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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2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ㄴㅇㄱ

        – 상상도 못 한 정체!

        – 자! 심해룡은 가면을 벗고 용왕이 되어 주세욬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진짜 개 웃기넼ㅋㅋㅋ

       

        계속 ‘ㅋㅋㅋ’만 올라가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나는 그때의 일을 회상했다.

        그때 내가…… 어떻게 벨제투스를 만나게 되었더라?

       

        “내가 벨제투스를 만나게 된 경위는 간단했…… 던가?”

       

        나는 잠시 기억을 떠올리며, 그 때를 자세히 회상해 보았다.

       

        용들과 협상을 했고.

        그 협상을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서 나는 용들이 모여 사는 ‘용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용들의 우두머리와 내가 협상을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 용왕이라는 자를 찾아갔는데…….”

       

        거기서 벨제투스를 보게 된 것이다.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큼큼! 그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내 말에 벨제투스가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 입을 열었다.

       

       

        *            *            *

       

       

        쿠르르르르르릉!!

       

        벨제투스는 차원을 넘었다.

        차원의 격류에 의해 거칠게 휘몰아치는 바다 회오리 속에서 튀어나온 벨제투스가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 인간은…… 없군!

       

        휴~ 다행이다.

        그 징그러운 것들을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벨제투스는 구름을 타고 허공으로 치솟았다.

        심해룡인 그에겐 바닷속이 좀 더 아늑하고 편했지만, 주변 지형을 살피기 위해서는 역시 고도를 높이는 것이 더 나았다.

        그렇기에 구름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간 벨제투스는 용궁에 들어갔다.

       

        = 헉?!

       

        = 웬 놈이냐!

       

        용궁에 머물던 용들이 벨제투스에게 텃세를 부렸다.

       

        = 나에게 시비를 걸어?!

       

        화가 난 벨제투스는 용들에게 즉시 응징을 가했다.

       

        = 이놈!

       

        = 용왕이시다!

       

        = 용왕이시여!

       

        벨제투스에 의해 용들이 당하자, 용들의 우두머리인 용왕이 나타났다.

        과연 용들의 왕이라고 할 만한 생물인지, 강하긴 했다.

        ……어디까지나 필멸자들 기준으로 말이다.

       

        = 초월자도 아닌 놈이!

       

        = 꽥?!

       

        벨제투스는 용왕을 죽였다.

       

        = 용왕님이 당했다!

       

        = 으아아악!!

       

        용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벨제투스는 힘차게 울부짖었다.

       

        = 덤벼라!

       

        = 으앙!

       

        그렇게 300년이 흘렀다.

        어느새 용들은 생김새도 비슷하고, 엄청 강한 벨제투스를 새로운 용왕으로 모시기 시작했다.

       

        = 용왕님!

       

        = 용왕님이시여!

       

        벨제투스는 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만약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지성체들의 우두머리라면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어디까지나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용(龍)’이라는 생물들이다.

        즉, 인간들처럼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물론 이들은 인간처럼 변할 수 있긴 했다.

        그렇기에 벨제투스는 용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우두머리의 직위를 맡기로 했다.

       

        = 새로운 용왕이시여!

       

        = 용왕이시여!

       

        = 그래! 내가 바로 너희의 우두머리다!!

       

        그렇게 다시 100년이 흘렀다.

        멸천룡이 그 차원에 도착한 것이 딱 그때였다.

       

       

        *            *            *

       

       

        “……그렇게 된 겁니다.”

       

        “…….”

       

        나는 벨제투스의 이야기에 침묵을 지켰다.

        슬쩍 눈동자를 돌려 채팅창을 바라보자, 그곳에서는 더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설명 진짜 못하넼ㅋㅋㅋ

        – ㅋㅋㅋㅋ

        – 무슨 투명 드래곤이냐곸ㅋㅋㅋ

        – 울부지저따!!!

        – 크아아아앙!!

        – ㅋㅋㅋㅋㅋㅋ

        – 설명 개 못하넼ㅋㅋㅋ

        – 3살 조카가 저것보다 더 설명 잘하겠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벨제투스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그래. 수고가 많았다.”

       

        “네. 그런 겁니다. 네.”

       

        벨제투스가 뿌듯한 얼굴로 가슴을 쭉 폈다.

        나는 그런 귀여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뭐, 드래곤이 인간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쁘든 말든.’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드래곤은 무리 동물이 아니다.

        무리를 짓는 진화를 한 동족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무리를 짓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는 강대한 힘을 가진 초월자고, 애초에 인간과 드래곤은 종 자체가 다르다.

       

        인간들 사이에서 방송하는 나라면 모를까.

        오늘 이외엔 인간들과 교류할 일이 거의 없을 벨제투스라면, 인간들 사이에서 어떤 평판을 얻든 큰 상관이 없을 것이다.

        애초에 벨제투스는 인간들 사이에서 악룡으로 유명하기도 했고 말이다.

       

        “흠! 그럼 이제 다시 내가 이야기를 이어나가마.”

       

        – 넹

        – 네넹

        – 역시 라나님이 최고임.

        – 예쁘고, 귀엽고, 이야기도 잘하고, 강하기까지 한 라나님! 역시 라나님이 최고임!

        – ㅋㅋㅋㅋㅋ

        – 라나님이 그리웠습니다!

        – 빨리빨리!

       

        “알겠으니 재촉하지 말거라.”

       

        나는 작게 헛기침을 한 후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나를 발견한 벨제투스가 당황했다.

       

        = 어, 어머니가 왜 여기에?

       

        ……그리고 나도 당황했다.

       

        = 그러는 너는…… 왜 여기에 있느냐?

       

        나와 벨제투스가 서로를 바라보며 당황한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바라보는 모든 용들도 당황했다.

       

        = 요, 용왕님의 어머니?!

       

        = 그럼…… 태비님?!

       

        = 진짜인가?

       

        = 생김새가 다른…….

       

        = 하지만 용왕님이 거짓말을…….

       

        모든 이들이 당황한, 당황의 감정이 지배하는 공간.

        온몸에 금과 은, 그리고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던 벨제투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 어머니!

       

        휘리릭!

       

        벨제투스의 몸이 나의 본체를 휘감았다.

        그러고는 내 몸에 자기 얼굴을 비비며 반가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 이게 얼마 만입니까! 어머니!

       

        = 으음…….

       

        벨제투스가 이렇게 반가워하는 이유는 나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야 벨제투스는 본지 이제…… 3,000년 정도 지났나?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이 마음씨가 약한 아이라면, 이런 격한 반응은 이해되는 범주다.

        물론 귀찮기는 하지만 말이다.

       

        = 용왕님! 체통을…….

       

        = 아이고!

       

        용들이 호들갑을 떨었으나, 벨제투스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            *            *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

        – 어제오늘 심해룡 이미지 엄청 깨지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이딴게 대서양의 악몽?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가족의 악몽은 맞을 듯ㅋㅋㅋㅋ

       

        “흠.”

       

        채팅창에 올라오는 벨제투스를 향한 각종 조롱에, 나는 슬쩍 벨제투스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벨제투스는 인간들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인간들의 문자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알았다고 하더라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이 일은 나중에 주의를 주도록 하고.

        나는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벨제투스는 우두머리의 재능이 없단다.”

       

        “……어머니?”

       

        벨제투스가 두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꿋꿋했다.

        왜냐하면 진실이니까.

       

        – ㅋㅋㅋㅋㅋ

        – 어머니에게 배신당한 얼굴이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앜ㅋㅋㅋ 진짜 웃기넼ㅋㅋㅋ

        – 어제랑 오늘이랑 진짜 웃긴닼ㅋㅋㅋㅋ

        – 계속 웃기만 함ㅋㅋㅋㅋㅋ

        – 두목 자격이 없는 두목ㅋㅋㅋㅋ

        – 그런 드래곤이 왜 용왕을 해욬ㅋㅋㅋ

       

        “우두머리의 재능이 없더라도, 우두머리가 될 수 있지. 너희 인간들만 봐도 그렇지 않으냐?”

       

        내가 본 인간들의 국가에선, 분명 우두머리가 되면 안 되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우두머리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성체인 인간조차도 이런데,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라고 다를까?

       

        – 쩝.

        – 그건 그럼

        – 그렇게 말씀하시면 또 할 말 없는데요…

        – 힝. 

        – ㅠㅠ

        – 맞는 말이긴 함.

       

        “그리고 벨제투스가 우두머리의 재능이 없는 것과,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지.”

       

        애초에 벨제투스에게 우두머리의 재능이 없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애초에 벨제투스는 무리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리를 짓지 않는 드래곤에게, 갑자기 무리를 이끌라고 한다면 잘하겠느냐?”

       

        – ㅋㅋㅋㅋ

        – 그건 맞음

        – ㄹㅇㅋㅋ

        – 맞는 말이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라나님은 무리를 이끄시잖아요?

       

        “권속은 무리와는 조금 개념이 다르단다.”

       

        그리고 나나 블레이즈의 경우엔, 워낙 인간과 교류한 경험이 많아서 그렇다.

        무리 생활하는 인간과 교류하며, 무리를 이끌고 통솔하는 방법을 학습한 경우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구나.”

       

        어쨌든, 그날 나와 용들 사이에선 무사히 협상이 진행되었다.

        아니, 내가 어떻게든 협상을 밀어붙였다.

       

        “벨제투스가 자꾸 뭔가를 협상에 얹어서…….”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이젠 그냥 마마보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이건 또 생각 못했넼ㅋㅋㅋㅋ

        – 앜ㅋㅋㅋ 그만 웃곀ㅋㅋㅋㅋㅋㅋ

       

        내가 필요 없다고, 주지 말라고 하는 경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대로 벨제투스를 때릴 정도였으니까.

       

        “그때 제 뿔이 부러졌던 거 기억하십니까?”

       

        “그랬지.”

       

        나와 벨제투스가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지간해서는 자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법이 없는데, 그때는 ‘어지간한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벨제투스가 너무 했다는 소리다.

       

        “그러고 보니, 그때 부러졌던 네 뿔은 어떻게 했느냐?”

       

        “그거 말입니까? 아마…… 용들이 가져갔을 겁니다. 어차피 제 뿔은 10년 주기로 교체되니까요.”

       

        – 아닠ㅋㅋㅋ

        – 사슴이냐곸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럼 대서양 심해에 심해룡 뿔 가라앉아 있나?

        – 거의 공청석유급 녹용 아님?

        – ㅋㅋㅋㅋㅋ

        – 대서양 골드러시 나오냨ㅋㅋㅋㅋ

       

        잠시 벨제투스와 잡담을 나눈 후, 다시 이야기로 돌아왔다.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협상을 무사히 마쳤다는 부분까지 했구나.

       

        “협상을 마친 후, 나는 다시 내 영역으로 돌아왔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단 말이죠. 그때 그냥 저와 같이 제 둥지에서 지내시지…….”

       

        “끔찍한 소리 말거라.”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무리 동물이 아니다.

        벨제투스가 내 자식이긴 하지만 나와 벨제투스에겐 엄연히 영역의 구분이 존재한다.

       

        가족이기에 서로의 영역에 함부로 침입하는 것은 눈감아 주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서로의 영역을 공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 ‘드래곤’이니까.

       

        – 오우

        – 이상한 부분에서 철저하시네

        – ㅎㄷㄷ

        – 드래곤의 명예 그런 건가?

        –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멋있음.

       

        “그렇게 용들과의 협상도 끝났고, 쓸데없이 옆에 붙어 있던 노예도 풀어 주고. 마침내 나는 평화를 찾았단다.”

       

        ……아니, ‘찾았다’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호(虎)족’이라고 칭하는 이들이 나를 찾아오기 전까진 말이다.”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무슨 동물농장이냐곸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용 다음에는 호랑이!

        – ㅋㅋㅋㅋㅋㅋ

        – 꿀잼각이닼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다시금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용이 나왔으면, 호랑이도 나와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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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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