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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3

    <263 – 뻣뻣한 꼬리>

     

    어차피 걸릴 함정, 내성작도 겸해서 타격과 출혈 등을 열심히 적당한 선에서 입었더니 즈앙의 표정이 굉장히 슬픈 고양이처럼 변했다.

     

    [당신은 모든 함정을 전부 밟았습니다. 함정해체와 회피도 할 줄 모르는 허접의적삼류바보지만 친구를 향한 마음씨는 스윗천재일류절친입니다.]

    [함정감지 경험치+15]

    [고통내성 경험치+15]

    [출혈내성 경험치+5]

    [타격내성 경험치+5]

    [마비내성 경험치+5]

    [기절내성 경험치+5]

    [수면내성 경험치+5]

    [화상내성 경험치+5]

    [동상내성 경험치+5]

    [저주내성 경험치+5]

    [독내성 경험치+5]

    [착한아이 경험치+5]

    [일일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물고 이용권 1장을 습득합니다.]

    [3000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브론즈 교수의 수제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주 <브론즈 교수의 지하보물고 계단③>의 난이도가 한 단계 상승합니다.]

     

    미믹이야 가볍게 찾아서 상자에 넣었다.

    티토소가도 무사히 치료를 받고 멀쩡해졌다.

     

    “봐봐~ 이런 것도 할 수 있다?”

     

    조명대를 붕붕 돌리며 화려한 봉술을 펼치는 티토소가, 의 손끝에서 삐끗한 조명대가 수평으로 붕붕 돌며 치료동 앞뜰로 날아갔다.

    으아앙 울상을 지으며 조명대를 주우러 달려가는 티토소가.

    언제나 그렇듯 허술한 아이지만 즈앙이 죄책감을 느끼지 말라고 건재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만큼은 분명히 전해졌다.

    그 때문일까.

    다시 주워든 조명대를 열심히 돌리는 티토소가가 이따금 즈앙의 눈치를 본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마치 주인이 슬퍼하자 옆에 와서 애교를 부리는 애완동물 같다.

    그럼 티토소가는 무슨 동물에 가까울까?

    고양이는 절대로 아니겠지.

    냥냥펀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까칠하니까.

    무해한 전투력에 유해한 애교.

    굳이 빗대자면 겁 많고 귀여운 토끼 정도일까?

    토끼 귀와 토끼꼬리가 달린 티토소가를 상상하니 조금 웃음이 나왔다.

     

    “오크노디. 잠깐 할 말이 있어.”

    “응?”

     

    위험한 퀘스트에 따라와서 호된 꼴을 겪었으니 조금 성장했다고 금방 쫄래쫄래 찾아와서 “이번에야말로!” 같은 소리를 하지 못하게 죄책감도 심었을 텐데.

    역시 암살자는 피폐내성이 높아서 그런지 결의에 찬 눈으로 말했다.

     

    “오크노디, 나 있지.”

    “응응.”

    “다음에 브론즈 교수한테 다시 데려가줬으면 해.”

    “웁스.”

     

    죄책감이 아니라 책임감이 발현되었다.

    뭐, 괜찮으려나?

    티토소가라면 모를까 즈앙은 실력 좋은 편이고.

     

    “이번 일로 느꼈어.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1학년이 얼마나 나약한지도.”

    “헤에. 호감도이벤트가 아니라 파워업이벤트였구나.”

    “진지한데 엉뚱한 소리 하지 말아줄래?”

    “미안!”

    “브론즈 교수의 실력을 전부 훔쳐 배우고 언젠가 오늘의 굴욕을 갚아줄 거야. 다친 티토가 치료도 받지 못하고 냉기가 올라오는 돌바닥에 누워있고, 오크노디가 만신창이가 되어가며 길을 여는 모습을 밑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굴욕을.”

     

    역시 파워업 이벤트 맞잖아.

    말로 하면 즈앙이 또 화를 낼까봐 싱글벙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럼 다다음 주에는 둘이서 가자!”

    “화나지 않았어? 우리 때문에 심한 꼴을 겪었는데 또 데려다달라고 해서.”

    “친구끼리는 그런 일로 화내지 않아!”

     

    즈앙이 살짝 고개를 돌렸다.

     

    “머야머야~? 설마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야?”

    “몰라, 바보.”

     

    핏 하고 암기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부끄러워하며 뻗은 손 너머로 자연스럽게 던진 암기가 티토소가의 머리 옆까지 스쳐서 근처 나무기둥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호에에━거리며 풀썩 주저앉은 티토소가는 꿈에도 모르겠지?

    방금 그 암기가 자기한테 날아오던 독침을 뾰족하게 세우던 말벌의 몸통을 꿰뚫었다는 사실을.

     

    “즈앙은 착한아이야!”

    “그만 둬, 그런 식으로 부르는 건. 암살자가 착한 아이가 되어서 어쩔 건데.”

    “종교의 날에 선신의 신앙을 얻을 수 있겠지?”

    “종교의 날…? 잠깐, 다다음주에 가자고 했던 것도 또 다음 주에 뭔가 시작되는 거야?”

    “아마도? 슬슬 시작할걸? 1학기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으니깐! 교장의 취미생활인 학생 괴롭히기를 하기에 적기인 시간은 다음주뿐이지 아마?”

     

    주간이벤트 <종교의 날>.

    바람은 무덥고 여름의 더위가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6월 초, 여름의 어느 날.

    신앙의 힘에 의지하여 능력치 펌핑을 얻지 못한 1년차 학생들을 사제들이 유혹하는 비겁한 신앙의 날이 시작되었다.

     

     

    * *

     

     

    학생들은 복도창문 앞에 모여서 볼따구를 창문에 바짝 붙이거나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복도마다 돌아다니는 각양각색의 교단사제복을 입은 사제들이 지나가는 모습은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쉬이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아카데미에서 보는 낯선 얼굴들을 향한 호기심!

     

    “돌겠군. 뭐가 좋다고 저리들 호들갑인지.”

     

    이미 신앙의 매운 맛을 겪은 안데르센 대공자는 흥미를 보이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철부지 어린애 보듯이 차갑게 식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드래곤교장은 들뜬 1학년들 앞에서 신앙의 힘으로 도망쳐봤자 마음이 약해빠진 녀석들이 좋은 성적을 받지는 못할 거라며 마구 폭언을 내뱉었다.

    그래봤자 지가 일으킨 이벤트면서.

    속으로 흉을 봐봤자 저 거대한 드래곤이 눈이나 깜빡할까 싶어 그냥 교실을 나왔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카데미 생활에 도움이 되는 종교를 찾아 입교하는 주간이라는 듯하니 <무교>라고 못 박은 학생들은 그냥 수련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다들 방심하지 마라. 믿음 없이 신성술을 쓰는 법 강의에서 이미 배웠겠지만 사제라는 놈들은 인간을 위기에 몰아넣고 신성력에 의존하도록 만든다. 그런 비겁한 것들에게 의지하느니 인간의 강함을 증명하며 인간의 힘으로 살아남는 편이 백배는 옳다.”

    “대공자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희는 벨벳 선배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서귀연이 될 겁니다.”

     

    그를 따르는 서부귀족연합 귀족 남학생들도 뜻이 변치 않았음을 굳게 보여주었다.

     

    “자, 그럼 이번 주는 개인훈련이다. 일반 강의도 캔슬이라는 모양이니 모두 일주일 뒤에 달라진 모습으로 재회하길 바라마.”

     

    해산이라고는 외쳤지만 대부분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귀족들.

    목적지가 수련동임을 깨달은 귀족남학생들이 머쓱하게 웃으며 의기를 다졌지만 안데르센만은 다른 곳으로 걸음이 돌아갔다.

     

    “대공자님께서는 수련동에 가지 않으려는 건가?”

    “바쁜 일이 있으시겠지. 과제라던가.”

    “대공자님이 듣는 강의는 우리도 듣는 강의인데?”

    “…벨벳 선배랑 따로 만난다던가?”

    “부럽네. 방학이 되기 전부터 벨벳선배와 독대라니.”

     

    여자를 만나러 간다는 추측은 옳았지만 안데르센 대공자의 목표는 벨벳선배가 아니었다.

    남들이 신앙의 길을 걷겠다고 이런저런 종교쟁이들이 모인 강의실이라는 이름의 포교실을 기웃거리는 와중에 홀로 딴 길로 새는 오크노디를 쫓고 있었다.

     

    ‘오크노디. 용사와 대등한 싸움이 성립될 정도의 아이. 그 강함은 대운동회에서 확인했었지.’

     

    그런 오크노디가 신앙의 힘으로 파워 업을 하는 대신에 몰래 어디론가 빠져나온다.

    분명 종교의 날에 신들에게 아첨하는 것보다 앞으로의 아카데미 생활에 유리한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것이 틀림없다.

    오크노디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자신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겠지.

    그런 조금은 약아빠진 생각을 품은 안데르센.

    담벼락의 개구멍으로 쏙 들어가거나 으르릉 위협하는 경비견을 헥헥거리며 따르게 만들고 개집 옆을 지나가는 등 오크노디는 추적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귀족답지 않게 개구쟁이 시절에 익혔던 <따라잡기>, <길들이기> 기능이 없었다면 놓쳤을 거라 생각하며 오크노디가 들어간 컨테이너박스에 귀를 대었다.

     

    “거기까지입니다.”

    “!!”

     

    목덜미에 닿는 차가운 감각.

    죽는다.

    고개를 돌리면 죽는다.

    멋대로 입을 열어도 죽는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그에게 날붙이를 댄 자가 물었다.

     

    “오크노디 님의 뒤를 밟은 이유를 말하십시오.”

    “똑같이 신성력에 관심이 없는 동지끼리 친분도 다질 겸, 자연스럽게 친해지려고 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분명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던 오크노디가 컨테이너 천장 위에서 고개를 쏙 내밀며 말했다.

     

    “풀어드려!”

    “오크노디 님의 자비에 감사하십시오.”

     

    목덜미에 닿았던 서늘한 감각이 떨어지자 안데르센은 무엇이 자신을 위협했는지부터 확인했다.

     

    ‘실화냐…’

     

    빗자루였다.

    갈색의 뻣뻣한 솔이 잔뜩 달린 빗자루.

    고작 이런 청소도구로 그 정도의 예기를 내보이다니.

    고양이꼬리를 단 메이드는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재단소속이겠군.’

     

    꼬리가 평형을 이루며 한 번의 살랑거림조차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경계를 늦추지 않는 여자다.

    수인들이 종족적 본능을 쉬이 억제하지 못해서 꼬리 달린 것들이 금방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대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훈련을 거친 메이드가 틀림없었다.

     

    “흐음~ 곤란하네요! 지금은 남한테 들키면 안되는데 하필이면 안데르센 대공자님이 따라왔다니.”

    “걱정 마라. 교관이나 교수에게 일러서 받을 포인트를 탐낼 정도로 형편이 궁핍하지는 않으니.”

     

    안데르센 대공자는 호기심을 보였다.

     

    “그래서 남들이 신앙의 힘으로 기말고사를 헤쳐 나가려고 준비하는 이 시기에 너는 홀로 어디로 몰래 가고 있었던 거지?”

    “에이 참. 무슨 뻔한 소리를 하세요. 교관이 없을 때 할 일은 도둑질밖에 없는 게 상식이잖아요?”

     

    …이 아이, 본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다니지만 사고방식까지 의적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보다 의적 오크노디를 볼 날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대공자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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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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