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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1

       어쨌든 간에 이 게임을 끝마치기 위해서는 그대가 시키는 대로 따라해야할 필요가 있을 터.

       

       걱정하지 말거라.

       

       본인은 이 지옥에서 빠르게 빠져나갈 생각밖에 없으니 말이다.

       

       여자아이는 자꾸만 슬쩍슬쩍 내 눈치를 보다가 두려움보다 의무감이 더 강했는지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우선 손님이 들어올 때는 ‘어서오라냥! 주인님!’ 이다냥! 따라해보라냐!”

       

       손님이 들어올 때에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인가.

       

       “어서오라냥. 주인님.”

       

       이 정도라면 거리낄 것도 없구나 싶어 따라했더니 여자아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선 안 된다냥! 좀 더 귀엽… 아니다냐! 신경 쓰지 말라냐! 내가 헛소리를 했다냐!”

       

       이래라 저래라 그러는 여자아이를 가만 바라봐주었더니 알아서 눈치를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끝까지 유지할 강단이 없다면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됐을 것을.

       

       “흐윽. 싫다냐. 무섭다냐.”

       

       – 아닠ㅋㅋㅋ NPC가 이래도 되는 거야?

       – 이건 화령이 문제인가 NPC가 문제인가.

       – 둘 다라고 보는데.

       

       “다음. 아직 알려주어야 할 것이 많지 않으냥.”

       

       울상을 지을 시간에 빠르게 진행을 해주었으면 좋겠구나.

       

       여자아이는 내 말을 듣고서 억울한 듯 나를 쳐다보았지만 그런다고 바뀌는 건 없었다.

       

       게임의 NPC이자 이 카페의 점주인 이상 그대가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손님분들께 음식을 가져다 드릴 때는 의무적으로 맛있어지는 주문을 걸어드린다냐. 먼저 시범을 보여줄 테니 따라해 보라냐.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모에모에뀽☆”

       

       손으로 심장의 모양새를 만들고 한 쪽 눈을 감으며 귀엽다 못해 듣는 사람의 이빨이 달아서 썩어 문드러질 듯한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는 여자아이를 보고 있자니 절로 입가가 굳었다.

       

       이 본인이 남에게 저런 식으로 아양을 떨어야 한다는 소리더냐.

       

       “하기 싫은 건 알겠지만 해야한다냐! 그러지 않으면 봉급에서 깎을 수밖에 없다냐!”

       

       나의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것을 본 것일까. 여자아이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내 앞에 메시지 창이 하나가 떠올랐다.

       

       [메이드에게 마법의 주문은 필수입니다!]

       [애교를 거부하거나 실수를 저질러서 오늘 받을 봉급이 0이 된다면 게임오버가 됩니다!]

       [게임을 클리어하고 싶으시다면 완전무결한 메이드가 되세요!]

       

       “이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냐?”

       

       지금 이 세상이 어디 무림도 아니고 현세일 지언데 무급?

       

       이놈들. 세상의 법률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구나.

       

       잘 기억하거라.

       

       이 세상에는 최저임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를 지키지 않는다면 관에 끌려가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야!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진정하세요. 게임이잖아요.]

       

       “그렇지. 게임이지.”

       

       이 곳에서 법이니 뭐니 하는 것을 따져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

       

       본인이라 하여 그를 모르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야 그럴 뿐이다.

       

       하아. 어쩌겠느냐. 해야 하는 것을.

       

       

       “반드시 귀여워야 하는 것이냥?”

       “그렇다냐. 냐가 감탄할 정도로 귀여우면 봉급이 추가되니까 귀여운 게 최고다냐!”

       

       그래. 그렇단 말이지.

       

       잠깐 기다려 보거라.

       

       지금 본인의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그런 소리를 내어봐야 귀엽기는 어려우니.

       

       좀 조정을 해보자꾸나.

       

       “아. 아. 아.”

       

       – ???

       – 미친. 목소리 낼 때마다 목소리가 달라져.

       – 이건 또 무슨 묘기임?

       – 화령님 무슨 성우지망생 같은 거였음?

       – 와. 마지막 목소리는 진짜 애니 캐릭터 같았다.

       

       한 때 다른 이들에게 추격을 당하며 그들을 피해 살아야 했던 적이 있었지.

       

       그 때에 본인의 외모나 목소리를 그대로 사용한다면 그 즉시 그들에게 들켜 추격을 당하게 되었으니 본인은 마을에 들어갈 때면 항상 이를 바꾸어야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는 살기 위해서 본인이 익힌 재주였다.

       

       “아아. 지금 목소리는 어떠냥?”

       

       한창 세상을 유랑할 적에 만났었던 아해의 목소리를 따라한 것이다만 마음에 드는가?

       

       – 화육수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땅! 사이코다제!]

       

       – 천마가 이렇게 귀여워도 괜찮은 걸까.

       – 부글부글.

       – 천마쯤 되면 저런 것도 할 수 있는 건가.

       – 천마는 대체 뭐지.

       – 생각해보면 천마도 아이돌의 일종 아냐?

       

       아해들이 반응을 보아 하니 목소리는 그럭저럭 괜찮은 듯 하구나.

       

       그렇다면 어디 한 번 저 녀석이 시키는 대로 해보도록 할까.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은 본인의 주특기이니라.

       

       이는 게임에서 시키기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래. 연기를 하는 것이야.

       

       무대 위의 연기자들이 자신이 연기한 것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끼더냐?

       

       아니지.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러우면 자연스러울수록 자부심을 느끼지 않나.

       

       본인은 남들에게 아양을 떤 적은 없지만 아양을 떠는 이들은 지겹도록 보았다.

       

       강자의 앞에 섰을 때 자신의 자존심을 팔아서라도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려는 이들이 어디 한 둘이었겠는가.

       

       그러니만큼 그를 떠올리며 재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모에모에뀽☆”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다른 이들이 보기에 괜찮게 보일만한 동작을 더하고 더하여 최선의 동작을 선보였다.

       

       흐음.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만 그대들은 어떤가.

       

       “흑.”

       

       무어냐. 또 왜 울상인 것이야.

       

       이번에는 딱히 그대를 위협하지도 않았거늘.

       

       “최고다냐! 내가 여태까지 본 고양이 중에 가장 귀여운 고양이였다냐! 만점이다냐! 감동으로 눈물범벅이다냐아아아!”

       

       아 그래? 그것 참 다행이구나.

       

       – ㅇㅇ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너무 프로인데?]

       

       – 현직 종사자의 짬이 느껴진다.

       – 화령님 예전에 근무해보신 거 아님?

       – 근데 그런 것치고 서브컬쳐 너무 모르시는데.

       – 그냥 현실에서는 애교가 넘치는 사람인 거지.

       – 그른가?!

       – 게임 속에서는 차가운 무인. 하지만 현실에선 귀엽겠지.

       – 캬아아아.

       

       채팅창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저들이 좋다고 해주는 것을 보면 본인의 연기가 잘 된 것 같기는 하다마는.

       

       그와 동시에 본인이 한 일을 여기저기에 퍼나를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어.

       

       하아. 내려 놓자꾸나.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것을 어찌하겠는가.

       

       “다른 거! 다른 것도 해보자냐! 아직 많이 남아 있다냐! 제일 중요한 게 바로 이 애교 코스다냐! 이건…”

       

       방금 전 본인이 했던 것에 감명을 받은 것일까.

       

       여자아이는 본인을 두려워하던 것조차 잊어버린 듯 신이 나서 이것저것을 알려 주었다.

       

       다른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서 그를 평가해 보자면 의도적으로 귀여워 보이겠다는 의지가 잔뜩 담긴 행동들이었다.

       

       더 간소히 이야기를 하자면 만화 속의 캐릭터들이 할 법한 행동을 현실로 가져온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과장이 되어 있다 보니 본인도 수치스럽다기보다는 연기를 하는 느낌이 들어 시키는 대로 하기가 편했다.

       

       “완벽하다냐! 화령은 이 세상 최고의 고양이다냐! 이렇게 잘 하면서 왜 처음에 그랬던 것이냥?!”

       

       물론 하기가 편했다는 게 수치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특히나 채팅창에서 형광봉을 흔드는 그림을 도배해대는 엔리의 이름을 볼 때마다 머리가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입에 물고 있을 곰방대가 필요하구나.

       

       “냐야. 곰방대 같은 건 없느냥?”

       “곰방대? 담배?! 그런 건 안된다냐! 메이드는 환상의 생명체! 그런 걸 해선 안된다냐!”

       

       허어.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거늘.

       

       어떻게든 여자아이를 설득해보려 노력했지만 여자아이는 완고했다.

       

       만약 피우다 적발될 시 봉급을 다 깎아버릴 거라는 선언에 본인은 패할 수밖에 없었지.

       

       어쩌겠느냐. 빠르게 게임을 마무리 짓고 곰방대를 입에 무는 게 최선이겠구나.

       

       짤랑.

       

       카페의 문이 열리면서 종이 울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아. 인사하는 것이다냐? 하나. 둘.”

       

       ““어서오라냥. 주인님!””

       

       처음으로 찾아온 손님은 도저히 이런 곳에 올 것 같지 않은 세련된 인상의 여성이었다.

       

       “자. 화령냥! 가서 손님을 응대하는 것이다냐!”

       

       보통 이런 것은 먼저 선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본인은 이런 곳의 종업원으로 일해 본 경험이 없다만.

       

       방금 전 그대에게 언어로 배우긴 했다만 말로 배우는 것과 실전은 전혀 다르지 않은가.

       

       무어 일단은 시키니 하겠다만 혹여 무언가 잘못되더라도 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반갑다냐. 주인님을 안내해 드릴 화령이라고 한다냐.”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기 메뉴판이다냐.”

       

       여성은 메뉴판을 보고는 별 고민도 하지 않고 오므라이스와 음료 하나를 시켰다.

       

       이 곳에 한 두 번 와 본 것이 아닌 듯 하구나.

       

       배웠던 대로 그를 주방에다 전달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음식이 나왔다.

       

       쟁반을 들고서 여성의 앞에 음식을 내려 놓은 나는 케찹이 들어있는 병을 두 손으로 들었다.

       

       이제 본인의 미적인 감각을 드러낼 차례로구나.

       

       보라. 이것이 본인이 그려내는 귀여운 고양이이니라.

       

       “와아.”

       

       케찹을 이용해 일필휘지로 그림을 그려내자 여성의 입에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어떠냐.

       

       이것의 본인의 실력이니라.

       

       “대단하시네요.”

       “고맙다냥.”

       “저어. 그런데 주문은.”

       

       걱정하지 말거라.

       

       본인이 방금 전에 배운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으니.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모에모에뀽☆”

       

       앞전에 여자아이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며 본인은 이미 존엄을 포기한 지 오래다.

       

       한 번 내려 놓는 것이 어려울 뿐 이미 내려놓았다면 다른 일을 하는 데에 아무 어려움이 없지.

       

       본인이 애교를 펼치자 여성의 입가에 화사한 웃음이 새겨졌다.

       

       – 이세계가고싶어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도! 나도 화령이 있는 메이드 카페 가고 싶어!]

       

       – 무림에선 천마인 내가 이세계에선 귀여운 메이드?!

       – 이것이 갭모에인가.

       – 이 영상 평생 소장할 거야.

       – 편집자님. 아시죠? 눈치껏 영상 올려주셔야 합니다?

       

       *

       

       아라 씨.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잘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 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엔리는 책임감을 가지고 아라의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나 무언가가 잘못된다면 자신이 책임을 지기 위해서.

       

       아라의 방송에 불이 붙는다면 그 불을 자기 방송으로 옮겨올 각오까지 하고 있던 엔리였지만 그녀의 각오는 무의미했다.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아라가 메이드 연기를 잘했던 것이다.

       

       예전에 현장에서 일한 게 분명하다는 의심이 나올 정도로 자연스러운 아라의 모습에 엔리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진지한데다가 경험 많은 노인처럼 침착한 모습만 보여주시던 분이 저러니까 신기하네요.

       

       귀여운 걸 좋아하는 분이라 귀여워 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알고 계신 걸까요?

       

       으으.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아라 씨의 모습이라 신기하기는 한데 제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어요.

       

       좀 더 부끄러워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이었다고요!

       

       이거마저도 잘 하시면 어쩌자는 거에요!

       

       아라 씨를 골탕먹이기 위해 준비한 제 필살의 수가 이렇게 무마되다니!

       

       처음 아라가 기분이 나쁘단 티를 마구잡이로 낼 때에는 엔리도 기대를 했었다.

       

       후완이 상당히 두렵기는 했지만 이미 저지른 일은 저지른 일.

       

       아라가 곤란해하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바랐던 것이다.

       

       허나 아라는 기대를 배신했다.

       

       그녀는 자신이 못하는 일은 새로운 문물에 적응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으으. 정녕 제가 아라 씨를 골탕 먹이는 건 불가능한 일인 건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를 이루지 못하고 복수당할 일만이 남은 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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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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