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1

   어둠이 서서히 걷혀가는 구나.

   

   저주스러운 태양은 오늘도 늦는 법이 없어.

   

   과거에는 어둠에 가려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하는 녀석이 고개를 치드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군.

   

   허나 괜찮다. 이제는 저것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설령 내가 사라지더라도 저 희망과 공멸할 수 있다면 우리의 주 되시는 분께서 영광을 되찾아 주실 터이니.

   

   그 추하디 추한 녀석의 사랑을 받는 아이야.

   

   어떠했느냐.

   

   나의 수작질이 너무도 간단하여 웃음이 새어 나왔느냐?

   

   나는 그랬다.

   

   네가 지닌 많은 것들을 확인하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새더구나.

   

   어둠에 대응하는 것이 능숙해.

   

   한 번도 들어와 본 적 없을 곳의 길을 완벽히 외우고 있어.

   

   처음으로 상대해 보는 자의 검을 어찌 상대해야 할 지조차도 알아.

   

   아르마디가 분명 그대에게 무수한 지식을 선사해 준 것이 분명하구나.

   

   허나 그대는 자신의 지식을 너무도 과신하고 있다.

   

   비장의 수는 이리 쉽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지.

   

   그럼 상대가 대처할 준비를 하게 되지 않으냐.

   

   그대가 이 대지의 유일한 희망이라면.

   

   내가 맡은 역할은 그 희망을 집어삼키는 것일 지어니.

   

   모든 것을 준비한 후에.

   

   기대하며 기다리겠다.

   

   네 년이 오는 순간을.

   

   네 년이 고통 속에서 비명 지르는 순간을.

   

   아르마디에게 살려달라고 빌다가 찾아오지 않는 구원에 눈물 흘리는 순간을.

   

    그대는 이걸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필사적으로 가리려 하는 네 마음의 유약함을 나는 이미 보았으니까.

   

   *

   

   아카데미 구관에서 빠져나온 내가 처음으로 한 일은 다른 무엇도 아닌 훈련장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아침 동이 막 틀 시간. 평상시의 나라면 버릇처럼 훈련을 시작하는 순간.

   

   지금 이 때라면 분명 걔가 있을 거야.

   

   “안녕.”

   

   역시나. 프레이는 나보다 먼저 훈련장에 찾아와서는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멋진 방패네? 새로 구했어?”

   

   ‘네. 얼마 전에요.’

   “멋지지? 너 같은 바보 검사는 흠집조차 내지 못할 물건이야.”

   

   “시험해 볼 거야?”

   

   ‘부탁드릴게요.’

   “네가 얼마나 개허접인지 체감하고 싶은 거라면 말리지 않을게.”

   

   내가 프레이를 만나러 온 이유는 하나였다.

   

   이게 게임일 적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스킬.

   

   약점 파악이 정확하게 어떤 성능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소울 아카데미라는 게임에 숨겨진 스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모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의 업데이트도 없던 게임이다. 당연히 언팩을 통해 숨겨진 모든 정보가 까발려진지 오래지.

   

   업적작. 스피드런. 제약플레이 등등. 온갖 기상천외한 플레이를 벌이던 나는 이런 언팩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연구를 거듭했고. 그 끝에 수많은 기록들을 만들어 냈다.

   

   누군가는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 무어라 그랬지만 난 그 의견을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보다 실력 없는 놈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잖아?

   

   어쨌건 무수히 많은 연구를 거듭했던 난 당연하게도 소울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모든 스킬을 다 알고 있었다.

   

   최적의 효율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스킬이라면 모두 다 건드리고 다녔으니까.

   

   그런 내가 처음으로 보는 스킬이다.

   

   이 세상에 빙의했기에 만나게 된 스킬이란 말이다.

   

   당연히 성능 확인부터 해 봐야지!

   

   솔직히 약점 파악의 설명은 애매하다. 약점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라니.

   

   이게 게임이었다면 크리티컬의 증가 정도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이건 현실이잖아.

   

   어떤 식으로 스킬이 발동될지.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또 성능은 어떨지. 사용할 수 있는 용도는 무엇무엇이 있을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내가 프레이를 찾아 온 이유가 바로 이거다.

   

   칼은 내 호위이면서 동시에 소울 아카데미의 교사. 안 그래도 나 때문에 하루를 날렸는데 이 이상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허나 프레이는 다르다. 학업이고 나발이고 검을 휘두르는 것밖에 관심이 없는 이 녀석은 얼마든 붙잡고 있어도 괜찮지.

   

   

   “갈까?”

   

   

   ‘언제든지요.’

   “마음대로 해. 만날 발리기만 하는데 기습이라도 시도해 봐야지. 안 그래?”

   

   “알겠어. 갈게.”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프레이를 보면서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평상시와 별 다를 것이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 씩 나와 대련을 하는 프레이다.

   

   이미 눈에 익어버린 검에서는 새로운 걸 찾아낼 수 없는 걸까?

   

   “…방패가 더 굳건해졌어. 장비빨. 비겁해.”

   

   안키르로 프레이의 검을 막아내고 있자니 녀석이 연격과 함께 투정을 부렸다.

   

   장비도 능력이라면서 프레이의 감정을 건드렸을 터이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방금 전 해골을 상대하면서 내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지라.

   

   그래서 난 괜히 입을 나불거리는 대신 프레이의 검을 바라보는 데에 집중했다.

   

   내가 처음 보았을 때의 그녀와 지금 그녀의 검은 여러모로 다르다.

   

   그녀가 추구하는 특유의 빠름과 쉴 새 없는 몰아침은 그대로이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하지.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 차이는 정교함이다. 과거의 프레이는 자신의 본능에 따라서 검을 움직였다.

   

   배운 것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지.

   

   보통의 사람이라면 중간에 이상함을 느끼고 다른 이에게 배움을 청할 터이나 프레이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지닌 재능은 본능만으로 대륙을 제패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으니까.

   

   허나 지금은 아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아버지에게 검을 가르쳐달라 부탁한 프레이의 검은 이전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말끔해져 있었다.

   

   기존의 프레이가 가지고 있었던 장점. 빠른 판단과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성을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검의 기본을 쌓은 것이다.

   

   이리저리 흩날리던 검로가 선명해졌으니 그 공격의 속도와 위력이 증가하고.

   

   쓸데없는 생각의 과정이 줄었으니 검격이 내리쳐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겨우 방학 기간 동안 가르침을 얻었을 뿐이거늘 그녀의 검은 분명 비약적으로 강해져 있었다.

   

   허나 아직은 부족하다.

   

   기본으로 극한에 이른 해골과 검을 맞대고 와서 그런 것인지, 약점 파악이라는 스킬을 얻게 된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녀의 모자람이 비쳐 보였다.

   

   검이 휘둘러지는 간격이 너무도 짧다.

   

   답답하기에 공격의 횟수를 늘리는 것일 테지만 공격이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하나하나의 공격이 약해진다는 것.

   

   충분한 위력이 없다면 아무리 빠른 검이라도 방패에 부딪혀 튕겨날 뿐이니.

   

   저를 상대하는 데에 특별한 기술은 필요치 않다.

   

   그저 가만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자멸할 테니까.

   

   내 판단은 정확했다.

   

   속도를 올리던 프레이는 결국 커다란 틈을 노출했고 그 순간 나의 눈에 균형이 망가진 부분이 보였으니까.

   

   틈을 파고든 내가 눈 여겨 본 부분을 슬쩍 밀어내자 프레이가 너무도 간단히 넘어져버렸다.

   

   바닥에 널부러진 프레이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위로 고래를 치켜들었다.

   

   “다시.”

   

   나는 기꺼이 그녀의 요청을 받아 들였다.

   

   약점 파악이라는 스킬이 지닌 진정한 힘을 느끼기 위해서.

   

   대련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나는 약점파악이라는 스킬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게 됐다.

   

   우선 이 스킬은 약점을 눈에 보여준다.

   

   내가 프레이의 조급함을 보았고, 그녀의 무너진 균형을 보았던 것처럼. 자연스레 상대의 약점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이 스킬은 처음부터 모든 걸 보여주지 않는다.

   

   최초의 대련 때 나는 몇 가지 약점을 보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다급해지면 발을 딛는 것보다 검을 휘두르는 게 ‘아주 약간’ 빠르기에 생겨나는 틈.

   

   도박수를 걸려 할 때 ‘미세하게’ 낮아지는 눈썹. 같은 것들을 말이다.

   

   덕분에 난 대련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더 쉽게 프레이를 제압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 스킬은 내 능력에 영향을 받는 게 분명했다.

   

   기존에 수도 없이 프레이와 대련을 하며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약점부터 눈에 보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정도까지만 하더라도 약점 파악은 사기 스킬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방어에 능하기에 자연스레 장기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대를 파악해 무너트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이 약점파악이라는 스킬은 내 전투 방법과 너무도 잘 맞는 녀석이었다.

   

   허나 약점 파악의 사기성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이 스킬은 단순히 전투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설명이 모호한 순간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약점이라는 건 말 그대로 상대의 약한 부분을 말하는 거야.

   

   보이기 껄끄러워 하는 신체 부위? 약점이지.

   

   듣기 싫어하는 말? 그것도 약점일 거야.

   

   상대에게 결코 들키기 싫어하는 거? 당연히 약점이지.

   

   이렇게 설명하면 좀 알아 듣기 어려우려나. 으음. 예시를 들자면. 그래.

   

   “치사해. 작으니까 방패 뒤에 숨으면 다 막아지잖아.”

   

   지금 프레이가 내게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

   

   “저어기♡ 바보 검사♡ 매도당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이렇게 검이 허접해서야 그럴 마음도 안 생긴다구♡”

   

   자꾸만 시비를 걸면서 내 도발을 이끌어내려 하는 것.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프레이의 치부이자 약점일 것이다.

   

   보라. 내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그녀의 검에 망설임이 생기지 않나.

   

   “쓸데없이 나불거릴 시간에 검을 휘두르는 거나 신경 쓰지?♡ 뭐 그래도 결과는 똑같겠지만♡”

   

   키득거리며 웃음을 흘리기 무섭게 프레이의 얼굴에 붉은 기가 서렸다.

   

   분노? 부끄러움? 어떤 감정을 품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낳은 결과는 명확했다.

   

   프레이의 검 위에 푸른 빛이 모여 들었으니까.

   

   야!? 이거 대련이잖아! 여기에서 오러를 쓰면 어쩌자는 거야?!

   

   난 그를 보자마자 다급히 방패에 신성을 둘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프레이의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단 것이다.

   

   도발이 얼마나 잘 먹혀들어간 건지 무작정 오러를 두르고 검을 휘두른 탓에 위력이 애매했어.

   

   근데 이것도 나라서 막은 거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아서만 됐어도 박살이 났을 거야.

   

   어찌되었던 프레이가 지닌 검의 실력은 진짜니까.

   

   쓴소리를 할 생각으로 내 머리를 지키던 방패를 치웠을 때. 프레이는 이미 저 멀리로 달아나는 중이었다.

   

   …선빵치고 도망가는 건 도대체 뭐야? 내 잔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었나?

   

   으음. 지금 따라가 봐야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고.

   

   어차피 나중에 만날 테니까 잔소리는 그 때하면 되겠지.

   

   그러니까 다른 것부터 확인해보자.

   

   프레이랑 대련하면서 시간을 보낸 덕분에 신성도 많이 회복됐으니까.

   

   신성영역을 펼쳐서 확인을 해…

   

   “아가씨.”

   

   보려고 마음을 먹은 순간 기다렸다는 듯 들려온 목소리에 신성의 운용을 멈췄다.

   

   내 뒤에 서 있는 것은 칼처럼 보였지만 녀석은 칼이 아니었다.

   

   말로 표현하라면 애매하지만 뭐랄까.

   

   평상시의 칼에게서 느껴지는 은은한 광기가 안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걔라면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조급함을 드러내지 않을 거거든.

   

   오히려 기다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외치지.

   

   뭐지? 뭐하는 놈이지?

   

   메이스를 쥔 손에 힘을 더하고 있으려니 상대방이 다급히 목소리를 냈다.

   

   “알새틴입니다. 영애님.”

   

   …알새틴?

   

   얘 여기서 뭐 해?

   

   자칫 잘못했다가 아카데미에 들키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그냥 나중에 쪽지 같은 걸 보냈으면 알아서 만나러 갔을 텐데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이런 짓을.

   

   “죄송합니다. 영애님. 워낙에 긴급한 사안인지라.”

   

   ‘뭔데요?’

   “말해. 빨리.”

   

   “영애님께서 찾던 것과 관련된 일입니다. 어둠이 대지를 집어삼키려 들고 있습니다.”

   

   …어.

   

   잠시만?

   

   그러니까 내가 찾던 거라면 분명 버로우 공작가문과 관계된 정보일 테고.

   

   거기에서 어둠이라면 타리키.

   

   대지라는 것은 영지.

   

   이 모든 걸 정리해 보자면 타리키가 영지를 집어 삼키려고 하고 있다.

   

   조금 바꿔서 이야기를 하자면 악신의 사도가 타리키에게 버로우 영지를 바치려 하고 있다는…

   

   미친?

   

   미친!?

   

   그 새끼 토벌 당하려고 환장한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