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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1

   “그럼 원하는 사람끼리 조를 짜도록 하세요. 조를 짜지 못하고, 남은 분들은 그분들끼리 짜일 예정이니 참고 바랍니다.”

     

   카이란은 그 말을 남기고, 한 발 물러섰다.

   응시생들이 모두 조를 짜기 위해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처음 보는 이와 짜야 하는 조.

   하물며 조를 짜는 이와도 경쟁 관계.

     

   아이들의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누구와 조를 짜야 점수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비앙카.”

     

   그러는 순간 비앙카의 옆에 한 여성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검가, 쥬논 가의 여식.

   달레아 쥬논.

     

   그녀는 미소 짓는 얼굴과 함께 그녀의 옆에 섰다.

     

   “같은 조 하자.”

     

   비앙카는 뜻밖이라는 얼굴을 했다.

     

   이마 앞에 한 번 크게 부딪친 적이 있는 만큼.

   달레아가 자신을 마냥 달가워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조금 표정이 보이네. 난 비앙카 네가 마음에 들어.”

   “제가요?”

   “난 예쁜 사람 좋아하거든.”

     

   외모 지상주의.

   비앙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예쁜 게 전부는 아니에요.”

   “하지만 예쁜 건 옳은걸. 네 약혼자도 네가 예뻐서 좋아해 주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들은 비앙카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곧 크라슈를 떠올리자 어째선가 잠시 웃음이 나왔다.

     

   비앙카가 그렇게 웃는 건 처음 본 달레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비앙카는 웃음 짓고 얼굴로 말했다.

     

   “네, 그것만은 아니에요.”

     

   크라슈는 자신을 비앙카 하덴하르츠라서 좋아해 주는 것이다.

     

   거기에 외모의 영향도 있을 수 있겠지만.

   비앙카는 크라슈가 자신을 소중히 여겨준 이유는 오랜 기간 쌓아온 인연 덕분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비앙카도 크라슈를 가장 소중히 여길 수 있었다.

   비앙카는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을 비앙카 하덴하르츠라서 좋아해 주듯 자신도 크라슈 발하임이기에 좋아하는 것이니까.

     

   “……정말 사랑 받는 모양이네.”

     

   달레아는 핏하니 웃음을 흘렸다.

     

   “맞아요.”

     

   비앙카는 우쭐하듯 등을 곧추세우며 가슴을 폈다.

   하얀 병아리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서 조는 어때?”

     

   달레아는 비앙카를 귀여워하며 다시금 본론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말해 비앙카와 내 조합은 나쁘지 않을 거라 보거든.”

     

   달레아는 근접전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보인다.

   비앙카 또한 비수술을 이용한 근접전이 만만치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달레아만큼은 아니다.

     

   실제로 그녀의 수 싸움에 당할 뻔했었던 비앙카는 납득했다.

   그녀의 특기는 환수술을 이용한 변칙적인 공격과 빙룡의 브레스와 같은 포화 공격이니까.

     

   전위를 달레아가 맡아 준다면 비앙카는 자신의 전력 이상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 점수가 있어요.”

     

   문제는 개인 점수다.

     

   “그거 내가 조금 생각한 게 있는데.”

     

   달레아는 남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비앙카에게 조금 더 달라붙었다.

   비앙카도 달레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개인 점수 이전에 시험관은 점수가 측정되는 방식을 말하지 않았어.”

   “그러네요.”

   “응, 앞선에 한 말들은 응시생들을 흔들기 위한 페이크일 확률이 높아. 점수가 적을 수 있다고 했지. 얼마나 적어진다고 말한 건 없으니까.”

   “사실은 기여도에 따라 달라지는 점수일 뿐이라는 건가요.”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래.”

     

   일부러 응시생들을 흔들어 놓기 위한 악의적인 말이었을뿐.

   실상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달레아는 걸었다.

     

   “이건 시험이니까. 서로를 방해하면서 점수를 따는 모습을 시험관이 원할 거 같지는 않잖아?”

   “일리는 있네요.”

     

   비앙카도 거기에 동의했다.

     

   “그리고 애초에 진짜 문제는 따로 있지.”

     

   앞선 문제들은 어디까지나 그렇다 하는 가정일 뿐.

   당장 중요한 것들이 아니었다.

     

   “시험 응시생 둘이 연합한들 부교수를 쓰러트릴 수 있는 인물이 몇이나 있을 거 같아?”

   “그건.”

     

   비앙카는 카이란을 힐끗 보았다.

   작년에 크라슈는 해적 여제 카이란과 맞부딪쳐 그녀를 꺾었다고 한다.

     

   그러나 크라슈에게 카이란이 꺾인 것을 제외하면 다른 부교수들마저 시험 응시생들과의 대련에서 패배하는 일은 사실상 없었다.

     

   “이번 시험관은 카이란은 아니라고 들었어.”

     

   그녀의 옆에 뒷짐을 지고 서있는 부교수 하나.

   느글거리는 웃음을 머금은 저자가 이번 시험을 치르게 될 인물이었다.

     

   하지만 비앙카와 달레아는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저쪽도 상당히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허검(虛劍)

   라이틀리

     

   그와 싸우는 이들은 하나같이 허깨비와 싸우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에 들어온 무학과 부교수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이를 꼽자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가 바로 그였다.

     

   그런 그를 시험 응시생 수준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까?

     

   “즉, 시험관을 쓰러트리는 시점에서 개인 점수에 상관없이 일등이라는 소리지.”

     

   시험관을 쓰러트리는 것으로 일등 조건은 갖춰진다.

     

   “그리고 시험관을 쓰러트릴 수 있을 만한 조는 비앙카, 너와 나밖에 없어.”

     

   다른 학생들도 뛰어나다고는 하나 두 사람은 그들보다도 궤를 달리하고 있다.

     

   “어때? 내 제안.”

     

   달레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눈에는 자신감이 잔뜩 넘쳐흘렀다.

     

   “승낙요.”

     

   비앙카는 달레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비앙카가 크라슈가 있는 관중석 쪽을 보았다.

   자신을 바라봐주고 있던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자 비앙카는 의지를 채웠다.

     

   4차 시험, 부교수와의 전투.

   비앙카는 특급반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 다짐했다.

     

     

   * * *

     

     

   응시생들이 전부 조짜기를 마칠 무렵.

   카이란은 조들이 다 짜진 것을 확인했다.

     

   “라이틀리 부교수.”

     

   그녀의 호명에 라이틀리가 앞으로 걸어 나와 아레나의 경기장으로 향했다.

     

   “전승하고 오겠습니다.”

     

   카이란을 평소 자주 도발하며 성격이 좋지 못한 그였으나.

   전투에서만큼은 그런 것 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카이란도 그런 그의 진면모를 알기에 4차 시험관으로 맡긴 것이기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라이틀리의 실력은 진짜였으니까.

     

   “그럼 4차 시험을 먼저 치를 조 있습니까.”

     

   카이란의 질문에 응시생들은 다들 주춤거리는 기색을 보였다.

   라이틀리의 실력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싶으니 나오는 반응이었다.

     

   그때, 두 조가 손을 들었다.

   카이란의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한 명은 비앙카와 달레아 조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천하십강 해왕 다이노 바르돈의 첫째 아들 다르칸 바르돈 조였다.

   바르돈의 옆에 서 있던 같은 조원은 자기 이마를 딱하니 쳤다.

     

   “다르칸……. 신중하게 가야 한다는 말 잊었나. 맨 마지막이 가장 승률이 높다.”

   “뭐든 첫 번째가 중요한 법이지!”

     

   그의 핀잔에도 다르칸은 조금도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호탕한 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 손을 든 달레아 조를 보았다.

     

   “우리가 먼저다. 너희는 다음에 해.”

   “우리도 넘겨줄 생각 없는데?”

     

   다르칸의 말에 달레아도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설마하니 첫 번째를 원할 조가 두 조나 나올 줄 몰랐던 카이란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이번 3기생들도 꽤나 괜찮은 학생들이 들어왔다.

     

   “두 조, 싸우지 말고 조에 한 명, 앞으로 나오세요.”

     

   그녀의 지시에 말다툼하던 달레아와 다르칸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둘을 앞에 두고는 자기 귀를 가리켰다.

     

   “각자 가위바위보 중 하나씩 저한테 말하도록 하세요.”

     

   눈 좋고, 감 좋은 놈들끼리 하면 괜히 가위바위보에서 심력을 소모한다.

   그러니 카이란은 일부러 둘에게 각자 생각한 것을 말하라 하였다.

     

   이거라면 순전히 운에 기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달레아 쥬논 응시생.”

     

   카이란이 달레아를 먼저 불렀다.

   그러자 다가온 그녀는 속삭이고 지나갔고, 이내 다르칸도 불러 그가 낸 것을 들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두에게 말하였다.

     

   “다르칸 바르돈, 에블덴스 올리아 조 경기장 위로 올라가도록 하세요.”

   “아자!”

     

   다르칸이 양 주먹을 하늘 높이 올린 채 승리에 찬 소리를 내질렀다.

   반면에 그와 같은 조인 에블덴스는 자기 얼굴을 감싼 채 깊은 한숨을 삼켰다.

     

   결국 그가 저질렀다고 생각한 채로 말이다.

     

   달레아는 아쉬움 없이 비앙카에게 돌아왔다.

   그런 달레아의 반응을 엿본 비앙카는 그녀에게 슬쩍 물음을 던졌다.

     

   “뭐 냈어요.”

     

   비앙카의 질문을 들은 달레아는 곧 혀를 살짝 내밀었다.

     

   “첫 번째 경기 포기한다고 말하고 왔는데?”

     

   도발이라는 도발은 다 하고, 정작 하고 온 것은 포기 선언.

   그것을 들은 비앙카가 조금 기막힌 눈을 하자 그녀는 자신의 뒷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굳이 먼저 싸울 이유도 없잖아?”

     

   달레아가 나서지 않았다면 다르칸의 친구인 에블덴스는 분명히 그를 어떻게든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달레아가 나선 시점에서 다르칸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일이 되었다.

   다르칸의 성격을 잘 아는 에블덴스는 자존심이 걸린 시점에서 그를 막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러니 결국 그도 말리지 못한 때.

   달레아는 포기 선언하고 온 것이었다.

     

   “상대가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는 먼저 봐두는 게 좋잖아?”

     

   막무가내인 성격인 줄 알았더니 이런 영악한 면까지 있었다.

   비앙카는 달레아를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 생각했다.

     

   “잘했어요.”

     

   그리고 잘한 건 잘한 거였다.

   승률을 높이는 방법은 뭐든 해두는 게 좋으니까.

     

   “자, 시험관, 나와 붙어 보자고!”

     

   그 사이, 다르칸이 에블덴스와 함께 경기장 위에 올랐다.

   그는 거대한 양손 도끼를 붕붕 휘두른 채 전의를 불태웠다.

     

   반면에 라이틀리는 평소에 가벼운 태도 없이 자신의 검을 점검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앞에 서게 된 두 사람을 보았다.

     

   “승리 조건은 간단합니다. 패배를 인정하거나 혹은 전투 불능 상태일 시 승리입니다.”

   “간단하군. 에블덴스, 우린 승리 한다.”

   “간단한 게 아니잖나.”

     

   에블덴스는 그리 말하면서도 조용히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 사이, 카이란이 두 사람의 사이에 섰다.

   심판하기 위해서였다.

     

   “준비.”

     

   그녀가 준비를 알리자 다르칸과 에블덴스가 동시에 자세를 잡았다.

     

   둘의 특기는 속전속결의 맹공.

   어린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본 이 두 사람은 어쩌면 이번 시험에서 가장 유리하기도 했다.

     

   “시작.”

     

   다음 말이 이어진 순간 다르칸과 에블덴스가 동시에 도약했다.

   다르칸은 오른쪽, 에블덴스는 왼쪽을 맡아 동시 공격을 택한 것이었다.

     

   그런 둘의 앞.

   라이틀리는 조용히 숨을 내쉼과 동시에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라이틀리의 검날이 순간 늘어났다는 착각이 든 그때.

     

   카강!

     

   다르칸의 양손 도끼와 에블덴스의 장검이 라이틀리의 검에 동시에 튕겨 나며 두 사람이 크게 물러섰다.

   다르칸과 에블덴스는 자기 손에서 오는 충격을 느꼈다.

     

   그 짧은 순간 둘의 공격을 동시에 파훼했을 뿐만 아니라 담긴 힘도 예사롭지 않았다.

     

   “방금, 그건.”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달레아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라이틀리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고요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르칸과 에블덴스의 이맛가에 땀방울이 하나 맺혔다.

   이 시험, 정말로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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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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