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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5

       “씨발!!!”

         

       문하연은 주먹을 부서지라 움켜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손바닥 안을 파고들며 피를 뚝뚝 흘렸다.

         

       그 모습을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쳐다보는 김민수.

       그는 미칠 듯이 뛰는 심장과 죄책감에 뒷맛이 쓰렸다.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문하연님. 아무래도-”

       “-조용.”

         

       문하연은 사방팔방에서 터져 나오는 빌런들의 비명과 살벌한 파열음을 들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상황을 판단했다.

         

       문하연은 그 문보라의 친언니다.

       동생이 머리가 좋은 만큼,

       문하연 또한 두뇌 회전에는 자신이 있었다.

         

       ’……‘

         

       일단, 첫 번째.

       모른다.

       무엇을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른다.

       도대체 어떻게 눈치챈 건지는 모른다.

       어떻게 알고 이만한 인원을 대기시켰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

       이대로 꽁무니를 내리고 도망칠 수는 없다.

         

       ‘이번 말고는 기회가 없어…!’

         

       후일을 노린다 쳐도, 그때 자신은 패배의 책임으로 처형당해 허무하게 죽어있을 거다.

       그래서는 안 된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곳에서 뜻을 이루고 죽어야 했다.

         

       따라서 괜한 혼란을 가중해서는 안 됐다.

       지금 당혹감에 발버둥을 치는 이놈들 모두,

       앞길을 열어줄 귀중한 고기 방패니까.

       여기서 괜한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안 된다.

         

       ‘침착하자.’

         

       확실한 건 <아카데미> 녀석들은 습격을 진작에 예측하였다는 거다.

       이것의 가장 큰 원인은 지금 옆에 있는 김민수일 거다.

       그 또한 그것을 느꼈기에 저런 얼굴을 하는 거겠지.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뭘 해도 늦었어. 괜히 입 열지 마.”

       “…부디 죽음으로 갚을 기회를-”

       “-그딴 짓 의미 없다고 민수야! 벌은 일이 다 끝난 이후에 내가 직접 내릴 거야. 괜히 헛소리하지 말고 닥치고 있어. 너는 그냥 몰랐던 거야. 알았지?”

       “……”

       

       문하연은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을 쳐내며, 다그치듯 말했다.

         

       “그러니 그 멍청한 얼굴 하지 말고 정신 차려! 전쟁 한복판에서 멍때릴 거야!? 그냥 허무하게 뒤질 거야!?”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정신 차리겠습니다.”

         

       김민수는 바람처럼, 허리춤의 칼을 뽑았다.

       평범한 형태의 소검.

       특이하게도 악기에서 볼법한 소리가 나는 확성기 부분이 달려있었다.

       그것을 이용해 단숨에 등 뒤를 푹-!

       기습하려던 헌터의 몸이 허물어졌다.

         

       문하연 또한 공격해 오는 한 명의 몸을 얼리는 동시에 불태웠다.

       전황을 살폈다.

         

       ‘좋지 않아.’

         

       좋지 않다.

       선공을 뺏긴 것도 컸지만,

       지리적으로 좋지 않았다.

         

       탁 트인 중앙 장소.

       장애물 없이 바로 이동하기 좋아서 골랐던 곳이, 역으로 독이 되었다.

       360도 전 방향에서 들이닥치는 헌터들.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한 힘이 필요했다.

       즉, 전체적인 전력이 상대보다 높아야 하는데…

         

       “끄, 끄아아악!”

       “비, 빌어먹을!”

       “죽어라, 망할 빌런 새끼들아!!!”

       “버퍼랑 술사부터 먼저 없애! 정비할 시간을 주지 못하게 하는 거야!”

         

       헌터들의 수준이 심상치 않았다.

       기본적인 실력도 실력이지만,

       몸에서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게…

       최소 5개는 넘는 강력한 버프를 몸에 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자신들은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항하는 상황.

       시작점부터 차이가 너무 심했다.

         

       덥석-!

         

       그 순간.

       멱살을 잡는 손길,

       문하연은 고개를 돌렸다.

         

       <니플헤임>의 클랜 마스터.

       고주금, 노파가 격분한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냐…이야기가, 이야기가 다르지 않으냐!”

       “……”

         

       문하연이 선택한 것은 침묵.

       뭐라고 변명할 거리가 없다는 뉘앙스.

       실제로도 할 말이 없었다.

       예측하지 못한 습격을 뭘 어떻게 해명한다는 말인가?

         

       부들부들 떨던 고주금을 ‘이익!’ 거리며 손을 놓았다.

       손에 들린 고목 나무 지팡이를 내려찍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강렬한 마기.

       틀림없는 <마인>으로서의 전력을 개방하는 모습이었다.

         

       들키기 쉽고,

       신성력에 취약하며,

       부작용도 심한 것이 바로 마기의 특징.

       따라서 마인들은 평소 자신들의 힘을 어느 정도 제한한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100% 개방을 하는 것은 큰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더운밥, 찬밥을 가리지 않았다.

         

       역안을 드러내는 고주금.

       문하연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문하연! 이제부터 우리는 우리들의 방식대로 하겠다!”

         

       즉시, 수하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는 고주금.

       신호에 맞추어 <니플헤임>의 클랜원들 전원,

       몸이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범죄 클랜 <니플헤임>의 자랑거리이자, 전력.

       마기를 이용한 특수한 육체 강화.

       더욱더 강한 마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마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던 그들만의 비술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아카데미>에 펼쳐져 있는 결계에 더욱 취약했다.

         

       파아앗-!

       강화형 마인으로 변화하는 도중,

       공중에 퍼져나가는 백색의 빛.

         

       겉보기에는 그저 예쁘고 반짝반짝한 빛이지만, 이들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무서운 재앙이었다.

       수하들은 물론이고, 고주금까지.

       입, 코, 눈에서 피를 주르륵 흘렸다.

         

       “커, 커헉…컥?!”

         

       당황하는 고주금.

       몸을 타고 흐르는 이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무, 무슨…서, 성력?! 그, 그것도 이리 강력한 힘이라니…서, 설마!”

       

       고주금은 그제야 눈치챘다.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에 은밀하게 퍼져있던 신성 결계.

       그것도 무려, 이곳 부지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범위를 자랑한다는 것을.

         

       고주금은 경악했다.

       덜덜 몸을 떨었다.

         

       “마, 말도 안 돼…교, 교단 놈들은 기린의 여파로 참전하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

         

       그건 사실이다.

       실제로도 <교단>은 최근 일로 크게 몰락하여,

       이번 <아카데미> 침공에 대비해 성전사, 사제들을 파견해 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저 손가락만 빨며 방관하지는 않았다.

       은인이자 위기로부터 구해준 영웅 유세하.

         

       그에 대한 존경심을 담으며.

       야심한 밤 시각 몰래몰래,

       아카데미에 대량의 성유물을 심어 결계를 설치했다.

         

       애초에 <교단>의 장점은, 성력을 기반으로 한 버프이다.

       그리고 마인들에게 있어 그들의 힘은 독보다 더욱 지독하기 짝이 없었다.

         

       “좋아, 좋아! 빌런 새끼들 좋아죽는다!”

         

       이 모든 장면을,

       하늘을 날아다니는 패밀리어를 통해 중계하는 이사장 유능해.

         

       그녀의 앞에는 결계술에 조예가 있는 교수들이, 계속해서 신성진을 유지하고 있었다.

         

       단순히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원래 모든 성법은, 시전하는 술사의 신성력에 비례하여 위력이 결정 나는 법.

       그리고 지금 결계를 유지하는 것은 당대 최고의 성력을 보유한 두 쌍둥이였다.

         

       “띵동!”

       “도킹!”

         

       이상한 수신호와 함께 끊임없이 춤을 추는 성녀.

       나츠 & 유리.

       둘은 오로지 성녀만 입을 수 있는 가호의 복장을 하고 율동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이쪽으로 전송되었다.

       자신들의 역할을 이해하고 전력으로 서포터하는 것.

         

       그것에 사명감을 품은 두 쌍둥이는,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춤을 추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두 성녀가 시전하는 성법이다.

       웬만한 A급 이상의 고위 마인이어도 쪽도 못 쓰고 괴로워했다.

         

       추가로 디버프만 집중되는 것도 아니었다.

         

       “히, 힘이 난다!”

       “상처가 낫는다!”

       “평소보다 능력의 출력이 높아졌잖아?!”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헌터들 전원에게 걸리는 버프.

       미리 준비하고, 대비했던 만큼 그것에 대한 확실한 이점을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 고주금과 마인들.

       곧, 들려오는 발소리에 시선을 돌렸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전방 수풀 넘어, <교단>을 상징하는 깃발을 손에 든 앳된 여성이 보였다.

       신빛가람 수녀원장.

       아니, 차기 교주.

         

       화사한 금발을 묶어 내린 그녀는,

       강력한 성유물로 추측되는 메이스를 높게 들어 올렸다.

         

       “주신의 이름으로! 자매들이여! 지금 이곳에서 악을 처단하는 겁니다!”

         

       신빛가람의 외침에, 최소 90명이 넘는 수녀들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대다수 <아카데미>를 졸업하여 사회 곳곳에서 봉사 중인 선배님들이었다.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그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빌런의 머리통을 향해 메이스를 내려찍었다.

         

       파악-!

         

       터져 나오는 살점.

       그중 일부가 문하연의 뺨에 묻었다.

         

       문하연은 살점을 털어냈다.

       속으로 욕을 뱉었다.

         

       ‘…제기랄.’

         

       아비규환의 상황.

       아직은 그럭저럭 대치하고 있지만,

       5분만 지나도 삽시간에 무너질 거다.

         

       ‘하는 수 없지.’

         

       문하연은 김민수를 돌아보았다.

       원래라면 너무 이르지만, 별수 없었다.

       ‘능력을 써라’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끄덕.

         

       김민수가 기묘한 마력을 방출했다.

       그가 노리는 것은 묵묵히 안정적인 창술을 펼치며,

       빌런들의 배때지를 뚫는 나튼튼이었다.

         

       임시라도 좋다.

       어떻게든 아군으로 삼으면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

         

       ……!”

         

       곧, 이상함을 느끼는 나튼튼.

       김민수를 쳐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나튼튼의 등 뒤로 외설스러운 모양새를 가진 악마가 나타났다.

         

       오로지 김민수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이자,

       그의 [고유능력]을 상징하는 형상.

         

       그것이 나튼튼의 목에 4개의 팔을 두르며 스며들 듯 녹아들었다.

         

       일순, 나튼튼의 눈동자가 흐리멍덩해졌다.

       비척거리며 김민수를 향해 다가왔다.

         

       김민수 또한 거리를 좁혔다.

       침착하게 힘을 사용했다.

       그녀의 적대감을 감소시켰다.

         

       척, 곧 고개를 숙인 채 눈앞에 서는 나튼튼.

       이제 나튼튼에게 말을 통한 주박을 새겨넣기만 하면 되었다.

         

       최대 5분까지는 시간을 벌여주며,

       적을 혼동시키는 인형이 탄생하는 거다.

         

       그렇게 김민수가 손을 뻗는 그 순간.

       문하연이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크게 소리쳤다.

         

       “…?! 민수! 물러나!”

       “네?”

         

       푹-!

         

       “커헉!”

         

       김민수는 화끈한 통증을 느꼈다.

       입에서 피를 내뱉었다.

       복부에 정확하게 꽂힌 황금빛의 창.

         

       김민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나튼튼을 올려다보았다.

       조금도 이성을 놓지 않은 맑은 눈동자가 김민수를 관통했다.

         

       “……”

       “서, 설마…?”

         

       처, 처음부터…

         

       “능력이 안 통했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분 뒤에 한편 더 올라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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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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