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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3

       *** ***

         

       암룡당 본당으로 갈 줄 알았는데 암룡당원들이 날 데리고 간 곳은 주루였다.

         

       주루를 보자마자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그래 입문 예정 문도 한 사람이랑 시비가 붙었다고 문파 차원에서 대응하는건 정말 말이 안 되지.

         

       대충 간부급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 한 명이 수하들을 부려 날 잡아 오라고 시킨 것이다.

         

       뭐 시나리오를 써보자면…

         

       주루에서 신입생, 아니 신입 문도 환영회를 개최했는데.

         

       [그런데 한 사람이 비는군? 무슨 일이지?]

         

       [따흑흑, 간부님 어제 용지맹이라는 놈이 신입 문도인 우릉을 묵사발을 내버렸지 뭡나까. 그 녀석 정말로 암룡회에 들어오고 싶어했는데…]

         

       [뭐? 그런 일이 있었어? 우리 식구를 건드린 놈이 있다고? 너희들! 지금 당장 저놈이랑 가서 그 놈을 내 앞에 데리고 와라!]

         

       대충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예상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았다.

         

       “들어가라!”

         

       그래 들어갈 거다.

         

       마지막으로 각을 보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냥 이 꽉 깨물고 비천마차를 타러 도망치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어떻게 해볼만 하군.

         

       암룡문도들이 뭔가 있는 척 해서 그렇지 결국 주루에서 얼큰하게 한 잔 걸치면서 신입 문도 환영회를 열고 있다는 거 아니겠는가. 결국 그 간부라는 자도 자기 체면을 세우고자 날 불렀을 테니 체면 한번 제대로 세워주지 뭐.

         

       술도 얼큰하게 들어갔겠다 사과 한번 시원하게 하고 마술 한번 촤락 보여주면 어지간한 놈들은 껌뻑 죽겠지.

         

       잘만 하면 암룡문의 간부와 인연이 생길지도 모르고 그로 인해 암룡문 입문의 길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간 나는.

         

       삐이걱.

         

       마룻바닥 밟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한 객잔 내부와 얼어 붙어 있는 신참들을 보고 일이 꼬였음을 짐작했다.

         

       “그놈을 잡아왔습니다!”

         

       “데리고 올라와라.”

         

       뒷놈이 검집으로 나를 쿡 찔렀다. 살짝 불쾌했지만 일단은 불쾌감을 삼키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누가 봐도 감탄사를 토할 법한 미녀가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저 여자를 보자마자 누구인지 깨달았다.

       

       운남제일화 독고이설.

         

       초절정 고수이자 흑패 독고영철의 딸.

         

       …분명 암룡문의 대소사에 관여하지 않겠다 선언하고 암룡문의 권력 구도에서 떨어져 나와 조용히 지낸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신입 문도들을 받는 일에 관여하고 있는 것일까.

         

       “본인은 독고이설이라 한다.”

         

       “용지맹이요.”

         

       “그래 용지맹, 네놈이 왜 이곳에 불려왔는지 알고 있느냐?”

       

       “모르겠소.”

         

       “감히! 저놈이…!”

         

       발끈해 나서려는 수하를 손짓으로 제지한 독고이설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모른다. 모른다라…우릉이라는 자를 기억하느냐?”

         

       “기억하오. 어제 손을 섞었지.”

         

       “그 우릉은 흑룡문의 예비 문도였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나는 이설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정보에 따르면 이설은 그야말로 정통적인 사파인이다. 강자존의 법칙을 숭앙하며, 법을 따르지는 않지만 자신이 정한 원칙만은 지키는 자.

         

       높으신 분이라는 사람이 독고이설일 줄이야. 솔직히 말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내심으로는 당혹스러웠지만 일단은 눈에 힘을 주며 독고이설을 바라보았다.

         

       도망치면 어차피 비천마차 행이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흑룡문이 입문하기 전의 외인까지 살뜰하게 챙기는지는 미처 몰랐구려.”

         

       “호오…”

         

       이설의 눈빛이 번뜩였다. 수하들의 기세가 한결 험악해지는 것을 느끼며 초조함을 달랬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지, 어째서 시비가 걸렸는가. 그런 구구절절한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겠소. 응당 무인이 무기를 뽑아 무공을 겨루었다면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일 아니겠소?”

         

       “후후후후!”

         

       독고이설이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 나름대로의 항변에 흥미를 느낀 것일까.

         

       “제법 기개가 있는 놈이로구나. 그래. 네 말이 맞다. 응당 무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지.”

         

       독고이설이 다리를 바꿔 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흑룡당의 행사를 방해한 대가도 치러야 할 것이야.”

         

       “그것은 억지요.”

         

       나는 독고이설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방금 전 무인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 않았소? 그렇다면 우릉이 신입문도가 되지 못한 책임 역시 우릉 스스로에게 있거늘 어찌 나에게 묻는단 말이오?”

         

       “억지라…”

         

       독고이설의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좋다. 그렇게 납득할 수 없다면 본녀와 내기를 하자꾸나.”

         

       큰일났네.

         

       독고이설이 말하는 저 내기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강짜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지금 독고이설이 하는 행동은 고수가 하수를 공격하면서 ‘내 삼 초식을 받아내면 살려주겠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본인이 전력을 다하면 일 초식이면 제압할 자신이 있으니까 그런 제한을 하면서 마치 기회를 주는 척 하는 것이지.

         

       내기로 시비를 가리자고 하고는 절대 내가 이길 수 없는 내기를 제안할 것이 뻔했다.

         

       겉으로는 나름의 명분을 세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냥 힘으로 밀어버리는 수작.

         

       “제법 쓸만해 보이나 본녀의 상대가 되기에는 부족하고…”

         

       독고이설은 확실히 운남제일화라는 별호가 어울릴 정도의 미인이었다. 그러나 느긋하게 손에 쥔 부채를 흔들며 무슨 강짜를 부릴지 고민하는 모습은 아름답기보다는 얄미웠다.

         

       꿀밤 마렵네 진짜.

       

       “그렇다고 또 조건을 건 비무는 역시 모양이 살지 않고…”

         

       무슨 방법으로 날 요리할지 고민하는 것이 그리 즐거운지 까닥거리는 발끝을 보며 나 역시 발 끝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변 창문들을 살폈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는 순간 창문으로 몸을 날리며 신호탄을 쏘아내야지. 일행이 제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도 안 되는 내기에 응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쪽이 더 나은 선택지겠지. 

         

       “그래, 이게 적당하겠군.”

         

       독고이설의 시선이 일층 한 구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내 상태로는 몸을 돌려 내려다보지 않는 이상 볼 수 없는 곳이었다.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것이 어떤 악마적인 발상을 생각해내고는 흐뭇해하는 모양이다.

         

       빨리 튀어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발 끝에 힘을 주는 찰나.

         

       “도박은 몰라도 주사위를 던질 줄은 알겠지?”

         

       …어?

         

       독고이설은 부채로 자신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가리며 말했다.

         

       “주사위 내기로 시비를 가리자꾸나.”

         

       발끝에 주었던 힘이 절로 풀렸다.

         

       *** ***

         

       “조건은 간단하다.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주사위 내기로 이길 것. 한 번이라도 지면 나의 승리이고 모두 이기면 네 승리다.”

         

       “불공평하군.”

         

       “그래. 특별히 너를 배려한 조건이지.”

         

       독고이설은 호천안의 말에 가볍게 대꾸했다.

         

       “네가 이 객잔을 빠져나가고자 하면 이곳의 전원을 상대해야 할 일이다. 일 대 일의 대결을 주선해 준 것만으로도 많은 배려를 해 주었음을 명심해라.”

         

       호천안은 독고이설을 빤히 바라보다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1층의 중앙에 탁자 하나가 놓이고 그 위에 주사위 하나가 올라갔다.

         

       독고이설은 2층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뒤에 수십 명이 있고 그저 주사위를 던지면 그뿐인 일에 연신 침을 삼키며 긴장감을 드러내는 신입과 무심한 호천안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독고이설은 그런 호천안을 보면서 생각했다.

         

       ‘역시 탐이 나는구나.’

         

       독고이설은 호천안이 객잔에 들어서는 순간 느꼈다.

         

       이 자는 고수다.

         

       이 곤명에서 저 정도로 잘 단련된 절정 무인이 있을까 싶은 수준의 고수.

         

       정기가 넘치는 걸음걸이. 단련된 육체. 갈무리된 기운. 심기를 쉽사리 살필 수 없는 담담한 눈까지. 쭉정이들만 살피며 호천안을 기다렸던 탓일까. 제대로 된 무인을 만나니 호천안의 존재감이 더욱더 크게 다가왔다.

          

       ‘그 심지도 마음에 들고.’

       

       독고이설은 자신을 본 다른 사내들의 반응을 떠올렸다. 넋을 놓고 바라보는 것이 보통이고 어떻게든 독고이설의 용모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기 위해 엄한 짓을 하던 이들이 한둘이었던가.

         

       그런데 호천안의 반응은 다른 사내들과는 전혀 달랐다.

         

       대화하는 내내 독고이설의 용모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주변의 위협 요소만 확인하는 모습만 보였다.

         

       그 모습이 독고이설의 마음을 흔들었다.

         

       ‘날 보고도 흔들림을 보이지 않는 남자가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구나.’

         

       호천안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린 이유는 저 아래 도열한 쭉정이들에게 힘을 과시할 제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지만, 그런 생각은 독고이설의 머릿속에서 날아간지 오래였다.

         

       아래에 있는 열 아홉명을 합친 것보다 지금 눈 앞에 있는 호천안이 더욱 값어치가 있었으니까.

         

       독고이설은 호천안을 수하로 거두고 싶었다.

         

       “시작해라!”

         

       “예, 예..!”

         

       또르르르.

         

       이설의 수하가 지른 호통에 깜짝 놀란 신입 문도가 주사위를 던졌다. 20면체 주사위가 상 위를 굴렀다. 구르던 주사위가 멈추고 나온 숫자는…

         

       “15인가.”

         

       “어쩌면 첫 판만에 끝날지도 모르겠군.”

         

       주사위를 던져 높은 수가 나오는 쪽이 이기는 아주 간단한 승부였다. 그런데 처음부터 제법 높은 수가 나왔다.

         

       독고이설은 여유로운 눈길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호천안의 패배는 시간 문제였다.

         

       이 객잔에 있는 암룡문도들은 물경 사십 명. 아무리 운이 따라준다고 한들 사십 명 전체를 주사위로 이긴다는 것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독고이설은 내기에 패배한 대가로 호천안에게 자신의 수하가 되라고 요구할 생각이었다.

         

       ‘뒷배 하나 없는 떠돌이 무사보다는 내 수하로 들어오는 것이 낫겠지.’

         

       독고이설은 자신의 수하들을 둘러보았다. 형제자매들이 문파 내의 권력다툼이니 뭐니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 한명 두명씩 모은 절정 무인들. 저들 중에는 지금의 호천안과 같이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설의 휘하로 들어온 이들이 적지 않았으나 지금은 모두 충성스러운 수하가 되었다.

         

       독고이설은 호천안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용지맹’

         

       독고이설은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는 호천안을 보며 그 이름을 되뇌였다.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충성을 맹세하는 날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구나.’

         

       그렇게 독고이설이 수하가 된 호천안의 모습을 상상하며 단꿈에 젖어 있을 때.

         

       호천안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023년 첫 연재는 도박편으로 시작하게 되었군요.

    독자님들의 행복한 새해를 기원합니다.

    조금만 공부해도 성적 잘 나오고.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버시고.

    그 외에도 다 원하시는 일 성취하시고.

    방구석에서 따땃하게 소설 읽으시기를!

    당신의 나이 +1 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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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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