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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2

       시청자가 늘어난 덕분일까. 생각보다 수준 높은 도전자가 많았다. 그 중 몇몇은, 솔직히 이기기 쉽지 않았던 이들도 있어서…….

        

       조금의 방심도 없이 최선을 다했다.

        

       기껏 당첨된 시참에서 스트리머가 대충대충 하는 것만큼 김 새는 일은 없으니까.

        

       고마운 친구들에게 작게나마 보답하고 싶어서 시작한 시청자 참여 이벤트다. 실망시켜선 안 되겠지.

        

       생각해보면, 받은 것만 참 많았다.

        

       내가 뭐라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와주고- 또, 호응해줘서……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큰 거품 위에 앉게 되었으니.

        

       조금은 충동적으로 시작한 방송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잘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돌이켜보면, 그저 조금이나마 숨을 쉬기 위해 시작한……변해버린 세상에 자그마한 항의를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방송이었는데.

        

       “다음 분, 들어와주세요.”

        

       이렇게, 이렇게까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어서.

        

       상투적인 말이지만, 모든 것이 시청자분들 덕분……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더라.

        

       게임을 이어나가면서도, 머릿속은 다양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할 말은 편지로 미리 정리해둬서 다행이야.

        

       발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괜찮겠지, 싶었다. 이렇게 시청자들과 노는 시간은 퍽 즐거웠으니까. 제법 두들기는 맛이 있는 실력자들이 섞여 있어서 더더욱.

        

       언제부턴가 불 이모티콘이 도배되기 시작한 채팅창도 예뻤고. 우리 방송만의 문화가 된 것 같아서, 조금 뿌듯한 광경이다. 단합력을 과시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시청자들을 자랑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광경이더라.

        

       레반이랑 지니가 호스팅 금지령을 내리지만 않았어도 보내줬을 텐데. 도댓, 은 친하지 않아서……자랑까지 하기는 조금 부끄럽고.

        

       아쉽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문득, 묘하게 평온한 마음으로 드는 생각이.

        

       복잡한 생각들 중 무엇 하나, 커뮤니티 등지에서 바라보는 ‘아따먹’스럽지 않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흐흫

        

       나도 모르게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게임에 집중해야 하는데. 친구들과 노는 감각에, 너무 즐거워서……응.

        

       “아……음. 방금 그것도 공격이니까, 이제 세 수네요. 갈게요.”

        

       그러니, 오늘이 아따먹으로서 마지막 날이라는 게,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결정했으니까.

        

       일단은, 시청자 참여에 집중해야겠지.

        

       * * * *

        

       한 호흡이면 병장기를 맞댈 수 있는 거리. 연약한 사제 따위, 충돌만으로도 쓰러트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저걸 사제라고 할 수 있을까.

        

       지팡이를 봉처럼 길게 뻗은 상대가 그를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 가느다란 지팡이로 마법이라도 부리고 있는 건지. 파고들 공간을, 저 지팡이 한 자루가 모조리 잡아먹고 있어서-

        

       다리가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학습된 공포 탓이겠지. 뛰어드는 순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카운터에 당할 뿐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고 있었다.

        

       검을 휘두른들, 닿을 리가 없다.

        

       반격을 배제하고 던졌던 2 차례의 공격조차 실패했다. 3 번째에는 회피 직후에 카운터를 맞았고. 4번째라고 다를 리가 있을까.

        

       같은 일을 반복하며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미친 짓이라고 하지 않는가. 싸움을 계속해봐야, 결과는 달라질 리 없고-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곤, 넘을 수 없는 벽에서 느껴지는 좌절감과 구경꾼들의 조롱뿐이리라.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으니.

        

       피에 물든 도적은 다시금 몸을 일으켰다.

        

       《세 수, 끝났네요.》

        

       들려오는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3시간 가까이 연속하여 전투를 치르며 시체로 산을 쌓을 지경이었음에도, 그녀에게선 조금의 지친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더랬다.

        

       수준이 달랐다.

        

       그럼에도.

        

       ‘……내가 좆같아서 한 방은 때린다.’

        

       포기할 수는 없어서.

        

       《갈게요.》

        

       휘릭, 하고 지팡이를 회전시키는 사제를 향해, 도적은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쓰러지기 5초 전의 일이었다.

        

       .

       .

       .

        

       그렇게 중대 발표가 예정되었던 7시로부터, 약 3시간 후.

        

       《……저런. 아깝네요. 열정이……투지가 좋은 분이셨는데. 위령이라도 해드릴게요.》

        

       -부웅

        

       또 한 명의 시청자가 설산에서 허무하게 스러지고-

       

       망자의 시체 위에서는, 사제의 지팡이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대체 뭐가 아까운데 이 텐련아!!!』

       『이제 도적이어도 안 봐주네 시발거 진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진짜 인중 존나 세게 때리고 싶다』

       『오소독스……오소독스가 필요해……』

       『프로도 패는 년이 뭐하는 짓이야 진짜 시발』

       『3수를 양보하겠다(3번 피하고 존나 패겠다)』

       『3번째 공격을 카운터 때리는데 이게 3수를 양보한 거 맞긴 하냐 근데?』

       『이기면 상품 드려요(한국 1등)』

        

       -부검전문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따서운 이야기) 전전판에 뒤진 기사 아이디 부검 결과 프로들한테 주는 연습용 슈퍼계정이었다.】

        

       그 와중에, 도전자들 중 몇몇은 익명의 프로게이머였다는 사실까지 밝혀진 시점.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진짜 못참겠네 ㅁㅊㄴ아 발표가 하기 싫으면 싫다고 해 그냥】

        

       -진짜미친년인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야이 텐련아 왜 이렇게까지 이 악물고 하는 거야!!!!】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우리한테 뭐 화난 거라도 있습니까】

        

       -따먹ㅁ따먹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발표를 하겠다고 해놓고 들으러 온 시청자를 이렇게까지 패는 이유가 대체 뭐에오……】

        

       쏟아지는 비난과 통곡 속에서, 사용자 설정 게임의 빈 자리가 채워지는 속도도 현저하게 느려지고 있었다. 좋아하는 스트리머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에 용기를 내는 것에도 한계는 있으니.

        

       2만여명의 성난 군중 앞에 어설픈 실력으로 나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상위 0.몇 프로에 드는 실력자들조차 처참하게 찢겨나가고, 채팅창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것을 몇 시간 동안 본 이후엔 더더욱.

        

       《음……더 없을까요. 오늘은 참여 자격 제한 없어요. 브론즈 분들도 오셔도 괜찮아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브론즈도 와도 돼요(챌린저 목을 따며)】

        

       『진짜 지랄하지 마십쇼』

       『🔥🔥🔥🔥🔥🔥🔥』

       『🔥🔥🔥🔥🔥🔥🔥🔥🔥🔥🔥🔥🔥🔥🔥🔥』

       『🔥🔥🔥🔥🔥🔥🔥🔥🔥』

       『대체 무슨 험한 꼴을 보이려고 브론즈까지 오라는 거냐』

       『🔥🔥🔥🔥🔥🔥🔥🔥🔥🔥🔥🔥🔥🔥🔥🔥🔥🔥🔥🔥🔥🔥🔥』

       『골드까진 농담 안 하고 주먹질로도 팰 거 같음』

       『🔥🔥🔥🔥🔥🔥🔥🔥🔥』

       『🔥🔥🔥🔥🔥🔥🔥』

       『🔥🔥🔥🔥🔥🔥🔥🔥🔥🔥🔥🔥🔥🔥🔥』

       『🔥🔥🔥🔥🔥🔥🔥🔥🔥🔥』

        

       그렇게, 모두가 채팅창을 불태우는 사이, 5분 가까이 지나도록 누구도 섣불리 방에 들어가지 못하자-

        

       -딸깍

        

       작은 클릭 소리와 함께 화면이 전환됐다.

        

       다시 떠오른 건, 캠 화면이었다.

        

       어슴푸레한 조명 아래. 아따먹, 예나가 작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더 오시는 분이 없네요. 그러면……시간도 제법 됐으니, 여기까지 할까요.》

        

       제법 후련해보이는 표정으로, 한 손에는 오카리나를 든 채.

        

       《아. 오카리나 같이 사기로 했는데, 미리 사서 죄송해요. 막상 없으니까 마음이 안정이 안 돼서. 이것도……사과해야지, 생각했는데 늦어졌네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거 알겠으니까 이제 발푠지 뭔지나 해보쇼 씨벌거】

        

       도네이션으로 흘러나오는 성난 남성의 목소리에 채팅창은 일제히 불을 지르며 화답했다. 언제나 해온 놀이라는 생각에 즐기는 마음 반, 진심으로 답답해진 마음 반이 섞인 화재다.

       

       그래도, 이제는 어련히 하려던 말을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음……여기, 준비해오기는 했는데요.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발표는 못하게 되었어요. 대신, 제가 하려던 말을 담아 연주를 해드리려 해요.》

        

       예나는 글씨가 드문드문 보이는 편지를 살짝 흔들어 보이고는, 보란 듯이 화면 밖으로 떨어트렸다.

        

       조금 더 밝은 미소와 함께.

        

       『진짜 지랄하지 마십쇼』

       『🔥🔥🔥🔥🔥🔥🔥』

       『🔥🔥🔥🔥🔥🔥🔥🔥🔥🔥🔥🔥🔥🔥🔥』

       『🔥🔥🔥🔥🔥🔥🔥🔥🔥🔥』

       『이년은 진짜 일부러가 맞다』

       『🔥🔥🔥🔥🔥🔥🔥🔥🔥🔥』

       『🔥🔥🔥🔥🔥🔥🔥🔥🔥🔥🔥🔥🔥🔥🔥』

       『나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아』

       『미친년아』

       『개씹좆혐 그립다고 한 새끼들 다 죽인다 진짜로』

        

       그렇게 화려하게 불타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예나는 연주를 시작했다.

        

       부드러운 음악이었다. 조금은 아련한. 불이란 불은 다 질러놓은 직후인 탓에, 감상에 젖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집중하여 연주하는 모습은 어딘가 따스하게 아름다워서-

        

       채팅창에 불을 도배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풀리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발표로 어그로를 끌어서 그렇지, 시참 열심히 하고 캠도 킨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니.

        

       결국은 좋아하는 쪽이 지는 싸움인 것이다.

        

       그렇게, 약 3분 후. 아직 채팅창에는 화재가 범람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저 놀이에 가까워진 시점.

        

       연주를 마친 예나는,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듯한 웃음이었다. 표정 변화가 드물어, 언제나 나른하고 무덤덤한 모습만 보여왔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만족감과, 행복으로 가득 찬듯한 미소.

        

       그러나, 그런 그녀의 미소에 홀리듯 화가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도 잠시.

        

       《이상이에요. 감사합니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한 마디만 남기고 단호하게 떠나가는 횡포에 채팅창은 다시 거세게 타올랐다.

        

       그리하여 ‘아직 보고 있을 거 다 안다’며 각종 아스키아트며 불 이모지 따위를 도배하던 시청자들이, 이제 카페도 신나게 불태우자며 일제히 달려간 순간.

        

       그들이 마주한 건, 결코 믿고 싶지 않은 공지였다.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그동안 아따먹을 사랑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안녕하세요.

        

       끝끝내 발표를 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네요. 연주를 할 수 있었으니 괜찮았던 것 같지만……그래도, 공지는 적어달라는 요청은 지키고 싶어서 왔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항상 경청해왔으니까요.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까요.

        

       그동안 아따먹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했어요.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아마 저는 지금도 작은 방에서 도댓님과 아크님의 방송에 시청자참여를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거예요.

        

       그것도 행복했겠지만……저는 아따먹으로서 훨씬 더 행복했어요.

        

       사실, 아따먹이라는 이름은 본래 제 것이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시청자분들 덕분에 그동안 제 일부가 되었습니다. 조금 부끄럽지만, 감사해요.

        

       돌이켜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특히, 도적부흥운동도 성공했고요. 여러분 덕분이에요.

        

       이제 갤러리에서 도적으로 검색하면 결과가 너무 많아서 다 찾아보지 못한다고, 말씀 드렸던가요.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공이었습니다. 정말로요.

        

       하지만, 그래서.

        

       이제 아따먹의 시간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제 아따먹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이예나로서 나아가려 해요.

        

       그럴 용기가 생긴 것도, 방송 덕분이었습니다. 여러분 덕분이고요.

        

       저와 다시 마주하시게 될 때는- 그때는, 이예나라고 불러주시기를 바라요. 아따먹이 아니라, 이예나라고.

        

       반갑게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아따먹, 이예나 드림.]

       –     ????

       –     이게 뭇느 소리야

       –     ??????

       –     ??

       –     ?

       –     뭐?

       –     아니

       –     설마 은퇴야?

       –     ㄴ 아니 지금 제일 잘 되고 있는데 대체 왜

       –     아니지?

       –     프로가는 거면 프로라고 말이라도 해줘 나 진짜 눈물날거같아

       –     안 돼

       –     무슨 소리야 이제 대검부흥운동해야지!!!!

       –     ???

       –     아니

       –     이름을 왜 내려놔 이게 뭔 말이야 나 이해가 안 돼

       –     선생님……?

       –     진짜 무슨 말이야

       –     난 안 믿을래

       –     장난이 지나칩니다 센세

       –     이게 무슨 소리야???

       –     뭐가 끝나 아따먹의 시간이 왜 끝나

       –     이게 중대발표야?

       –     ㄴ 아니 은퇴가 중대 발표까진 아니면 대체 뭐가 중대 발푠데……….

       –     나 진짜 못믿겠어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롤리디아 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솔쿤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r p 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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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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