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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3

       아따먹, 이예나의 방송이 끝나고- 은퇴 선언으로밖에 볼 수 없는 공지가 올라온 후.

        

       그녀의 팬들은 대 패닉에 빠지고 있었다.

        

       가뜩이나 통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스트리머였다. 방송을 하던 시기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지곤 했던.

        

       무엇보다, 초기만 해도 방송이 아니라 도적에만 관심이 있는 듯한 사람이었다. 방송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여러분이 도적 방송을 하라며 강퇴까지 하던 사람이었으니.

        

       설마하니 이 정도의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은퇴할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아따먹이라면 그럴 법도 하다는 불안감이 떠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공지 자체가 마지막 인사를 남기는 분위기였으니.

        

       [작성자: 퀸따먹]

       [제목: 은퇴일리가 없음]

       [중대발표는 아니라고 했잖아

        

       은퇴였으면 개씹중대발푠데

        

       아닐거야

        

       아니지?]

       –     희망회로 불타요

       –     “아따먹의 시간은 끝났다.” “아따먹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겠다”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겠다”

       –     ㄴ 끝났네

       –     ㄴ 아

       –     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녀는, 어떤 남자의 굵은 팔뚝에 매달리듯 붙어있었다.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겠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던 걸까. 아니면, 저 남자가 거짓말로 만들어버린 걸까. 아따먹님, 이라고 불렀을 때-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한 남자의 여자가 되어버린 이상, 그런 이름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     ㄴㄴ 죽인다

       –     ㄴㄴ 뒤져

       –     ㄴㄴ 주소

       –     ㄴㄴ 진짜 뒤진다 상황파악을 좀 해 씨@발아

       –     세계대회도 남았는데 어케 은퇴를 해

       –     ㄴ 대회 자격에 스트리머가 없는데요

        

       [작성자: 정확도33%방송알리미]

       [제목: 센세 은퇴 아니라고 개새끼들아]

       [억떡 ㄴ

        

       제발]

       –     이새끼가 정상적인 글도 싸네

       –     정?상

        

       [작성자: 따CCTV먹]

       [제목: 속보) 아따먹 닉변]

       [트위트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이예나_12

       나오나 아따먹 -> 이예나_12

        

       진짜 접나봐

        

       방송닉까지 바로 없앨 거까지는 없잖아

        

       아따먹엔 우리랑 같이 만든 추억이 있잖아…….

        

       왜 이러는 거야……]

       –     아

       –     진짜라고?

       –     아 제발 지랄하지마

       –     난 안 믿어

       –     왜 닉변까지 하는 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나 진짜 좀 배신감 느껴지는데 정상인가

        

       [작성자: 갱생도질]

       [제목: 걍 닉변하고 방송하겠다는 거임 백퍼]

       [이제 이예나_12로 방송하는 거지

        

       만약 진짜 은퇴다?

        

       이 나, 매니저한테 얘기하지 않았을 리가 없음.

        

       센세는 책임감이 강한 편이거든.

        

       내가 안다.

        

       이렇게 떠날 리가 없어.]

       –     도질도질아…………

       –     NTR물 도입부 느낌 낭낭하네

       –     ㄴ 아`가리 해

       –     이게 육수의 말로구나……슬프당

       –     ㄴ 두고 보자ㅇㅇ 내가 맞는지 니네가 맞는지

       –     한순간에 유기견 집합소 된거 개웃기네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ㄴ ‘주인님이 바쁘셨나봐! 여기 날 묶어둔 걸 까먹다니, 역시 덜렁이라니까. 이 휴게소에서 기다리면 차를 타고 오실거야!’

       –     ㄴㄴ 아………

       –     무엇을 위한 도적이고, 무엇을 위한 악기 연습이었습니까 선생님……이렇게 끝나고 말 것을……

       –     ㄴ 안 끝났어.

        

       [작성자: ㅇㅇ]

       [제목: 프로 가는 거 이해할 테니까 가끔이라도 키자]

       [어차피 개씹좆혐 불고 싶을 거잖아

        

       제발 음악방송이라도 켜자

        

       윈윈이자너

        

       프로들도 요즘 인방 다 하는데 왜 굳이 접는 거야]

       –     프로라도 가면 좋겠다

        

       그리하여, 수없이 많은 시청자들이 밤새도록 부정부터 분노를 거쳐 협상까지 죽음의 5단계를 각자 순차적으로 거치며 카페와 갤러리를 불태운 후.

        

       지난 방송으로부터 약 26시간이 지난 시점에,

        

       [이예나_12 님이 방송 중입니다!]

       [안녕하세요, 신입 스트리머 이예나입니다]

        

       일부는 예상했지만, 대부분은 차마 기대하지 못한 알림이 떠올랐다.

        

       [작성자: ㅇㅇ]

       [제목: 미친년인가 진짜 씨발]

       [(방송 알림 캡쳐)

        

       아

        

       아 진짜 미친년이

        

       아……………………

        

       고맙다……….]

        

       * * * *

        

       평범한 세팅의 방송이었다. 까만 대기화면에, 채팅창이 함께 떠있는. 처음 방송을 시작하는 사람이 으레 할 법한, 그런 세팅.

        

       차이라면-

        

       『아 진짜 미친년아』

       『🔥🔥🔥🔥🔥🔥🔥』

       『🔥🔥🔥🔥🔥🔥🔥🔥🔥🔥🔥🔥🔥🔥🔥』

       『🔥🔥🔥🔥🔥🔥🔥🔥🔥🔥』

       『누가 닉변하는데 그딴 편지를 써 』

       『🔥🔥🔥🔥🔥🔥🔥🔥🔥🔥』

       『🔥🔥🔥🔥🔥🔥🔥🔥🔥🔥🔥🔥🔥🔥🔥』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았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심 또라인가 진짜』

       『🔥🔥🔥🔥🔥🔥🔥🔥🔥🔥』

        

       방송을 시작한 순간부터 채팅창에 쏟아지는 도배였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여태까지 느꼈던 불안감을 토해내는.

        

       이를 보고는 있는 걸까.

        

       《아. 들리시나요.》

        

       익숙한 인사말이, 익숙한 목소리로 들려왔다. 언제나와 같은 한 마디가 이토록 안도감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채팅창을 불태우면서도, 그녀의 팬들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어쩌면, 원래는 돌아올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닐까- 하고.

        

       《반가워요. 신입 스트리머 이예나입니다. 아직 도네이션 세팅을 못한 점 양해 부탁드려요.》

        

       『아 진짜 지랄하지 마』

       『도네도 꺼놨네 진짜 미친년인가』

       『아따먹따먹아………』

       『그래 왔으면 됐다』

       『절대 사귀면 안 되는 여자 1순위』

        

       -딸깍

        

       이어서 들려오는 작은 클릭 소리. 검은 배경화면이 전환되며, 캠 화면이 나타났다.

        

       시청자들에게는 제법 익숙한 화면이었다. 몇 번이나 봐온 아따먹의 방이니. 컴퓨터 위치를 바꿨는지, 비치는 각도는 달랐지만.

        

       기쁜 건지, 화나는 건지 헷갈리는 사이.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이예나가,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양복을 챙겨입고.

        

       『속일 생각도 없구나』

       『제발 이런 이벤트는 하지 말아다오』

       『나 진짜 큰 결심 할 뻔했어』

       『장난이 좀 과하잖아 따먹따먹아……』

       『옷은 또 뭐임』

       『장하다 아따먹아, 온 세상을 불태워 버리렴』

        

       《아따먹……타 스트리머 언급은 자제 부탁드려요. 표현도 좀 그렇고……제가 듣기로 조금, 조금 악질적인 방송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런 사람이랑 엮지 않아 주시면 좋겠네요. 저는 평범한 신입 스트리머예요.》

        

       언제나와 같은 헛소리를 내뱉으며.

        

       《자. 다들 진정하시고……네. 그래 뭐 하겠다는 건지 들어나 보자……라는 분이 계시네요. 음. 저는 캠핑과 음악, 그리고 게임 위주로 방송을 할 예정이에요.》

        

       화면에 띄워둔 채팅창을 멈춰두고는, 채팅을 한 줄씩 읽어가면서.

       

       《무슨 게임인가요, 정말 궁금하네요……음, 그렇네요. 좋은 질문이에요. 요즘 나이트 오브 나이츠라는 게임이 유행인데, 조금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다들 어떠신가요. 저는 나오나를 좋아하는 편이고……응. 그렇네요. 마침 운 좋게 어떤 대회 시드를 선물받아서, 다음달에는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에요. 네. 미국에서, 16강부터 시작하는 대회예요.》

        

       배시시, 웃음을 흘리고-

        

       《음……아따먹님 언급이 많네요. 모르긴 해도, 아마 다시 만나면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면서 떠나갔을 텐데……업보가 많은 분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금 허리를 굽혀 보였다.

        

       《……화난 분들이 많네요. 제가 단언할 순 없겠지만, 아마……원래, 어떤 내용을 정식으로 발표하려 했는데, 약속을 지키느라 발표를 못해서 일어난 사태 아닐까요. 왠지 그럴 것 같아요. 감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그 분도 억울할 것 같네요. 원래 1주 정도 캠핑을 가려고 생각했다가 취소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고개는 숙이지 않고, 카메라를 빤히 응시하는 채로.

        

       《그래도, 응. 신입 스트리머를 따스하게 대해주세요. 그 아따먹이라는……그런 악질 방송과는 전혀 다른 방송이예요. 억울하네요.》

        

       그리 하는 말이, 스스로도 조금 부끄러웠던 걸까.

        

       《여기 위에 써둘게요. 그러니까……다들, 이 뒤에 찾아오는 분들이 혹시 오해하면 말씀해주시면 좋겠네요.》

        

       발그스레하게 홍조를 띄운 이예나가 키보드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고- 다시 손을 모아보였다.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

       [요]

        

       화면 최상단에, 묘한 문구를 띄워둔 채.

        

       『아니』

       『그 와중에 시발』

       『그런 방송 안이에요』

       『아』

       『🔥🔥🔥🔥🔥🔥🔥』

       『🔥🔥🔥🔥🔥🔥🔥🔥🔥🔥🔥🔥🔥🔥🔥』

       『🔥🔥🔥🔥🔥🔥🔥🔥🔥🔥』

       『이야 한국에 한 장 뿐인 대회 시드를 대체 어디서 사셨습니까 거 참 놀랍네요』

       『진짜 지랄도 가지가지 한다』

       『알겠으니까 제발 줄이라도 맞춰라 텐련아……』

        

       《줄을 맞춰라……좋은 의견이지만, 저는 저보다 약한 사람의 말은 듣지 않아요. 음……정 그러시면……나오나, 로 승부를 가려볼까요. YNL12/YNL12로 방 만들게요.》

        

       그 상태로 환하게 웃으며, 그녀는 다시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제가 이기면, 그런 악질 방송 아니라고 인정해주시는 거예요. 동의하시나요.》

        

       조금은, 부끄러워 보이지만-

        

       더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사랑하는 친구들을 보는 듯이, 그렇게-

        

       《와주셔서, 고마워요. ……보고 싶었어요.》

        

       차마 숨기지 못한 마음을 드러내며.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익명의 독자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노벨사서 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 기회에, 그동안 소중한 마음을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때로는 큰 힘이, 때로는 큰 위로가 되었어요.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후원금은 가슴 깊이 새겨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의미에서, 그동안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를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소설이 완결에 닿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그러합니다. 여러분께서 맛있게 드셔주셨기에 이 소설은 가치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오나… 순간이나마 독자님들께서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었다면, 그간 제가 이 소설에 쏟은 시간은 보람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정말로요.

    내일은 후기가, 모레는 짧막한 에필로그가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신다면 작가로서는 그 이상의 기쁨이 없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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