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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4

       데구르르르.

         

       긴장감 없는 시선들이 호천안의 주사위를 쫓았다. 이미 결과가 정해진 내기만큼이나 재미 없는 것이 있을까.

         

       모두는 호천안이 던진 주사위가 16이 나왔음에도 그저 덤덤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다음.”

         

       두 번째 신입문도가 주사위를 던지자 야유가 쏟아졌다.

         

       “고작해야 뽑는다는 것이 2냐!”

         

       “주사위하나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놈이라니!”

         

       독고이설의 수하들은 호천안의 주사위보다는 신입문도의 주사위 숫자에 더욱 주목했다. 어차피 호천안이 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니 어떤 신입이 호천안을 꺾는지가 그들의 관심사였으니까.

         

       “신참들! 네놈들 선에서 끝내지 않고 우리 순번까지 오게 되면 지옥을 맛보여주마!”

         

       “영혼을 담아서 굴리라고!”

         

       “하하하하!”

         

       독고이설의 수하들이 낄낄거리며 신참들을 압박했다. 독고이설 역시 수하들이 기분을 내도록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신입은 열 아홉 명.

         

       확률을 계산할 필요도 없이 주사위를 굴리는 단순한 운의 승부에서 19연승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호천안이 다시 주사위를 굴렸다.

         

       데구르르르.

         

       “3이라고?”

         

       “크으, 아슬아슬하게 살아갔구만.”

         

       독고이설은 두 번 연속 숫자 하나 차이로 승리를 거둔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긴장될 상황이 분명함에도 호천안의 눈은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흥, 배포 하나만큼은 인정해 주지.”

         

       “그러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자꾸나.”

         

       부채로 가려진 독고이설의 입술이 슬며시 호선을 그렸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호천안을 수하로 거둔 독고이설이었으니 호천안이 기개 있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데구르르르.

         

       “십일!”

         

       “하, 또 숫자 하나 차이인가?”

         

       그리고 그 웃음은.

         

       여섯 번째 판까지 숫자 하나 차이로 승리를 거두는 호천안의 모습을 보며 자취를 감추었다.

         

       “저 녀석…”

         

       “설마…”

         

       독고이설의 수하들 역시 무언가 낌새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조용해졌다. 왁자지껄 떠들던 독고이설의 수하들이 신중한 눈빛으로 호천안과 신참을 응시했다.

         

       묵직해진 분위기 속에서 일곱 번째 신참이 주사위를 굴렸다.

         

       데구르르르.

         

       “십 구!”

         

       높은 숫자가 나왔지만 주점에는 환호성 대신 긴장감이 흘렀다. 모두의 시선이 호천안의 손끝으로 모여들었다. 주점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음에도 호천안은 한 점 흔들림 없는 무심한 눈으로 주사위를 바라보고는…

         

       데구르르르.

         

       굴렸다.

         

       주점의 모두가 굴러가는 주사위를 응시했다.

         

       여섯 명의 신참들은 각기 한 번씩 주사위를 굴렸고 그 주사위의 눈은 천차만별이었다. 그런데 호천안은 모두 숫자 하나 차이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과연 그게 우연인가. 아니면 실력인가.

         

       ‘저 주사위의 눈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고이설의 수하들은 굴러가는 주사위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육면체 주사위와 이십면체 주사위의 차이는 단순히 눈이 많다는 것이 아니다. 직각을 이루고 있는 육면체 주사위와 달리 이십면체 주사위는 거의 원형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이십면체 주사위는 그 수가 완전히 섞여 있었다. 가령 6면체 주사위는 정확히 6을 뽑지 못하더라도 높은 수를 뽑을 수 있는 안배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결국 경우의 수가 여섯 개밖에 없으니 한 수 정도는 더 고려하여 포석할 수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이십면체 주사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주 조금만 틀어져도 전혀 다른 수가 나오는 주사위.

         

       그게 바로 20면체 주사위였다.

         

       그런데.

         

       호천안은 여섯 판 연속으로 1의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것은 과연 의도된 것이었을까.

         

       이번 판으로 알 수 있을 일이었다.

         

       19를 이기기 위해서는 가장 높은 수인 20을 뽑아내야만 했으니까. 만약, 만약에 이번판에 20이 나온다면…

         

       거기까지 생각하뎐 독고이설의 수하들은 주사위가 멈추는 것을 보고 눈을 읽었다.

         

       이십면체 주사위가 멈추며 가장 맨 위에 올라온 숫자는…20이었다.

         

       “…말도 안 돼.”

         

       신입중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독고이설의 수하 중 한 명은 그런 신입의 넋 나간 듯한 중얼거림을 들으며 생각했다.

         

       지금까지 눈을 뽑아낸 것이 모두 호천안의 실력이었다면….

         

       이 내기는 어떻게 되는 거지?

         

       모두가 그렇게 멍하니 호천안을 바라보고 있을 때 호천안의 입이 열렸다.

         

       “다음.”

         

       주루 안에는 지독한 침묵이 흘렀다.

         

       다음 신참이 주사위를 던졌다. 11이 나왔고 호천안이 던진 주사위는 여지 없이 12였다.

         

       “다음.”

         

       쥐 죽은 듯이 고요해진 주점에서 오직 호천안의 무심한 목소리만이 울려퍼졌다.

         

       14가 나오고 15가 나왔다.

         

       8이 나오고 9가 나왔다.

         

       호천안은 이기고 또 이겼다.

         

       그 파죽의 연승에 제동이 걸린 것은 마지막 신입이 20을 뽑았을 때 뿐이었다.

         

       “무승부가 났는데 이럴 경우 어찌하실 생각이시오?”

         

       호천안이 2층에 있는 독고이설을 바라보았다. 독고이설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다시 주사위를 던져 겨루거라.”

         

       신참은 거무죽죽해진 얼굴로 다시 주사위를 굴렸고…8이 나왔다.

         

       “아…!”

         

       누군가의 탄식이 울려펴졌다. 혹시나 했던 결과가 역시나였기에.

         

       아직 호천안이 주사위를 굴리기도 전이었지만 주루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결과를 예상했으며 호천안이 굴릴 주사위의 눈을 예상했다.

         

       데구르르.

         

       9의 눈을 드러내며 멈춘 주사위를 보며 누군가 마른침을 삼켰다.

         

       호천안은 스무 번 주사위를 굴렸으며, 20이 나온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의 예외 없이 상대방보다 1 높은 숫자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주루에 있는 모두는 그 결과에 압도당했다.

         

       전문적인 도박사라 할지라도 그 값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십면체 주사위!

         

       호천안은 그 이십면체 주사위를 스무 번 굴려 한 번의 예외 없이 원하는 눈을 뽑아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결과와 그 결과가 증명하는 호천안의 압도적인 기량에 모두가 할말을 잃고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이게…정말로 가능한 일인가?

         

       분명 현실임에도 지독할 정도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결과였다.

         

       “다음.”

         

       그리고 그렇게 충격에 빠져 있던 이들의 사정은 알 바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다음 상대를 재촉하는 호천안.

         

       독고이설의 부하들이 머뭇거렸다. 사파의 일원으로서 평소에 음주와 도박을 즐겼다고 자부하는 이들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유흥의 일환으로서 즐긴 수준이었을 뿐이었다.

         

       호천안이 보여준 압도적인 신기를 생각하면 패배는 불 보듯 훤한 상황.

         

       “다음.”

         

       그러나 호천안의 채근을 받고도 계속 머뭇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려는 찰나였다.

         

       “같은 내기를 계속해서 보려니 흥이 떨어지는구나.”

         

       독고이설이 끼어들었다.

         

       “통을 흔들어 통 속의 주사위 눈을 맞추는 내기를 하겠다.”

         

       갑작스럽게 독고이설이 종목의 변경을 선언했다.

         

       “주사위로 승부를 가리는 방법이 단 하나라고는 할 수 없지.”

         

       독고이설의 발언에 수하들의 눈빛이 살아났다. 과연, 상대방이 흔든 통 속에 들어있을 주사위의 눈을 맞추는 것은 방금 보여준 호천안의 신기를 봉쇄하는 계책이었다.

         

       호천안이 가부를 말하기도 전에 목통이 판에 올려지고 이설의 수하 한 사람이 나서 통을 흔들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목통속에서 주사위가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잔을 흔드는 이설의 수하는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호천안의 눈빛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저 놈이 대단한 손재주를 보여 주었어도 보이지도 않는 잔을, 그것도 남이 섞는 주사위의 눈을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제까짓 놈이! 도박의 신도 아니고 말이야! 이건 절대로 불가능해!’

         

       이설의 수하가 목통을 마지 종처럼 흔들며 까불었다. 이 내기에서 절대 이길 수 없음을 알 법도 하지만 여전히 무심한 눈빛을 보내며 무게를 잡고 있는 호천안의 모습에 배알이 뒤틀렸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 흥이 돋는구만!”

         

       “좀더 기녀처럼 엉덩이를 흔들어봐라!”

         

       잔을 쥔 이설의 수하가 호천안을 도발하자 그 의도를 눈치챈 다른 수하들이 그에 호응하며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아까 호천안의 신기에 압도당했던 기억을, 지금의 조롱으로 덧칠해 없애버리겠다는 양 기세를 올리는 독고이설의 수하들.

         

       잔이 멈추었다.

         

       “그래, 어디 한번 맞추어 보거라!”

         

       거의 한 바탕 춤사위를 춘 이설의 수하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칠.”

       

       

       그리고 호천안은 그런 수하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미소 짓고 있던 이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호천안의 한 마디는 그야말로 무언의 칼날과 같았다. 단 한점의 의혹도 없이, 굳이 목소리를 높여 설득력을 부여할 필요도 없는 진리를 말하는 것처럼 담담한 어조로 숫자를 말하는 호천안의 목소리에 주루에 감돌던 흥겨움이 단번에 베였다.

         

       꿀꺽.

         

       어느 새 고요해진 주루. 잔을 쥔 이설의 수하는 생각했다.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맞출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이설의 수하는 잔을 들어올리는 자신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주사위의 숫자가 드러났다.

         

       그 숫자를 목도한 주루의 사람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주사위의 눈만을 바라보았다.

         

       “…칠…!”

         

       “이, 이럴 수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연! 우연이다!

         

       완전히 타인의 손에서 섞인 목통 속 주사위의 눈을 어찌 정확히 간파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설의 수하들은 그렇게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신입 문도들을 상대로 보여준 호천안의 신기가 그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주사위의 눈조차 제 뜻대로 내던 호천안이라면…어쩌면…통 속 주사위의 눈조차 간파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혹이 그들의 입을 막고 있었다.

         

       “내 차례로군.”

         

       그러나 그들의 마음 속에 그런 격랑과 혼란을 일으킨 호천안은 그들의 혼란은 알 바 아니라는 듯이 거침없이 움직이였다.

         

       달그락! 달그락!

         

       호천안의 순번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저 주사위를 넣고 좌우로 한 번 흔들었을 뿐인 간결한 움직임. 그러나 그런 간결한 움직임으로도 충분했다.

         

       어차피 이설의 수하들은 통 속에 들어있는 주사위의 눈을 간파할 수 없었으니까.

         

       “….이십..!”

         

       방금 전까지 신명난 춤사위를 보여주었던 이설의 수하는 이를 악물고 아무 숫자나 내뱉었다. 숫자를 들은 호천안은 망설임없이 통을 들어올렸고.

         

       숫자를 확인한 수하의 눈은 거칠게 흔들렸다.

         

       팔.

         

       …신입 문도들과 주사위를 던질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보다 하나 높은 숫자를 뽑아냈다.

         

       그것도 손을 직접 사용한것도 아니고 그저 목잔을 이용해 가볍게 두어 번 섞은 것 만으로…의도한 숫자를 뽑아냈다.

         

       “다음.”

         

       …다음이라고?

         

       이설의 수하들은 호천안의 말에 멍하니 생각했다. 타인이 섞은 목잔 속 주사위를 간파하고 목잔을 이용해서 섞는 주사위를 제 마음대로 뽑아낼 수 있는 자를 상대해야 한다고?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저런 자를 상대로 잔을 흔들고 숫자를 말한들 그게 무슨 의미고 소용이란 말인가.

         

       독고이설의 수하들은 호천안의 압도적인 모습에 의지가 꺾였다.

         

       그리고 호천안은.

         

       “다음.”

         

       그들의 사정은 알 바 아니라는 듯이 다음 사람을 재촉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자님들께 결재자콘에 있는 새해복 이모티콘으로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노벨피아를 너무 늦게 시작했는지 받지 못했더군요.

    나는 왜 몇개월 빠르게 노벨피아를 알지 못했는가!

    그래서 그냥 해피뉴이어 콘으로 인사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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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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