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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4

       

        

        

        

        

        

       “허허, 세상에나.”

        

        

        

        기억나는 것은 천지가 뒤흔들리는 것만 같은 진동.

        

        수백 킬로그램을 넘어 톤 단위에 다다르는 무게를 가진 버기가 시속 80km로 움직이던 와중 지면에 꽂혀버리며 생겨난 막대한 관성. 몸이 앞으로 쏠리다 못해 하늘로 튀어나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을 사출하기에 버기의 프레임은 너무나도 좁았다.

        

        딱딱한 시트에서 부자연스럽게 튀어나감과 동시에 온 몸의 뼈가 으스러졌고, 차체 전면에 머리를 박자마자 목뼈가 처참히 부러졌다. 그 즈음에서 이미 사망은 확정이었지만, 차량의 폭발이 쐐기를 박았다.

        

        눈 앞을 가득 메우는 화염.

        

        정석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었음에도 세상은 신경쓰지 못한 단 하나의 변수만으로 쌓아왔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승자에게 패배를, 패자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라고 해야 하나.

        

        

        드물게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침대 위에서 생각을 정리 중이었지만,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당사자의 탈락 소식을 전해들은 누군가가 그가 있던 방문을 사정없이 노크했다.

        

        

        

       “랜서, 랜서! 카르멘 있나!”

        

       “있으니 들어오십시오.”

        

        

        

        문이 열리며 코치가 들어온다. 그러나 그 역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 또는 한 대 강하게 얻어맞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사망한 사람과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 간의 차이는 실질적으로 종이 한 장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짤막한 침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으며, 코치가 어렵사리 먼저 입을 열었다.

        

        

        

       “…캐니스터 발사를 보지 못했었나?”

        

       “코치는 봤습니까?”

        

        

        

        그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몇 번이고 1인칭과 3인칭, 자유 시점을 번갈아가며 확인했겠지. 하지만 본인조차 확인할 수 없었는데 어떻게 볼 수 있었을까.

        

        차체 위에 달린 체인건의 발사 소음과 총구 화염, 버기 특유의 시야를 가리는 불편한 프레임,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모든 자그마한 변수들은 결코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눈치챌 수밖에 없는, 또는 그래야만 하는 대형 변수의 식별을 어렵게 만들 뿐.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방 안에 있던 의자를 조심스럽게 끌어다 앉은 코치가 무어라 말해야만 할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보았다.

        

        

        

       “일단 왜 죽었는지에 대한 디브리핑을 실시해야 하겠지만, 사실상 해당 상황을 반전시킨 건…아니, 해당 상황이 반전된 건 자네 힘으로도 어쩔 수 없었겠지.”

        

       “….”

        

        

        

        어쩔 수 없었다. 그 말이 유달리도 무겁게 다가왔다.

        

        인게임에서는 그 어떠한 우연조차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건 명료했다 – 랜서와 교전한 인원은 단순히 순간적인 기지, 그리고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실력만으로 그 상황을 타파해버린 것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그는 졌다.

        

        어처구니없단 듯 웃음을 터뜨린 랜서가 덧붙였다.

        

        

        

       “…그래서, 저랑 교전하던 유저는 누구입니까?”

        

       “다이스.”

        

       “흐음.”

        

        

        

        그 유진의 첫 번째 제자.

        

        괴물이 혼신을 다해 벼린 한 자루의 칼.

        

        그 시점에서 랜서는 머릿속에서 이미 희미해지고 있었던 작년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었다 – 1년 전, 본선에 진출한 네 명의 여성 유저 중 2등이었던 기억만이 그가 가지고 있던 다이스에 대한 모든 기억이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이 순간 그녀는 랜서의 머릿속에서 가장 경계해야만 하는 당사자 중 한 명으로 뛰어올랐고, 그 결과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었다. 특히나 실제 교전에서 한순간의 기지로도 전세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이스 유저는 이전에 군 복무 경험이 없는 걸로 기억합니다만.”

        

        

        

        한순간 끄덕여지는 고개.

        

        무어라 말해야만 할 지 알 수 없었다. 전직 시크릿 서비스였던 그가 단 한 번도 군문에 발을 디딘 적 없는 이와 교전하고 졌다라…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세 잊혀졌다. 당사자는 파이널 챔피언십에 본인의 실력으로 올라온 사람이었으므로, 상대방의 출신은 실질적으로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가상현실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도입되며 설령 그 어떠한 사전 교육조차 받지 않은 이들이 전문적인 기량을 뿜어내는 것이 드물지 않게 된 세상이었다. 다이스는 그 증좌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대화는 이어진다.

        

        

        

       “어떤 느낌이었나? 교범과 기본에 충실했나?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예측 불가능한 창의성을 극대화시킨 것에 가까울 겁니다. 차량 운전 실력도 말도 안 될 정도지요. 시가전에 한한다면 일류 오퍼레이터 이상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상상하기도 힘들군.”

        

        

        

        평범한 유저는 물론이거니와, 교전에 익숙하고 전투에 이골이 난 이들조차 주변의 지형지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교전을 주도하는 것을 꺼리거나 상상해보지 않는다. 상황과 지형은 매 분, 그리고 매 초마다 달라지기 마련이었으니까.

        

        기존에 짜여졌던 모든 전술 역시도 그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만약 그렇지 않은 행동 원리와 마주치게 된다면….

        

        글쎄다.

        

        

        짤막한 한숨 이후 허공 위에 팝업되는 홀로그램. 탈락한 선수들이 의례적으로 하기 마련인 경기 결과 시청이었다. 랜서가 탈락한 지 대략 10분 정도나 지났을까, 총 유저 수는 어느덧 43명으로 줄어들어있었다.

        

        물론 그 와중 한국 유저는 단 한 명도 탈락하지 않았고.

        

        킬 로그를 분석하던 랜서가 덧붙였다.

        

        

        

       “한국 팀은 아주 작정하고 왔군요.”

        

        

        

        킬 로그. 그리고 그곳에 가득찬 스킬, 스킬. 그리고 스킬….

        

        완전히 스킬만으로 죽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쌓아올린 모든 과정 가운데 스킬이 관여하지 않은 비율이 얼마나 될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고, 이를 타파하려 노력하다 로비로 사출되었을까.

        

        이는 한국 유저 전원이 소위 말하는 ‘메타’에서 완전히 벗어난 흐름에 올라탄 상태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스킬의 모든 구성 요소를 알고, 그것이 언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손에 잡힐 듯 꿰고 있어야만 가능한.

        

        잠시 생각하던 그가 슬그머니 덧붙였다.

        

        

        

       “앞으로 좀 더 많은 교훈이 쌓일수록, 저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겠죠. 파이널 챔피언십의 모든 경기가 끝나기 전에 그 그림의 형태를 파악할 수 있어야만 할 텐데.”

        

       “…그게 가능하겠나?”

        

       “그래야만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늦어버릴 테니까요.

        

        그리 말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첫 번째 경기가 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느덧 경기가 종반에 다다릅니다. 바깥에서는 모래폭풍이 끝도 없이 몰아치는군요. 킬존이 완전히 좁혀지기까지는 앞으로 5분 가량의 시간만이 남아있습니다.”

        

       “남은 인원은 로건과 유진, 단 둘입니다. 근래 에이펙스 프레데터에 말 그대로의 돌풍을 일으킨 유저들이죠. 과연 이들이 어떤 경기를 펼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환호성조차 없는 얕은 적막이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메웠다. 오로지 외부에서 휘몰아치는 모래바람 소음, 그리고 오로지 외부 시청자만이 들을 수 있는 낮게 깔린 불길한 배경음악까지.

        

        숨조차 멎을 것만 같은 긴장감 속, 두 명의 인원이 천천히 거대 격납고를 향해 접근한다. 수많은 컨테이너, 험지 돌파 차량, 여러 건설 자재를 비롯한 다양한 기자재들이 적당히 배치된 공간에는 오로지 적막만이 흐른다.

        

        시청하는 이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예측이 이어진다. 발현자의 신체 능력을 살린 아크로바틱 교전을 논하는 – 정확히는, 그것을 원하는 – 이들이 주류였으며, 조금 비관적인 추측을 행하는 시청자들은 승패가 지루한 순간의 마지막 한 순간 번개처럼 결론지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유진과 로건이 동시에 격납고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 모든 예측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아, 두 선수. 각기…계속해서 주변을 정찰하며, 무언가를 내려놓고 있습니다. 과연 무슨 행동일지 감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차량의 바퀴 사이.

        

        컨테이너의 하부.

        

        건설 자재의 틈새.

        

        그 외에도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을 확률이 높은 길목 사이사이라면 모조리. 마치 서로를 거울로 비춘 것만 같은 광경. 둘은 사전에 약조라도 한 것마냥 불규칙한 루트로 기동하며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였다.

        

        숨막힐 듯한 긴장감이 가상과 현실을 가리지 않고 흐르던 순간,

        

        

        

       ───!

        

        

        

        스윽.

        

        유진이 한 자리에 조심스럽게 멈추더니, 한 지점을 유심히 살핀다.

        

        그러나 정적은 길지 않았다. 그녀는 그 순간 파우치 내부에서 대기 중이었던 시커 마인을 꺼내들었고, 그것을 바닥에 굴리듯 내던진다. 상상할 수조차 없이 빠르게 날아간 추적 지뢰가 지면에 접촉하자마자 마치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 같은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하지만 그 순간,

        

        

        

       “큭!”

        

        

        

        탕!

        

        그 어느 소리조차 나지 않았건만, 어느샌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유진을 향해 날아오는 검은 색의 물체 – 수류탄. 유진은 들고 있던 총을 황급히 허공을 향해 조준하며 방아쇠를 당겼고, 수류탄을 정확히 맞췄다.

        

        시커 마인과 수류탄이 동시에 격발하며, 두 굉음이 하나로 합쳐졌다.

        

        

        

       -콰앙!

        

        

        

        유진과 로건 둘 다 사소한 피해를 입으며 물러났고, 이를 지켜보던 수십, 수백, 그리고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경악 어린 환호성을 토해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일 리 없었으며 – 수류탄과 시커 마인의 격발로 인해 서로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짐작한 두 명이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할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 둘이 쌓아올린 경험과 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조차 못한 채 화면에 몰입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휴게실에서 유유자적 지켜보는 두 명이 있었다.

        

        

        

       “과연 이 교전의 진가를 깨닫는 관계자들이 몇 명이나 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지?”

        

       “있다고 하더라도, 저 교전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기도 전 국방부 소속 에이전트들이 엠바고를 걸 확률이 몇 배는 더 높겠지.”

        

       “후후, 아무렴요.”

        

        

        

        홀로그램 투영기가 일체의 타임 랙 없이 로건과 유진의 교전을 비춘다.

        

        쏘고, 피하고, 수류탄을 던지며, 거리를 좁히거나 벌린다. 한 치의 틈조차 보이지 않는 치열한 교전. 그 밀도는 어중간한 선수가 중간에 끼게 될 시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육편이 되어버릴 수준에 달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1 : 1 교전이 이토록 박진감 넘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그에 반비례하여 수많은 시청자들은 일제히 열광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전투가 아니었다.

        

        

        

       ───콰아앙!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부터 갑작스럽게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유진 선수가 화염에 휩싸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라, 숨겨둔 트랩이지만…여하간, 막내가 꽤 제대로 얻어맞았네요.”

        

       “로건도 곧 저렇게 되겠지.”

        

        

        

        서로의 전법을 너무나도 잘 아는 이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다.

        

        선공은 유진이 먼저 얻어맞았고, 화염이 허공으로 피어오른 순간 건너편에서 날아드는 총알. 그리하여 유진은 근방에 위치한 엄폐물로 몸을 숨기-지 않고, 다소의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그보다 좀 더 먼 곳에 위치한 엄폐 지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 유진이 지나쳐간 엄폐물 사이에 숨겨진 수류탄이 사방팔방으로 파편을 터뜨리며 폭음을 내뿜었다.

        

        다시 말해, 회피했던 엄폐물에 몸을 숨기는 순간 유진은 폭사할 예정이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와중 로건조차 눈치채지 못한 사실.

         

        유진은 폭음을 틈타 상대가 숨어있는 지점 인근으로 시커 마인을 투척하였고, 그것을 로건이 파악했을 시점에는 이미 늦었다.

        

        

        

       “이런…!”

        

        

        

        퍼버벙-!

        

        발 밑에서 힘차게 도약한 추적 지뢰가 선명하게 달아오른 고열의 내용물을 바닥으로 토해내자, 격납고 위로 불꽃이 치솟았다.

        

        그러나 실드가 순식간에 깎여내려가는 와중에도, 로건은 일체의 당황 없이 다가오는 유진을 향해 제압사격을 가한다. 단 한 치의 양보조차 없는 숨막히는 공방전은 이를 시청 중인 유저들조차 압박할 정도로 팽팽했다.

        

        오로지 단 두 명만이, 혹은 그보다 조금 많은 숫자의 사람만이 그 핵심을 꿰뚫어볼 뿐.

        

        

        

       “내기 하나 하죠. 전 막내가 이긴다에 걸게요.”

        

       “유감이군. 나도 유진에게 걸려고 했는데.”

        

       “승자만이 존재하는 내기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

        

       “그닥 승률이 높지 않은 선택지를 대놓고 떠넘기는 사람이 내기를 할 필요성을 논하나?”

        

        

        

        촉촉한 입술이 슬그머니 벌어지며 나타나는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그 사이로 튀어나오는 웃음소리. 깔깔대며 웃은 로렌티나가 화면을 슬그머니 쳐다보았다.

        

        둘의 결론은 이미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기엔 로건이 좀 더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보아하니 막내는 이미 로건이 어딨는지 초 단위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네요. 본래라면 입을 피해조차 안 입는다는 건….”

        

       “이미 작전 구역 지도를 다 꿰고 있군.”

        

       “뭐, 그렇죠.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미 어느 지점을 어떻게 폭파해야 효과적인 변수를 창출할지도 다 예상해둔 것 같긴 한데.”

        

        

        

        그 말대로였다.

        

        로건은 그 유진보다도 다크 존에 입문한 기간이 짧았고, 에이펙스 프레데터에 입문한 기간 역시도 그러했으며 – 무엇보다도, 그녀는 휘하에 가르칠 인원이 없었기에 맵을 세부적으로 파들어가는 수고 또한 들이지 않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유진은 그런 점에서 이미 모든 맵의 심도깊은 분석을 전부 끝내놓은 상태이며 – 이는 지지대가 무너져 기울어진 컨테이너에서 와르르 떨어져내린 몇 개의 수류탄이 로건의 근처로 떨어지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컨테이너가 땅바닥과 격돌하는 충격으로 인해 수류탄의 폭발을 제어 중이던 안전손잡이가 해제되었고, 그 상태에서 여러 개의 폭발물이 땅바닥을 향해 밤송이마냥 떨어진다.

        

        첫 번째 수류탄이 지면에 격돌한다. 로건은 한 번 튕긴 것을 발로 차내고, 뒤이어 떨어지는 두 개를 총으로 쳐냈지만, 마치 그것마저도 예상했다는 듯 나머지 하나가 조금 느리게 데굴데굴 굴러와 코 앞에 떨어지는 것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콰앙!

        

        

        

       “하, 꽤 매콤하게 맞았군요. 막내도 마찬가지긴 한데.”

        

       “실질적인 피해는 로건이 더 크겠어.”

        

        

        

        로건의 실드가 격렬하게 일렁이며 북극곰의 신형이 휘청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화염이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중이었다.

        

        

        

       “오우, 파이어 스네이크.”

        

       “하고 많은 것중 하필 네이팜이라니, 취향도.”

        

        

        

        로건이 한창 수류탄과 씨름할 무렵, 고지대에 설치해둔 네이팜 트랩이 유진을 향해 퍼부어진다.

        

        만약 해당 함정이 극초반에 발동했더라면 로건의 승기가 단단히 굳어졌을 터였으나, 아쉽게도 트랩은 결말까지 얼마 남지 않은 순간이나 되서야 제 몫을 다했으며 – 이미 서로의 위치는 진즉에 알고 있는 상황.

        

        해설이 다급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 유진 선수! 오로지 방탄복만을 입은 채 뛰기 시작합니다! 온 몸에 불이 붙은 채 로건 선수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온 몸에 불이 붙자마자 소지 중인 주무기와 탄약, 폭발물을 가져다 버린다는 상식을 벗어난 전개.

        

        하지만 타오르는 네이팜이 옮겨붙자마자 탄환 내의 화약이 자동으로 격발하고, 수류탄이 제멋대로 터지며, 심지어는 30초도 지나지 않아 총기에 삽탄된 탄환이 팝콘처럼 펑펑 터지기 시작한 것을 본 순간, 모두가 그 이유를 납득하게 되었다.

        

        물론 그 시점에서 이미 유진은 오만가지 잡동사니들 사이로 탄환을 피해가며 로건에게 접근한 지 오래였지만.

        

        오웬스가 말을 이었다.

        

        

        

       “조금 더 오래 플레이했단 건, 얼마나 과감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상한선도 파악하고 있단 뜻이니….”

        

        

        

        로건은 아직 그 경계선에 대한 감각이 흐릿했지만, 유진은 이 세계가 게임이라는 것을 알고 그 점을 아주 정확하게 노린다.

        

        설령 온 몸에 불이 붙더라도, 본래라면 즉각 소화 작업에 들어갔어야만 하는 현실과 다르게 – 로건은 유진이 온 몸에 불이 붙었음에도 승리를 위해 망설임없이 달려들 거라는 생각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로건은 타오르는 화염과 연기에 가려진 택티컬 나이프의 궤적 – 그것도 발현자가 휘두르는 – 을 본능적으로 회피할 수 있을 정도로 반응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그 후 몇 초나 지났을까,

        

        

        

       ───푹!

        

        

        

        불타는 택티컬 나이프가 로건의 턱을 관통하고 입천장을 뚫어낸다. HP가 제로로 수렴하기까지 2초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유진은 간신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털썩 주저앉는다.

        

        말 그대로 수천만 명, 혹은 그 이상의 시청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을 것을 알았지만….

        

        

        

       “…이제 같은 수는 안 통하겠네.”

        

        

        

        유진이 걱정하는 것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몇 년이 지나더라도 수두룩하게 회자될 파이널 챔피언십의 첫 경기가 그렇게 끝을 맺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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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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