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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2

       

        

        

        

        산천초목조차 한참 전에 잠든 오전 5시.

        

        길거리를 밝히는 가로등과 조명조차 꺼진 채 모든 것이 잠드는 시각. 잠들기엔 너무나도 이른 시각, 밤샘의 여부를 가르는 시각…심지어 그 전날은 크리스마스였다. 1년에 단 한 번만 오는 기념일은 본래라면 화려하게 불태워져야만 했었다.

        

        그러나, 오늘.

        

        12월 26일 월요일의 오전 5시 – 소수도 아닌 다수의 치킨집과 술집은 그 어느 때보다 문전성시를 이루었으며, 가로등조차 꺼진 길거리 위로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 혹은 아직 잠들지 않은 이들이 돌아다닌다.

        

        본래라면 꺼져야만 함이 마땅한 전광판과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서는 연이어 광고가 토해지고, 새벽 4시 즈음부터 문을 열고는 장사를 준비 중이었던 음식점들 안에서는 연신 소란과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로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현 시간부로 파이널 챔피언십 솔로잉 경기가 그 막을 올립니다!]

        

        

        

       “우와아아아-!”

        

       “와, 사방에서 소리지르는 거 봐. 미쳤네. 새벽 5시에 일어난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생방송 송출을 어떻게 참아.”

        

        

        

        12월의 마지막 주.

        

        그동안 소진하지 못했던, 혹은 이 주간만을 위해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던 직장인들의 연차, 그리고 쌈짓돈이 마치 물에 닿은 휴지마냥 녹아 사라진다. 그리하여 남은 것은 회한도 후회도 아닌 환호였다.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반기는 이들은 가게 테이블마다 달린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통해 경기를 관람하며, 따뜻한 집이 좋은 이들은 각자 집에 친구와 지인을 초대하여 때늦은 파티를 벌였다.

        

        자욱한 어둠에 잠긴 상가가 많이 이른, 혹은 좀 많이 늦어버린 활기를 되찾는가 하면, 아파트 단지의 창문마다 불이 켜진다.

        

        

        특히나 이번 년도의 한국은 에이펙스 프레데터 경기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고, 적어도 다크 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 중심에 선 뱀 꼬리의 유저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와 그녀의 팀이 파이널 챔피언십에 도전한다.

        

        개중에는 처음 뉴욕에 발을 디디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 광경을 보고 있는 그 어떠한 한국 인원들도 단 한 점의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

        

        

        

       “몇 등이나 할까?”

        

       “아무리 못해도 5등 안에는 무조건 들 것 같은데. 파이널 챔피언십 대비 스크림 결과 엠바고도 풀렸잖아? 5등 밖으로 나간 적이 없더만.”

        

       “무시무시하다, 증말.”

        

        

        

        새벽 5시는 일어나기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그렇다고 일어날 수 없는 시간은 아니다.

        

        12월 마지막 주의 한국은 그토록이나 분주했다. 홀로그램에서 뿜어져나오는 생방송의 사회자 목소리 뿐만이 아니라, 공식 중계방 말고도 그것을 실시간으로 2차 중계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스트리머들 역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논하고 있었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파들어가는 헤비 게이머이자 스트리머인 이들은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추어, 소프트하게 즐기는 이들은 그저 별 이유 없이 – 그러나 그들이 형성한 무수한 화살표는 단 하나의 결과를 가리키고 있었다.

        

        유진 본인이, 그리고 그녀가 몇 개월 동안 쌓아올린 결과는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선수들을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도약시킬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질적인 질문으로 구현되었다.

        

        

        

       <온몸이뻐근하고쑤시는 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번에 한국팀 전력 어떻게생각하십니까 선생님의 고견을 좀 듣고 싶습니다

        

       “1만원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한국 팀 전력이요? 과장 좀 섞어서 북미 팀과 비슷하거나 얼추 아래 아닐까요? 지난 주에 우리나라 스쿼드 팀이 영국 애들 대가리 반갈죽낸 거 보면….”

        

        

        

        그 말대로였다.

        

        당장 지난 주에 벌어진 경기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비록 당사자의 밑에서 눈이 돌아갈 정도로 연습하긴 했지만, 한국 스쿼드 및 듀오 팀은 유진의 직계 제자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근데 그런 이들이 첫 경기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영국 팀을 말 그대로 회쳐버렸다.

        

        비록 정보가 없었고, 정면 대결이 아니라 트랩을 사용하여 궁지로 몰아넣긴 했지만, 그 광경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 가장 간단한 함정이 거대한 스노우볼을 굴렸으며, 그 결과는 적을 고작해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담가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스킬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만이 이러한 결과를 구현할 수 있었고, 그제서야 북미 및 유럽 팀은 한국 팀에 대한 통제권이 손아귀 사이로 스멀스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런 서프라이즈가 끝난 후, 모두의 머릿속에 스멀스멀 치미는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이야, 근데 스쿼드 팀이 그 정도면 진짜 직속으로 교육받은 분들은 어느 정도라는 거야?”

        

        

        

       -팩트)이번 스크림에서 5명 다 20위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진짜 유진 이 미친새1기 니가 사람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아니죠? 뱀이죠?

       -대충 사람이랑 뱀이랑 더해서 적당히 나눴더니 개쩌는 뱀눈나가 튀어나오는wwwwwww

       -나도 더해줘!!!!!! 제발!!!!!!!!!!!!!! 방송에서 웃통까고 겨드랑이찌찌 다 보여줄 자신 있으니까!!!!

        

        

        

        난리와 난리, 그리고 난리.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러한 대답에 제대로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 그것이 설령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타지 못한 프로게이머라고 하더라도 그럴 지경이었는데, 유진과 단 한 번도 맞붙어본 적 없는 일반인들이라면 어떻겠는가.

        

        다르게 말하면, 질문과 토론의 합계는 수만이 넘었지만, 그것을 대답해줄 사람은 적어도 한국에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이에 – 조금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있는 사람이 있었다.

        

        다크 존 파트너 스트리머는 많았지만, 유진의 초대를 받아 뉴욕으로 건너가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따뜻한 의자 위로 몸을 푹신하게 뉘일 수 있는 당사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2차 중계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생생한 경기장의 열기를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당사자.

        

        최초의 유진 코인 풀매수자.

        

        녹냥이, 다른 말로는 하모니가 그 자리를 당당히 거머쥐었다.

        

        

        

       -[Harmony // ON AIR // (소통방아니고그냥중계만하는방)]

        

       -[현재 시청자 수 : 3,169,478]

        

        

        

       “아, 와. 세상에, 시청자 수가 몇 명이야.”

        

        

        

       -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

       -와 괜히 미국간게아니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하모니미국보내자고했어!준내칭찬해씌-바!!!!!!!!!!!!!!!!!!!!!!!

       -미국특파원(유진이랑언제든지인터뷰가능)wwwww

       -녹냥이방송미어터져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론캠을 통해 송출 중인 현장 상황이었기에 하모니의 목소리는 들리지조차 않는 상황. 화면이 흔들리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해야만 할 수준이었지만, 스트리머고 시청자고 단 한 명도 신경쓰지 않았다.

        

        화면을 통해, 주변을 통해 전해지는 열기가 모든 이들의 머리를 반쯤 돌아버리게 만든 것이었다.

        

        딱히 도네이션도 뭣도 없었지만, 하모니도 그 점을 신경쓰지는 않았다. 이번 중계 방송은 스트리머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로서 켠 것이었고, 실질적으로는 방제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시청자와의 소통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었으니.

        

        

        한편, 그것과는 별개로.

        

        개회사가 시작되며 헨리가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적당히 섞여 오만가지 토론을 시작 중이었지만, 공식 중계방을 시청 중인 이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민주당 소속 차기 대권 주자. 오직 그것만으로도 모든 설명은 끝났고, 그가 차례로 각 대륙의 대표 선수와 악수와 포옹을 나누자 채팅창은 당연하게도 터져나갈 듯이 달아올랐다.

        

        

        

       -[지금부터 맵 추첨이 시작됩니다!]

        

        

        

        맵 추첨.

        

        작년만 하더라도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제대로 된 준비조차 하지 못해 취약한 맵이 나오지만 않기를 바라던 1년 전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었고, 지난 회 파이널 챔피언십에서도 했던 동일한 말이 나오자마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일절의 긴장조차 없이 의연한 표정의 유진이 화면을 메우는 순간 모두가 안도했다.

        

        작년 같은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냉혹한, 혹은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첫 번째 맵이 선택되었다.

        

        

        

       “…NBV 사막 기지?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맵이 걸렸네.”

        

        

        

       -오우쉣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자모래바람들가자~~~~~~

       -이맵도 안전지대 싸움 살벌하든데 ㄷㄷ

       -아몰라나는유진꼬리만꽉잡고간다!!!!!!!!!

       -드걔쟤드걔쟤드걔쟤드걔쟤드걔쟤드걔쟤드걔쟤드걔쟤~~~~

        

        

        

        맵은 선택되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모두가 액셀을 밟아제끼는 순간이었다.

        

        

        

        

        

        

        

        

        

        

        

        

        

        

        

       “…이 지점까지 왔으니, 여러분들에게 해드릴 조언은 별로 없습니다. 단지 하나만 당부하죠.”

        

       “뭔가요?”

        

       “저는 그렇다쳐도, 로건은 무조건 피해가는 게 좋을 겁니다. 아니, 피해가세요. 허무하게 로비로 사출되기 싫으면.”

        

        

        

        그 유진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당부.

        

        그 자리에 모여있던 네 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로건을 피해가리라 다짐했다.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땅 위에 놓여진 교두보.

        

        그러나 본래라면 네트워크 허브로서 기능했어야만 하는 사막 기지. 사람의 손으로 지어진 것은 사람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의해 빠르게 쇠락하고, 사막은 다시금 본래의 고요를 되찾는다.

        

        되찾았어야만 했다.

        

        

        

       “…후우.”

        

        

        

        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 기지의 창공을 가로지르는 수송기에서 뛰어내렸다. 지면에 착지하기 전까지 모두의 아바타는 비공개 처리가 되어있었기에 누가 어디에 내리는지도 알 수 없었으며, 사전에 같은 곳에 내릴 수조차 없도록 수송기의 비행 루트는 비밀이었다.

        

        유저들은 오직 뛰어내림과 동시에 보이는 지형지물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야만 했고, 자연스럽게 원하는 곳에 착지하는 능력을 배양했다.

        

        그리고 백 명이 전부 지면을 밟은 순간, 모래폭풍이 저 너머에서부터 다가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경기치고는 환영이 가혹하네….”

        

        

        

        그것은 비단 각 맵에 있는 레볼루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내림과 동시에 상자를 개봉. 맵은 넓었고, 극초반 교전은 근방에 적이 내리는지 안 내리는지로 갈렸으며, 아쉽다면 아쉽게도 첫 판은 전자였다. 상자 안에는 나름의 액세서리 세팅이 완료된 권총 한 자루와 탄창 여러 개, 그리고 간단한 경무장이 가능한 전술 조끼만이 들어있었다.

        

        빠르게 삽탄을 마치고는-

        

        

        

       ───타앙! 타앙! 타앙!

        

        

        

        인기척이 들리는 방향으로 즉각적인 사격. 조준도 하지 않고 눈대중으로 쏘자마자 건조한 모래가 튀어오른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어느샌가 프로토타입 광학미채 슈트를 착용한 유저 한 명이 있었다.

        

        건조한 공기 너머로 공간이 일렁이며 적이 사라진다. 적극적으로 뒤쫓는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더라도 모래를 밟으며 남는 자국은 어쩔 수 없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곳까지 올라온 적이라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호.”

        

        

        

        피잉!

        

        적이 응사한 탄환이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간다. 현재까지 적도 나도 단 한 발도 맞히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닐 것이었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며 유효사거리의 한참 안으로 들어오자 소염기가 불꽃을 토해내었다.

        

        내 몸에는 두 발. 적의 몸에는 다섯 발. 하지만 저쪽은 이미 방탄복을 입고 있던 모양인지, 실드가 깨졌음에도 그닥 큰 대미지를 주지 못했다.

        

        20발들이 탄창의 절반 정도를 소모한 상황. 승률은 반반, 아니. 최소 그 이상. 그렇다면 거리를 더더욱 좁히지 못할 이유가 없었으나, 적은 이미 내 정체를 빠르게 파악하고는 복잡한 건물 내부로 앞서 돌입한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맵 지도를 빠르게 재확인. 이 주변은 높은 돌들로 둘러싸여 있었기에 특정한 루트 몇 곳을 제외하면 탈출 구역이 없다.

        

        만약 저 유저가 정말로 재수없게도 다이스나 미카엘, 갬빗, 잉크 중 한 명이라면…뭐어, 내게 탈출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겠지. 다음 경기 전까지 열심히 도망치는 법을 강의해주는 수밖에.

        

        하여간, 그러는 와중에도 손익 파악은 이미 끝났다.

        

        건물로 도망간 적은 무시한다.

        

        예상컨대 최대 3분 안에 다시 재접전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정확히 3분 가량이 지났을까.

        

        

        

       ───파드득!

        

        

        

        서프레서가 달린 SMG 탄환이 허공을 날았다. 복잡한 기지 구조물을 배경으로 교전이 시작되었다.

        

        섣불리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더 큰 대회로 갈수록 적의 교전 실력은 능숙해졌고, 이는 비단 조준 실력과 순간적인 대처 능력 뿐만이 아니라 트랩을 설치하고 은닉하는 스킬에도 적용되었다.

        

        나 역시 내가 파밍했던 건물 안쪽에 이런저런 트랩을 설치해두었으니, 적 역시도 그럴 수밖에 없을 터. 그렇기에 나와 저쪽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거리를 섣불리 좁힐 생각이 없는 것이었다.

        

        설령 심각하게 일이 꼬이면 언제든지 건물 안으로 도망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짤깍!

        

        

        

        나는 대인 간 교전에는 도가 튼 사람이었다.

        

        물론, 이 시점에서 내가 수류탄을 준비한다는 것은 적 역시도 수류탄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엄폐물에서 순간적으로 몸을 내밀어 주변을 빠르게 확인했지만, 적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나와 적은 몇 번의 교전을 통해 서로의 위치를 충분히 알고 있었고, 적이 그동안의 내 전술을 아주 열심히 분석했다는 가정을 해본다면…상대는 이 즈음에서 소리를 지우고 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든, 혹은 직접적인 타격을 위해서든, 수류탄을 사용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 상황이 되어 돌아왔다.

        

        하늘을 아주 유심히 살펴보고 있을까, 검은색 덩어리 하나가 하늘 위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그럼 그렇지.”

        

        

        

        오른손만으로 수류탄 핀을 빼는 동시에, 왼손으로 권총을 잡아 강하게 파지하고는 빠르게 허공을 조준.

        

        단 한 번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공이가 뇌관을 강타했다. 손에서 느껴지는 반동과 동시에 한 발의 탄환이 허공을 날았고 – 그것은 본래라면 찰나의 순간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에 수백 미터 하늘로 치솟았어야만 했다.

        

        물론, 그러지 않았다.

        

        캉 하는 소리와 함께, 수류탄의 궤도가 심하게 비틀렸다.

        

        수류탄을 쏘아 맞추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콰아앙!

        

        

        

        일부분이 찌그러진 수류탄은 예상 체공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하늘 위를 부유하였고, 땅에 닿기도 전에 터져버렸다.

        

        예상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이용 불가능한 결과도 아니었다 – 수류탄의 겉표면은 단단했고, 곡선이었다. 잘만 관통하면 터지거나 작동 불능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드문 공중요격 경우의 십중팔구는 수류탄의 궤도가 비틀리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엄폐물을 뛰쳐나갔다.

        

        후속 공격은 날아오지 못했다.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되돌려줄 시간이었다.

        

        

        

       “흡…!”

        

        

        

        짤깍.

        

        이제 쿠킹이 막 시작된 수류탄이 발현자의 막대한 힘을 받아 던져진다. 그러나 그것은 곡선도 포물선도 아니었고, 적이 있는 위치 인근에 ‘일직선으로’ 날아갔으며, 1초도 지나지 않아 바닥에 쇳소리를 내며 부딪힌 후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그것이 적의 근처에서 약간의 연막과 찰나의 불꽃, 그리고 수백 개의 쇳조각을 사방에 흩뿌리는 사이, 나는 이미 거리를 10m 이상 좁힌 지 오래였다.

        

        그에 적은 수류탄이 터지자마자 움츠리고, 다시 엄폐물 위로 몸을 내민 후 재차 조준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의 이행에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도 상당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으직!

        

        

        

        코 앞까지 접근한 내가 개머리판으로 상대 대가리를 후려치기에 충분할 때까지.

        

        

        

       “커헉…!”

        

        

        

        머리가 함몰되었다.

        

        아마 분 단위가 지나도 회복 불가능할 수많은 상태이상에 뒤덮힌 상태일 것이고, HP 역시도 그에 비례하겠지.

        

        망설임없이 총을 들어올렸다.

        

        

        

       -파드드득!

        

        

        

        시작한 지 4분.

        

        쾌조의 출발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파이널 챔피언십

    어수룩한 사람은 비얌에게 잡아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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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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