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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1

       

        

        

        

        

       “가면 갈수록 뻔뻔해지는군요, 헨리 의원님.”

        

       “으음, 명예 훈장 수여에 대한 값이라고 치면…농담일세, 농담. 경선 레이스 시작도 전에 휠체어에 앉히지만 말아주게나.”

        

       “어차피 막내한테 줘야할 훈장 가지고 너무 생색 내시는 거 아닙니까?”

        

       “아유, 괜찮아요. 다들.”

        

        

        

        살벌한 농담이 일상이 된 세계, 그곳은 뉴욕 맨해튼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급 펜트하우스…가 아니라, 매디슨 스퀘어 파크와 연결된 옆 건물 최고층에 위치한 대형 휴게실. 바로 그 장소에 익숙하다면 익숙할 멤버가 모였다 – 아쉽게도, 선임관은 제외하고.

        

        짧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이어지는 연회. 그러나 우리만 아는 이야기를 그곳에서 다루기엔 조금 곤란한 감이 없잖아 있었기에 위치를 이곳으로 옮긴 것이었다.

        

        반쯤 밀실에서 하는 이야기답게 상당히 흉흉했지만, 그래도 다들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목소리에 장난기가 섞여있는 걸 보니 대강 그런 느낌이 든다.

        

        아니라면…뭐어, 사비로 헨리 의원을 위해서 최고급 휠체어라도 하나 맞춰주는 수밖에 없겠지. 휠체어에 탈 이유도 만들어주고.

        

        

        여하간, 다들 적당히 의자에 앉았다.

        

        담소가 이어졌다.

        

        시작은 로건의 잽이었다.

        

        

        

       “도대체 타임 스퀘어에 돈을 얼마나 퍼붓고 다니시는 겁니까? 그 근방만 지나다니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하하, 최근에 고맙게도 새로운 슈퍼팩이 합류해서 말이지…이미 광고는 줄였으니 때리지만 말게.”

        

        

        

        그러더니 그가 내 쪽으로 시선을 흘긴다.

        

        

        

       “그건 그렇고, 유진한테 몇 번이고 빚만 지게 되는군. 이를 해결할 방안도 마땅찮으니 상당히 걱정이야. 정치인들은 빚을 지게 되면 목줄이라도 매인 것마냥 불편해하는 게 일상이란 말이지.”

        

       “슈퍼팩도 그렇고, 이번에 군중 통제할 때도 이카루스 기어의 도움을 빌렸다고 들은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맨해튼보다는 좀 더 괜찮은 대회 장소를 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내년부터는 경기장을 뉴욕 북부로 옮겨야할 판이네. 공항도 놓고, 경기장도 놓고. 이카루스 측에서도 그쪽에 지사를 지을 예정이라 하니, 백악관에 입성하는 대로 꽤 밀어줄 예정이지. 그건 그렇고 재미있는 장면 하나 보겠나?”

        

        

        

        대답은 없었지만, 헨리는 껄껄 웃으며 손짓했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매디슨 스퀘어 파크의 도식화된 전경. 데이터 인플로우와 아웃플로우, 사람들의 동향, 교통경찰, 신호등, 소요 사태가 발생하지조차 않자 근처에서 조금씩 철수 중인 비상대응 HQ까지.

        

        그리고 그 옆, 이번 주 월요일 부로 파이널 챔피언십 듀오 및 스쿼드 경기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사건사고조차 발생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홀로그램 표가 띄워진다.

        

        이어지는 몇 개의 영상들.

        

        

        

       “이건?”

        

       “이카루스 기어의 마법이지.”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몰랐으나, 곧 로건과 로렌티나는 헨리가 무슨 뜻으로 입을 연지를 알게 되었다.

        

        수십만 명의 군중이 고작 한 블록 안에 운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질서정연한 모습. 분명 병목 현상이나 소요 사태가 한 번쯤 벌어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래픽이 상승할 때마다 복잡한 인파 흐름이 기막힌 타이밍에 분산된다.

        

        무언가 불온한 공기가 맴도는 곳에는 어김없이 경찰이 순찰을 도는가 하면,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을 통해 굳게 닫혀있던 관계자 통로가 개방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출입을 돕는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상황으로도 막을 수조차 없을 시엔 개별적인 휴대폰으로 긴급 안전 문자가 송신되어,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복잡하거나 인파가 과도하게 몰리는 상황 또는 위치를 피해가는 상황.

        

        맨해튼 치안의 낭비라는 말이 나올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오히려 놀란 이들은 뉴욕 경찰국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대규모 인파 운집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가량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중심에 유진의 손목시계가 있었다.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로렌티나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주 거대한 빚을 지셨군요, 우리 막내에게.”

        

       “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지. 보겠나?”

        

        

        

        대답은 없었지만, 딱히 의중을 묻는 질문도 아니었다.

        

        몇 가지 불필요한 홀로그램 창이 꺼지면서 미국에서 인기 있는 SNS의 현 상황이 그 자리를 메웠다. 특기할 만한 점은 POMGANY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넘쳐났단 점일까 – 물론 그 글들은 반드시 하나 이상의 질서정연한 매디슨 스퀘어 가든 전경을 포함하고 있었고.

        

        Peace On Madison Garden And New York, 매디슨 가든과 뉴욕에 평화를.

        

        헨리는 그것을 보며 재밌다는 듯 덧붙였다.

        

        

        

       “아무래도 맨해튼 시민들이 어떤 사건사고도 없는 이번 대회에 많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야.”

        

       “자체적인 치안 유지 권유 및 홍보 활동 같은 건가요?”

        

       “물론 그렇다네. 이미 냄새를 맡은 방송국 몇몇은 이번 일을 다큐멘터리화하려고 작정했다더군. 상상도 못한 선순환이지.”

        

        

        

        헨리의 입가에선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유진, 자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이번 도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잊지 않겠어.”

        

       “어머, 우리 막내한테 그 정도의 말만으로 끝내고 손 씻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죠?”

        

       “하, 그럴 리가 있겠나.”

        

        

        

        그러더니 그가 재차 손짓. 여지껏 띄워놓았던 모든 홀로그램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하나의 창이 메운다.

        

        싱크탱크.

        

        무슨 소리를 할지 대략적으로 감이 잡힌 로건과 로렌티나가 작게 콧소리를 내는 사이에도, 헨리는 꽤나 열정적인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미 자넷에게는 이야기를 들었지. 이런 우량주에 투자하지 않으면 되겠나. 싱크탱크는 내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대로 손댈 정책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이 있으니, 성장 동력이나 지원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세.”

        

       “아주 작정하셨군요, 의원님.”

        

       “말했잖나. 정치인들은 빚을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란 걸.”

        

        

        

        스윽.

        

        고개가 돌아가며 그가 이 자리에 모인 모두를 쳐다보았다. 

        

        

        

       “뭐어, 자네들은 필요한 거 없나? 기왕 이렇게 된 거, 배에 구멍 숭숭 난 대통령을 헬기에 태워 보내준 값을 이 자리에서 정산해보면 어떤가.”

        

       “멀쩡하게 굴러가는 나라 박살낼 생각일랑 마시고, 부사관들 월급이나 좀 늘려주는 게 어떠신지?”

        

       “하하, 살벌하군. 내 월급 이야기는 고려해보지. 내년까지 생각해보고 자세히 말하게. 그 이후엔 바빠서 얘기를 듣기가 어렵거든.”

        

       “됐습니다.”

        

        

        

        다시 내 쪽으로 옮겨가는 시선. 싱크탱크 관련 홀로그램도 꺼져버린 뒤에는 시나리오 관련 안건이 시작된다.

        

        요지는 간단했다. MAVNI 법안에 의해 미군에 들어와 훈련받던 와중 다양한 전술 교류에 참여하고, 그 와중 MWTR에 들어가 활동하던 때에 상원의원 다수와 얽힌 기술 스캔들과 관련되어 헨리를 알게 되었으며, 이후 후폭풍이 튀지 않도록 이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복귀하였고….

        

        크게 신경쓰고 만들어진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깊게 파들어갈 수도 없을 텐데.

        

        

        밤이 몰려든다.

        

        겨울의 한복판이었기에 해는 금세 졌고, 간만에 구름 한 점조차 없이 청명한 맨해튼에는 짙은 노을이 드리우고 있었다. 사실상 30분도 안 되어 어둠이 시작되겠지.

        

        하지만, 옛날이었더라면 몰라도 지금의 겨울은 더 이상 죽음의 계절이 아니었고 – 힐끔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와인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헨리가 내게 무언가를 송신했다.

        

        힐끔 확인해보니-

        

        

        

       “…레스토랑?”

        

       “곧 크리스마스지 않나. 든든하게 식사라도 하고 오게. 해산물 좋아하나? 아마 가게 되면 좋아하게 되겠군.”

        

       “평범하게 말하는 것치곤 음식점 앞에 별이 3개나 붙었군요. 황송해라.”

        

       “큰 빚을 졌는데, 채권자에게 아무 음식이나 대접할 수는 없지. 항상 같이 다니는 다섯 명 몫까지 예약해두었으니, 내일 저녁에 찾아가보게. 내 이름을 대면 될 걸세.”

        

        

        

        뭐라고 해야 하나, 어쩔 수 없이 픽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선 덧붙였다.

        

        

        

       “올해 뉴욕에 와서는 먹을 복만 가득하군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욕구 중 하나가 아닌가. 크리스마스 당일 예약이라 꽤나 힘 좀 썼지. 마음껏 즐기다 가게.”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더하지 않겠나. 아직 갚을 빚이 한참 남았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네.”

        

        

        

        스윽.

        

        물론, 시선을 옆으로 옮기자마자 보이는 두 명에게도 헨리의 은혜가 떨어졌다.

        

        

        

       “자네들도 내일 늦지 말게. 같은 테이블을 잡아주긴 어렵지만,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거야.”

        

       “하하, 감사히 받도록 하죠.”

        

       “그렇다면 다행이군.”

        

        

        

        삐비빅.

        

        그와 동시에 자그마한 알람이 울린다. 헨리의 품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은 그가 가식적인 난처함을 표하며 우리들에게 덧붙였다.

        

        

        

       “슬슬 이 늙은이와 대화하는 것도 지겹겠어. 가서 하던 일 마저 하게. 이제부터는 정치인의 독무대이니.”

        

       “내일 개회사 기대하지요, 의원님.”

        

       “그게 뭐가 중요한가? 가서 저녁식사나 하게. 이곳 뷔페 음식이 꽤 괜찮더군.”

        

        

        

        쿠웅.

        

        그렇게 헨리는 우리를 어르고 달래서 쫓아내었고, 다시 복도로 나간 우리 세 명은 헤어지기 전 간단히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도 않아 부드러운 손길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키가 185에 육박하는 로렌티나의 손가락이었다.

        

        

        

       “휴가를 내고 뉴욕까지 올라온 보람이 있군요. 생전 겪어보지도 못했던 온갖 호사를 다 누리게 되다니.”

        

       “차기 대권주자는 다 저러려나 모르겠네요.”

        

       “무슨 소린가요, 유진. 당신 이야기에요. 당신이 내 호사죠.”

        

       “…아니, 네? 에?”

        

        

        

        하지만 이 양반은 그런 내 반응에 깔깔 웃을 뿐이었다.

        

        긴급히 로건에게 시선을 옮겼지만 그녀 역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설마 로건 씨도….”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히히, 부끄러워하긴. 조금 솔직해지는 게 어떤가요, 북극곰.”

        

       “됐다.”

        

        

        

        그러더니 그는 내 등을 툭툭 치며 덧붙였다.

        

        

        

       “내일 저녁에 보자. 테이블은 좀 다르겠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로렌티나가 그 뒤를 졸졸 따라갔고, 이내 복도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를 뒤로 한 채 그 둘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시계 위로 떠오르는 메시지.

        

        

        

       -[DICE : 다 끝났으면 언능 와욧!]

        

        

        

       “하이구.”

        

        

        

        그에 간단히 메시지를 보냈다.

        

        

        

       -[유진 : 선물 하나 들고 갈테니 기다려요]

        

       -[DICE : 와 선물! 어떤건데요?? 알려주세용ㅎㅎ]

        

       -[DICE : 저만알고있을테니 미리 알려주면 안돼요?]

        

       -[DICE : 유진씨? 저기요?]

        

       -[DICE : 어디갔어 앆!!!!!!!!!!!!!!]

        

        

        

        아주 난리도 아닌 채팅창을 뒤로 하고, 빠르게 복도를 걸어나갔다.

        

        크리스마스 이브 기념으로, 이들의 양말 안에 선물을 이만큼 안겨줄 차례였다.

        

        

        

        

        

        

        

        

        

        

        

        

        

        

        

        

        

        

        

        

       “작년에 뉴욕 왔을 때도 음식 걱정은 없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이번 년도는 꿈도 꾼 적 없는 이런 식당에 막 오고 그러네요. 유진 씨랑 같이 다니니 온갖 경험을 다 하고….”

        

       “맛은 어떤가요?”

        

       “좋았고, 그, 엄청 좋았고오….”

        

        

        

        피식.

        

        꽤나 고풍스럽게 차려입고 온 비주얼의 다이스가 묘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외견만 보면 두툼한 코트와 긴 어그부츠를 신은 채 활보할 것 같은 전형적인 뉴요커의 모습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도 않았다.

        

        다들 서예린의 한 마디에 웃음을 터뜨리는 사이, 나는 바깥을 슬그머니 직시했다. 창가 바깥으로 보이는 콜럼버스 서클. 콜럼버스의 모습을 조각한 중앙 타워를 에워싸고 있는 외측 정원 나무들에는 별과 꼬마 전구들이 반짝거리며 크리스마스임을 알리고 있었다.

        

        한때 콜럼버스의 동상에는 외측 모든 방향을 감시 가능한 감시카메라가 달리고, 그 주변에는 삼엄한 경계를 유지 중인 대형 감시 초소가 있었다.

        

        그런 광경을 보지 않아 다행이었다.

        

        

        

       “숯에 구운 블랙 배스와 관자입니다. 관자의 위에 올려진 건 스피니치로 만든 가니쉬고….”

        

       “우와, 사이즈 차이 너무 심한데요.”

        

       “유진 씨는 나갈 때 우리보다 2배 이상 내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그 와중 서버가 접시를 테이블 위로 올린다.

        

        다이스와 하모니, 그리고 내 접시의 뚜껑이 동시에 열리자 향긋한 냄새가 퍼졌다. 음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와중이었지만, 민아와 예린의 앞에 나온 접시 내 음식 크기와 이쪽 접시에 담긴 음식 크기는 마치 단품 요리와 맛보기용 한입거리의 차이에 가까웠다.

        

        본래라면 음식 사이즈가 작은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코스 요리고, 그럼으로서 하나의 스토리에 완결성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 양이 적다고 하더라도 모든 코스를 입에 담는 순간 배는 당연히 부를 수밖에 없고.

        

        물론, ‘본래라면’.

        

        

        

       “…남으면 저 한 입만 주세요.”

        

       “전 안 남아도 한 입만.”

        

       “그러다가 나중에 디저트까지 가면 입도 못 댈 수도 있는데, 다들 괜찮은가요?”

        

        

        

        그제야 다들 아깝다는 듯 침울해진다.

        

        그렇게 다음 코스를 기다리던 와중, 뒤쪽에서부터 발걸음이 살그머니 느껴진다. 익숙하지 않은 진동이라 의아해하며 고개를 슬며시 돌리자, 꽤나 연륜이 있어보이는 셰프 한 명이 조리복을 입은 채 모든 테이블에 인사를 돌리고 있었다.

        

        아마 이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가 아닐까.

        

        우리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식사는 입에 맞으십니까?”

        

       “네, 정말 맛있네요.”

        

        

        

        그러더니 잠깐 눈치 교환이 이뤄진다.

        

        이 헤드 셰프는 나와 로렌티나 일행이 이 레스토랑에 며칠 전에 방문했단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딱히 그게 알려질 이유는 없었으니까 – 그리고 다행히도, 그는 해당 안건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평범한 대화가 이어진다.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본 레스토랑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장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기원합니다.”

        

       “하하, 아쉽게도 그건 어렵겠네요. 얼마 안 있으면 열릴 파이널 챔피언십 경기에서 1등을 거머쥘 예정이라서요.”

        

       “아하, 우승의 기쁨이라니. 무슨 소린지 알겠군요. 그렇다면 다음에 나올 코스가 그때 느끼게 될 감동 이상의 감격을 안겨줄 수 있도록 노력하지요.”

        

       “와우. 기대하겠습니다.”

        

        

        

        그러고선 헤드 셰프는 작게 고개를 숙이고, 다른 테이블로 떠났다.

        

        물론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다이스와 하모니가 놀란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영어 잘하는 사람은 참 멋진 것 같아요.”

        

       “아휴.”

        

        

        

        짤막하게 웃고 있자, 다이스가 슬그머니 덧붙였다.

        

        

        

       “이번에 유진 씨 덕분에 온갖 좋은 경험 했으니, 이번에는 제가 좋은 경험을 시켜드리면 될지도.”

        

       “가령?”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그 자리에서 손가락 다섯 개를 펴보인 그녀가 당당히 말했다.

        

        

        

       “이 안에 들어간다든가.”

        

       “….”

        

        

        

        뭐라고 해야 하나, 당돌하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크게 상관없었다.

        

        피식 웃고는 덧붙였다.

        

        

        

       “그래요. 그게 이 자리, 그리고 이 도시에 온 이유니까요.”

        

        

        

        파이널 챔피언십 스타트까지 24시간 전.

        

        시계 위로 떠오른 그 사실이 유달리 선명하게 다가오는 저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주부터 파이널 챔피언십 시작합니다

    여러분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제 여친은 키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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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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