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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4

        

       “목소리가 작아요! 더 크게!”

       “RGB 브레스, 바, 발사!”

       “목소리가 그것밖에 안 나오나요! 더 크게 외치세요! 스마트폰으로 공포 게임 방송 보다가 깜짝 놀라서 스마트폰 집어던지며 외쳤던 것만큼 크게 외치란 말이에요!”

       “RGB 브레스, 발사-!”

         

       엘라는 수치심을 이겨내고 아나스타시아의 말을 따라 했다.

         

       그러자 엘라의 품에 안겨있던 오목눈이가 날개를 높이 들어 올리며 울부짖었다.

         

       뺘악.

         

       게이밍 오목눈이는 흉포한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날개를 끌어 올렸고, 태양의 힘을 받아내기라도 하는 듯 고개를 하늘을 향해 치켜올렸다. 그리곤 숨을 크게 들이쉬며 몸을 부풀렸고, 이윽고 그것이 한계치에 달했을 때 거품을 내며 자신을 다가오는 고래를 향해 숨결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앙-!

         

       숨결은 색색의 빛을 뿜어내며 일직선상으로 날아갔다.

       굉음과 함께 바다를 삭제해버렸고, 고래보다도 빠르게 덤벼들던 고래들 역시 모조리 삭제했다. 그리고 마침내 붉은 볏의 고래의 몸통에까지 도달했다.

         

       부우우우우-!

         

       RGB 브레스는 고래의 몸통에 적중했다.

       하지만 고래는 불길한 울음소리를 내며 그 광선에 저항했으며, 몸이 갉아 먹히는 와중에도 광기에 사로잡히기라도 한 듯 몸을 이리저리 뒤틀면서 엘라를 향해 다가왔다.

         

       “이런! 순수한 꿈의 존재가 아니라 위력이 반감되나 보네요~ 자, 동생! 빨리 병원으로 가요!”

       “아, 네!”

         

       아나스타시아는 손에 들고 있었던 망토를 엘라의 몸에 감쌌다. 그리고 튜브를 끌고 가는 것처럼 엘라를 끌고 폐병원까지 빠르게 움직였다.

         

       부우우우—-!

         

       당연하게도 고래는 발광했다.

       사악한 고래는 빛에 몸이 갈려 나가는 것이고 뭐고 상관하지 않고 미친 듯이 움직여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도망을 치려는 저 건방진 먹이를 잡기 위해서.

         

       쿠웅-!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래의 행동은 늦었다.

       아나스타시아가 엘라와 오목눈이를 데리고 정문 안으로 들어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콰-앙!

       쾅!

         

       부우우우우—–!

         

       “어때요? 언니의 능력이!”

       “대, 대단하네요….”

         

       엘라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식은땀을 흘렸다.

         

       자칫 잘못했으면 자신이 저 흉포한 고래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리가 덜덜 떨렸으니까.

         

       짹.

         

       하지만 그녀는 곧 평정을 되찾았다.

       그녀의 품 안에 저 끔찍한 고래에게 한 방 먹인 게이밍 오목눈이가 들려있었으니까.

       고래에 비해서 한없이 작은 크기의 이 새가 뿜어낸 브레스가 고래의 몸통을 갈아버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으니까!

         

       짹.

         

       게다가 이 오목눈이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폐병원을 밝혀줄 정도의 빛이 말이다.

         

       게이밍 오목눈이는 엘라와 아나스타시아가 쾌적하게 폐병원을 탐사할 수 있게 털의 색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강하게 빛을 뿜어내었다. 그 빛이 어찌나 강한지 음산한 폐병원이 마이너 감성이 충만한 클럽 분위기로 바뀔 정도였다.

         

       “와….”

         

       엘라는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이런 분위기로 변해버렸네요….”

         

       영상으로 볼 때는 엄청나게 무서운 공간으로 보였다.

       보는 것만으로 불길함이 느껴지고, 저 안에 발을 디디면 공포에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폐병원에 고작 오목눈이 하나 추가했을 뿐인데….

       공포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진짜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 되어버린 것이다.

         

       묘한 느낌이 들 수밖에.

         

       “이게 바로 언니의 힘이랍니다.”

       “네, 정말 대단하네요….”

       “어머. 솔직하게 칭찬하네요? 좋아요. 동생이 이렇게 솔직해지니 언니는 참 기쁘네요. 그럼 서비스 하나 더 해줄게요!”

         

       아나스타시아는 망토를 빈 의자 위에 씌웠다.

       그리곤 아까처럼 기를 불어넣는 시늉을 하고는 몇 초 뒤에 걷어 올렸다.

         

       “얍!”

         

       그러자 놀랍게도 빈 의자 위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사람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곰 인형이었다.

         

       곰 인형은 망토가 거둬지자 눈이 부신다는 듯 폭신해 보이는 손으로 눈을 비볐다.

       그러더니 아나스타시아를 보곤 자신을 불러줘서 고맙다는 듯 꾸벅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반가워용~”

         

       곰 인형은 아나스타시아의 인사를 받으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아나스타시아의 바로 뒤에 딱 달라붙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영화 속 경호원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저건…?”

       “보디가드 테디베어. 귀엽죠?”

         

       아나스타시아는 배시시 웃으며 엘라를 이끌고 앞으로 나갔다.

         

       마치 산책하러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곰 인형은 둘의 산책을 정말 안전한 산책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듯, 더욱 적극적으로 경호하기 시작했다.

       물총을 진짜 권총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다뤘고, 사각지대나 문이 앞에 나타나면 앞장서서 그 문을 열고 위험 요소를 확인했다. 게다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위험 요소가 없는지 철저하게 경계했다.

         

       그렇게 아나스타시아와 엘라는 곰 인형의 경호 덕분에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악령들이 윌리엄에게 쉼 없이 속삭이는 ‘예언의 장소’에 말이다.

         

       [ 우리와 함께하십시오. ]

       [ 우리와 같이 가십시오. ]

       [ 우리의 손을 잡으십시오. ]

       [ 단 한 마디의 동의를 하십시오. 나는 당신들을 따라갈 것이며 그 어떠한 일도 감수할 것이라고. ]

       [ 아주 짧은 동의를 하십시오. 나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것이고, 그것이 옳은 것이라면 망설임 없이 행할 것이라고. ]

       [ 이것이 바로 당신의 끝입니다. ]

       [ 그리고 우리의 끝이기도 하겠지요. ]

       [ 갑시다. ]

       [ 우리와 함께. ]

         

       악령들은 윌리엄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들은 몇 발자국만 더 걸으면 윌리엄에게 다다를 위치에 있었고, 각자의 기괴함을 뽐내며 윌리엄에게 항복을 요구하고 있었다.

         

       허튼짓 하지 말고 자신에게 몸을 맡기라고.

       몸과 영혼과 정신을 자신에게 주겠다고 선언하라고.

       헛된 고통 끝에 자신을 놓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은 선택지일 것이라고.

         

       악령들은 쉼 없이 떠들었고, 쉼 없이 움직였으며, 쉼 없이 윌리엄을 농락했다.

         

       그들은 공포 속에서 윌리엄을 제압하고자 했으며, 그를 공포와 고통으로 물들이고 짓이기려 했다.

         

       “엿이나 처먹어, 시체 새끼들아!”

         

       하지만 윌리엄은 굴복하지 않았다.

       윌리엄의 더러운 성질머리는 악령들 앞에서도 당당했으며, 가까이 오면 면상에 주먹을 날리겠다는 듯 복싱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뒷걸음질로 조금씩 뒤로 물러가며 악령과의 거리를 벌렸다.

         

       턱.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

         

       윌리엄의 등이 벽에 닿았고, 이제는 더 이상 도망을 칠 수 없게 되었다.

         

       악령들은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찢어가며 웃었다.

         

       그들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천히 윌리엄에게 다가왔다.

       팔을 뻗으면서.

         

       그리고 그렇게 팔이 윌리엄에게 닿기 바로 직전….

         

       콰앙!

         

       굉음과 함께 악령들의 몸에 꼬챙이가 꽂혔다.

         

       가늘고 기다란 꼬챙이.

       어둠을 밝히는 묘한 빛을 발하는 꼬챙이.

         

       [ 아아아아-! ]

       [ 말뚝, 말뚝이다! ]

       [ 코앞이었는데! 코앞이었는데! ]

         

       그것들은 각각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등 화려한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꼬챙이에 꿰인 악령들은 발광하며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자기 팔로 꼬챙이를 뽑아내려고도 했고, 입으로 꼬챙이를 잡고 뽑아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말뚝을 박은 것처럼 꼬챙이는 끄떡도 하지 않았고, 악령들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찌익.

       투두둑.

         

       자기 몸을 뜯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자기 신체를 손으로, 입으로 물어뜯으며 꼬챙이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양손을 벌려서 몸을 찢어버리려고 하기도 했으며, 뭉텅이로 살점을 뜯어서 꼬챙이를 뺄 공간을 만들려 시도하기도 했다. 제 몸을 고기를 뜯듯 씹으며 꼬챙이까지 도달하려는 존재도 있었다.

         

       기괴하고 무서운 모습이었다.

         

       “야압!”

         

       아나스타시아는 악령들이 꼬챙이에서 탈출하려 하자 곰 인형의 손을 잡고 난입했다.

       그리곤 악령을 제압하려는 것처럼 몸을 낮추는 곰 인형을 그대로 들고 휘둘렀다.

         

       콰아앙!

       콰앙!

         

       [ 아아아악! ]

       [ 망치, 말뚝을 박는 망치! ]

       [ 저주받을 종자야, 너는 무엇이냐. ]

       [ 너는 누구인데 다 되어버린 일에 이렇게 훼방을 놓느냐! ]

         

       아나스타시아의 손에 휘둘린 곰 인형은 악령들을 손쉽게 부쉈다.

       팔다리를 부수고, 목을 똑 분지르고, 뼈를 조각조각 내면서 악령들이 쉽사리 탈출할 수 없도록 막아내었다.

         

       악령들은 이러한 아나스타시아의 방해에 분노를 터뜨렸으며, 쉼 없이 입을 움직여 그녀에게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이렇게 방해했으니 너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리는 이 일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너는 반드시 우리의 보복을 받을 것이라고.

         

       “조용히 하세요!”

         

       하지만 아나스타시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곰 인형을 휘둘렀다.

         

       그녀는 면상을 한 번 후려치면 잠시나마 상대방을 침묵시킬 수 있는 마법의 곰 인형을 아낌없이 사용했으며, 모든 악령에게 평등하게 곰 인형의 감촉을 맛보여주었다.

         

       그렇게 아나스타시아는 곰 인형으로 악령들을 흠씬 두들겨 팼고, 상황이 일단락되었다고 느끼자 그제야 윌리엄을 돌아보았다.

         

       윌리엄은 멍한 표정으로 아나스타시아를 보며 물었다.

         

       “너, 그 꼬맹이의 언니…. 맞지?”

       “네. 동생의 부탁으로 구하러 왔어요!”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곰 인형을 든 채 윌리엄에게 다가갔다.

         

       “어, 그래 반갑….”

         

       퍼억!

       

       그리곤 자신에게 인사를 하려는 윌리엄의 머리를 그대로 후려쳤다.

         

       털썩.

         

       방심하고 있다가 머리를 얻어맞은 윌리엄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버렸다.

         

       “언니! 이게 무슨!”

       “동생이 그랬잖아요. 살리고는 싶은데 얽히게 하고 싶진 않다고.”

       “네, 그런…데요…?”

       “그래서 살려놓고 기절시켰어요. 잘했죠?”

         

       엘라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는 배시시 웃고 있는 아나스타시아와 바닥에 엎어져 있는 윌리엄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아주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결론을 내렸다.

         

       “네. 잘하셨네요. 아주 훌륭한 행동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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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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