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1

        채팅창에 다시금 ‘ㅋㅋㅋ’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 아닠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개 웃기넼ㅋㅋㅋㅋㅋ

        – 이거짘ㅋㅋㅋㅋ 이게 몬스터 버스짘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너무 웃겨서 배아팤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영역 침범에 터짐ㅋㅋㅋㅋ

        – 찐으로 웃었넼ㅋㅋㅋㅋㅋ

       

        오늘 하루 종일 ‘ㅋㅋㅋ’만 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채팅창엔 ‘ㅋㅋㅋ’만이 보였다.

        평소보다도 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영역 동물에게, 영역은 중요한 것이란다.”

       

        – 맞죸ㅋㅋㅋ

        – ㅋㅋㅋㅋ

        – 넼ㅋㅋㅋㅋㅋㅋ

        – 알아욬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로는 알겠다고 하고 있지만, 정작 감정을 읽어보면 즐겁다는 감정뿐이었으니까.

       

        – 그런데 심해룡은 언제 나와요?

        – ?

        – ???

        – 그러게?

        – 심해룡은 언제 나옴?

        – ??

       

        “흠.”

       

        시청자들의 의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는 나와 벨제투스가 하나의 차원에서 만난 이야기였었지.

       

        “조금 이후의 일이긴 하지만…… 그래. 그렇게 원하니, 이야기를 조금 건너뛰는 게 좋겠구나.”

       

        나는 그때를 떠올리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나는 마그마에 몸을 담근 채 몸을 이완시켰다.

        뜨끈한 것이, 아주 기분이 좋았다.

       

        “주, 주인 나리. 진지를 가져왔습니다.”

       

        = 흠.

       

        마그마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마그마에 담그고 있던 머리를 밖으로 빼내었다.

       

        출렁!

       

        “히익?!”

       

        마그마가 출렁거리자, 마그마 온천 근처에 서 있던 ‘인간’이 기겁한다.

        ……아니, 인간이 아니었다.

       

        전체적인 외형은 인간과 같았다.

        인간 수컷의 외형에, 나이는…… 대략 청소년기와 막 성년이 된 정도?

        아직도 인간의 외형으로 나이를 구분하는 법이 익숙지 않았기에, 대략 그 정도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인간의 머리에는 나뭇가지를 닮은 뿔이 자라나 있었다.

        귀에도 비늘이 나 있었고, 꼬리뼈 부분에는 용의 꼬리가 삐져나와 있었다.

       

        나의 ‘노예’가 되는 조건으로, 간신히 나의 먹이가 되는 것을 피해낸 우천군이었다.

       

        = 먹이는?

       

        “여, 여기 있습니다!”

       

        노예가 커다란 물고기를 나에게 바친다.

        나는 노예가 잡아 온 커다란 물고기를 한입에 집어삼켰다.

       

        휙휙휙!

       

        우걱! 우걱! 우적!

       

        “히이익!”

       

        나의 이빨은 고기를 자르고 찢는 데 특화된 이빨이다.

        하지만 턱과 입술이 제대로 진화되지 않았기에, 인간처럼 이빨과 턱의 힘만으로 음식을 잘게 자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물고기를 물고 힘차게 고개를 털었다.

        그리고 물고기가 제 무게에 못 이겨 찢어졌을 때, 찢어진 조각을 입에 넣고 씹었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익숙하지 않고, 많이 귀찮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방식이다.

       

        “마, 맛있게 잡수셨습니까?”

       

        = 잘 먹었다. 너도 가서 쉬거라.

       

        “네, 네입!”

       

        내 말에 우천군은 뒤로 물러서더니, 그대로 내 둥지 밖으로 나갔다.

        이제 하루 동안은 저 노예를 부를 이유는 없다.

       

        사실 노예가 되는 조건으로 살려주기는 했지만, 나에겐 노예가 필요 없었다.

        어지간한 일들은 내 손으로 해낼 수 있는 데다, 노예에겐 주인에게 충성할 의무가 있듯, 주인에겐 노예의 생존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책임을 지면서 까지 노예를 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덕분에 노예가 하는 일이라고는 하루에 한 번, 내가 먹을 먹이를 잡아 오는 것뿐이었다.

        그 외엔 내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무엇을 하든 내버려두었다.

       

        도망칠 걱정은 하지 않았다.

        저놈의 몸에 특수한 독을 감염시켜 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 차원에서 코즈믹 에너지를 모으려면 500년 정도가 필요하겠군.’

       

        코즈믹 에너지가 생각보다 희박했다.

        물론 1,000년 이상이 필요한 것보다는 낫지만 말이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

       

        = 음?

       

        마그마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은 그 순간.

        나의 감각에 무언가가 걸렸다.

       

        ‘무언가가 내 영역을 침범했군.’

       

        단순히 작은 동물이 내 영역에 침범한 것은 아니었다.

        내 영역에 침범한 존재는 일정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존재.

        좀 더 쉽게 비유하자면…… 내 영역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존재였다.

       

        나는 마그마에서 몸을 일으켜, 둥지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세 마리의 용이 하늘에 둥둥 뜬 채 이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 저 자입니다!

       

        = 맙소사!

       

        = 어마어마한 존재감입니다!

       

        용들이 나를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대화를 한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 묻겠다. 침입자들이여.

       

        = 치, 침입자?!

       

        = 너희들은 나의 영역에 쳐들어온 침입자인가? 아니면 손님인가?

       

        나의 말에 용들이 당황한 듯 몸을 움츠린다.

        그들 중 대표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 우, 우리는 맹세코 침입자가 아니오!

       

        = 그렇다면, 손님으로써 온 것인가?

       

        = 그, 그렇소!

       

        = 흠.

       

        거짓이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용들에게 겨누었던 미사일과 레이저 포대 등을 다시 접어두었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물었다.

       

        = 그대들이 손님으로써 나를 찾아왔다면, 손님으로써 행동하도록.

       

        = 크흠! 아, 알겠소.

       

        = 크흠!

       

        내 말에 용들이 지상으로 내려온다.

        그러곤 인간의 형상으로 변했다.

        본체의 형태가 아닌 인간의 형상으로 변함으로써, 자신들이 함부로 행동하지 않겠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나는 인간의 형상으로 변한 용들에게 물었다.

       

        = 그래.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지?

       

        “큼! 우천군을 돌려보내길 원하오.”

       

        용의 말에 나는 눈동자를 굴려 옆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쩐지 간절한 기색으로 용들을 바라보는 우천군의 모습이 보였다.

        노예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인가?

       

        = 노예란, 주인 된 자에게 자유와 생살여탈권을 맡긴 존재를 뜻하지. 너희의 말은, 내가 가진 노예의 자유와 생살여탈권을 다시 노예에게 돌려주라는 뜻으로 들린다. 맞나?

       

        “그, 그렇소.”

       

        = 결국,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이에게 넘기란 소리인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나는 차분하게 용들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노예를 구하겠다고 내 영역을 침범했던 용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영역을 지키기 위해, 내 영역에 침입한 침입자들을 혼쭐내주었다.

        그 과정에서 잡아먹은 이들도 있었고, 반쯤 죽여서 되돌려보낸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지금껏 ‘힘’으로 나에게 덤빈 이들과는 달리, ‘대화’를 청해온 이들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들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호기심이 들었다.

       

        “대가를 지급하겠소.”

       

        = 대가?

       

        나는 즐겁게 그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내 시선에 몸을 움츠린 용들이 떠듬떠듬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 우선. 이곳을 그대의 영역으로 인정하겠소.”

       

        = 흠.

       

        “그리고 그대를 우리 위대한 용족의 일원으로 받아주겠소.”

       

        = 흠.

       

        “마지막으로…… ‘영월통술(永月通術)’이라는 공법을 주겠소.”

       

        = 흐음.

       

        나는 용들이 제시한 대가들을 두고, 생각에 잠겨 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그들의 대가를 이리저리 궁리해 본 끝에, 그들에게 말했다.

       

        = 그대들이 제시한 대가는 나에게 크게 필요치 않다.

       

        “헉?!”

       

        “그럴 수가?!”

       

        용들이 놀란다.

        아마도 그들 처지에서는 제법 귀한 것들을 대가로 내놓은 것이겠지.

        하지만 나에겐 하나도 필요 없는 대가들이었다.

       

        우선 이 근처를 내 영역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조건.

       

        = 너희들 중, 나의 영역을 빼앗을 수 있는 이들이 있느냐?

       

        내가 영역을 지킬 힘이 부족하다면 모를까, 나는 나 혼자서 이 영역을 지킬 힘이 충분하다.

        그렇기에 나는 저들의 인정이 필요치 않았다.

       

        = 또한, 나는 너희의 무리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나는 무리를 짓는 동물이 아니다.

        그렇기에 무리에 들어간다는 말은, 오히려 나에게 번거로운 일일 뿐이다.

        아니, 애초에 나와 저들은 생물로서의 ‘종’ 자체가 다르지 않던가?

       

        = 마지막으로…… 그 ‘영월통술’이라는 기술도 딱히 필요 없다.

       

        아마 저것은 이 차원에서 필멸자들이 힘을 얻기 위해서 개발한 기술 중 하나일 것이다.

        즉, 저 기술은 이 차원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신체 조건에 맞추어져 있는 기술인 셈이다.

       

        게다가 나에겐 이미 저런 기술 없이도 강대한 힘이 있다.

        이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도 좀…….

       

        = 이렇듯, 나에겐 딱히 흥미로운 대가가 되지 않는구나.

       

        “이이익! 영월통술이 얼마나 대단한 공법인데! 그걸 폄훼하다니!”

       

        용들 중 하나가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우리 용족 중에서도 영월기에 들어간 이들만이 익히는 것이 허락되는 공법이 바로 영월통술이란 말이오! 그런데 그게 필요 없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 그게 무엇이길래 그러느냐?

       

        “이이이 무식한! 영월통술엔 72가지 신통력이 기록되어 있소! 그것만 있다면 바람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천지를 한 걸음으로 다니며, 벼락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단 말이오!”

       

        = 호오.

       

        뭔가, 간단한 재주들이 기록된 기술인가?

        역시 나에게는 필요가 없는 물건인 것 같았다.

       

        내가 ‘영월통술’이라는 기술에 대해 그런 평가를 내리는 사이.

        흥분한 용은 다른 용들이 말리는 것도 무시한 채 나에게 소리쳤다.

       

        “수정의 뿔을 가진 통천군께서는 영월통술의 60가지 신통력을 익히셨소! 당장 그분께 아뢰어, 당신의 건방짐을 고쳐 달라고…….”

       

        툭! 데구르르르…….

       

        그 순간, 한쪽에 쌓아두었던 쓰레기장에서 무언가가 굴러떨어졌다.

        그것은 수정의 뿔이 달려 있는 어떤 짐승의 ‘해골’이었다.

       

        “…….”

       

        “…….”

       

        “…….”

       

        “…….”

       

        갑자기 말이 없어진 용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던 용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고, 온몸에선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용을 말리던 다른 용들도 정도만 다를 뿐,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 그래. 이야기는 다 했느냐?

       

        “딸꾹!”

       

        내가 입을 열자마자 갑자기 딸꾹질을 시작한다.

        보아하니 놀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왜지?

       

       

        *            *            *

       

       

        – 아닠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이번 이야기는 역대급이넼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나와 용들은 천천히 서로의 조건을 맞추어가기 시작했지.”

       

        계속 ‘ㅋㅋㅋ’만 올라오는 채팅창에서 시선을 뗀 채, 나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이후로 갑자기 공손해진 용들은 최대한 나의 조건을 맞춰주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내가 생각하기에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조건을 걸었다.

       

        “노예를 풀어 주는 조건으로, 나는 평화를 원했단다.”

       

        기본적으로 나는, 방문한 차원에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쪽 차원에서도 기본적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내가 영역으로 삼은 곳을 침범하는 적들이 너무 많더구나.”

       

        매번 내 영역에 침범하는 적들을 퇴치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것이 매번 이어지니, 슬슬 나도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것을 주 조건으로 삼고, 그 외에는…….

       

        “그쪽 차원의 식재를 얻기로 했지.”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뜻밖에 먹는 거에 진심이시더랔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맛 안 따진다메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 : 음식은 배를 채우기 위함이다!

       

        “어허! 난 그런 소리를 한 적이 없다!”

       

        물론 식량은 기본적으로 배를 채우고 에너지를 얻기 위한 물건이긴 하다.

        그리고 드래곤의 미각이 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난 미식을 아예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도 맛있는 거 좋아한다.”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어머니! 그렇다면 제 선물을 드시지요!”

       

        “……그래.”

       

        나는 벨제투스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먹을 수도…… 있겠지.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들 얼굴 보면서 말해야죸ㅋㅋㅋ

        – 그래서 아드님은 언제 만났나요? 

        – ㅋㅋㅋㅋㅋㅋㅋ

       

        “용들과 협상을 끝내고, 나는 용족들이 모여 사는 ‘용궁’이라는 곳으로 향했단다.”

       

        그리고 용들의 우두머리라는 용왕을 만나러 갔는데…….

       

       

        *            *            *

       

       

        = 내가 용왕이…… 어머니?

       

        = ……벨제투스?

       

        나는 어느새 용왕이 되어 있는 둘째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생각도 못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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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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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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