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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5

    결전의 때가 왔다.

    오늘부터는 꽤 바빠질 예정이다.

     

    바로, 티그 아카데미의 시험이 시작되는 날이니까.

     

    사실 시험 자체는 그닥 큰 일이 아니긴 하다.

    아니, 시험은 오히려 쉬는 시간에 가까웠다.

     

    문제는 그 다음.

     

    시험이 끝나고 나면 국제 마법경시대회를 위해 다시 한번 베리튼에 갈 준비를 해야 하고, 되도록 그 전에 ‘피로 회복의 영약’에 대한 상품성 조사도 해야 했다.

    그리고 월영석을 매개로 이어놓은 아공간의 조정도 필요하며, 예르나의 화상 치료제의 마무리 작업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그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마침내 이사 준비도 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이 시험이 끝난 다음에 예정되어 있는 일과들이다.

     

    ‘할 일이 태산 같구나.’

     

    루크는 이런저런 예정을 생각하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으그극-.”

     

    엎드린 만세 자세에서 꼬리를 밖으로 쭉 잡아당기자, 어깨와 팔을 기점으로 꼬리 끝 까지 몸이 풀리며 그 사이를 나른함이 파고들어 자연스럽게 하품이 나오고 만다.

     

    “하아암.”

     

    하품을 하며 눈을 뜬 루크가 주변을 둘러보니, 며칠 전에 비해 황량해진 방의 모습이 보였다.

    루크가 사용했던 이불과 베개는 덧대어 꼬매져 있었고, 벽지도 대충 찢어진 그대로. 화장품등이 바닥을 구르며 찍힌 자국도 바닥지에 그냥 남아있는 상태고.

    누가 보면 정말 부끄러울 모습이지만, 딱히 보수할 생각은 없다.

     

    예르나가 말하길 어차피 이번 달 내로 새로운 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냥 좀 대충 살다가 이사를 가면서 다 새로 장만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뭐, 효율을 생각하면 그게 맞기도 하다.

     

    그래서 루크는 그런 사소한 문제에 대한 신경을 끄기로 하고 창문 너머를 보았다.

     

    집은 좀 그렇지만, 밖은 참 좋은 날씨였다.

    정말로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

     

    루크는 그렇게 꼬리에 뭉친 털을 손으로 대충 빗어 풀어내리며 방의 문을 열었다.

     

    방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언제나와 같았던 아침은 딱 한가지가 달라져 있었다.

     

    바로, 테이블 위에서 자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작은 곰인형, 리브의 존재다.

     

    리브는 루크의 피로 회복의 영약을 희석한 차를 머그컵에 따르고 있다.

    차의 향을 생각하면 당연히 머그컵 보다는 입구가 넓은 찻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찻잔은 엊그제 있던 소란의 영향으로 모조리 깨져버리고 말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루크는 리브가 컵에 따른 차를 받아들며 말했다.

     

    “흐음, 향이 좋군, 잘 만들었구나.”

    “…….”

     

    그러자 마치 감사를 표하듯 예의를 갖추는 리브.

    루크는 그런 리브에게 예의를차릴 필요 없다며 손을 흔들어주자, 리브는 곧 자세를 풀었다.

    루크는 그런 리브의 모습을 보며 컵을 다시 얼굴을 향해 가져왔다.

     

     

    리브가 따른 차의 향은 다시 맡아보아도 꽤 좋았다.

    역시 군단장급 답게 학습능력이 뛰어난 골렘이다.

     

     

    루크는 조용히 한모금을 머금었다.

    리브가 미리 조금 식혀두었는지, 마침 온도도 딱 적당해서 혀를 데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런 센스도 정말 좋았다.

     

    “좋군.”

     

    몸에 조금 남아있던 피로조차 싹 날아가는 활력을 느끼며 루크는 기분좋게 웃었다.

    그런 루크의 호평에 리브 역시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한다.

    루크는 차를 마시며 리브에게 물었다.

     

    “리브, 예르나는 이미 나갔느냐.”

     

    -끄덕, 끄덕.

     

    “그렇군. 뭔가 특별한 전언은 없고?”

     

    -끄덕, 끄덕.

     

    “그렇군. 그럼 이제 목욕 준비를 해주겠느냐. 내 티타임이 끝나면 바로 할 수 있도록.”

     

    -끄덕.

     

     

    한차례 고개를 끄덕인 리브는 곧장 테이블에서 뛰어내려 보송보송한 수건을 가지고 화장실을 향했다.

    목욕이 끝나고 사용할 수건을 비치하고, 욕조의 물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저 것도 바로 어제 학습시킨 결과다.

     

    그 모습을 보던 루크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리브를 불렀다.

     

    “아 참. 리브, 그 준비가 끝나면 아카데미에 갈 준비도 해주겠느냐?”

     

    -끄덕, 끄덕.

     

    리브는 그것도 문제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채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래, 수고해 주어서 정말 고맙네!”

     

    루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입가에 머금은 채, 티타임을 즐겼다.

    혼자서 이런 준비를 하려면 그것도 꽤 아침 시간을 잡아먹었을 텐데, 리브의 덕분에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이 정도면 웬만한 가문의 집사와도 견줄 수 있을 법 하다.

     

     

     

    “정말 좋아.”

     

    아주 편하고 만족스러운 아침이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리브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릴지도.

     

    ———

     

    리브 덕분에 아침준비 시간을 크게 절약한 루크는 평소보다 느긋한 걸음걸이로 여유롭게 길을 거닐었다.

    도시에서는 마력세 때문에 새벽 명상을 하지 않게 되고 결국 아침잠이 늘어나면서는 아침에 이런 여유를 갖기가 어려웠는데.

    특히나 예르나가 먼저 나가는 날에는 더욱 말이다.

     

     

    하지만 리브라고 해서 완벽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리브의 그 크기와 출력에 비해 과도한 마력소모량 문제는 역시 루크에게도 큰 고민거리였으니까.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루크는 세가지 해결책을 고려했다.

     

     

    첫째, 리브의 활동 한계시간 설정이다.

     

    리브가 모든 시간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

     

    리브가 마음대로 24시간을 활동하게 되면 솔직히 가전용 마력 보급으로는 어려우니 말이다.

    그 뿐 아니라, 과거 마력세의 악몽이 재현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 지금은 집에 설치된 마력차단 시스템 덕분에 이전처럼 300만길이 쓰여진 청구서를 갑자기 받게 되는 일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꽤 비싼 요금이 나오게 될 것이다.

    때문에 꼭 필요한 때가 아니라면 리브는 육체적 능력을 정지시킨 채로 자아만 유지하는 대기모드로 전환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래도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나 위급시에는 재량껏 움직일 수 있도록 설정해 주었다.

     

     

    둘째, 리브의 출력한계 설정.

     

     

    리브는 과거 리빙아머로의 출력을 고려하여 웬만한 소드마스터급 화력을 낼 수 있게 만들어지긴 했지마는, 현대에서 그 정도의 출력은 쓸 일이 거의 없다.

    예르나도 리브의 지나친 운동능력 부분은 지적한 문제이기도 하고.

     

    때문에 리미트를 주어 그 출력 자체를 낮추는 방법을 도입했다.

    그렇게 되면 일상에서 과도한 출력으로 물건을 부수거나 날뛰는 일도 없어진다.

     

    사실은 이미 리브를 곰인형에 이식하며 한번 거친 작업이긴 했다만, 아마도 부족했던 모양이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이중을 넘은 삼중구조 리미트를 도입해 단계별로 해제할수록 더욱 강한 출력을 낼 수 있으나, 활동 한계시간이 줄어들도록 해 두었다.

     

    리미트가 하나라도 켜져 있는 한 검기, ‘소드 오러’는 사용할 수 없게 되겠지만 검기는 원래 누군가를 해하기 위한 능력.

    그러니 평소엔 비활성화 해 두는 편이 좋다.

    검은 필요할 때만 검집에서 꺼낼 수 있으면 그만이다.

     

    위급시에는 자신에게 연락이 오도록 설정해 두었고, 원격에서 그것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해 두었으니 문제는 없으리라.

     

     

    셋째, 리브의 마력 축적기관 탑재.

     

     

    이전에는 리브에게 마력의 축적은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어차피 마나에는 값이 매겨지지 않은 시대였고, 마력이 비교적 충만했던 아린세이아의 왕실에서의 활동을 고려한 설계였기 때문에, 구태여 마력을 축적할 기관을 설계에 집어넣을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대는 마력의 쓰임새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꾸준한 공급이 없으면 고갈이 생기고 만다.

     

    그러니 마력 축적기관은 현대에서 리브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게다가 숲이나 세계수 근처 같은 마력이 무료로 제공되는 장소에서 미리 충전한 상태로 활동을 한다면 그 마력치 만큼의 돈이 절약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러면 항상 마나를 쐬러 숲을 갈 때에 리브를 데리고 다녀야 하겠지만……. 뭐, 그 정도는 쉬운 일이다.

    마침 리브는 가방에 넣어 놓기에 딱 좋은 크기이기도 하고.

     

     

    그 모든 기능을 전부 조그만 곰인형의 내부에 가능한 빨리 집적시켜 놓으려고 하니 어제 하루를 꼬박 써버리고 말았지만…….

    루크는 리브를 담은 학교 가방을 살짝 열어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브, 가방 안은 좀 괜찮은가? 불편하진 않고?”

    -끄덕, 끄덕.

    “다행이구나. 조금만 더 참거라.”

     

    루크는 리브를 향해 한차례 웃어주고는 다시 가방을 닫았다.

     

    어제 밤에 완성시킨 세가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확인도 해 두어야 하기 때문에 집안에 그냥 두고 올 수가 없었다.

    원래 마법의 경과는 적어도 하루를 지켜보아야 하니까.

     

    물론 실수하지 않도록 집중해서 작업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자신이 없는 상황에 마법적 결함이 발생해 마력핵을 잃게 된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없을 거다.

     

     

    루크에게 리브는 결코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친구가 되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루크는 문득 리브에게 말했다.

     

    “아, 학교에선 되도록 마음대로 움직이진 말거라. 아이들이 너무 관심을 보이면 골치 아파지니까. 특히, 교실에서는 답답해도 조금 참아주거라.”

    -끄덕.

     

    과도한 관심이 쏠릴 경우 아이들의 손아귀에서 리브가 입을 손상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리 하는 편이 좋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변신로봇장난감을 학교에 가져가서 애들한테 자랑하면 걸레짝이 되는 게 당연하겠지요!

    리브는 그거랑은 격이 다른 신화시대의 최첨단 로봇?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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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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