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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1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방송 공지입니다]

       [안녕하세요,

        

       7시에 뵙겠습니다.]

        

       무슨 방송을 하겠다는 건지도 담기지 않은 짧은 공지.

       

       그럼에도, 공지 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체 뭘 하려고 시간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공지를 올리냐며 불안에 떠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고로.

        

       가뜩이나 전날, 우승 소감이랍시고 은퇴를 고려했다는 말이나 한 사람 아닌가.

       

       안 하던 짓을 하는 걸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었다.

        

       중대 발표가 대체 뭘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아따먹의 팬카페에 몰려든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작성자: ㅇㅇ]

       [제목: 백퍼 프로 진출임]

       [스카우트 제의만 100개는 왔겠다 ㄹㅇ

        

       탑 3황이니 뭐니 하던 새끼를 일대일로 가지고 놀았는데 이걸 안 뽑으면 씨발ㅋㅋㅋ

        

       체력 문제 있다 쳐도 최소한 코치로는 무조건 섭외함.

        

       피지컬로 다 때려부수는 스타일 같지만 은근히 심리전이랑 운영으로 먹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ㅇㅇ]

       –     응~ 은퇴 선언이야~ 레반이랑 속도위반해서 태교해야 돼~

       –     ㄴ 진짜 뒤진다 씹새야

       –     근데 프로 진출하면 방송은 접는 거 아닐까

       –     ㄴ 난 센세 믿어……오카리나 방송이라도 해줄거야……

       –     ㄴㄴ 그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

       –     ㄴㄴ 개씹좆혐의 소중함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     나만의 작은 아따먹이 프로가 된다니……뭔가 멀어지는 느낌이라 싫어ㅠ

        

       [작성자: 갱생도질]

       [제목: 센세 신상 관련 억측 다 밉니다]

       [1회 경고 후 영차 예정입니다.

        

       특히 임신, 출산, 결혼, 기타 성희롱성 글 쓰는 새끼들

        

       니넨 진짜 뒤진다 씹새들아]

       –     여긴 매니저가 욕을 하네……

       –     레반이 영~차! 하고 넣어서 (중략) 은퇴하는 거 아님?

       –     ㄴ 이거 진짜예요?

       –     ㄴ 둘다 주소 불러라

       –     좆오좆이 태교에 안 좋긴 해

       –     ㄴ 좋은 말로 할 때 말 가려해라

       –     ㄴㄴ 격하게 몸을 움직이며 숨을 헐떡이게 되는 나오나는 아직 연약한 미니미니 아따먹의 건강에 안 좋긴 해

       –     ㄴㄴ 너도 주소 불러 씨1발롬아

       –     도질도질아……

        

       [작성자: ㅇㅇ]

       [제목: 이 텐련 아무리 봐도 방화에 맛들렸어]

       [도저히 일부러 하는 게 아니라고 볼 수가 없음

        

       이렇게 온 세상이 불타는 걸 보면서 즐기다가

        

       정작 방송 켜면 ‘오카리나를 하나 더 샀어요’ 이딴 거 얘기할 거임 백퍼]

       –     아

       –     이 씹련 불난 게시판들 관음하면서 흐흫거릴 거 생각하니 속이 뒤집히는데 정상인가요

       –     ㄴ ‘억울하네요’

       –     ㄴㄴ 아 씨발

        

       [작성자: ㅇㅇ]

       [제목: 진결 선언이면 나 진짜 큰 결심 할거야]

       [아따먹이 처녀가 아닌 세상은 더 이상 살 가치가 없어]

       –     그냥 지금 큰 결심 해주면 안 될까요 선생님

        

       그러나 당연하게도, 후속 공지나 설명 따위는 없었기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시청자들은, 모든 곳을 불태우며 방송 시간을 기다릴 뿐이었다.

        

       * * * *

        

       예고된 방송까지 몇 시간이 남은 시점.

        

       전날의 경기부터, 우승 인터뷰, 그리고 공지까지- 하나하나 커뮤니티를 폭발시킬 짓만 골라서 한 예나는, 집 앞의 자그마한 카페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긴장한 표정으로.

        

       “……예나야.”

       

       부드러운 음악과 무거운 침묵 속. 두 자매는 서로의 시선을 힘겹게 마주했다가- 다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래로 내리깔았다.

        

       “응.”

        

       손님이라곤 둘뿐인 조용한 공간이어서일까. 말을 이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피하듯 도망쳤던 동생과, 다가가기 조심스러워진 언니의 간극을 어찌 좁혀야 할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기에 더더욱.

        

       차라리……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잔소리라도 하면 어떨까. 아마 그리하면, 그녀의 동생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따를 터였다. 그렇게 겉보기에라도 멀쩡하게 봉합해두고, 떠나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도저히.

        

       “우선……미안해. 언니가……과했던 것 같아.”

        

       그리하여 건넨 사과의 말이 어지간히 충격이었던 걸까.

        

       “……아니, 아니야. 언니가 미안하면……안 돼. 내가-”

        

       퍽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는 예나를 바라보던 예리는, 파르르 떨리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피하면 안 된다. 계속 피할 순 없으니까.

        

       “예나야.”

        

       “응.”

        

       “기억, 아, 아직……없어?”

        

       그러나 마음을 애써 진정시켜도, 몸은 별개의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아주 작게 시작된 흔들림은 목소리로 이어졌다.

        

       “……응. 미안해.”

        

       “……그 날, 부터지?”

        

       힘겨이 던진 질문. 애써 억누르던 눈물이 결국 예리의 뺨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려, 가슴팍을 적실 때까지- 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개를 숙인 채 이어지는 침묵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정확한 대답이 아닌가.

        

       기억……모르지 않았다.

        

       어떻게 모를까.

        

       스스로를 속였을 뿐이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일이 한창 바쁘고, 용돈을 줘야 하고, 예나도 언급하기 싫어하는 것 같고……이제 예나도 어른이니, 조금 달라질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며.

        

       그래놓고, 막상 조금 위험해 보이니 눈이 돌아가버려서.

        

       조용히 가꿔오던 방송을 뒤집어 엎고, 통제하려 들고. 예나가 진지하게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로 사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말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게 막아대고-

        

       결국, 참다 못한 그녀가 기억상실을 고백하게 만들었는데.

        

       “……미안해. 안 보기로 했던 거 아는데. 카드 결제내역을 봤어. 작년에, 응, 응급, 응급실…….”

        

       정작 그 원인은 한참 후에야 알게 된 것이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추듯 감싼 예리의 가슴에서, 미처 삼키지 못한 흐느낌이 울컥 토해져 나왔다.

        

       진작에 했어야 하는 말이다. 진작에.

        

       “미안해애…….”

        

       고개를 숙인 예나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했다.

        

       작은 카페에 조용하게 울려퍼지던 음악의 볼륨이 조금 커졌다. 울음소리를 들은 주인의 배려일까.

        

       그렇게, 잠시 먹먹한 시간이 흐르고.

        

       쓴 웃음을 머금은 예나의 손이 천천히 뻗어 나갔다. 느릿하고 조심스럽게.

       

       마치, 낯선 이의 조심스러운 친절에 용기가 나기라도 한 듯이.

        

       “……언니.”

        

       “응, 흐윽- 응. 응, 예나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내는 손에 손수건을 쥐어주고, 다시 꼼지락거리며 망설이다가-

        

       “테세우스의 배, 여전히 같은 배라고 해줘서……고마웠어.”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예리의 앞에 손을 내려놓았다. 손바닥을 위로 한 채로, 언제든 잡으라는 듯이.

        

       “방송이나……패러데이에 들이받은 거나. 걱정하고, 혼내주고, 도와줘서……고마웠고.”

        

       그 상태로 혼자 읊조리는 듯한 말은, 제법 오랫동안 예나의 가슴에서 굴러다니던 것이었다.

        

       “염치가 없고, 미안해서……제대로 말을 못했어. 미안해.”

        

       꺼내고 싶어 다듬고 또 다듬기만 반복하면서도, 차마 입밖으로 흘려보내지는 못한.

        

       예나가 이리도 조심스러운 진정한 이유를, 예리로서는 영원히 알 수 없겠으나-

        

       “고마워. 그리고……앞으로도, 고마워도 될까?”

        

       그럼에도, 조심스러운 말투에서. 숙여진 고개에서.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 마음만은 절절히 전해져서.

        

       예리는 말없이 예나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낯선 망망대해에서 필사적으로 던진 닻 하나가 바닥에 닿는 순간.

        

       내려버린 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를 되새기며, 표류자는 갸냘프게도 웃고 있었다.

        

       * * * *

        

       저녁 7시.

        

       《아. 들리시나요.》

        

       『아 하』

       『대 따 황』

       『우승 축하해!!!』

       『ㅔ』

       『와 정시 방송 왜케 불안하냐』

       『이 텐련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그래서 발표 머임?』

       『해명이나 하자』

       『힐배깅 해명해』

       『어느 팀 가나요』

        

       정각에 켜진 아따먹의 방송은 이미 사람들로 우글거리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접속한 이들부터, 정말로 제때 방송을 켰다는 글들을 확인하고 바삐 달려온 이들까지.

        

       그렇게 허겁지겁 찾아온 시청자들은, 이내 화면을 가득 메우는 예나의 얼굴과 마주할 수 있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건지. 평소의 고집은 저 멀리 치워둔 채, 캠을 전체화면으로 당겨둔 것이다.

        

       『캬』

       『ㅇㅃㄱ ㄷㅈㄱ ㅇㅃㄴ』

       『이게 컨텐츠지』

       『중대발표: 예쁨』

       『미쳤다 진짜』

       『제발 캠방만 하자』

       『이 얼굴로 그 짓거리를』

        

       -힐따먹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캬 캠 감사합니다 센세 ㅠㅠㅠㅠ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래서 중대발표 뭡니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개씹좆혐 신곡을 연습해왔어요.】

        

       잠시, 무언가를 찾는 듯이 책상을 살피다가- 다시 채팅창을 보는 시선. 쏟아지는 칭찬과 도네이션을 덤덤하게 바라보던 예나는, 채팅창을 조금씩 드래그하며 소통을 시작했다.

        

       《중대발표……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제법 있네요. 우승 소감 얘기할 때 하지 그랬냐……음. 그러게요. 그래도, 기왕이면……우리끼리 있을 때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리 말하는 예나의 입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저저 텐련 유입 오니까 습관성 육수 우리기를』

       『‘우리끼리’』

       『얘 갑자기 왜 이럼』

       『육수가 펄펄』

       『봄의 아따먹은 진짜로 다르다』

       『갭 미쳤네 진짜』

        

       그 부드러운 목소리와 표정에 열광하는 것도 잠시.

        

       《어서 말씀드리고 싶지만……전통은 전통이니까.》

        

       예나의 얼굴이 사라지고- 화면에 나타난 건, 나오나 사용자 설정 게임 대기실이었다.

        

       상단에 떠오른 ‘Dam12/Dam12’라는 문구와 함께.

        

       《자. 선착순입니다. 승자가 나오면 이야기할게요. 대신……키마로 하고, 3수를 양보해드리려고 해요. 저도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그리고……승자에게는 상품도 하나 드릴 생각이에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미친년아 니가 발표한다며 니가 얘기하고 싶다며!!!】

        

       《원칙에 예외를 둘 수는 없어요.》

       

       -흐흫

       

       미처 숨기지 못한 웃음소리에는, 묘한 기대감이 서려있더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r p 님, 2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익명의 독자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1097 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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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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