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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5

        

       “…제기랄!”

         

       이설의 수하들은 호천안의 압도적인 기량에 마음이 꺾였으나 패배를 직감하고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래 아무리 주사위의 눈을 꿰어볼 수 있는 자라도 실수 한 번은 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두 번째로 나선 이설의 수하는 필사적으로 통을 흔들었고.

         

       패배했다.

         

       통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팔로 가려보기도 하고 심지어 다 섞은 뒤에 탁상을 발로 차 진동을 주어 굴려보기까지 했으나.

         

       “육.”

         

       호천안은 망설임없이 숫자를 내뱉었고 그게 곧 수하의 눈이었다.

         

       “크으윽..!”

         

       호천안에게 숫자를 간파당한 이설의 수하가 호천안을 노려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통을 흔들고 멈춘 모습이 얄밉기 그지 없었다.

         

       이설의 수하는 입술을 깨물고 호천안이 쥐고 있는 통을 노려보았다.

         

       ‘저 자식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감안하면 분명 7의 숫자를 뽑아놨을 거야.’

         

       이설의 수하는 본인의 추론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참들과의 주사위에서는 높은 눈이 나오는 자가 무조건 이기는 내기였으니 그런 식으로 눈을 뽑아도 이길 수 있었겠지만 눈을 맞추는 내기이니만큼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숫자를 낼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나 이설의 수하는 호천안의 얼굴을 보고는 주먹을 꾹 쥐었다.

         

       ‘저놈이라면 한다.’

         

       겉으로는 무심한 적 무게를 잡고 있지만 20의 눈을 계속해서 뽑아낼 수 있음에도 20이 아니라 딱 1의 차이로 이기는 녀석이었다. 또한 통 속의 주사위를 맞추는 내기로 바뀌었음에도 전 판에는 또 1의 차이를 고수했다.

         

       “칠!”

         

       이설의 수하는 7을 외치며 생각했다. 만약에 7이 아니라면 비웃어주면 그만이고 정말로 상대보다 1이 높은 수를 고집한다면 모양은 좀 빠지겠지만 저 녀석의 체력과 집중력을 갉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크으윽..!”

         

       그리고 공개된 숫자에 이설의 수하는 분통을 터트렸다.

         

       그 숫자는 5였으니까.

         

       1 높은 수인 7을 예상했더니 1이 낮은 5가 나왔다. 마치 7을 외칠 것을 알았다는 양 1 높은 수가 아니라 낮은 수를 준비한 호천안.

         

       호천안을 비웃어주려던 이설의 수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주사위의 눈에 이설의 수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다음.”

         

       그러나 이설의 수하는 패배자였기에 내기를 재촉하는 호천안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판은 기묘하게 흘러갔다.

         

       “십삼.”

         

       호천안이 잔 속의 숫자를 맞춘 뒤에 잔을 잡고 흔들었다. 이설의 수하들은 눈을 부릅뜨고 그 변화를 지켜보기보다는 생각에 잠겼다.

         

       십삼보다 1 높은 수일 것인가 낮은 수일 것인가.

         

       “….십이!”

         

       주사위의 눈은 14였다.

         

       “제기랄!”

         

       이설의 수하가 탁상을 내려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호천안은 1 높은 수 아니면 낮은 수를 냈다. 그런데 어째서 맞추질 못하는 거지? 이 분의 일이다. 반반의 확률인데도 번번히 틀리다니!

         

       독고이설은 맥없이 무너지는 자신의 수하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참으로 무서운 심계로군.’

         

       독고이설은 여덟 번째로 나온 자신의 수하를 보았다. 통을 흔들고는 있었지만 전혀 집중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십칠.”

         

       주사위를 들어 눈을 확인하는 모습이 전혀 분개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이 호천안에게 통을 넘기고…

         

       호천안이 통을 흔들고 나서야 그때부터 집중력을 발휘한다. 아니 그저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호천안이 낼 주사위의 눈이 16일 것인가 아니면 18일 것인가.

         

       “십팔!”

         

       주사위의 눈은 16이었고 수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화를 냈다.

         

       “다음.”

         

       아홉 번째 수하가 콧김을 흘리며 들어왔다. 잔을 흔들고 있는 수하는 호천안의 주사위의 숫자를 맞추겠다는 의지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모두가 본분을 망각했군.’

         

       고작해야 이분의 일에 확률에 불과한 호천안의 눈을 맞추지 못한다는 점에 과도할 정도로 몰입하고 있었다.

         

       호천안의 눈을 맞추는 것이 이기는 길인가? 이기는 길이기는 하다. 그저 무의미한 승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양쪽 다 맞추면 동률이니 어차피 또 통을 흔들어야 한다.

         

       ‘결국 잔을 섞을 때도 용지맹을 상대로 승리해야 하거늘…모두 그 부분을 등한시하고 있다.’

         

       애초부터 수하들이 냉정을 유지하며 내기를 했다고 한들 호천안을 이길 확률은 매우 희박했다.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그저 요행에 기댄 일말의 희망 정도가 있었다고 봐야겠지.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제기랄!”

         

       “이걸 못 맞추다니!”

         

       호천안이 보여주는 이지선다에 홀려 냉정을 잃어버린 수하들이 이길 확률은 아예 없었다.

         

       ‘지독하구나.’

         

       일말의 승률조차 없애버리는 호천안의 심계에 독고이설은 고소를 머금었다.

         

       어느새 홀로 남은 수하가 필사적인 얼굴로 호천안의 주사위를 맞추려 고민하고 있었다. 수하가 낸 숫자는 십삼.

         

       “시…십사!”

         

       호천안이 통을 들어올렸을 때 보인 눈은…12였다.

         

       “아아…!”

         

       “이럴 수가.”

         

       고작해야 이지선다일 뿐이었다. 본인이 낸 수보다 높은 수. 아니면 낮은 수. 그 간단한 선택을 열 다섯 명 중 단 한사람도 맞추지 못하다니.

         

       이설의 수하들이 모두 망연자실한 눈으로 호천안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그럼 이제 본녀의 차례로군.”

         

       이설의 말에 수하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죄송합니다! 주군!”

         

       “못한 속하들을 벌하여 주십시오!”

       

       “되었다.”

         

       또각. 또각.

         

       이설은 부채를 접으며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 호천안 앞에 마주 섰다.

         

       “참으로 대단한 실력이구나. 시작 전의 엄살에 본녀도 깜빡 속고 말았어.”

         

       “사실을 말했을 뿐이오.”

         

       호천안은 독고이설의 말에 가볍게 반박했다.

         

       “말했지 않소. ‘불공평’하다고.”

         

       ‘불공평’의 의미가 바로 지금의 이 상황이었는가. 듣고 있던 모두가 기막힘 절반, 감탄이 절반 담긴 시선으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비록 내 말의 의미를 간파하지 못한 듯 했으나 결국 배려를 입에 담은 것은 그대요.”

         

       “…그래 그랬지.”

         

       과연 이 내기가 벌어지기 전 호천안의 말을 들었다 한들 제대로 받아들였을까. 그저 흔한 허세로 여겼을 일이었다.

         

       “아쉽구나.”

         

       독고이설이 주사위를 들어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기에 이기면 흑룡문에 피해를 입힌 책임을 물어 너를 수하로 가지려 했건만.”

         

       “하나, 충고를 하지.”

         

       독고이설의 말에 호천안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내기를 할 때 그 조건을 명확히 하시오.”

         

       “하.”

         

       독고이설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그래야 할 일이었다. 세상은 넓고 기인은 많다더니 과연 사실이었다. 천하에 호천안과 같은 재주를 지닌 자가 있을 줄이야.

         

       독고이설은 통에 주사위를 넣으며 말했다.

         

       “그래, 이기면 뭘 요구할 생각이더냐.”

         

       “그건 이긴 뒤에 말하도록 하겠소.”

         

       정말이지 끝까지 철저한 사내였다. 독고이설은 자신의 우위를 한 점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호천안의 태도에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느꼈다. 어차피 이러한 자라면 품지 못했을 것이라는 자기위안과 이런 자를 품 안에 두지 못한다는 분함.

         

       그런 감정을 느끼며 독고이설은 손을 움직였다.

         

       달그락. 달그락.

         

       일정한 박자로 흔들리던 독고이설의 통이 멈추었다.

         

       “십 오.”

         

       독고이설은 미련 없이 통을 들었고 주루의 모두는 침을 삼키며 그 결과를 확인했다.

         

       “아…!”

         

       주사위의 눈은 십오였다. 모두가 탄식하고 독고이설이 주사위를 바라보았다. 호천안은 묵묵히 손을 내밀었다. 독고이설이 들고 있는 통을 달라는 뜻이었다.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독고이설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내기의 조건을 명확히 하라고 했느냐?”

         

       모두의 시선이 독고이설에게 쏠렸다.

         

       쩌억!

         

       그리고 동시에 이설의 왼손이 움직여 주사위를 두 쪽으로 갈랐다. 초절정 고수의 손날에 타격당한 주사위는 맥없이 두 쪽으로 갈라져 나뒹굴었다.

         

       모두가 이설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굳어 있을 때 이설은 두쪽난 주사위를 보고는 흡족히 웃은 뒤에 주사위를 하나로 합쳐 탁상 위에 올렸다.

         

       주사위는 맥없이 두쪽으로 갈라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이설은 통을 호천안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기에 주사위를 부수면 안 된다는 말은 없었으니 어디 한번 수를 내 보거라.”

         

       호천안은 통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눈을 내지 못하면 진다는 규칙 역시 없었소.”

         

       “오, 그렇군. 그렇다면 이번 승부는 무효로 할 텐가?”

         

       호천안은 무심한 눈으로 독고이설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소?”

         

       “아니.”

         

       독고이설은 고개를 저었다.

         

       “이는 네가 강자라 인정했기에 부리는 추함이다.”

         

       “추함이라.”

         

       “그렇다.”

         

       독고이설은 호천안을 보며 말했다.

         

       “너와 나의 실력 차이는 현격하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승산이 없다. 그렇다면 그저 맥없이 패배해 주어야 하는가?”

         

       독고이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그러기 싫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이 승부에 이기고 싶다.”

         

       “그게 옳은 일이라 보시오?”

         

       “옳고 그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 행동이 불러올 대가지.”

         

       독고이설은 고소를 머금었다.

         

       “나는 지금의 추태로 인해 신입 문도들에게 체면을 잃었지. 또한 언젠가 지금의 억지가 내 목을 죄일 날이 올 것이다. 명분 없는 행동이란 언젠가 다시 나에게 날아 돌아올 테니까.”

         

       “또한 이렇게 억지를 부려 너를 수하로 삼는다 한들 네가 나에게 원한을 품고 내 등을 찌른다 한들 누가 나의 편을 들어주겠느냐?”

         

       “그럼에도 어찌 이런 일을 벌이신 게요.”

         

       “네가 탐이 나니까. 더 많은 것을 잃더라도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쥐어야만 하는 욕심 많은 사람이니까.”

         

       독고이설은 호천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환멸해도 좋고 증오해도 좋다. 그저 내 것이 되어라. 용지맹.”

         

       호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두 쪽 난 주사위를 통에 넣고 덮었다. 독고이설은 도박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호천안을 보면서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두쪽 난 주사위로 어찌 승부를 이어갈 수 있을까.

         

       독고이설은 호천안이 통을 잡은 것을 거부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참으로 이기적인 기대를 품었구나.’

         

       자신의 말이 호천안에게 있어서는 그저 억지에 강짜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독고이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억지에 응해주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감을 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게 네 대답인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군.”

         

       호천안은 그저 담담히 말했다.

         

       “그저 잠시 중단되었던 내기를 이어나갈 뿐이오.”

         

       달그락! 달그락! 따악! 달그락!

         

       요란하게 잔에 부딪치는 두 개의 주사위 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주루에 있는 모두는 입을 벌렸다.

         

       호천안이 벌이는 행동과 그 행동에서 느껴지는 의도가 너무나 터무니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주사위를 합친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주사위가 두쪽난 단면은 울퉁불퉁했으니 두 쪽의 주사위가 대각선이나 평형을 이루도록 세우면 어찌어찌 형상이 합쳐질 수는 있었으니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주사위를 자유롭게 만질 수 있더라도 그런 형상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였다.

         

       그런데 그걸 마구 흔들리는 잔 속에서 오직 잔의 흔들림을 통해 만들어내야만 했다.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잔을 멈추었을 때 두쪽이 난 주사위가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면? 그렇게 하나의 형상을 이루어 눈을 읽을 수 있도록 우뚝 서 있는다면?

         

       “불가능해…!”

         

       “그건 정말로 사람의 재주가 아니다!”

         

       누군가가 소리친 말은 모두의 심경을 대변한 말이었다. 아무리 신기에 이른 재주를 보여준 호천안일지라도 그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말로 그런가?

         

       호천안이 보여준 재주가 어떠했던가.

         

       주사위를 스무 번 던져 모든 눈을 제 뜻대로 조절하고, 남이 섞은 잔 속 주사위의 눈을 맞추고, 잔 속의 주사위눈을 자유자재로 조절한 것도 모자라 스스로 이지선다의 선택지 안에 자신을 가두고는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런 이라면…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좌중에 모두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달그락.

         

       통이 멈추자 주루에 있는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정말로 주사위는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을까?

         

       독고이설은 생각했다.

         

       정말로 통 안에 주사위가 하나로 합쳐져 있다면 어찌해야 할까.

         

       ‘어쩌기는…’

         

       이미 잔은 멈추었고. 주사위가 갈라져 있을지 합쳐져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며 어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독고이설은 그저 최선의 답을 골랐다.

         

       “십 사.”

         

       독고이설의 말이 떨어지고 호천안은 오늘 하루 십수 번 보여준 동작을 그대로 답습하며 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모두는 목도했다.

         

       정확하게 한 몸으로 합쳐져 있는 주사위와.

         

       그렇게 합쳐진 주사위의 눈이 16이었다는 것을.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모두가 경악하고 독고이설은 눈을 감았다.

         

       “…네가 이겼다.”

         

       “그렇군. 그럼 이제 내 요구를 말하겠소.”

         

       독고이설은 담담한 호천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각오를 굳혔다.

         

       “말해라. 본녀의 이름을 걸고 수행해 줄 터이니.”

         

       과연 용지맹은 어떤 요구를 할까.

         

       독고이설은 호천안의 무심한 눈을 바라보며 그 요구를 예상해 보았다.

         

       음심 하나 없는 눈을 보니 몸을 요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림짐작이나 재물을 요구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역시…사과를 요구하겠지.’

         

       호천안이 입에 올린 말이나 태도를 생각해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런 요구는 독고이설에게 치명타로 적용될 만한 일이었다. 만약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면 독고이설의 체면은 그야말로 바닥에 떨어진다.

         

       대 암룡문의 여식이 고작해야 떠돌이 무사에게 패배하고 사과했다.

         

       이는 단순히 독고이설의 체면만 바닥에 떨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흑패 독고영천의 망신이기도 하고 암룡문의 수치이기도 한 일!

         

       독고이설을 눈옛가시처럼 여기는 형제자매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독고이설은 호적에서 파이거나 근신이라는 미명 하에 암룡문 내부에 유폐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수하들 역시 뿔뿔이 흩어지겠지. 단순히 흩어지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제거당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막아야겠지.

         

       머릿 속 한켠으로 수하들을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빼돌릴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스르르릉!

         

       사방에서 무기가 뽑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짓들이냐.”

         

       “죄송합니다. 주군…! 그러나 저런 떠돌이와의 약속 같은 걸 지키실 필요는 없습니다!”

         

       “맞습니다! 주군의 형제자매분들께서 이 약점을 놓지지 않고 숨통을 끊으려 달려들 겁니다!”

         

       수하들이 살기 어린 눈으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신참 놈들이 걱정이시겠지만 저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감시하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호천안을 처리하고 없던 일로 만들자.

         

       “갈!”

         

       완성되지 못한 수하의 말이 이설의 호통에 가로막혔다.

         

       독고이설의 분기 어린 눈에 수하들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세인들은 사파인을 보며 무도한 자들이라 손가락질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하지! 그 누가 보더라도 지금의 승부가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주군..!”

         

       “무엇 하나라도 지켜야 무도(無道)한 자가 아닌 사도(邪道)라 칭할 수 있는 법이다! 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내가 지켜야 할 무인이자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선이다.”

         

       독고이설은 주변의 수하들을 둘러 보며 말했다.

         

       “내가 제안한 승부였다. 그 안에서 추태까지 부렸다. 그렇게 강짜를 부리고도 패배했다. 그런데 그 결과마저 받아들이지 않겠노라고 손을 쓴다면 이 독고이설이 어찌 가슴을 펴고 살아갈 수 있겠느냐? 그리 추하고 수치스럽게 살아가느니 죽는 것이 낫다.”

         

       “주군…!”

         

       모두가 비통하게 독고이설을 부르짖었다. 충성심이 깊은 자들은 눈물까지 흘렸다. 그런 수하들의 절절한 마음을 느낌 독고이설은 그들의 충심에 감사하며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말해라. 네 요구를.”

         

       “알겠소.”

         

       좌중의 모두가 호천안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 많은 내기를 거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인간의 마음이 없어 보이는 저 자식은 과연 어떤 요구를 할 것인가.

         

       “나는 암룡문에 입문하기 위해 이 곤명에 왔소.”

         

       ….지금 뭐라고?

         

       독고이설은 물론이고 눈물을 흘리던 이설의 수하들까지 모두 머릿속이 정지했다.

         

       호천안은 그들이 굳어 있건 말건 그저 무심한 눈으로 독고이설을 바라보며 재차 말했다.

         

       “암룡문의 일원으로 받아 주시오.”

         

       주루는 아주 지독한 침묵에 휩싸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갑분싸 장인 호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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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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