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5

   라헬른 아카데미의 복도 앞.

   크라슈와 아라시즘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조금 전 아라시즘이 들었던 말.

     

   「왜 아까부터 반말이냐?」

     

   크라슈의 말을 곱씹은 아라시즘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그가 이런 걸 따지고 들어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그게 중요한 거야?”

   “또 반말이네.”

     

   이건, 누가 봐도 명백히 꼬투리 잡기에 가까웠다.

     

   그리고 아라시즘은 크라슈가 왜 이런 태도로 나오는지 눈치챘다.

   크라슈가 자신이 구태여 크림슨가든에 관해 경고한 이유를 눈치채버린 것이다.

     

   아라시즘과 눈이 마주친 크라슈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 웃음에는 아라시즘의 생각이 정답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크라슈가 한 발짝 그에게 다가섰다.

   그러자 크라슈의 몸에서 흘러나온 백룡의 기세가 서서히 주위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폐관 수련 이후 백룡왕의 힘을 더더욱 크게 흡수한 크라슈다.

   휘몰아치는 백룡의 기세는 예전보다도 더더욱 거세게 몰아쳐 왔다.

     

   “윽!”

     

   휘몰아쳐 오는 백룡의 기세와 마주한 순간 아라시즘이 급히 바닥을 발로 디뎠다.

   그 순간 그의 발아래에서 솟아난 푸른 그림자가 벽 전체를 휘감으며 주위를 덮었다.

     

   카가가가가가강!

     

   백룡의 기세와 그림자가 맞부딪치며 소음을 불러일으켰다.

     

   락테아 가문의 비기.

   청영달(靑影達).

     

   백양단 소속인 조디악 클로리아가 다루는 스킬 움브라와 유사한 비기.

     

   움브라와 유사한 이유는 간단했다.

   실제로 예전 락테아 가문을 수호하던 신은 움브라를 락테아 가문에게만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반신에 오른 패황이 신과 의견 충돌이 발생했고, 그림자의 신은 락테아 가문의 비호를 그만두었다.

     

   그렇기에 움브라는 조디악 클로리아의 손에 들어갔고, 락테아 가문에는 청영달의 비기만이 남았다.

     

   ‘역시, 이 녀석 락테아의 직계는 아니군.’

     

   아라시즘도 꽤 수준급의 실력자긴 하지만 그는 느낌상 방계에 가까운 듯싶었다.

     

   게다가 크라슈는 원래 락테아의 직계가 한 명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놈이 다루는 청영달이 얼마나 엄청난 위력을 가졌는지 또한 말이다.

     

   ‘애초에 그놈은 나보다 한참 연상이니까.’

     

   라헬른 아카데미에 들어올 방법도 없었겠지.

     

   하지만 직계든 방계든 크라슈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그가 할 일은 단 하나.

     

   “그림자는 불에 약하지.”

     

   한 번 확실하게 짓밟아 주는 거다.

     

   크라슈가 그리 말하고 짧게 웃자 아라시즘이 오싹함을 느꼈다.

   그가 서둘러 몸을 뒤로 빼려고 했을 때는 늦었다.

     

   휘몰아치던 백룡의 기세에 크라슈의 흑염이 더해졌다.

   기존에 냉기를 품었던 백룡의 기세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전개였다.

     

   크라슈가 폐관 수련을 통해 얻어낸 경지.

     

   흑룡의 기세였다.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열기를 머금은 기세가 그림자 공간에 맞닿았다.

     

   화륵, 콰아아아아앙!

     

   흑염의 불길이 그림자를 모조리 찢어발기며 불태워 버린 순간.

   아라시즘은 폭발에 휘말려 바닥을 나뒹굴었다.

     

   “콜록, 콜록, 크윽.”

     

   아라시즘이 침음을 삼키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그는 자기 머리 위에 어느새 그림자가 졌음을 깨달았다.

     

   크라슈가 팔짱을 낀 모습으로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만으로 아라시즘은 몸이 짓눌리는 압박감을 느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하다니.

     

   속수무책으로 당한 아라시즘이 침음을 삼켰다.

     

   “이제 본론을 꺼내 보자고.”

     

   크라슈는 아라시즘을 내려다보며 그리 물었다.

     

   “나한테 크림슨가든의 위험성을 알리고, 그 녀석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알려주는 대가로 무얼 원했지?”

     

   아니나 다를까, 크라슈에게서 아라시즘의 진짜 목적을 묻는 말이 튀어나왔다.

   락테아는 이미 크라슈가 세계 침식자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크라슈에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이렇게 직접 경고까지 하러 왔다.

     

   극도의 세계 침식자 혐오주의자들이 뭉쳐 만들어낸 락테아가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그건 크라슈에게서 혐오를 넘어선 득을 볼 일이 있다는 것.

     

   아라시즘은 크라슈가 이토록 과격하게 행동한 이유를 눈치채고 양 주먹을 꾹 쥐었다.

     

   ‘지금 이 행동은 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선 제압.’

     

   아라시즘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쉬운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 정도로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것까지는 예상 못 했다.

     

   아라시즘은 잠시 동안 눈을 굴렸다.

   다시금 주도권을 잡아볼 방법을 강구 해보려는 눈빛이었으나 그 길이 보이지 않았다.

     

   단순한 기세 싸움에서 이 정도로 억눌러 버렸다.

   만약, 전투로 넘어간다면 결과가 뻔히 보였다.

     

   패자는 순응하는 수밖에 없다.

     

   “……선배한테 제가 너무 버릇없게 굴었네요.”

     

   결국 아라시즘은 두 손을 들어 항복의 의사를 보였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위해서라도 아라시즘은 크라슈와 척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익시온이라는 세계 침식자 일당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렇기에 아라시즘이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익시온의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대충 예상했던 크라슈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마다.”

   “예, 크라슈 선배는 그들에게 노려진 경력이 있는 만큼 알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건 내가 노려진 게 아니라 시즐리가 노려진 걸 텐데?”

     

   제국이 알린 정보를 토대로 크라슈가 슬쩍 떠보자 아라시즘이 헛웃음을 삼켰다.

     

   “세계 침식자는 저희 전문입니다. 그 정도 블러핑조차 못 꿰뚫어 보겠습니까.”

     

   크림슨가든은 못 꿰뚫어 봤으면서.

   크라슈는 여기까지는 지적하지 않기로 했다.

     

   역시 이놈들은 진작 익시온의 정보를 알고 은연중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락테아는 현재 제국과 익시온 섬멸을 위해 손을 잡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뜻밖의 말이 이어졌다.

     

   과연, 왜 아라시즘이 이쪽 정보를 생각보다 더 많이 파악하고 있나 했더니.

   제국과 손을 잡은 덕분인 모양이었다.

     

   익시온은 현재 세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적.

     

   제국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섬멸을 원하고 있는 만큼.

   제국이 세계 침식자 전문 집단인 락테아와 손을 잡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들이 크라슈 선배를 노린 이유에 관해 크라슈 선배는 알고 있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다.

   크라슈가 쥐고 있는 이그니스가 그들에게 꼭 필요해서니까.

     

   크라슈의 눈빛을 읽은 아라시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오히려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더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앞으로도 크라슈 선배를 계속해서 노릴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을 거다.

     

   “그래서 그 녀석들에게 더 노려지기 전에 어디 숨어라도 있어라. 이 소리냐?”

     

   크라슈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그의 물음에 당연히 아라시즘은 고개를 저었다.

     

   “조만간 익시온과의 총력전을 제국과 락테아가 동시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믿을 수 있는 자들에게 소식을 전해 각 왕국에도 이 소식을 전하고 있고요.”

     

   다음 말을 들은 순간 크라슈의 눈이 미묘하게 떠졌다.

   그도 그럴 게 이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은 결국 일어날 필연이긴 했지.’

     

   그러나 그 시기가 생각 이상으로 너무 빨리 앞당겨졌다.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것은 곧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규모는.”

   “천상사강들의 소집 및 천하십강 또한 소집을 청할 예정입니다.”

     

   거기다가 모이는 게 하나같이 거물들이다.

   크라슈가 팔짱을 낀 팔을 천천히 두드렸다.

     

   ‘이참에 익시온을 섬멸하는 건 무조건 좋은 이야기이기는 하지.’

     

   실제로 크라슈도 일부러 익시온을 수면 위로 강제로 끌어 올린 것이기도 했다.

   세계가 익시온을 적이라 판단하고, 그들의 섬멸에 힘을 모으도록 말이다.

     

   그러나 어딘가 이 흐름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검존이 샬롯에게 처치된 후.

   수세에 몰린 세계 침식자들이 마지막 발버둥을 치던 그 날.

     

   그들이 폭주시킨 세계 침식들이 최흉으로 번지며 세계를 한순간에 나락까지 끌어 내린 때가 말이다.

     

   ‘분명 모든 세계 침식자가 익시온을 달가워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세계 침식자의 집단이며 다른 세계 침식자들 또한 익시온의 존재를 알고 있다.

     

   ‘이전 회차에서 세계 침식자들이 하나로 뭉친 원인은 세이랑 세피라가 세계 침식자에게 암살당한 후 천구성 블라비가 폭주하여 세계 침식자들을 대거 죽인 것이었다.’

     

   결국 그로 인해 은거하고 있던 세계 침식자, 검존까지 움직이고, 그가 블라비를 제 손으로 죽인 뒤.

   세계와 세계 침식자의 대전쟁이 시작됐다.

     

   어쩌면 이번에 세계 침식자들을 모으는 계기는 익시온의 섬멸이 될지도 몰랐다.

   익시온의 섬멸을 본 세계 침식자들이 위기감을 느껴 개인주의를 벗어 던지고, 뭉칠 가능성이 컸으니까.

     

   익시온과 정면으로 부딪치면 이쪽도 반드시 피해당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빈틈을 만들어 낼 테고, 다른 세계 침식자들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그 틈을 노릴 것이다.

     

   ‘검존을 중심으로 세계 침식자들이 다시 모이는 순간.’

     

   세계 침식자와의 대전쟁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고.

   수세에 몰린 세계 침식자의 발악으로 또 한 번 여기저기서 최흉이 터져 나올 것이다.

     

   ‘썩을.’

     

   크라슈는 미약한 두통을 느끼며 자기 이마를 감쌌다.

     

   예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이 세계는 해결 방안을 아무리 구상해도 또 예전과 똑같은 결과의 가능성이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익시온은 반드시 처리 돼야 한다.

   그러나 그 처리 과정이 세계 침식자 전반에게 위기감을 심어 주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그딴 게 가능한가.’

     

   아무리 크라슈라도 여기서 당장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면 할수록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아서.’

     

   아서는 세계를 구하는 걸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서의 방식이 더 냉철해지고, 차갑게 변했던 것은.

   어쩌면 지금 크라슈와 같이 수없이 다른 방법을 강구 해도 같은 결과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왜일까.

   크라슈는 아서의 얼굴이 점차 흐릿해져 가는 기분이 느껴졌다.

     

   ‘회귀한 지 몇 년이나 지났다고 이제 잊기 시작했다. 이거냐.’

     

   대신 떠오른 얼굴은 왜인지 가짜 아서였다.

     

   크라슈가 현재 가장 위험 요소로 꼽고 있는 아벨라와 연관이 되어 있는 인물.

   이제는 슬슬 판도라의 상자를 열 때가 된 걸지도 몰랐다.

     

   “내게 이 말을 해주는 이유는.”

     

   크라슈는 생각을 멈췄다.

     

   흐르기 시작한 세계의 흐름을 무턱대고 막을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면 크라슈가 할 것은 자신이 개입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러자 크라슈의 물음을 들은 아라시즘이 곧이어 고개를 숙였다.

     

   “크라슈 선배가 익시온을 끌어낼 미끼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미끼.

   이 또한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아니었다.

     

   “익시온의 본거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에 있습니다. 매번 장소를 바꾸기 때문이죠.”

     

   익시온은 늘 회의 장소를 주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것은 현재도 그렇다.

   익시온의 일원이자 이제는 에벨아스크의 시체인 광도제가 매번 다른 장소로 불려 가는 게 그 증거였다.

     

   크라슈는 나름대로 그들의 회의 장소를 다 꿰고 있는 편이나.

   그건 아벨라도 똑같다.

     

   분명히 장소를 꾸준하게 바꾸고 있을 터.

     

   “하지만 딱 한 번, 그런 그들이라도 전부 모여야 하는 날을 의도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그들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기회를 쥘 때를 말이죠.”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

   다름 아닌 크라슈였다.

     

   “일망타진을 노리는 거냐.”

   “예, 일망타진이 아니라면 그들은 더더욱 교묘하게 행동할 겁니다.”

     

   그들에게는 공간 능력 계에서는 가장 뛰어나다고 봐도 좋은 흑마녀가 있다.

   흑마녀만 놓치더라도 섬멸 작전은 실패다.

     

   하지만 크라슈가 있다면 흑마녀도 섣불리 도망칠 수 없다.

   크라슈는 반드시 그들이 쥐어야만 하는 카드였으니까.

     

   “그 녀석들 뭉치게 만들기 위해 내가 미끼로서 잡혀가라 이 소리냐.”

     

   크라슈는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했다.

     

   락테아가 크라슈가 세계 침식자와 많이 연루되었음에도 내 버려둔 이유.

   그것은 크라슈가 익시온을 낚을 미끼로서 최고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미끼로 사용되는 도중 죽는다고 하더라도 세계 침식자와 연관되어 있으니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낄 필요 없는 최고의 미끼.

     

   ‘하여튼 이 속 시커먼 그림자쟁이들 같으니.’

     

   크라슈는 아라시즘의 눈에 서린 광기를 엿보았다.

   크라슈가 힘으로 한 번 찍어 눌렀음에도 그의 눈 너머에 있는 세계 침식자를 향한 혐오는 여전했다.

     

   락테아에 태어난 이들은 오랜 시간 주입식 교육을 통해 세계 침식자를 혐오하게 되니 말이다.

     

   크라슈는 딱히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애초에 모든 걸 감안하고 세계 침식자와 손을 잡고, 힘을 다루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크라슈에게 혐오만큼이나 익숙한 것도 없었다.

   크라슈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걸렸다.

     

   그러니 오히려 지금을 기회로 삼는다.

     

   락테아도 익시온도 자신을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그 미묘한 경계선.

   이 미묘한 경계선을 이어 나가는 주도권을 이쪽이 쥔다.

     

   ‘익시온을 치는 때는 내가 정한다.’

     

   위기는 기회로.

   크라슈의 특기 분야였다.

     

   “예, 그들은 반드시 크라슈 선배에게 접근할 테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아라시즘에게서 같은 말이 나왔다.

     

   “그게 언제가 될 줄 알고?”

     

   그러한 위치의 인물들이 하루 종일 대기를 할 수도 없는 마당.

   이쪽이 언제 납치될 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하냐며 묻자 아라시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기약 없는 일정입니다. 현재 제국에 소속된 마왕께서 한 가지 물건을 연구 중입니다.

   크라슈 선배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 즉시 크라슈 선배가 있는 위치와 장소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마도구입니다.”

     

   크라슈는 이야기를 잠자코 들었다.

   제국과 손을 잡은 만큼 락테아 쪽에서도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긴 했다.

     

   이 정도 안전장치가 없으면 크라슈가 미끼 역할을 안 해줄 거란 걸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크라슈는 거인의 숲에서 체감한 것이 하나 있다.

     

   ‘거인의 숲에 마왕보다도 먼저 온 것은 흑마녀가 보낸 세계 침식자들이었다.’

     

   마왕은 크림슨가든을 통해 크라슈가 있는 위치까지 사전에 전해 들었다.

     

   그러나 무려 금지 구역인 거인의 숲인 만큼 뒤틀린 공간을 뚫고 오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다.

   그에 반해 크림슨가든의 정보 없이도 흑마녀는 마왕보다 먼저 세계 침식자들을 보냈다.

     

   ‘세계 침식의 공간 굴절 속에서 더 우위를 점한 건 흑마녀라는 소리다.’

     

   마왕의 실력은 분명 뛰어나나 세계 침식에서 흑마녀에게 밀리는 게 현실이었다.

     

   과연, 그가 준비하는 마도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크라슈는 속으로 고개를 저어야 했다.

     

   꽉 막힌 성격인 마왕이 절대 인정할 리 없는 사실이지만.

   크라슈 본인의 목숨이 걸린 만큼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 안전장치, 나도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말입니까?”

     

   아라시즘이 눈을 깜빡였다.

   그도 그럴 게 마왕보다도 더 뛰어난 이가 이 세상에 어디 있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와 마주하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확실히 마왕의 마법은 뛰어나나 마도구에서만큼은 그가 세계 제일은 아니다.

   그리고 크라슈는 마도구 관련으로는 세계 제일의 정점을 찍을 녀석을 알고 있었다.

     

   ‘특수학과에 재능 있는 놈들이 있으니까.’

     

   더불어 크라슈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야 하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때마침 크라슈가 안전장치 제작을 위해 필요한 인물이 그와 관련되어 있었다.

     

   ‘나는 아직 환골탈태를 못 마쳤다.’

     

   폐관 수련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라슈는 용왕족의 힘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크라슈의 육체가 그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사계가 있다고 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크라슈는 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치광이를 알고 있었다.

     

   천상사강

   마황

   테라시우스 제블람

     

   그 미치광이를 만날 때가 왔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