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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2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며칠 전.

         

       모고를 훔쳐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백우진은 한창 고민 중이었다.

         

       물건을 훔치려면 적어도 그 물건이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문제는 그것을 알아낼 길이 없다는 것인데….

         

       머리가 너무 아픈 나머지 한꺼번에 많은 술을 들이켠 백우진은 거나하게 취하고 말았다.

         

       해이해진 정신이 가장 먼저 벗어 던진 것은 온몸에 쇳덩이처럼 두르고 있던 책임감이었다.

         

       “…내가 왜 혼자서 이걸 다 해야 하지? 히끅.”

         

       어떻게든 자신이 해결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모든 일의 책임과 의무를 꼭 끌어안은 채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알고 깔끔하게 체념한 백우진은 곧장 황군의 집을 찾았다.

         

       깊은 밤중에 간신히 잠든 황군을 깨운 뒤, 그는 떼를 썼다.

         

       “모고 위치 좀 알아다 주쇼.”

       “……?”

       “아, 해줘.”

       “…하, 한번 해봄세.”

         

       당황스럽긴 했지만, 황군은 이를 받아들였다.

         

       일이 이토록 꼬이게 된 데에는 자신의 탓도 컸기에.

         

       제아무리 금제가 걸려 있다고 해서 뒤에 숨어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조금 위험한 강을 건널지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노라 마음먹었다.

         

       뒤가 구린 사람일수록 중요한 물건은 남한테 맡기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제 몸에 지니지 않았다면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장소에 숨겼거나.

         

       그는 차라리 전자이기를 바라며 소준수에게 충언인 척 말을 꺼냈다.

         

       놈이 모고를 노리고 들어올 것이 분명하니, 모고를 안전한 곳에 숨겨두는 것이 어떻냐고.

         

       잠시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는 했으나, 이내 일리 있는 말임을 이해한 소준수는 특이한 반응을 내비쳤다.

         

       모고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숨겨두었으니 걱정 말라는 말을 하기 전, 제 심장 어림을 매만진 것.

         

       그것이 분명 크나큰 의미 있는 행동임을, 황군은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숱하게 만났던 그가 제 심장 어림을 만졌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모고를 숨긴 곳이 심장인가….’

         

       상식적으론 이해가 되지 않지만, 심적으로는 그가 심장에 벌레를 숨겨두었으리라 확신했다.

         

       지금까지 그가 봐온 소준수란 인간은 정상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기에.

         

       하는 행동이며, 능력까지 전부 기상천외한 것들이라 심장에 벌레를 넣어 다니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군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한참을 우회하여 백우진에게 정답을 알려주었다.

         

       “…심장?”

         

       답을 알아차린 백우진은 곧장 장삼에게 물었다.

         

       제 심장에 모고를 숨겨놓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그랬더니 장삼이 고개를 끄덕이더라.

         

       “충분히 가능하오. 혈교의 술법은 그만큼 기괴하고, 또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많으니.”

         

       해야 할 일은 더욱 단순해졌다.

         

       놈을 찾아서 무언가 수를 쓰기 전에 심장을 찔러 모고와 함께 꿰뚫거나, 빼내는 것.

         

       단순해진 건 맞는데, 거기까지 도달하는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때마침 놈이 숨기까지 해버렸다.

         

       황군을 찾아가니, 그 또한 위치를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연락까지 아예 끊겼냐고 물으니, 정해진 곳에 암어를 적어두는 것이 유일한 연락 수단이라고.

         

       난감한 상황.

         

       모두 모여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황군이 말했다.

         

       방법이 하나 있다고.

         

       문득 떠오른 말을 그대로 내뱉어버린 탓에 황군은 내상을 입은 채 피를 왈칵 쏟아냈다.

         

       조금 더 직접적인 말이 나왔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섬뜩할 지경.

         

       호되게 피를 쏟고 고통스러워한 그가 더욱 조심스럽게 작전을 우회하여 표현했다.

         

       그 말을 요약하니, 황군은 지금까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단다.

         

       온갖 산해진미에 명주를 바치고, 금양루에서 일하는 최상급 기녀들을 매일 같이 붙여주어 그의 몸에서 분내가 마르는 날이 없을 정도로 대접했다고.

         

       “우와….”

       “허허, 거 참….”

         

       그 말을 몹시도 부러워하는 장삼과 구왕수의 머리통을 한 대씩 갈겼다.

         

       아무튼.

         

       그가 말하기를, 아무 잘도 받아먹더란다.

         

       나중에는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밥상이 아니면 만족을 못 할 정도로 탐욕스러워졌다나.

         

       그는 이것을 노리자고 했다.

         

       숨어지내는 마당에 진수성찬을 기대하지는 못할 터.

         

       며칠 시간이 흐른 뒤에 이것을 빌미로 찾아가겠다 전하면 그곳으로 불러들일지도 모른다고.

         

       다만 이 작전에도 크나큰 걸림돌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황군에게 걸린 금제였다.

         

       이 작전은 명백히 소준수에게 파멸시키는 행위이기에, 황군의 목숨 또한 부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

         

       그는 무겁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상관없네.”

         

       눈빛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진심으로 제 목숨을 희생할 각오를 굳힌 듯했다.

         

       “어차피 나는 죄인일세. 죗값을 목숨으로 치른다 생각하면 못 할 것도 없지 않겠나.”

         

       그러나 그의 의지는 백우진이 가로막았다.

         

       “죗값은 대행수께서 깨어나시면 그때 받으십쇼. 어쭙잖은 걸로 대충 때우려고 하지 마시고.”

         

       쓰러진 금철군의 뒤를 잇는, 현재로선 유일한 사람인 금여울은 이미 그를 이해했다.

         

       도리어 그를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지 않았나.

         

       결국 그에게 온전히 죗값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은 금철군 뿐이었다.

         

       제멋대로 죗값이랍시고 목숨을 내던지고 후련해질 생각은 말라는 말이었다.

         

       덕분에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때 장삼이 묘수를 내놓았다.

         

       “…한 가지 수가 남아 있소.”

       “말해봐.”

       “섭혼술을 사용하는 것이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에 앉아 있던 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섭혼술(攝魂術).

         

       상대의 혼을 제압하여 상대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무공을 일컫는다.

         

       다만 이는 섭혼술로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데에 성공했을 때의 경우고, 일반적으론 가볍게 암시를 건다거나, 행동을 제약하는 등의 목적으로 쓰이곤 한다.

         

       섭혼술은 어쩌면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를 황군에게 걸어 지금 하는 행동이 전부 소준수를 위한 행위라는 암시를 걸 수만 있다면 황군의 목숨을 부지한 채로 상대에게 향하는 길을 열 수 있을 터.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하지만 섭혼술은…, 무림맹에서 지정한 금공 중 하나잖아요.”

         

       섭혼술은 악용의 소지가 매우 높은 무공이라 정파 무림이 지정한 금공 중 하나라는 것.

         

       금공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금지된 무공을 뜻한다.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익히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되어 단전 또는 목숨을 잃게 된다.

         

       “금공을 사용하는 건 좀….”

         

       제갈연지가 꺼림칙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무림맹에 속한 문파나 무가의 자식들인 만큼, 무림맹의 뜻을 정면으로 어기기란 부담감이 클 테지.

         

       허나 백우진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장삼.”

         

       여기 있는 이들 중 백우진의 본질을 가장 깊게 파악하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장삼이었다.

         

       그는 백우진이 무엇을 물으려는지 알 것 같았다.

         

       “섭혼술을 사용할 수 있냐 물으려던 거라면…, 사용할 수 있소.”

       “허허.”

         

       백우진은 자존심이 상했다.

         

       장삼 따위에게 속내를 들킨 것만 같아 창피했다.

         

       “또 모산파냐?”

       “…섭혼술은 무공으로 분류되기는 하나, 술법에 가깝다는 건 알고 있잖소.”

         

       술법의 발상지, 모산파.

         

       섭혼술의 원류도 그놈의 모산파에서 만들어진 듯했다.

         

       장삼이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대들을 믿으니까 밝힌 거요. 악용한 적은 없으니 이 사실은 비밀로 좀….”

       “…….”

         

       그가 변명하는 사이, 백우진은 생각에 잠겼다.

         

       섭혼술을 사용한다면 산재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조원들이 섭혼술 사용을 전부 꺼리고 있다는 것.

         

       백우진이 결정한 이상 그들은 따를 테지만, 마음으로 따르지 않는 이상 무엇이든 좋지 않은 것들이 쌓이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일.

         

       ‘어쩐다….’

         

       어떤 게 가장 나은 방법일지 고심하는 사이.

         

       “사용하죠, 섭혼술.”

         

       백우진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원 중 한 사람이 먼저 섭혼술의 사용을 주장했다.

         

       말을 꺼낸 이는 다름 아닌 제갈연지였다.

         

       백우진이 그녀에게 물었다.

         

       “…꺼림칙한 거 아니었어?”

         

       제갈연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꺼림칙하긴 해요. 하지만…, 상대가 혈교라면서요….”

         

       백우진은 하오문주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모두와 공유했다.

         

       조원들은 이미 자신과 운명 공동체.

         

       함께 겪어야 하는 일인 만큼, 그들에게 반드시 알려야만 하는 이야기였다.

         

       제갈연지가 말을 이었다.

         

       “금제를 걸고, 고독을 사용하는 악독한 놈들을 상대하려면…, 틀을 깨는 방식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하기만 하는 건…, 너무 억울하고, 분하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조원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고독에, 금제에.

         

       별의별 사이한 수로 상대를 농락하는 놈들에게 정정당당할 필요가 무에 있는가.

         

       “나도 찬성.”

         

       마침내 당선영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우리가 섭혼술을 악용하는 것도 아니고…, 대의를 위해서잖아? 혈교의 준동을 막겠다는.”

         

       그녀의 입에서 필살기가 튀어나왔다.

         

       대의(大義).

         

       정파인들이 환장하고 사용하는 옳고 커다란 의지.

         

       여론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혈교 따위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쪽으로.

         

       백우진은 그때 생각했다.

         

       ‘내가 아내 후보들을 정말 잘 골랐구나!’

         

       아내 될 여인들을 골라도 아주 제대로 잘 골랐다고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황금상단 에피소드 앞으로 두 편 정도 이내로 일단락 될 예정입니다.

    조금 더 빨리빨리 서서 올리고 싶은데, 요즘 글 쓰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오히려 더 늘어났네요;;

    조만간 쉬는 날에 빡집중해서 연참할 수 있도록 하겠읍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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