜻은 알았습니다.”

     

   카이란도 더 이상 손을 들게 하지 않았다.

   무학과를 목표로 들어왔다면 자고로 이정도는 당연하였다.

     

   “그렇다면 4차 시험의 진행 방식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곧이어, 카이란이 4차 시험의 방법을 알려 주었다.

     

   우선, 4차 시험은 작년과 같이 부교수와의 전투를 치르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그때와는 달리 별개의 규정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오늘 여기에 모인 인원 한 명과 한 조를 짠 상태로 부교수와 대련하게 될 겁니다.”

     

   예전에 1대 1로 붙었던 것과는 다른 시험.

     

   응시생들의 눈에는 오히려 이게 더 쉬워진 게 아닐까 하는 눈빛이 감돌았다.

   그러나 몇몇 조금 생각이 깊은 이들은 달랐다.

     

   거기에는 비앙카도 있었다.

   비앙카가 손을 들어 올렸다.

     

   “한 가지 질문 되나요.”

   “예, 물론이죠.”

     

   그러자 카이란은 기꺼이 질문을 허락했다.

   모두의 시선이 비앙카 쪽에 모이자 비앙카는 질문을 시작했다.

     

   “두 명에서 시험을 치를 때, 점수는 어떤 방식으로 매겨지나요. 팀 단위로 매겨지는 건가요.”

     

   상당히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점수 책정 방식을 알아야 그에 맞춰 할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러자 카이란의 입가에 악의적인 웃음이 서렸다.

     

   “아뇨. 점수는 순전히 개인 단위로 매겨질 예정입니다.”

     

   응시생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그러자 카이란은 자신의 말뜻을 부가적으로 알렸다.

     

   “만약 한쪽 응시생이 뛰어나 부교수를 쓰러트렸다. 이 경우, 다른 쪽 응시생은 점수는 부교수를 쓰러트린 응시생 쪽에 비해 적어질 겁니다.”

     

   곧이어 말의 뜻을 이해한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두 명이 조를 이루는데 매겨지는 점수는 순전히 개인 점수.

   그렇다는 건 조를 이루어도 그 안에서 또 경쟁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여기 있는 모두가 왜 카이란이 악의적인 웃음을 지었는지 이제야 이해했다.

     

   4차 시험은 말 그대로 악의로 가득 찬 시험이었다.

     

   “자, 그럼.”

     

   카이란은 분위기를 환기하듯 박수를 짝하니 친 채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4차 시험을 시작해 보도록 하죠.”

     

   정말 악마가 따로 없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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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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