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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5

        심해룡 에나 벨제투스.

        그가 인류 역사에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갑자기 대서양에 등장해, 대서양의 물류 유통을 막아 버린 재앙.

        인류가 감히 항거할 수 없는, 3대 난적(그 당시에는 3대 난적이었다.)이라 불리는 SS랭크 몬스터 중 하나.

       

        아마존에 도사리고 있는 ‘마운테인(‘초목룡 아르나 헤니시아’라고 밝혀지기 전의 코드명)’이나, 북극에 서식하는 ‘프리저드’ 같이, 애초부터 인류가 손을 대기 어려운 곳에 있는 다른 난적들과는 달리.

        심해룡은 하필이면 대서양에 자리를 잡은 채, 인류의 접근을 불허했다.

       

        덕분에 대서양을 통한 교류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고, 그렇지 않아도 게이트와 몬스터의 등장에 혼잡하던 인류는 더욱 큰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일단 물자 부족이 있을 것이고, 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이 유럽과 아프리카에 끼치는 영향력이 완전히 차단된 것에 대한 영향도 컸다.

        가뜩이나 몬스터와 게이트의 등장에 인류 문명이 휘청거리는 때에, 치명타를 가한 격이었달까?

       

        결국 인류는 어떻게든 대서양 봉쇄를 풀기 위해, 무력을 동원하기로 결심했다.

       

        위성 통신을 이용해 미국과 통신을 연결.

        유럽 연합과 북아메리카 연합,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파견된 각성자들과 병력들이 각각 양쪽에서 대서양으로 진군하기에 이른다.

        상대가 3대 난적이라고 불리는 SS랭크 몬스터이고, 싸움 장소는 대서양이라는 불리한 환경이었지만, 인류는 승리를 자신했다.

        피해는 입을지언정, 지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인류는 심해룡에게 피해를 입히기는커녕, 잔 상처도 내지 못했다.

        대서양으로 밀고 들어갔던 인류 연합군은 전멸했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만약 심해룡이 보복을 가했다면, 그 순간이 바로 인류의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심해룡은 인류에 대한 보복을 실행하지 않았고, 인류는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인류는 대서양을 잃어버렸고, 인류는 그때까지 사용하던 등급 체계에 EX랭크(인류가 손댈 수 없는 등급)을 만들게 된다.

        어찌 보면 심해룡은 인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흉터’라고 해야 할까?

       

        당연하지만 흉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안 보이도록 가릴 수는 있겠으나, 흉터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

       

        심해룡과의 일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서서히 잊혀졌으나, 그때 새겨진 흉터는 인간들 사이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다만 심해룡은 대서양에 있었고,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래. 이해는 하는데…….”

       

        쾅!

       

        한국 헌터 협회의 회장인 김두식이 책상을 내리쳤다.

        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파서는 아닐 테고…… 그만큼 분노가 강하다는 뜻이겠지.

       

        회장님의 분노를 옆에서 지켜보는 직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으나, 그들은 자신들의 일을 해야만했다.

        ……안 좋은 소식을 보고해야 했다는 소리다.

       

        “여기, 놈들의 입장문입니다.”

       

        직원이 태블릿을 건드리자,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모니터 위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방 안.

        창문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어두운 방 안에서, 한 사람이 앉아 있다.

       

        얼굴에는 하얀색 가면을 쓰고 있고, 온몸을 가린 두터운 옷 탓에 체격과 피부색 기타 등등의 모든 것들을 최대한 가린 모습.

        그런 사람이 영어로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한다.

       

        “뭐라는 거냐?”

       

        “자막, 띄우겠습니다.”

       

        직원이 태블릿을 조작하자, 이내 영상 아래로 한글 자막이 떠오른다.

       

        = ……그러니 우리는 인간의 용맹을 떨칠 것이다.

       

        = 비록 미약하겠으나, 우리는 사냥감 따위가 아니다.

       

        = 우리는 사냥꾼(헌터)이다. 결코 사냥감으로써 죽지 않을 것이다.

       

        = 이것은 우리의 결의를 증명하는 행동이리라!

       

        그렇게 말을 끝낸 영상이 종료된다.

        모든 영상을 시청한 김두식 회장이 입을 쩍 벌리는 사이, 직원은 착잡한 얼굴로 설명을 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0분 전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뭐 하는 놈들인지는 알아봤고?”

       

        “각성자 동맹입니다.”

       

        ‘특수 능력 범죄자’.

        일명 ‘특범’들이 ‘각성자의 능력을 범죄에 이용하는 이들’이라고 한다면, ‘각성자 동맹’은 그런 특범들이 모인 세계적인 범죄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이쯤 되면 범죄 조직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 ‘각성자 동맹’이라는 놈들이 일반적인 특범들과 차별되는 점이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이들이 그냥 범죄자가 아닌, ‘각성자’들을 신인류 정도로 여기는 미친놈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각성자’가 인류를 뛰어넘은 신인류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기존의 인류는 이 신인류를 위해 노예로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건 좀 극단적인 놈들의 생각이지.

        하지만 신인류인 자신들을 위해, 기존의 인류가 편의를 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긴 하다.

       

        그렇기에 이들은 테러리스트였고, 광신도였으며, 동시에 곱게 미친놈들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게이트나 몬스터보다도 더 위험한 놈들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그놈들이 멸천룡의 게이트에 쳐들어갔다고?”

       

        “네.”

       

        “그것도 심해룡의 분신을 잡기 위해서?”

       

        “……네.”

       

        “……역시 미친놈들이 맞군.”

       

        뭐…… 이번만큼은 그들의 심정이 아주 공감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김두식 본인도, 과거 심해룡 토벌 작전에서 본인의 아들을 잃었던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도 할 수만 있다면, 아들의 복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자연재해에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

        뭐, 하늘에 대고 원망만 할 것인가?

       

        아들의 복수를 생각하기엔,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대한민국의 헌터 협회 회장.

        대한민국의 안전을 생각해야만 했다.

       

        털썩!

       

        “하~!”

       

        자기 의자에 몸을 묻은 김두식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리에 앉은 이후로 좋았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오늘은 정말로 피곤했다.

        독한 소주 한 잔이 땡길 정도로…….

       

        “뭐, 들어간 놈들은 문제가 안 되겠군.”

       

        “네. 하지만…….”

       

        “그래. 시비에 걸린 멸천룡과 심해룡의 반응이 문제지.”

       

        ‘각성자 동맹’은, S랭크 헌터가 무려 5명이나 속한 어마어마한 놈들이다.

        그들이 세계적인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으면서도 아직 뿌리 뽑히지 않은 것은, 세계 각지에 자리 잡은 몬스터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 어마어마한 S랭크 헌터들의 숫자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두식은 ‘각성자 동맹’ 전체가 달려들어도, 심해룡이 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심해룡 본인이 아니라 ‘심해룡의 분신’이 말이다.

       

        ‘멸천룡의 인간형 분신도 어마어마했는데, 심해룡도 만만치 않겠지.’

       

        애초에 멸천룡도 말하지 않았던가?

        필멸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초월자를 해할 수 없다고 말이다.

        분신은 약간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심해룡의 분신이 당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인간들에게 공격을 당한 두 마리의 드래곤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심해룡이야 저 대서양에 본체가 있는 만큼, 뭔가 문제가 생겨도 대한민국에 끼치는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다.

       

        진짜 문제는 바로 멸천룡.

        대한민국 바로 북쪽에 있는 백두산 게이트에 위치한 그 멸천룡 말이다.

       

        “미친놈들. 호주에서 그 난리를 봤는데도, 그런데도 덤빈다고?!”

       

        “그러니까 미친놈들 아닙니까.”

       

        “그러니…… 뭐야? 언제 왔습니까?”

       

        화낼 기운도 없어서 불만만 중얼거리고 있던 김두식이 화들짝 놀랐다.

        어느새 한국의 S랭크 헌터인 ‘진홍의 마도사’ 김재홍이 회장실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었다.

        이 마법사는 언제부터 여기에?

       

        “군사 동원이 허가되었습니다. 빠르게 포위에 들어간 후, 저와 현군이 함께 게이트에 진입할 계획입니다.”

       

        “이현군이요? 아, 그럼?”

       

        “네.”

       

        김재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김재홍의 반응에, 김두식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렇다.

        자칫 잘못하면 분노한 드래곤에 의해 가장 먼저 희생될 운명을 가진 대한민국.

        어찌 보면 핵폭탄이 머리 위에서 폭발하기만을 기다리는, 무시무시한 나라.

       

        하지만 그들에게도 한 줄기 희망은 존재했으니…….

       

        “백익룡이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드래곤 억제기로서, 드래곤이 나섰다.

       

       

        *            *            *

       

       

        나는 인간들의 통신을 받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즉, 지금, 이곳에 들어온 인간들은…… 벨제투스에게 원한을 가진 이들이겠구나?”

       

        = “그렇습니다.”

       

        각성자 우월주의자들의 무리인 ‘각성자 연맹’.

        능력을 가지지 못한 인간들보다 자신들을 우월한 인간이라고 믿는 이들이라고 했나?

        그리고 그들이 과거 벨제투스에게 죽은 이들의 원한을 갚겠다고 왔다라…….

       

        “재미있구나.”

       

        “전 귀찮은데요.”

       

        당사자인 벨제투스가 한숨을 내쉰다.

        진심으로 귀찮은 듯, 의욕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과거의 그 일은, 우리 처지에서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벨제투스는 대서양에 자리를 잡고, 그곳이 자기 영역임을 알렸다.

        그리고 인간들은 벨제투스의 영역을 빼앗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고, 벨제투스는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전투를 치렀다.

        그냥 이것이 전부인 것이다.

       

        ‘원한을 갚겠다는 것은 정당한 이유이지만…….’

       

        정작 내가 보고 있는 이들 중, 벨제투스에게 명확한 원한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진정으로 벨제투스에게 복수하려는 것이 아닌, 그저 학습된 분노를 벨제투스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저의 군대가 출동할 테니…….”

       

        “아니다. 문제는 없다.”

       

        인간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이곳은, 너희의 언어로 ‘게이트’라고 불리는 곳이지 않으냐?”

       

        게이트는 일종의 완충지대.

        이 세상이 인간을 비롯한 필멸자들에게 대항할 시간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또 다른 차원.

        그리고 인간들은 언제든 이 게이트를 들어오고, 이 게이트를 클리어하여 없애려 한다.

       

        “그저 그뿐인 이야기가 아니겠느냐?”

       

        = “그…….”

       

        “물론 너희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다.”

       

        이번 일로 내가 인간들에게 분노하는 것이 아닐지 걱정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화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 그대들은 걱정하지 말고 할 일을 하거라. 이쪽은 이쪽대로 할 일할 터이니.”

       

        = “……알겠습니다.”

       

        삑!

       

        통신이 종료되었다.

        나는 벨제투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보거라.”

       

        “……네? 저요?”

       

        “그렇다면 이 어미가 가야겠느냐? 이 일의 당사자가 가야지.”

       

        내 말에, 벨제투스가 진짜 가고 싶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이곳은 어머니 영역이잖아요.”

       

        “내 영역에서 쫓겨날 테냐?”

       

        “아씨……. 당분간 인간은 안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벨제투스는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벨제투스의 뒤를 따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에피소드는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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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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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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