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2

       강당에서 열리는 4번째 경기인 <개구리 포식>은 리본을 휘둘러 날아다니는 파리 인형을 낚아채는 게임이었다. 나는 밴딕을 대표로 내보냈다. 이런 일에는 그만한 적격자가 없었다. 그는 몸에 휘감고 있는 붕대를 이용하는 법을 예전부터 연습해왔다.

         

       “밴딕이라면 5등은 하겠지?”

       “그렇겠지.”

       “우리랑 달리.”

         

       트라이머리 삼 형제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들은 2번째 게임에서 9등밖에 못했다.

         

       그들의 체형은 키에 비해 옆으로 넓은 편이라 땅재주에 상당히 유리했다. 그러나 문제는 셋이 그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셋이서 한 몸을 공유하는 그들은 서로의 의사가 완벽한 타이밍으로 일치해야 몸을 의도했던 대로 정확히 움직일 수 있었다.

         

       그냥 살아가는 데는 대충 움직여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곡예의 세계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지난 몇 달간 그들은 엘라의 지도에 따라 무용수들이 군무를 연습할 때 쓰는 ‘동기화’를 수련했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 아직 완벽한 일치율을 보이지 않았다. 관절이 녹슨 로봇처럼 어딘가 삐걱대는 구석이 있었다.

         

       “그래도 10등 안 한 게 어디예요.”

         

       우몬이 위로를 건넸지만, 그건 썩 위안이 되는 말은 아니었다. 그들이 이긴 대상은 언제나 꼴찌에서 못 벗어나는 은막 서커스의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이 자식이 자기는 4등 했다고 유세 떠네!”

       “그걸 위로라고 하는 거냐!”

       “왜 또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요?”

         

       나는 네 사람이 티격태격하기 시작하자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유라크네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녀에게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설명하던 중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요청한 일이었다. 그녀는 탐색 팀에 애들과 노인들밖에 없는 것을 걱정하면서 어떻게든 그들의 소식을 전해 듣고 싶어 했다.

         

       “그. 그래요? ……아하하, 그, 그럼 좋은 거죠?”

         

       그러나 그녀는 ‘다들 무사하다’라는 내용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현재 게임의 세부 규칙이나 각 팀이 취하고 있는 전략 같은 어려운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녀의 머리 뒤로 떠오르는 물음표가 보이는 듯했다.

         

       그녀는 요리, 청소, 바느질 등 살림에는 강했지만, 유독 머리 쓰는 것에는 약했다. 며칠 전에 회의할 때도 앞에서는 다 알아들은 척해놓고 뒤에 가서는 나한테 기초적인 수준의 규칙이나 전술을 몇 번이고 되묻곤 했었다.

         

       나는 문뜩 장미 풍차 카바레에서 탈출왕의 퍼즐을 풀었던 일이 생각났다. 다들 그걸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있을 때, 그녀는 그것을 힘으로 비틀어 열려고 했었다. 퍼즐을 쥐고 용을 쓰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 왜 웃으시는 거예요!”

         

       그녀의 갈색 피부에 홍조가 피었다.

         

       “음, 유라 씨가 좋아서요?”

       “웃, 그런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 마세요! 방금 저 비웃으신 거 맞죠? 저도 노력했다고요. 암기하고 이해도 해보려 했는데……웃지 말고 들어보세요! 그게 일하다 보니 시간이 안 나서…….”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토닥거렸다.

         

       “진정하세요. 저는 유라 씨가 귀엽다고 생각해서 웃은 겁니다.”

       “네, 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제, 제가 뭐가 귀엽다고…….”

       “유라 씨의 멍청한 모습이 의외로 매력적인…….”

         

       그녀가 눈썹을 위로 치켜올렸다.

         

       “뭐라고요?”

       “아,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천진한’으로 수정하지요.”

       “단장님 정말!”

         

       유라크네가 볼을 부풀리며 여섯 개의 팔로 나를 마구 때려댔다.

       우몬과 트라이머리가 우리를 보며 쑥덕거렸다. 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음향실을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나와 거리낌 없이 몸을 접촉하는 그녀 때문이겠지.

         

       그때, 밴딕이 게임을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개구리 포식>에서 6등을 차지했다.

         

       “대단해요. 트라이머리 형들보다 낫네요!”

       “이게 진짜!”

       “힘만 믿고 까불어 아주.”

       “하여튼 잘했네.”

       “수고하셨어요, 밴딕 씨.”

         

       단원들이 그에게 한 마디씩 건넸으나 그는 어딘가 뚱한 눈빛이었다. 아무리 그가 과묵하다고 해도 이런 반응은 조금 이상했다. 그는 나를 슬쩍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어차피 나 하는 거 아무도 안 보던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낡은 코트를 덮고 뒤돌아 앉았다.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봤다. 확실히 그의 차례 때, 우리는 우리끼리 떠드느라 바빴다. 그는 그것 때문에 삐친 모양이었다.

         

       “에이, 아까 단장님이 그랬잖아요.”

       “맞아. 3시간이나 해야 하니까, 서로 힘 빼지 말고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자고.”

         

       단원들이 그를 달래려고 애썼다.

       나도 그에게 뭔가 말을 건네려고 했는데, 대회 진행자가 나와서 다음 게임이 뭔지 소개했다. 그것은 길들이기에 관한 것이었다. 버리는 패인 내가 나설 차례였다.

         

       나는 휠체어를 끌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때, 무대 쪽에서 사회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괴물서커스의 마야 렌데린 탈락!”

         

       우리들의 시선이 현황판으로 향했다. 7번 경기장인 사격장을 그린 지도 위에 빨간색 말 하나가 다른 색깔의 타일을 밟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죠? 마야 양이 실수한 걸까요?”

       “글쎄요.”

         

       나는 바로 클라라에게 연락을 취하려다 말았다. 일단 지금은 내가 맡은 게임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었다. 거기다 마야는 우리 서커스단에서 체력이 가장 약했고 탈락할 확률이 높다고 회의 때 이미 말이 나왔었다.

         

       게다가 저런 알림이 떴다고 바로 클라라를 찾는 것도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현장의 판단을 그녀에게 맡긴 이상, 그녀 나름대로 지금 상황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도록 두는 게 맞았다. 한창 머리를 굴리고 탐색 팀에게 다음 지시를 전달하고 있을 그녀를 방해하기 싫었다. 나중에 상황이 정리되면 연락해보기로 했다.

         

       <호랑이와 눈싸움>은 소리를 내지 않고 오직 눈빛과 표정, 동작 등으로만 호랑이를 뒤로 물러나게 해 철장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휠체어 신세인 나라도 중간 이상 등수를 받을 수 있었다.

         

       게임에 쓰이는 호랑이들은 제국 각지의 동물원에 공급할 목적으로 레카체프가 맡아서 길들이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길들이기에 무지한 나는 놈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길들이기는 스킬북으로 올리기에 너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술이었다. 길러야 하는 생물마다 요구되는 기술이 다 달랐고, 무엇보다 해당 동물에 대한 지식과 개별 개체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분야였기 때문에 사실상 스킬북으로 길들이기를 익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래도 내겐 이 게임을 풀어나갈 능력이 있었다. 나는 진화연구소에 의뢰해 내 몸의 일부를 슬쩍 개조했다.

         

         

       특성: 호랑이의 눈

       적용 부위: 눈

       효과: 안구를 호랑이의 것으로 교체합니다.

       요구 자원: [데볼루트 3]

         

         

       이것만 있으면 눈싸움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판단은 실수로 밝혀졌다. 어릴 때부터 사람 손에 자란 이 녀석들은 사람의 눈빛이나 행동에는 고분고분하게 반응하는 편이었지만, 같은 동족의 도전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덤비는 편이었다. 특히나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 호랑이의 눈을 단 내 모습이 놈의 신경을 상당히 거슬리게 한 모양이었다.

         

       “크와아앙!”

         

       놈은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래서 옆에서 대기 중이던 조련사들이 급하게 나서서 놈을 진정시켜야 했다.

         

       “어허, 가만있어!”

       “이 녀석 왜 이러지. 사람에게 이렇게 공격성을 드러내다니.”

         

       이 게임은 눈싸움으로 호랑이를 얼마나 뒤로 물러나게 했냐가 성적이 됐다. 그러나 내 호랑이는 앞으로 튀어나왔고, 덕분에 나는 은막 서커스의 마법사보다도 기록이 낮아 10등을 기록했다. 심지어 은막 쪽의 호랑이는 눈앞에 있는 마법사가 가소롭다는 듯 하품을 하고는 뒤돌아서서 방귀를 뀌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관중들 대부분은 멍청하게 휠체어에 앉아서 호랑이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던 나를 비웃었다.

         

       “소문대로군.”

       “단장을 버리는 패로 쓰다니. 참 대단한 서커스단이야, 낄낄.”

       “무능하기 짝이 없군.”

         

       그러나 일부 곡예사들은 나를 경계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주로 다른 서커스단의 동물조련사들이었다. 그들은 아무래도 내가 호랑이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야. 저 호랑이의 반응은.”

       “그래. 적대감보다는 공포심에 가까웠어.”

       “야수의 직감이 뭔가를 감지한 걸까?”

         

       그야 바로 앞에서 눈깔을 바꿔 끼면 누구나 겁먹겠지.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단원들이 내게 다가와 어차피 버리는 패로 나선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위로했다.

         

       여섯 번째 게임은 다시 우몬이 나섰다. 그는 이번에도 4등을 차지했다.

       이로써 우리 동전의 개수는 28개가 됐다. 계획대로 되고 자축하던 순간, 무대에서 다시 우리 단원의 이름이 들려왔다.

         

       “괴물서커스의 가스통 할리우덴 탈락!”

         

         

       ***

         

         

       가스통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깨달은 것은 바닥을 몇 바퀴나 뒹굴고 나서였다. 그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날려버린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그곳에는 대나무 가지 하나가 앞뒤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후려치는 가지!

       채찍처럼 휘어졌다가 탄성력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함정이었다. 몇 초 전에 그것이 갑자기 측면에서 날아와 자신을 날려버렸다. 엘라를 돕는 일에 몰두하던 터라 미처 자신 앞에 구부러진 가지 하나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끄응, 누, 누가?”

         

       그는 욱신거리는 허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저 가지는 가만히 있는데 움직이는 종류가 아니었다. 누군가 힘을 실었다가 풀면서 가지를 날린 게 분명했다.

         

       그때, 뿔이 달린 새하얀 가면을 쓴 여인이 그 앞에 내려섰다. 가스통은 그녀가 누군지 알아봤다.

         

       “큭, 너, 넌 황금 카니발의…….”

       “죄송해요, 영감님.”

         

       레이나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투로 말하고는 그를 두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녀는 위를 올려다봤다. 5층 높이의 가지에 서 있는 엘라와 눈이 마주쳤다.

         

       “레이나…….”

         

       엘라는 이를 악물었다. 분명 현관에서 자신과 다른 출구로 나갔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녀가 다른 경기장을 돌아 자신이 있는 곳까지 왔다.

       이쯤 되면 그녀의 목적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바보였다.

         

       엘라는 당장 아래로 내려가 그녀와 붙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간신히 뛰어내리려는 충동을 자제했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내려가는 것은 말도 안 되지 않았다.

         

       자신은 계속 위로 향하는 게 맞았다. 어차피 가스통은 탈락한 상태에서도 자신을 도울 수 있었다. 탈락이라고 해봤자 저 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좀 더 신경 써서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길을 탐색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발을 떼기 전에 클라라로부터 연락이 왔다.

         

       -엘라, 큰일 났어!

       -영감님이 탈락한 거 말이지? 지금 봤어.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그게 맞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야! 사실 10분 전에 마야도 탈락했어!

         

       엘라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지금과 같아. 레이나가 마야를 함정에 빠트렸어!

         

       엘라는 후려치는 가지에 맞아서 끙끙대고 있는 가스통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마야는 괜찮아? 무슨 함정에 당한 거야?

       -레이나가 발을 걸었는데 걸려 넘어졌어.

       -…….

         

       하여간 그 몸치.

       엘라는 욕하고 싶은 걸 참았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게임은 탈락자가 3명이 되는 시점에서 팀 전체가 실격됐다. 마야와 가스통이 탈락했으면, 이제 남은 것은 스벤과 자신밖에 없었다.

         

       -미안! 좀 더 일찍 말했어야 했는데, 네가 나무 타기에 집중하고 있어서 말을 못 걸었어! 설마 가스통 할아버지도 공격할 줄이야…….

       -됐고. 그것보다 현재 우리 동전 몇 개야?

       -28개. 조, 조금 있으면 7번째 게임이 끝날 거야. 그러면 30개가 넘을 거야. 1명은 부활시킬 수 있어.

         

       엘라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동전 30개를 써버린다면 정작 보물상자를 찾고도 그것을 열 열쇠를 못 구할 수있었다. 거기다 부활시킨다고 해도 레이나가 다시 탈락시켜버린다면 무의미했다.

         

       자신의 눈빛을 담담히 받아내던 레이나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엘라는 그녀의 다음 목적지가 어딘지 묻지 않았다. 너무 뻔했으니까.

         

       -선배, 스벤에게 당장 알려! 레이나가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

       -아, 알았어. 너, 너는 어쩌게?

         

       엘라는 심호흡을 하고 30m 상공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했다. 가지를 밟고 나무 사이를 미끄러져 지상의 붉은색 타일에 안착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가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레이나를 잡아야지.”

         

       그녀는 아래를 향해 뛰어내렸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