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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4

       “……그 말을 정말로 믿슴까?”

        

       루카스의 말에 황제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다.”

        

       실비아라는 존재를 황제가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사교계에서는 꽤 유명했으니까. 본인도 그런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빼내는 정도의 실력은 있는 모양이었다.

        

       입양되었다는 말은 들었다. 루카스를 통해서 ‘그때 같이 있던 여자애였던 것 같다’라는 말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느 정도 주시는 하고 있었다. 그레이스 가는 절대로 그냥 버릴 가문은 아니었으니까.

        

       거기에 황제의 두 딸이 연회에서 그 그레이스 영애를 만나 친분을 쌓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하지만, 그 실비아 그레이스, 그레이스 가의 흑백합이 황제의 딸이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나를 이용하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미리 배제하는 편이 낫지 않겠슴까?”

        

       “그건 곤란하다. 내가 알기로 그 아이는 그레이스 가에서 굉장히 애지중지 키운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그 아이가 외부에서 왔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그 아이가 ‘그레이스가 아니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레이스 가는 피가 섞이건 섞이지 않았건 가문의 이름을 이어받은 아이를 자식으로 생각할 가문이니까.”

        

       말인즉슨, 만약 황제가 실비아 그레이스에게 해코지하는 순간 그레이스 남작가는 황제에게서 등을 돌릴 거라는 것이다.

        

       그래봐야 남작가고, 제도 안에 작은 영지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만약 황제가 정말로 밀어버리겠다고 생각하면 물리적으로 밀어버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황제는 정치적인 지위를 잃게 되리라.

        

       가문이 철저하게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는데, 고작 한 가지 의심으로 그 가문을 밀어버린다면— 그것도 다른 이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이유로 밀어버린다면, 다른 충성파의 눈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건실한 가문을 없애버린 황제’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황제의 권력은 굳건하다. 그리고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게 된 가문들은 대부분 황제의 그 권세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진심으로 충성하는 몇 안 되는 가문을 건드리게 된다면, 이후에 스스로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는 쥐들이 날뛰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아무리 쥐라도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 쥐가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고.

        

       “무엇보다, 그 아이가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 않았냐.”

        

       황제는 한쪽 입술을 슬쩍 끌어올리며 말했다.

        

       “……정말로 밖에서 낳은 자식이 있는 검까?”

        

       “흠.”

        

       루카스의 말에 황제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래, 그게 문제다.

        

       그 자식들이 스스로 ‘황제의 자식’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어린 시절 그 어미와 떨어뜨려 놓았는데, 그 ‘실비아’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실비아에게 아버지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 뒷조사를 해보았지만, 그 아이의 어미는 찾을 수 없었다.

        

       정말로 죽은 것인지, 아니면 황제조차 마음에 두지 않을 만큼 대단한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던 자인지.

        

       거짓된 사랑을 속삭이고, 지위를 약속한 여인은 많다. 물론 대부분의 여인에게는 그런 혜택이 정말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이 귀족이나 황족이 되지는 못했고.

        

       능력이 보이지 않는 아이라면 굳이 신경도 쓰지 않았다. 루카스나 벨라 이전에도 일하다가 사망한 아이는 몇 있었고, 그렇기에 황제는 아이들의 전체적인 숫자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설령 귀족 몇몇이 그런 전 황족 여성을 찾아내고, 황제의 피가 흐르는 아이를 찾아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황제는 그저 부인하면 그만인 일이었으니까. 어차피 ‘증거’라고 해봐야 황제가 직접 인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실비아라는 존재는 황제에게 있어서 몹시 신선한 존재였다.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여 버린 아이 중 하나라면, 뒤늦게서야 그 능력을 보게 되었다는 뜻이니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기억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어릴 때의 기억을 선명하게 가지고 있는 아이.

        

       지보의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아니, 지보의 존재에 대해서는 몰랐을지도 모른다. 다만, 황제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장소를 탐색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면, 누군가의 행적을 보고 그 의도를 추측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 모르니까.

        

       “나라고 해서 남자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황제는 루카스의 말에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아직 ‘아이들’이 진짜로 자기 혈통을 알아차리는 것은 곤란하다.

        

       “그럼 정말로 그 실비아라는 애가—”

        

       “그건 두고 봐야겠구나.”

        

       황제가 대답하자, 루카스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흠.”

        

       황제는 손에 쥐고 있는 작은 지보 조각을 보았다.

        

       아직 이 조각만으로는 이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쩌면, 만약 이 지보의 존재를 그 실비아라는 존재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가 단순히 ‘황제 자신의 아이’이기만 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황제가 세우고 있는 계획을 생각한다면, 여신이 움직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자꾸나.”

        

       실비아가 끝까지 자기 ‘아버지’의 편을 들어줄지, 마지막에 배신하려고 들지.

        

       어차피 확인하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지보를 완성하는 것.

        

       하지만—

        

       “확실히, 그 실비아라는 아이의 얼굴이 익숙한 기분이 들기는 하더구나.”

        

       황제는 괜히 그렇게 말해보았다.

        

       그게 과연 황제와 잠자리를 가졌던 여성의 얼굴이라서 그런 건지, 그저 무도회에서 만나봤던 기억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혈연이라는 직감 때문에 그런 것인지.

        

       황제는 그게 몹시 궁금했다.

        

       *

        

       “크로우필드 영지에?”

        

       클레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물었고, 앨리스는 조금 착잡한 표정이 되었다.

        

       원래의 세상에서는 방학에 내가 그레이스 가에 초대되었었지만, 지금은 내가 이미 그레이스 가의 딸이었다.

        

       게다가 고아원 애들과의 관계도 아주 양호했다. 나는 그레이스 가에 오고 나서도 한동안 그 애들을 엄청나게 열심히 돌봐주었으니까. 어쩌면 내가 그레이스 가의 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일면을 아낌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클레어는 이미 전생에서 아이들과 어린 시절을 부대끼며 함께 지냈다. 그리고 이쪽의 아이들은 굳이 나를 그리워하지 않을 만큼 나와 오랫동안 얼굴을 보며 지냈다. 지금도 단둘이 있거나 나와 아이들만 있을 때는 서로 말을 놓고 지낼 정도로.

        

       뭐 나는 애들한테 존댓말을 하긴 하지만, 그건 ‘귀족 영애’가 되었다는 당위성 때문이고.

        

       거기에 앨리스는 원래 그 애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애였다. 당연히 구태여 만나러 갈 필요가 없다.

        

       그러니, 내가 또 정신을 놓고 방학을 통째로 날려버리기 전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얼른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이 나았다.

        

       ……이쪽 세상에서는 죽지 않은 크로우필드 백작.

        

       그리고 그 백작 때문에 인생이 다른 의미로 망가져 버린 미아.

        

       그 단안경을 낀 깡패가 지금도 크로우필드 영지에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크로우필드 백작이 하는 사업에 큰 훼방을 놓을 수는 있겠지.

        

       황제가 나의 말을 확실하게 믿어주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굳이 내 손을 더럽혀 황제를 돕는다는 명분을 세워두면 황제에게 점수 따는 데 도움이 되겠지.

        

       이 세계에선 가면녀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를 견제하려면 그런 존재를 넣어두는 것이 가장 좋을 테지만, 여신의 힘을 ‘찬탈한’ 존재가 함께 있으니 더 조심하려는 건지도 모르지.

        

       무언가를 확실하게 이기고 싶으면 변수를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반대로, 누군가의 계획을 확실하게 부수고 싶다면 내가 변수 덩어리가 되는 것이 좋다.

        

       “미아를 돕고 싶어서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앨리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와 함께 있었던 앨리스였으니 당연히 그게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 이해하고 있을 테지.

        

       “무엇보다, 아마 그곳에는 그때 마차에서 저를 뭉개버리려던 그 남자가 있을 겁니다.”

        

       “……알았어, 갈게.”

        

       내가 그렇게 설명하자, 클레어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미아도 불쌍하긴 했지만, 그보다 나를 거의 죽이려 들었던 그 남자가 더 미웠던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나도 엄청나게 감정이 실려있었으니까.

        

       얼굴이 피범벅이 되도록 만들어버리기도 했고.

        

       ……고아원의 원장은 죽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세계에서는 이전에 고아원에 있던 아이들이 아무런 이름도 없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원장은 죽었어도 고아원이 불타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 명단을 열심히 외워두면 나중에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아이들의 존재가 잊히지 않도록 할 수 있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기후원해주시는 분들도 언제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빨리 정기후원 관련한 보상 시스템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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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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