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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1

    <261 – 브론즈 교수님의 특훈>

     

    티토소가는 오크노디와 같이 안목키우기 강의를 듣고 있으니 당연히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 교수와도 안면이 있었다.

     

    “티토소가 1년생. 강의가 끝나면 항상 해맑게 뛰쳐나가던 자네가 제 발로 교수를 찾아오다니… 설마 티토소가의 육신을 빼앗은 도플갱어인가?”

    “아니거든요! 오크노디가 받는 특훈이라는 것이 궁금했을 뿐이라고요.”

    “호오. 향상심이란 좋은 것이지.”

     

    브론즈 교수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차를 한잔 따랐다.

    저 주는 줄 알고 우와, 하며 손을 내민 티토소가가 머쓱하게도 찻잔은 브론즈 교수의 입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호로록.

     

    얄미울 정도로 맛깔나게 차를 음미하는 브론즈 교수에게 씩씩거리는 티토소가와 달리, 옆에 있던 즈앙은 상당히 위축되는 기분을 느꼈다.

     

    ‘굉장한 여자력. 저게 말로만 듣던 정의주머니인가?’

     

    와이셔츠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두 개의 둔덕이 마치 사나운 맹수처럼 고개를 내밀고 내려다본다.

    과연 교수.

    초대면부터 범상치 않은 위압감이었다.

     

    “그쪽의 학생은?”

    “즈앙입니다. 오크노디와 티토소가의 친구로 함께 특훈 견학을 신청하러 왔습니다.”

     

    브론즈 교수의 눈에 가벼운 흥미가 보였다.

    순간적으로 흐릿해지는 기척.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포착할 수 없는 존재감은 평범한 1학년 수준을 훨씬 능가했다.

     

    “네게는 이미 스승이 있구나.”

    “륭 노사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대륙 십대도둑의 말석에 이름을 올린 목숨도둑인가. 고약한 스승을 두었구나.”

    “얼마든지 욕하셔도 괜찮습니다. 스승님도 저도 그런 걸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니.”

    “실리주의. 그것도 나쁘지 않지.”

     

    가슴의 크기는 도량의 크기라는 말처럼 관대한 면모를 보이는 브론즈 교수.

    티토소가의 향상심과 즈앙의 실리주의를 확인한 그녀는 가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특별히 오늘은 오크노디의 특훈을 참관하는 것을 허락하마.”

    “해냈다!”

    “감사합니다.”

    “그럼 딴 길로 새지 말고 내려 오거라.”

     

    딸칵.

    테이블 위에 찻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구구궁 소리를 내며 테이블이 벽면으로 수납되었다.

    띠용띠용한 눈으로 쳐다보는 티토소가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좌우로 벌어지며 열리는 바닥의 비밀출입문으로 또각또각 정장구두소리를 내며 내려가는 브론즈 교수.

    어깨에 걸친 하얀 재킷을 따라 오크노디가 총총 뒤따르자 티토소가와 즈앙도 뒤를 따랐다.

     

    “아참. 티토, 즈앙. 교수님이 밟은 계단 말고는 밟으면 안 돼!”

    “조명대도 끌고 내려가면 안 돼?”

    “응!”

    “힝. 꼭 그래야해? 팔 아프단 말야.”

    “조명대를 들고 내려가면 팔만 아프지만 끌고 내려가면 온 몸이 아파질걸?”

    “무슨 의미야…? 응? 무슨 일을 겪게 되는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교수님의 발을 뒤따르는 오크노디.

    티토소가는 울먹이면서 조명대를 팔에 힘주어 들고 뒤따라 내려갔다.

    조명이 달린 탓에 어지간한 봉보다도 무거운 조명대이지만 막상 조명대를 든 티토소가는 잘도 오크노디의 걸음을 쫓았다.

     

    ‘나름 성주가문의 여식이라고 기본적인 수련치가 쌓였나보네.’

     

    연약하기 짝이 없는 겉보기와 달리 의외로 힘이 좋은 티토소가.

    그래도 댕청함은 어쩔 수 없어서 오크노디가 밟은 적 없는 계단에 발을 내딛으려는 그녀를 즈앙이 뒤에서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막았다.

     

    “한 칸 더 아래로 내딛어.”

    “앗, 고마워!”

     

    이놈의 계단은 대체 어디까지 이어지나 싶을 즈음, 마침내 계단이 끝났다.

     

    “언제나 그렇듯이 과제를 클리어하면 다음 특훈까지는 수제자가 되지 않아도 좋다. 그럼 오늘의 특훈과제를 알려주마.”

     

    브론즈 교수는 계단 앞에 놓인 나무상자를 가리켰다.

     

    “저것이 무엇처럼 보이느냐?”

    “나무상자!”

    “정답이다.”

     

    교수가 발로 가볍게 상자를 툭 치자 바닥 저편으로 상자가 쿵 날아갔다.

    그 뒤로 금속질의 상자 셋이 나타났다.

    각각 동색과 은색, 금색으로 빛나는 참 열어보고 싶은 색깔의 상자들에 티토소가가 우와아, 하고 눈을 빛냈다.

    암살자로서 부잣집이나 귀족가의 금고를 본 경험이 있던 즈앙도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보물상자를 보는 경험은 흔치 않았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럼 이것들은 뭐로 보이지?”

    “보물상자요…?”

    “정답이다. 셋 중에 둘은.”

     

    그럼 나머지 하나는 뭔데.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함이 티토소가와 즈앙에게 엄습했다.

     

    “오크노디. 진짜 보물상자를 구분할 수 있겠나?”

    “음. 이거요!”

    “안에 든 건 선물이니 가져도 좋다.”

     

    달칵!

    상자를 열자 빨간 융단이 깔린 상자 바닥에 <보물고 이용권>이 한 장 놓여있었다.

     

    “우와! 교수님 최고!”

    “보물고를 알고 있나?”

    “2학년이 되면 얻을 수 있는 전용무기나 마장갑옷 따위가 보관된 시설이요!”

    “그렇다.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다. 아니면 몰래 침입했다가 경비에게 들켰을 때 보여주는 용도로 쓴다거나.”

    ‘출입증이 도둑질하다가 들켰을 때 사용하는 보험이라니, 정말 의적스러운 조언이네.’

     

    남의 얘기처럼 그런 생각을 한 즈앙이었지만 브론즈 교수가 자신들을 돌아보자 좀 전에 느꼈던 불길한 느낌에 싸한 감각까지 더해졌다.

    이것은 마치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에서 학생을 해골화시키지 못해서 안달이 난 해골교관이 대리강의를 할 것 같을 때 느끼는 <위기감지>의 느낌!

     

    “너희도 하나씩 골라보거라.”

    “교수님… 방금 셋 중에 둘만 보물상자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했지.”

    “그럼 셋 중에 하나는 뭔가요…?”

    “꽝이지.”

    “힝. 꽝은 시른데.”

    “자네도 안목키우기 강의를 들은 학생이라면 실력을 발휘할 기회이지 않은가? 잘 맞춰보게.”

     

    브론즈 교수의 격려에 티토소가가 은상자와 금상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혹시 보물상자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여쭤볼 수 있나요?”

    “매점이용권이 들어있네.”

    “그럼 은색상자로 할래요!”

    “호오. 이유가 있나?”

    “보물상자의 색은 안에 든 보물의 등급을 표시하기 위한 부자의 사치 따위로 결정되기도 하고, 내용물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특수한 금속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은으로 만든 상자는 장시간 방치하면 쉽게 변색이 되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은색보물상자에 변색이 보이면 상자를 관리하는 주인이 없다는 뜻이고, 안에 든 내용물이 이미 털렸거나 주인이 죽고 존재가 잊힌 상자라는 뜻이에요!”

    “강의시간에 졸지는 않았구나.”

    “헤헤. 혹시 태도점수 가산점 있나요?”

    “졸지 않았다고 가산점을 주겠느냐? 욕심쟁이 같으니. 상자나 열어보아라.”

    “잠깐만요.”

     

    즈앙이 굉장히 진지하게 티토소가를 막아섰다.

     

    “티토. 바꾸자.”

    “싫어. 이게 맞는 것 같은걸.”

    “10포인트 줄게.”

    “10포인트…? 꽝이 그렇게 싫어?”

    “실은 매점이용권을 갖고 싶었어.”

    “거짓말. 암살자는 내성작이 아니면 불량식품 같은 걸로 몸을 축내면 안 된다면서 매점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잖아. 알고 있다고? 즈앙의 기호 정도는.”

     

    평상시에는 허접소가인 주제에 이럴 때만 깐깐한 안목을 발휘하기는!

    즈앙은 최대한 뻔뻔한 표정을 유지하며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실은 매점의 이용권으로 어디까지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해봤어.”

    “어디까지?”

    “알고 있겠지? 매점에서는 ‘책’의 정확한 제목을 알면 임대를 하는 비밀스러운 서비스가 있다는 거.”

    “아항. 당연히 알지.”

    “흑빵이나 책 한 권 빌리는데 쓰기엔 매점이용권은 너무 거창해. 분명 숨겨진 무언가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걸 10포인트에 사겠다고?”

    “가치를 몰랐다면 그 가격에 팔지 않을까 기대했을 뿐이야. 지금이라면… 100포인트에 살 수도 있어.”

     

    단숨에 10배나 뛰어오르는 가격!

    티토소가가 흐응~ 하는 눈으로 상자를 쳐다봤다.

     

    “1000 포인트!”

    “…거기서 열 배나 더 비싸게?”

    “나도 흥미가 생겼어. 1000 포인트가 아니면 남의 손에 들려주고 싶지는 않아!”

     

    나름 안목키우기 강의를 들었다고 티토소가도 매점이용권에 무언가 가치를 느꼈나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처음에 생각했던 가격보다 10배는 더 낮다.

    즈앙은 기꺼이 즉석에서 1000포인트를 전송했다.

     

    “매점이용권은 제가 받아가죠.”

    “그러렴.”

     

    마지막으로 남은 금색상자.

    티토소가가 입술을 삐죽이며 상자에 다가갔다.

     

    “천 포인트짜리 꽝이네. 포인트는 받았지만 왠지 손해 본 기분이 들어.”

     

    상자의 버튼을 손가락으로 꾹 누른 티토소가.

    그 뒤로는 정말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상자가 덜컥 열리며 안에서 구깃구깃 스프링처럼 접힌 기다란 팔이 덥썩 손을 내밀었다.

    머리가 잡힌 티토소가가 비명도 못 지르고 딸꾹질을 했고, 티토소가의 몸이 인형처럼 상자 안으로 휙 딸려 들어갔다.

    덜컹덜컹

    먹이를 삼키는 악어처럼 거칠게 잡아당기는 손길에 팔다리가 상자 겉면에 부딪쳤고, 티토소가의 조명대가 입구에 걸려 덜컥 소리를 내었다.

    그것이 성가셨던 기다란 손이 티토소가를 마구 앞뒤로 잡아 흔들며 난동을 부리던 도중에 브론즈 교수의 다리가 퍽 하고 상자 윗면을 걷어찼다.

    빡 소리와 함께 활짝 열린 상자에서 손이 부르르 떨리며 티토소가를 놓쳤고, 브론즈 교수는 우아하게 손가락을 뻗어 입에 물던 담뱃불로 손을 지졌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엑!!!!!!”

     

    저세상의 악령이 내지르는 절규처럼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상자가 덜그럭거리더니 기다란 손이 브론즈 교수에게 덤벼들었다.

    빠아악!

    좀 전보다 더욱 커다란 소리와 함께 브론즈 교수의 정장바지가 기다란 팔을 걷어찼다.

    굉장한 소리를 내며 부들부들 떨던 기다란 손은 두려움에 떨며 상자 겉면을 찾아 더듬거리다가 쾅 하고 상자를 제 손으로 안에서부터 닫았다.

     

    “…티토. 살아있어?”

    “힝잉… 힝잉잉…”

     

    너무 놀란 나머지 말도 제대로 못하는 티토소가.

    남은 금상자에 불길한 예감은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심한 것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던 즈앙이 죄책감에 티토소가의 머리를 제 무릎에 눕혔다.

    말도 못하고 눈물만 힝잉잉 쏟아내는 티토소가를 달래며 팔다리의 멍이 든 부위에 연고를 바르고 기다란 손에 직접 붙잡힌 손목의 유독 시커멓게 든 멍에는 포션까지 꺼내 붓는 즈앙.

    응급처치를 마친 즈앙이 4학년보다 교수가 두려운 존재인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한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그건 뭐였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미믹. 몸을 숨기기 좋은 사물 뒤에 숨는 의태몬스터란다. 의적 노릇을 하다보면 표적으로 삼은 적이 심어두는 단골 함정이지.”

    “그런 미믹이 어째서 여기에…?”

    “특훈과제를 알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니?”

     

    오크노디가 뒤에서 물었다.

     

    “미믹을 피하는 게 특훈이에요?”

    “아니. 이제부터 찾아서 상자에 가두는 것이 오늘의 특훈과제란다.”

     

    브론즈 교수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내용물이 빈 은상자를 발로 툭 밀어 오크노디의 앞에 보냈다.

     

    “미믹이 어디에 있는데요?”

    “왔던 길에.”

     

    실컷 밟고 온 계단.

    그 사이에 방금 본 흉악한 미믹과 같은 것이 숨어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험난한 의적 전직의 길.
    과제(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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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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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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