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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3

       

       

       

       

       

       남궁가 시종의 안내를 받아 연회장으로 도착했다.

       

       중심부에 있는 커다란 건물이었는데.

       구가에 있는 연회장과 비교하면, 솔직히 못 해도 다섯 배는 커 보였다.

       

       ‘사람은 적은데 너무 큰 거 아닌가?’

       

       정작 건물 안에 있는 인원은 적은 걸 생각하면.

       건물이 너무 쓸데없이 커 보이기는 했다.

       

       내가 연회장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상이 다 차려져 있을 뿐이 아니라.

       

       두 가주와 미 부인은 참석해 있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일각은 일찍 도착한 것 같은데….

       왜들 저렇게 빨리 온 거야.

       

       음식은 아직 나오고 있는 도중인 것 같고.

       

       남궁진 쪽에는 못 보던 인물들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장로들인가?’

       

       나이대가 상당히 있어 보이는 노인이 둘.

       

       하물며 한 명 한 명 느껴지는 예기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아, 상당히 숙달된 검수였다.

       아무래도 남궁세가의 장로들인 모양이다.

       

       연회니까 참석한 건가?

       

       내가 의아하게 보고 있으니. 노인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은은함이 감도는 푸른 눈빛이다.

       

       남궁세가 특유의 기운이라 해야 할까?

       

       그런 시선을 감내하며, 우선은 앞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최대한 정직하게 걸어간 걸음은.

       

       이내 남궁진과 아버지 앞에 멈춰서고.

       

       “연회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예를 취했다.

       

       그냥 예의상 해본 말이었다.

       귀찮아 죽겠는데 무슨 연회까지 하겠다고.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편히 있다 가거라.”

       “말씀 감사합니다.”

       

       남궁진의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서로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영 찝찝하기 그지없다.

       

       특히 남궁진은 말과 다르게 눈빛에 섞인 갈망이 느껴져 더 그랬다.

       

       ‘연회가 끝나길 바라는 건 이 인간이 더 한 것 같은데.’

       

       나보다 아마 남궁진이 더 급하지 않을까.

       

       대체 노야의 말에서 어떠한 깨달음을 얻어냈기에.

       저 인간이 저런 눈을 계속 보이는 걸까.

       

       ‘무인에게 깨달음이 갈증의 해소와 같은 것임은 알고 있다만.’

       

       나도 무인인 만큼 모를 일은 아니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없는 부분을.

       누군가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한다면.

       

       저런 모습을 보일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귀찮은 건 귀찮은 거지.’

       

       입장을 안다고 해서 귀찮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하다못해.

       

       ‘내가 지금 해결해 줄 수 없으니….’

       

       남궁진의 갈망을 안다고 한들.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빌어먹을 노인네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까.

       신 노야가 없으면 그놈의 가르침이고 나발이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보았던 남궁가의 검술이라고 해봐야.

       

       전생에 마검후가 펼쳤던 것뿐이니 말이다.

       

       ‘그것도 월등하기는 했지만.’

       

       결국, 신 노야가 보았다는 뇌천일검의 검과는 다를 것이다.

       

       우선은 남궁진의 시선을 뒤로하고 아버지와 미 부인에게 인사까지 끝낸 뒤.

       끝에 비어 보이는 자리에 가서 착석했다.

       

       누가 봐도 내 자리 같이 생긴 곳이었고.

       맞은 편에 자리가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저쪽이 남궁비아가 앉을 자리인 모양이다.

       

       ‘아직 오지는 않은 건가?’

       

       남궁비아는 도착하지 않은 듯 보였다.

       

       설마 잠든 건 아니겠지?

       그녀의 성격상 충분히 있을지 모를 일이다.

       

       ‘와중에.’

       

       애써 모른척 하려고 하지만, 여기저기서 시선이 느껴진다.

       굳이 고개를 들어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시선의 낌새는 다소 가늠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장로인가, 그도 아니라면 누구인가.’

       

       무엇을 보려고 하는지는 모를 일이다만, 역시 타 세가인 만큼 불편함이 가득하다.

       

       내가 알아챌 거라고 알지 못하는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

       

       당장 작년의 수준이었다면, 알 수 없었을지 모를 일이니.

       

       기분은 뭣 같지만, 그렇다고 이에 대해 반응하듯 내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 또 여러 일로 개지랄이 날 게 미리 눈에 보였으니 말이다.

       

       천천히 앞에 놓인 차를 들었다.

       한 모금 마시며 진정이라도 해볼까 싶어서였는데.

       

       연회장 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어 문 쪽에서 대기하던 시종이 말한다.

       

       “일공자님이 입장하십니다.”

       

       시종의 말에 힐끔 문 쪽을 살핀다.

       

       일 공자라…. 남궁가의 일 공자라 하면 그놈 뿐일터.

       

       남궁가를 찾았을 무렵에, 보이지 않았던 탓에 세가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있었던 모양이다.

       

       제 누이가 본가를 찾았는데, 나타나질 않는다니.

       그 놈 답지 않았다.

       

       ‘일 년 만인가.’

       

       비무제 이후로 못 봤으니, 일 년은 넘었을 시간.

       우리 뇨룡이의 등장이었다.

       

       연회장 입구로 누군가 들어온다.

       

       곧바로 시선을 옮겼다.

       

       젊은 남궁진을 연상케하는 백청발과 푸른 눈을 가진 미공자다.

       저놈의 잘난 얼굴은 여전했다.

       

       ‘마음에 안 들어.’

       

       잘난 얼굴만 보면 짜증이 나는 내 성질머리도 여전했고.

       

       곁눈질하듯 놈을 살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고.

       

       뭔가 달라졌나 싶어 확인차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바라보니, 놀랍게도 변화는 있었다.

       

       ‘안정적이네.’

       

       뇌기를 막 발현했던 그때의 놈은, 한참이나 불안정했고.

       

       하물며.

       

       다른 기운을 몸에 담았던 터라 제 의지로 조절하지 못한 기운들로 엉망진창이었는데.

       지금은 그 난폭한 기운들이 다소 안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연회장으로 들어온 남궁천준의 시선 또한 이쪽으로 향한다.

       

       날 발견하니 딱딱히 굳는 놈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기운은 변했어도 놈의 성격도 여전한 모양이다.

       다만, 딱딱하게 굳었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잘난 미소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하물며 지나가다 내게 말을 걸기까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구 소협.”

       “그러게. 오랜만이야 처남.”

       

       살짝 약 올리듯이 뱉은 말인데.

       

       남궁천준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오…?’

       

       이걸 견디네.

       

       지난 일 년간 저런 부분도 단련된 건가?

       

       씩 웃음을 머금은 남궁천준은 날 지나쳐 상석으로 걸음을 옮긴다.

       놈 또한 우선 가주에게 예의를 차리기 위함이었고.

       

       나는 그런 놈의 등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정확히는, 놈의 육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혈기는…. 없어진 건가?’

       

       지난 비무제에서 남궁천준에게 느꼈던 혈마의 기운.

       

       당시의 나는 반강제적으로 그런 기운을 흡수해 가져갔고.

       

       그때의 일 때문인지, 남궁천준의 육신에서 혈기는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제대로 사라진…음?’

       

       다 흡수되어 없어진 건가 싶어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

       

       미묘한 차이점이 보였다.

       만일 남궁천준이 혈기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면, 단전에서 느껴져야 할 터인데.

       

       ‘뭐지.’

       

       뭔가가 다르다.

       

       꾸우욱.

       

       차이가 느껴진다 싶으니 변화가 드러나는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단전에서 열이 느껴진다.

       

       […크르…르르….]

       

       더불어 아까부터 잠이나 처자며 일어날 생각도 안 하던 밥버러지 또한 반응을 내비쳤다.

       나는 남궁천준의 등을 보며.

       

       왜 내 육신이 이런 반응을 내비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새끼가…?’

       

       내가 놈을 보며 눈을 크게 뜨는 순간.

       

       입구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일공녀님이 입장하십니다.”

       

       남궁비아가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고개를 틀어 입구를 바라보니.

       살랑거리는 바람과 함께 누군가가 들어온다.

       

       참으로 사뿐한 발걸음이다.

       

       다소곳이 모은 두 손과 살짝 아래로 내린 시선은 분위기를 만들었고.

       머리를 땋아 예쁘게 묶은 머리칼은 찰랑거린다.

       

       평소에도 과하게 생겼다 싶었던 외모는.

       

       조금 꾸며놓았다고 날개가 달렸는지 더 높게 날아가 버렸다.

       

       ‘미쳤네.’

       

       오죽하면, 지난날 온종일 얼굴을 봐왔다고 조금 익숙해져 있던 감상이 모조리 부서졌겠는가.

       

       당장 남궁천준을 보며 조금씩 올라오던 열이.

       남궁비아의 얼굴 한 번 봤다고 기억도 안 날 지경이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연회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남궁비아 쪽에 향해 있었다.

       

       특히 미 부인은 상당히 놀랐는지.

       평소보다 눈이 두 배쯤은 커져 있었다.

       

       차분한 걸음으로 상석으로 다가간 남궁비아는,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늦지는 않았다. 

       아직 시간이 그다지 흐르진 않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남궁비아는 예를 취했고.

       

       가만히 이를 바라보는 남궁진은, 손으로 취한 동작으로 괜찮음을 표한다.

       

       이후 예상대로 내 건너편에 남궁비아가 착석한다.

       평소였다면 곧바로 퍼질러 누웠을 터인데.

       

       최대한 정갈한 자세로 앉은 남궁비아는 어쩐지 볼 때마다 신선했다.

       

       ‘속으로는 한껏 불편함을 참고 있지 않을까.’

       

       실제로 작게 눈동자가 떨리는 것으로 보아.

       옆에 기댈 사람이 없어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그와 별개로.

       

       ‘심하네.’

       

       그래, 딱 이 말이 적합할 것이다.

       

       심하게 예쁘다.

       

       안 그래도 환하던 얼굴에 옅은 분칠까지 겸하니.

       결과물이 다소 과했다.

       

       저 꼴로 함부로 밖에 다녔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수준이다.

       

       당장 남궁비아의 성씨가 남궁이었고. 

       수준이 절정을 넘어서 망정이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재앙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의 존재가 나라 하나를 망친다는 속설이 그냥 있는 건 아니니까.

       

       지금 남궁비아는 정말 그 정도 수준이었다.

       

       전생에 마검후와 비교를 하자면.

       

       외견은 지금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으나.

       

       망가진 듯이 세상을 공허하게 바라보던 눈과.

       

       고장이라도 난 듯 무표정하게 서 있던 것을 비교하면.

       

       지금이 전혀 다른 인물이라 보는 게 맞겠지.

       

       ‘이것저것 알려둬서 다행이지.’

       

       기운을 써서 존재감을 감추는 방식이든.

       

       면사를 쓰는 것 등등 이것저것 하라고 시켜놓은 게 있으니. 그나마 나을 것이다.

       

       그때.

       

       -있잖아….

       

       전음이 들려왔다.

       상대편에 앉은 남궁비아에게서였다.

       

       무슨 일이길래 전음까지 쓰는거지.

       

       왜 그런가 싶어 그녀의 얼굴을 살피니.

       

       남궁비아가 어쩐지 잔뜩 불안한 눈빛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때?

       -뭐가.

       -…어, 어때 보여…?

       

       그니까.

       대체 뭐가.

       

       뭐가 자꾸 어떻냐는 걸까 싶다.

       이해가 잘 되질 않아 눈썹을 조금 찡그리고 남궁비아를 살피는데.

       

       남궁비아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묻는다.

       

       -나…예쁜 것 같아?

       

       눈을 차마 못 마주치겠는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내게 묻는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을 머금고 그녀를 살폈다.

       

       이러한 질문은 언젠가 한 번쯤 그녀가 내게 물은적이 있던 물음이다.

       

       다만, 그때는 저렇게 머뭇거리며 묻지도 않았고.

       

       내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었다.

       

       지금과 같은 질문이지만.

       태도가 다르다.

       

       한껏 부끄러움을 머금고.

       

       불안함을 담아 묻는 투는 마치.

       

       감정이 가득하다고 느껴졌다.

       

       -…어…음.

       

       그에 비해 나는 여전히 변함없이 병신이고 말이다.

       저런 걸 물을 줄 몰랐던 탓일까.

       

       여전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남궁비아에게 아무런 대답도 못 하고 있었다.

       

       무슨 대단한 감상이라도 뱉어야 할까.

       당황한 입술을 달싹이며 생각을 돌리지만.

       

       떠오르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기에.

       

       -…예쁘네.

       

       말재주가 없는 나로선 뱉을 수 있는 선택지가 이뿐이었다.

       

       하나, 다행히 틀리지는 않았는지.

       남궁비아는 이를 듣고 방긋 웃었다.

       

       마치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감을 보이며 말이다.

       더불어 기쁨이 느껴져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그런 웃음을 보며.

       나도 모르게 따라 웃어버렸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절로 그렇게 되어버렸으리라.

       

       그리고 그런 남궁비아를.

       

       남궁천준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

       

       

       

       

       

       연회는 딱히 별일 없이 끝이 났다.

       

       가주들은 음주를 즐기지 않을뿐더러.

       애당초 그 수준까지 이른 무인이라면, 술에 영향을 딱히 받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저 구가가 찾아왔음에 축하를 위한 자리였을 뿐인 만큼.

       

       오랜 시간을 유지하지는 않았다.

       

       딱히 즐겁지도 않았고.

       

       ‘시선 때문인지 아직도 따갑네.’

       

       손으로 어깨를 툭툭 털어냈다.

       

       사방에서 느껴지던 시선 탓인가.

       조금 피곤해진 느낌이다.

       

       ‘적당히 좀 보던가. 점점 대놓고 보던데.’

       

       신경을 쓰지 않는 척했던 탓일까.

       

       그 자리에 있던 장로는 물론이고.

       

       몇몇 무인 같이 보이던 이들이 날 대놓고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봐서 뭘 알아내고픈지는 모를 일이다만.

       

       그다지 좋은 감상은 아니었다.

       

       “…후.”

       

       끝나자마자 적당히 빠져나와 길을 걸었다.

       바람이라도 쐬며 걸음을 옮기고 있으니.

       

       옆에서 누군가 내게 말한다.

       

       “피곤해…?”

       “괜찮아.”

       

       옆에는 남궁비아 또한 함께였다.

       

       처소로 바로 돌아가려는데, 남궁비아가 따라 나오며 같이 걷자고 했던 탓이다.

       그 덕에 남궁진이 다가오려던 걸 막을 수 있었다.

       

       원래면 재빨리 피곤하다고 튈 생각이었는데.

       이게 더 낫겠지.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남궁비아의 머리에 자연스레 눈이 갔다.

       

       땋아 올린 예쁜 머리카락 사이, 내가 선물해 줬던 장식품이 보였다.

       문득 보인 탓일까.

       

       내가 남궁비아에게 묻는다.

       

       “그거 계속 쓸 거야?”

       “…응?”

       “여차하면 버리고 다른 거 써도 되는데.”

       

       지니고 있는 장식품보다 현저히 값싼 것이니.

       값이 맞는 다른 걸 쓰면 좋지 않겠냐 하는 물음이었으나.

       

       “…”

       

       남궁비아는 순간 한껏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다.

       어라?

       

       “…미안.”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사과를 뱉었다.

       저런 표정은 또 처음 봤으니 말이다.

       

       “…응.”

       

       빠른 사과가 통했는지 다행히 표정은 원래대로 돌아왔으나.

       어쩐지 어색해진 분위기가 느껴졌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

       

       달빛이 비치고 등불이 켜진 길은 유달리 아름다우나.

       

       분위기가 애석해진 덕에 눈에 쉬이 들어오지 않는다.

       

       “뭔가 내가 말실수를 한 것 같은데….”

       

       급히 변명이라도 덧붙이려 했다.

       

       남궁비아의 표정이 쉽사리 머릿속에서 지워 지지가 않아서 말이다.

       

       그렇게 말을 이어가려는데.

       

       “달이 참으로 밝은 날입니다.”

       

       귓가에 끼어든 목소리에 말을 멈춰야 했다.

       

       길 건너편.

       

       간신히 옅은 빛이 어둠을 막고 있는 지점.

       그곳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아까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이리 찾아왔습니다.”

       

       찾아온 불청객은 그렇게 말한다.

       

       어감에는 예의가 가득했으나.

       유달리 두꺼운 가면이 또렷하게 느껴져 속이 더부룩해진다.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놈을 바라보며 몸을 틀었다.

       

       눈을 마주하니 어둠 속에서 놈은 선명한 푸른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나를 보며 입을 달싹인다.

       

       “매형.”

       

       뱉으면서도 칼날을 씹은 듯 시릴 터인데도.

       

       불청객, 남궁천준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걸 보며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말이 튀어나온다.

       

       “뭐라는 거야 저 오줌싸개가.”

       

       아차.

       실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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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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