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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0

    <260 – 또 속아>

     

    [당신은 제 발로 인생 하드모드에 진입한 1학년들을 말리지 않고 목숨만 건사하는 최소한의 양심적 구조행위만을 행했습니다.]

    [돌발이벤트 <위기에 빠진 1학년들을 구출하라!>를 완료했습니다.]

    [달성보너스로 10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흥정 경험치+3]

    [나쁜아이 경험치+1]

     

    [주간이벤트 <대운동회>를 완료했습니다.]

    [생존보너스로 1만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마나제어술 경험치+50]

    [투척 경험치+50]

    [행동예측 경험치+40]

    [……]

    [……]

    [숨기 경험치+10]

    [착한아이 경험치+10]

     

    길었던 대운동회도 마침내 끝을 맞이했다.

    1학년 하급반 학생들은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빗질을 하며 한 포대 당 10포인트를 주는 청소에 열심히 나섰다.

    물론 경기에서 포인트를 잔뜩 딴 학생들은 고학년들의 실력을 보고 받은 충격 때문에라도 단순노동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학업에 집중했다.

     

    “이대로는 2학기 동안 강의를 다 들어도 2학년이 될 자신이 없어.”

    “강의만 듣고 끝낼 게 아니라 실력을 키워야해.”

    “들었어? 3학년 중에는 5년이나 휴학하고 포인트를 벌다가 간신히 진급한 선배도 있대.”

    “실화야? 그럼 재능 없는 사람은 몇 살이 되어서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건데?”

    “몰라. 20년? …아마도?”

    “그렇게 나이 든 사람은 못 봤잖아.”

    “고학년 구역에 돌아다닌 적이 없어서 못 본 건 아닐까? 애초에 출입조차도 금지잖아.”

     

    무슨무슨 강의 너무 힘들어 오늘 점심 너무 맛있어 교수님 너무 싫어 같은 대화나 오가던 1학년들도 대운동회 이후로는 화제가 크게 바뀌었다.

    다들 하나같이 장래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학년 진급과 졸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는 티토소가와 즈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즈앙은 어때? 이번에 포인트 많이 벌었어?”

    “9만 포인트 정도?”

    “히에엑! 어떻게 그렇게 많은 포인트를 벌었어? 소문만 무성한 포인트를 걸고 체스를 두는 어둠의 체스 내기라도 한 거야?”

    “그런 건 아니고. 종목마다 숨은 도전과제를 달성하면 아카데미 측에서 보너스를 지급하더라고. 나 빼고 전원을 단검으로 찔러서 탈락시킨다거나.”

    “으에. 농담이지?”

    “티토는 내가 농담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여?”

    “…지금부터 조명대로 복부를 찌르는 연습을 해도 늦지 않을까?”

    “무기가 아니잖아, 그 조명대는. 부서진다고.”

     

    우스갯소리도 잠시.

    둘의 관심사는 오크노디에게 향했다.

     

    “오크노디는 요즘 굉장히 바빠 보이던데. 역시 자극을 받은 걸까?”

    “그렇겠지. 결국 3학년들한테 밀려서 기권했는걸.”

     

    안전상의 이유로 4학년에게 대패한 3학년들과 2등 3등 결정전을 치렀던 1학년은 당연하게도 이변 따위 없이 3등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강의만 끝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사라지는 오크노디는 두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샀다.

    다들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강점을 키우거나 단점을 메우거나 포인트를 얻을 기회를 노리고 열심히 수련을 하고는 있다.

    그런데 오크노디는 다른 학생들과는 너무 달랐다.

     

    “오크노디. 같이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에서 나온 일상생활에서 자연마나가 대량 밀집된 매직아이템 찾기를 하러 숲에 가지 않을래?”

    “미안. 그거 벌써 찾았어!”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에서 더 튼튼한 활을 얻기 위해 사냥감을 사냥해오는 과제는?”

    “그것도 겸사겸사?”

    “사다코 교수님이 주신 야간에 묘지에 숨긴 출석증 챙겨오기 과제는?”

    “당연히 벌써 끝냈지!”

     

    어느 강의든 어떤 과제가 나오든 기다렸다는 듯이 전부 해치우는 오크노디.

     

    “…벌써 찾아? 매직아이템 수색과제가 나온 지 3시간도 안 지났는데?”

    “원거리 병기숙달은 15분 전에 끝났다고.”

    “출석증은 방금 막 마법시계에 쪽지로 챙기라고 날아온 강의대체과제인데…?”

     

    수상할 정도로 어떤 과제가 나올지 미리 꿰뚫어보고 전부 해치운 오크노디!

     

    “매직아이템이나 사냥이야 그렇다고 쳐도 출석증은 방금 막 숨긴 걸 어떻게 챙긴 거야?”

    “사냥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다코 교수님의 무덤에서 훔쳐왔어! 교수님은 야행성이라 밤에는 무덤에 안 계시니까!”

    “와… 사다코 교수님은 무덤에 사시는구나…”

     

    다른 의미로 충격에 빠진 티토소가와 즈앙!

    아무튼 이렇게 부지런한 오크노디였는데 이상하게도 딱 하나의 강의만큼은 아주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및 수요일 2교시(11시 ~ 13시)에 열리는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 교수님의 <안목키우기> 강의가 문제의 강의였다.

     

    “티토. 내 생각에는 안목키우기 강의에 뭔가가 있는 것이 틀림없어.”

    “왜애?”

    “생각해봐. 안목키우기 강의 교수님은 세계제일의 의적이라고 불리지?”

    “우와. 정말?”

    “듣기로는 다른 강의 교수님의 쪽지시험 답안지를 훔쳐서 자기 강의를 듣는 학생한테 선물해준 적도 있대. 전례가 있다면 반복될 수 있다는 거지.”

     

    티토소가의 눈이 동그래졌다.

     

    “설마 오크노디의 수상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정보력과 준비성의 출처가?”

     

    즈앙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브론즈 교수님이 오크노디에게 다른 교수님들의 강의내용을 미리 유출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그 교수님은 왜 그런 짓을 하시는 거야? 다른 교수님들도 한 분야의 실력자이신데. 그런 짓을 해버리면 큰일이 나지 않아?”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절대로 들키지 않을 자신이. 물론 오크노디에게 그냥 특혜를 주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

    “그럼?”

    “오크노디가 의적의 수제자로 비밀스러운 후계자수업을 따로 듣고 있을지도 몰라. 아끼는 수제자라면 그 정도 정보는 챙겨줄 수도 있지.”

    “헉! 정말?”

    “자기 후계자가 다른 교수들의 불필요한 과제에 시간낭비를 할 시간에 자기 수업에 더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거지. 동방에서 <상부상조>라고 하는 것처럼.”

    “가려울 때 서로의 등을 긁어주듯이?”

    “…지금 가려워?”

    “조금?”

     

    한심하다는 눈으로 매도하면서도 단검손잡이의 뭉툭한 면으로 등을 긁어주는 즈앙.

    간지럽다며 킥킥 몸을 비틀며 웃던 티토소가도 진정이 되니 즈앙이 꺼낸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그럼 우리도 브론즈 교수님을 찾아가서 후계자수업을 들려달라고 하려고?”

    “쉽지 않겠지, 그건. 주택도 똘똘한 한 채, 소환수도 똘똘한 한 마리가 유행인데 후계자도 똘똘한 한 명만 키우려고 하지 셋이나 키우겠어?”

    “그렇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그러니 오크노디를 꼬시자.”

    “오크노디를? 우리가?”

     

    티토소가가 손가락을 물고 고민해보았다.

    그 오크노디를 꼬신다…

     

    “먹을 걸로?”

    “우린 이사벨이 아니야. 지젤도 아니고. 직접 만들 수도 없고 포인트로 때울 수도 없어.”

    “힝. 그럼 어쩌자는 거야.”

    “너만이 가능한 방법이 있어.”

    “나만? 정말로?”

     

    아기 새처럼 고개를 갸웃갸웃 하는 티토소가.

    즈앙은 그 모습에 더욱 확신을 얻으며 말했다.

     

    “오크노디한테 브론즈 교수님이 후계자수업 참관을 허락해달라고 교수님에게 부탁드리도록 요청하는 거야. 티토의 비장의 애교로.”

    “비장의 애교!? 그런 거 없는데…?”

    “뭐든 하면 돼. 티토는 귀여운 편이니까.”

     

    인싸력에 자신이 없어서 언니의 꾐에 넘어가 조명대까지 질질 끌고 다닐 정도로 소심한 티토소가가 자신의 귀여움력을 파악할 리가 없었다.

     

    “못 믿겠어. 나 전혀 귀엽지 않은걸. 머리회전도 둔하고 체력도 낮고 힘도 딸리고 또…”

    “아무튼 내 말을 믿어. 암살자의 안목으로 보자면 티토는 귀여운 인질력이 A랭크는 되니깐.”

    “무슨 살벌한 기준이야 그건!?”

    “아무튼 날 믿어. 오크노디와 같은 암살자로서 내가 느끼는 귀여운 인질력을 오크노디가 못 느낄 리가 없어. 분명 통할 거야.”

     

    즈앙의 강력한 주장으로 끝내 두 사람의 아기자기한 계획이 시작되었다.

     

     

    * *

     

     

    “오크노디. 참관을 허락해주지 않으면 티토소가가 지금부터 네 앞에서 울어버릴 거야.”

    “보여줘!!”

    “왜 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거야…?”

    “귀여우니까…?”

     

    티토소가는 쑥스러움을 느꼈다.

    내가 정말로 귀엽나…?

     

    “히히. 그치만 눈물이 안 나오는걸. 슬프지도 않고.”

    “이러면 울고 싶어지지 않을까?”

     

    즈앙이 날카롭게 날이 선 단검을 들었다.

    햇빛에 작게 반짝이는 단검의 날카로운 예기에 티토소가가 울상을 지었다.

     

    “즈앙. 그건 너무하잖아… 친구를 아프게 하는 건 안 돼!”

    “맞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부탁은 들어줄 수 있는걸. 이게 너희한테 좋은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겁 줘서 미안, 티토. 그래도 먹혔지?”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오크노디는 제발로 앞장섰다.

     

    “마침 교수님 만나러 가는 길이니 같이 가자.”

    “근데 오크노디. 브론즈 교수님이랑 단 둘이 있을 땐 어떤 후계자수업을 들어?”

    “후계자수업 아니야. 이건 그냥 협상의 결과인걸.”

    “협상?”

    “들어봐. 내가 얼마나 영리하게 대학원생 루트를 회피했는지!”

     

    오크노디는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어떻게도 수제자가 되기는 싫다?

    -네! 싫어요!

    -정 거절하고 싶다면 이걸 해내렴. 그럼 오늘은 이만 보내줄게.

    -정말요? 이것만이죠? 약속했어요?

     

    수제자가 되는 대신, 브론즈 교수의 일일과제를 해치우고 풀려나온 오크노디!

     

    “주 2회 정규강의시간 외에 이렇게 불려오기는 하는데 그때마다 일일과제를 깨고 포인트를 받고 풀려나는 거 있지?”

     

    티토소가와 즈앙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매주 정해진 과제를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니.

    그게 수제자랑 뭐가 다른 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인물을 가스라이팅한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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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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