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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1

       백우진은 가문 안을 거닐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따금 보이던 얼굴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팔행수 소준수의 부재를 확인한 백우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튀었네, 이 새끼.”

         

       상단에서 일하는 몇 사람을 붙잡고 그의 행방을 물었더니.

         

       “급히 상행을 떠나신다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말입니까?”

       “예, 한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서 이를 해결하러 가신다고….”

         

       아무래도 알아차린 듯하다.

         

       자신이 그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심을 지우기 위해 당당하게 행동할지, 아니면 흉수가 자신임을 시인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대로 숨어버릴지.

         

       놈은 두 가지 선택지 중 후자를 택한 듯하다.

         

       “진짜 상행을 떠나진 않았겠지….”

         

       모습을 감추기는 했지만, 멀리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라 확신했다.

         

       여차하면 고독으로 협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곳의 상황을 끊임없이 살펴야만 한다.

         

       먼 거리는 보고를 주고받는 데에 있어 아무런 득도 되지 않는다.

         

       말인즉, 놈은 가까운 어딘가에 숨어 있을 확률이 크다는 것.

         

       “자아, 어디에 숨었으려나.”

         

       소준수의 은신은 백우진에게 한 가지 사실을 더 알려주었다.

         

       다름 아닌 놈이 모든 고독을 조종할 수 있는 모고를 지니고 있는 흉수라는 것.

         

       뒤가 구린 놈일수록 중요한 것은 제 품에 넣어두는 법.

         

       놈은 모고를 품에 지닌 채 누구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버린 게 분명했다.

         

       이제 승부는 단순해졌다.

         

       시간 내에 놈을 찾아내느냐, 찾지 못하느냐.

         

       놈을 찾아내어 모고를 죽일 수 있다면 자신의 승리고, 그렇지 않다면 패배.

         

       이로 인해 얻게 될 것과 잃게 될 것 또한 명확하다.

         

       승리하면 금씨세가와 황금상단에게 큰 빚을 지워두어 훗날 이를 요긴하게 쓸 수 있을 테고, 패배하면 혈교에게 황금상단의 막대한 자금을 모두 넘겨주는 꼴이 될 터.

         

       ‘그럼 문제가 커진다.’

         

       막대한 자본을 손에 넣은 혈교가 하려는 짓이야 뻔하다.

         

       고독을 더욱 양산하여 무림을 장악하려 들 터.

         

       불 보듯 뻔하지만, 그만큼 효율적이고 막기 힘든 수단이기에 더욱 그 전에 저지해야만 했다.

         

       제법 긴박한 상황.

         

       그러나 백우진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녀석이 가장 주시하고 있는 이는 필시 자신일 터.

         

       요란하게 움직였다가 숨어 있는 소준수가 지레 겁먹고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모두를 길동무로 삼으려 한다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는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물속으로 깊게 잠수한 놈의 숨이 모자라게 될 때까지.

         

       그리하여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 직접 제 머리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릴 때를 말이다.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터다.

         

       제 촉박한 시간보다, 놈의 숨이 모자라게 되는 시간이 훨씬 더 짧을 테니.

         

         

       * * *

         

         

       금씨세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깊숙한 산골짜기.

         

       혈교의 비술로 삼중, 사중으로 보호되어 있으나 그만큼 답답하기 짝이 없는 좁은 공간에 틀어박힌 팔행수, 소준수는 하루하루가 지겹고, 지루했다.

         

       “젠장…,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지.”

         

       숨어 지내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200년 전, 뼈아픈 패배 이후 힘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기를 택한 그들이기에.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새로 들인 교인들에게 무엇보다 숨는 법을 먼저 가르쳤다.

         

       그것은 소준수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 지금의 공간은 더없이 익숙한 공간이었어야 했으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간 맛보았던 자유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원활한 자금 확보를 위해 황금상단을 집어삼키라는 지령과 함께 세상 밖으로 나온 소준수.

         

       그는 처음으로 어두컴컴한 밀실 대신 궁궐 같은 저택에서 숨을 쉬었고, 온갖 산해진미와 각 지역의 명주들로 배를 채웠다.

         

       그뿐인가?

         

       이름대로 제법 준수하게 생긴 외모로 기루를 넘나들며 온갖 여자를 품에 안았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에 빈대가 안 남는다고 했던가.

         

       소준수는 끊임없이 자유를 탐했다.

         

       두려운 것 따위는 없었다.

         

       고독을 삼킨 이들은 죽기 싫어 제 명령을 거역하지 못한다.

         

       그런 이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것들도 척척 이루어지니, 그 시점의 그는 자신을 작은 황제로 여기기까지 했다.

         

       한 번 맛본 자유의 달콤함은 그를 더없이 나태하고, 나약하게 만들었다.

         

       쇠심줄같이 질긴 생명력과 인내심도 시간이 지날수록 얇고, 가늘어졌다.

         

       머릿속에 번뇌가 끊임없이 솟구친다.

         

       평범한 사람은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할 거대한 상차림으로 허기를 달래고, 천하에 다시 없을 명주로 입가심하고, 여인의 나신을 마음껏 주무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

         

       고작 며칠의 결핍에 마르지 않는 욕구로 속이 까맣게 타고 있을 때.

         

       누군가 낡은 문을 두드렸다.

         

       “대주님.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내용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가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네놈은 읊기만 해라. 판단은 오로지 본 대주의 몫이니. 아니면, 네놈이 내 자리를 꿰차고 싶기라도 한 게냐?”

       “아, 아닙니다!”

         

       문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자, 잠시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은신하는 동안 필요한 물품들을 가지고 오겠다는데…, 어찌 답하면 좋을지….”

       “필요한 물품이라….”

         

       구겨져 있던 인상에 자그마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는 부하들 중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이였다.

         

       그가 필요한 물품이라 언급했음은 필시 지금의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들일 터.

         

       그중에는 맛있는 음식과 값비싼 술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메마른 목구멍에 군침이 꿀꺽꿀꺽 삼켜진다.

         

       “네놈이 직접 내려가 그를 이곳으로 데려오도록 하여라. 추적이 붙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예!”

         

       문 앞에 서 있던 부하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소준수는 한결 너그러운 분위기 속에서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곧 있으면 타는 목마름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일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옥에 있는 듯했던 이 공간이 지금은 썩 편안하게 느껴졌다.

         

       기다림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것들의 냄새와 향기 또한 함께 풍겼다.

         

       낡은 문 너머로 거대한 풍채를 지닌 사내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지금까지 복속시킨 숱하게 많은 이들 중에서 가장 듬직하고, 충직한 이.

         

       “황군, 자네인가?”

       “예, 대주께서 이곳에 지내시는 동안 쓰실 물품들과 더불어….”

         

       코끝을 스치는 그윽한 향기가 그의 뒷말을 짐작케 한다.

         

       “시장하실 듯하여 술과 음식을 조금 준비해 왔습니다. 잠시…, 들어가도 될는지요.”

       “하하! 어서 들어오게.”

       “그럼….”

         

       자꾸만 들썩이는 엉덩이를 애써 땅바닥에 붙여놓기 위해 애쓰는 사이.

         

       퍼걱!

         

       빛줄기 하나가 문을 비집어 열어젖히며 날아들었다.

         

       멀리 떨어진 거리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공간을 뛰어넘어 날아든 빛줄기는 그대로 소준수의 심장을 관통했다.

         

       “쿨럭…!”

         

       입에서 왈칵 쏟아지는 핏물.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좀처럼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들어 오라셔서 집어넣었는데, 맛이 어떠신지요?”

       “뭣…!”

         

       힘없이 감겨가던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목소리가 달라졌다.

         

       걸걸하고 짙은 황군의 음성과는 거리가 먼, 지독하리만치 매력적인 중저음의 미색으로.

         

       그리고 이러한 음성을, 그는 들어본 적이 있다.

         

       ‘백우진!’

         

       바로 그다.

         

       머릿속에 혼란이 찾아왔다.

         

       ‘대체 어떻게?’

         

       그가 대체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황군이 배신을…? 아니, 그럴 리가….’

         

       조금 전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황군의 것이었다.

         

       지금껏 숱하게 이야기를 나눠온 상대의 음성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둘이 손을 잡았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것 또한 불가능하긴 마찬가지였다.

         

       황군에게는 아주 강력한 금제가 걸려 있다.

         

       자신에 대해 발설하거나, 해가 되는 행동을 할 경우 곧장 머리가 터지게끔 되어 있는데.

         

       ‘대체 어찌…?’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미 일은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황.

         

       설상가상으로 심장을 꿰뚫렸다.

         

       온 힘을 동원해 뚫린 심장에서 피가 새어 나가는 것을 어찌 막고는 있으나, 거기까지.

         

       눈앞의 백우진을 상대할 힘도, 그로부터 도망칠 여력도 없는 상황.

         

       최악의 상황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

         

       ‘적어도 혼자 가진 않겠다…!’

         

       승기를 잡았다고 여유 부리고 있는 백우진에게 절망을 선사하는 것.

         

       황군에게 가장 안전한 곳에 숨겨두었다고 했던 모고는 사실 그의 심장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처음 심장을 꿰뚫릴 때 모고에게 피해가 가진 않았을까 염려했지만, 다행히 모고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상태.

         

       그는 곧장 내기와 영기를 혼합하여 만들어낸 혈교 특유의 기운인 혈기를 일으켰다.

         

       들끓는 붉은 기운이 전신의 혈도를 타고 심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것을 이용해 모고에게 자폭 신호를 내리기만 하면…!

         

       “어허, 안 돼.”

       “큭?!”

         

       실패했다.

         

       또 다시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문밖에 있던 백우진이 어느덧 안으로 들어와 그가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아혈과 마혈을 짚어버린 것.

         

       “녀석의 말이 맞았네.”

         

       백우진이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혈교 잡놈의 새끼들은 하도 요상해서 심장을 꿰뚫려도 죽지 않을 거라더니…, 진짜였네.”

       “……!”

         

       말도 할 수 없고,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혈도까지 막힌 탓에 심장까지 치달았던 혈기는 어느덧 단전 안으로 갈무리되어버렸다.

         

       다시 한번 기운을 어떻게든 심장에까지 닿게 하려고 안간힘 썼으나.

         

       이어지는 그의 말에 소준수는 심장이 싸늘하게 얼어붙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 심장에 있는 모고한테 명령 내리려고?”

       “…….”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말투에 소준수는 짙은 패배감을 느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_ _)

    한 번 글이 막힐 때면 밤을 새도 좀처럼 안 나와서 이제야 한 편을 완성했네요…

    밤에 한 편 더 써서 빠르게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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