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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2

    <262 – 함정을 밟는 이유>

     

    미쳤다.

    이건 미친 짓이다.

    즈앙은 이 특훈의 난이도를 계산했다.

     

    륭 노사.

    즈앙의 스승.

     

    그에게 직접 사사한 암살자 훈련에서도 무려 8단계에 해당하는 난이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난이도다.

    실수하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드는 엄청난 근력의 미믹의 손에 붙잡혀 계단블록 속으로 끌려 들어가거나 집어던져진다.

    무려 백 개나 되는 굉장히 높은 계단에서.

    그것도 밟으면 무언가 큰일이 나는 계단 사이로.

    평범하게 던져져도 낙법에 실패하면 어디 하나 부러지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목이 부러져 즉사할 높이인데 정체모를 함정까지 존재하는 계단이다.

    분명 엄청난 꼴을 당할 것이 틀림없다.

    보물상자만 봐도 알겠지만 이곳 브론즈 교수님의 비밀스러운 지하실에는 대놓고 보물창고처럼 보이는 문도 몇 개나 보였다.

    세계제일의 의적의 보물창고로 향하는 계단에 얼마나 흉험한 함정이 숨어있을지는 알고 싶지도 않다.

     

    “아 참.”

     

    브론즈 교수가 계단 하나에 암기를 날렸다.

    ━부웅!

    직후, 천장에서 커다란 망치가 내려와 사람의 몸통 높이를 지나쳐 다시 천장으로 수납되었다.

     

    “오는 길에 밟았던 계단이 아닌 다른 계단을 밟으면 저런 함정이 나온단다. 물론 이건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 함정의 종류는 확인하는 즐거움을 위해 비밀로 하마.”

    “교수님 나빴어요. 아무리 그래도 티토소가가 너무 심하게 다쳤잖아요.”

     

    오크노디가 조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만을 드러내자 브론즈 교수가 훗 하고 가볍게 웃었다.

     

    “위험이 없는 보물은 없다. 항상 의심하라. 도둑 10계명 그 일곱 번째 규율이니 이 기회에 명심해라.”

     

    상자를 열고 득을 보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위험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브론즈 교수의 지론에 오크노디는 불만을 감추지는 않았지만 마지못해 납득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티토소가의 상태를 조금 보고 가도 될까요?”

    “언제 시작할지는 네 자유란다. 과제가 끝나야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지하실출입문의 열쇠를 보란 듯이 손가락에 끼우고 흔들어 보이는 브론즈 교수.

     

    “늘 그렇듯이 규칙은 같단다. 과제를 달성하고 당당하게 나가거나, 도둑답게 제 발로 몰래 탈출하거나, 수제자가 되고 정식으로 드나들게 되거나.”

     

    오크노디가 즈앙에게 다가와 물었다.

     

    “티토의 상태는 어때?”

    “경미한 뇌진탕. 판단력이 부실한 심신미약. 팔다리에 타박상이 조금, 직접 붙잡힌 손목뼈는 포션으로 회복 중이고 추가로 갓 생긴 미믹공포증이 있겠지.”

    “티토. 괜찮아? 나 알아보겠어?”

    “힝잉… 잉잉잉… 오크노디이…”

    “미안해, 티토. 괜히 오게 해서. 많이 놀랐지?”

    “나갈래… 참관 시러… 나갈래…”

     

    브론즈 교수는 오크노디와 즈앙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맛깔나게 마력초를 한 모금 피웠다.

     

    “저희 특훈 참관 그만둬도 될까요?”

    “1학년들의 열의가 여기까지라면 어쩔 수 없지. 아쉽게 됐어. 돌아가도 좋네.”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를 하고 나가려던 즈앙은 빠르게도 난처한 사실을 떠올렸다.

     

    “…저희 어떻게 나가면 되나요?”

    “저기로.”

     

    교수는 계단을 가리켰다.

    즈앙이 물었다.

     

    “티토. 오는 길에 안전한 계단 기억해?”

    “전혀어…”

    “오크노디.”

    “길은 아는데 안 될 거야.”

    “왜?”

    “교수님이 열쇠 보여줬잖아? 문 잠겼다고.”

     

    즈앙은 깨달았다.

    의적의 트랩에 제대로 갇혔음을.

    교수가 나가는 것을 허락했다고 직접 업어서 계단 밖까지 꺼내주는 것은 아니었다.

     

    “혹시 안전한 길은 없나요?”

    “자네들은 내 특훈을 참관하는 학생이 아니네. 즉, 허가받지 않은 구역에 불법 출입한 1학년이지. 징벌을 받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1학년을 향한 인도적인 배려를 하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군.”

     

    교수님의 매정한 말에 티토소가가 히끅히끅 울었지만 즈앙은 그런 티토소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달랬다.

     

    “뚝 그쳐. 교수님의 말이 옳아. 일인전승을 하고 있는 희귀클래스의 후계자수업에 참관신청을 한 것부터 무례한 짓이었어. 교수님이 아픈 꼴을 겪게 한 것도 어설픈 마음으로 호기심을 갖지 말라는 경고야. 살아서 나간 것도 감사히 여겨야지.”

    “히끅… 아라써…”

    “조금만 더 누워있어. 어차피 돌아갈 때는 저 계단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오크노디가 특훈을 마치면 그때 계단으로 같이 돌아가자. 안전한 계단은 오크노디가 알 거야.”

     

    즈앙의 시선에 오크노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오크노디의 특훈과제 <지하실계단에 의태한 미믹을 찾아 상자에 가둬라>가 시작되었다.

     

     

    * *

     

     

    함정은 정말 마구 마구 발동했다.

    이쯤이면 괜찮은가 싶으면 덜컹 소리와 함께 벽에서 화살이 날아온다.

    쳐내다가 계단 턱에 발이 닿았더니 드르륵 소리와 함께 계단 일부가 스위치처럼 쏙 들어가며 달칵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단단한 강철봉이 솟아올랐다.

    허둥거릴수록 연쇄함정에 더욱 쉽게 걸리고 그러다보면 크게 다치기 쉬운 콤보 함정이다.

    인게임에서는 특수던전.

    매주 2회 출입 가능한 일일퀘스트 던전.

     

    <브론즈 교수의 지하보물고 계단 ③>

     

    그간 내 수준에 따라 교수님이 슬금슬금 올리던 난이도가 대략 3단계 정도로 올라온 느낌이다.

     

    ‘포인트랑 보물 하나씩을 얻어갈 수 있는 이벤트라서 꼬박꼬박 애용했었지.’

     

    함정을 건드리면 험한 꼴을 당하는 건 안다.

    그렇지만 안 건드리고 지나갈 수도 없다.

    미믹은 계단에 의태했다.

    찾으려면 계단 하나하나를 다 짚어내야 한다.

     

    ‘칫. 티토랑 즈앙은 왜 찾아와서는.’

     

    호감도이벤트! 라는 생각에 수락하기도 했지만 내심 동료들도 같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지 호기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게임에서야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게임을 본뜬 현실세계에 들어온 느낌이니까.

    그런데 티토소가가 굉장히 아프게 다쳤다.

     

    ‘시간을 들여서 느긋하게 찾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는 없어.’

     

    함정 중에는 마비가스가 나오는 함정도 있다.

    그렇게 나온 가스를 채집하는 도구도 있다.

    안전한 계단만 밟고 지나가면서 마비가스를 계단마다 칙칙 뿌린 뒤에 미믹이 해롱해롱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끄집어내어서 상자에 집어넣는다.

    이것이 정석적인 공략법이다.

    그렇지만 티토소가가 후유증 없이 완쾌하려면 빨리 이곳에서 나가서 의료동의 치료사에게 보내야한다.

    즈앙의 비장의 연고나 포션도 효과는 있지만 뇌진탕이 일어날 정도면 가벼운 부상은 아니다.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트라우마 : 미믹공포증>이야 우스갯거리로 넘어갈 수 있지만 <감각저하>, <간헐적 마비>, <잦은 눈 깜빡임> 따위의 소소하면서도 치명적인 신체이상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고칠 수 있는데도 헛되이 시간을 허비했다가 다치게 둘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티토소가는 친구다.

    내 특훈을 구경하러 왔다가 다친 친구를 모르는 체 할 수는 없다.

     

    “바보. 너도 다칠 거야.”

    “저도 알거든요? 조용히 하세요, 2대 모자씨.”

    “그렇게 착한아이처럼 굴어서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그러게.

    원래 일일퀘스트에서는 함정 3번 밟으면 탈락인데.

    앞으로 어디 가서 고인물 소리는 못하겠다.

     

     

    * *

     

     

    정상계단, 아무것도 없는 계단, 함정계단.

    규칙성을 찾으면 미믹계단을 찾을 수 있다.

    들려오는 함정의 폭음에서 즈앙은 수학적 규칙을 발견했다.

     

    “오크노..”

    “쉿.”

     

    브론즈 교수는 경고했다.

     

    “오크노디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안 되네. 가르침을 방해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 방침이니 알아두게.”

    “…수제자가 다쳐도 괜찮은가요?”

    “1년생인 자네도 지닌 치료수단을 교수라고 지니지 않았겠나?”

     

    즈앙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그럼 티토소가도 치료해주실 수 있는 건가요?”

    “있지.”

    “참관을 거부한 불법침입자라서 치료해주지 않고요?”

    “기억력은 좋구나.”

     

    기진맥진하던 티토소가가 잠들어서 다행이었다.

    자기가 듣던 강의 교수님이 이렇게 매정한 줄 알았다면 힝잉잉에 히끅히끅도 넘어서 서러운 마음에 으앙앙앙 울어댔겠지.

    해골교관이 겁을 주는 통에 티토소가의 3단계 울음까지 들어본 적이 있던 즈앙으로서는 암살자의 냉혹한 가슴에마저 죄책감을 심어주는 그런 서러운 울음은 다시 듣고 싶지 않았다.

    분명 오크노디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는 그녀도 듣고 있으니까.

    그래서인지 함정발동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오크노디도 조금씩 부상을 입었다.

     

    피할 수 없는 타이밍의 창살트랩을 신발 밑창으로 디디며 발바닥에서 피가 흘렀다.

    덜컥 열리는 계단이 날아드는 것을 주먹으로 부수며 손등이 빨갛게 부었다.

    미믹 대신 튀어나오는 암기세례를 교복망토로 받아내고 흘리다가 몇 개가 스치며 손등에서 피가 맺혀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오크노디는 계속 올라갔다.

    잠깐 눈을 뗀 사이에 머리에서 피도 흐르고 한쪽 다리도 절뚝거렸다.

     

    “저 정도면 시험을 중지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크노디가? 시험을 중지시켜? 훗. 자네는 저 아이의 친구일지는 몰라도 스승은 아니지. 저 아이가 왜 다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시험 때문에 다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오크노디는 이미 미믹계단의 위치를 파악했네.”

    “그럼 일부러 함정을 밟고 있다고요?”

     

    즈앙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째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저지르지 않을 짓.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티토소가를 위해서다.

     

    ‘티토소가와 함께 계단을 올라가다가 함정에 빠질까봐 미리 함정을 망가뜨리고 있는 거야.’

     

    내가 고집을 부려서 오크노디의 특훈을 참관하자고 주장하지 않았다면 티토소가가 다칠 일도 없었고, 오크노디가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

    지쳐 잠든 티토소가의 손을 쥐고 있던 즈앙의 손에 꾸욱 힘이 들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즈앙에게도 돌아오는 피폐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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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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