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5

    <265 – 지금 당장 수레에서 뛰어내리자>

     

    일일퀘스트 <브론즈 교수의 지하보물고>도 계단부터 난이도가 한 단계씩 오르다가 보물고 외문, 내문, 비밀문 등으로 난이도가 갈리듯이 식재료 채집 던전도 난이도가 갈린다.

    가령 폭탄양의 기름진 털 채집난이도는 <고든 교수님의 몬스터사육장 초급> 3단계.

    미노타우루스의 젖 착유난이도는 초급 5단계에 해당한다.

    원래는 내가 하려고 했는데 본인이 정 하고 싶다니 어쩔 수 없지!

     

    “자 거미씨, 이리 오세요!”

     

    내가 채취할 식재료는 달콤한 실을 뿜어내는 스위트 스파이더.

    맛난 실을 먹다가 어느새 끈끈한 거미줄에 휘감겨 꼼짝도 못하게 된 벌레들을 사냥하겠다며 실의 당도와 향, 풍미를 올리는 거미 덕분에 인간에게도 맛있는 실이 탄생했다.

    실타래를 슬그머니 내밀자 스위트 스파이더는 이게 모얌? 하는 표정으로 8개의 홑눈을 조심스럽게 데굴데굴 굴렸다.

    여기서 거미줄을 채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거미줄을 뽑지 않으면 널 죽이겠다! 하고 몬스터를 협박하는 방법.

    혹은 거미줄을 뽑지 않고는 못 배길 명당자리를 만들어주고 거미줄을 뽑게 유도하는 방법.

    이중 내가 택할 방법은 후자였다.

     

    “자, 이거 봐라?”

     

    낯익은 모기가 들어간 유리병을 보여주자 스위트 스파이더가 파닥파닥 다리를 뻗으며 병에 달라붙으려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파직!

    미리 새겨둔 전격술식에 따끔한 맛을 본 거미는 깜짝 놀라 폴짝 뛰어내렸다.

    그림의 떡.

    지붕 위의 닭.

    교수집무실의 답안지.

    보이지만 가질 수 없어서 더욱 애가 타는 것처럼 거미는 한참을 유리병 위를 다각다각 발로 건드리다가 파직파직 오르는 전기에 발을 떼었다.

    이것 좀 어떻게 해주면 안 되냐고 애원하듯이 올려다보는 거미.

    나는 그런 거미 앞에서 보란 듯이 실타래를 돌렸다.

     

    “?”

     

    빙글빙글 실을 타래에 감는 모습에 영문을 몰라 쳐다보던 스위트 스파이더.

     

    “!”

     

    녀석의 눈이 마침내 깨달음의 기쁨으로 이어졌다.

    실을 감으면 전기에 감전되지 않아!

     

    폴짝폴짝

     

    기쁨의 점핑을 하며 유리병 주변에 조심조심 실을 감싸는 스위트 스파이더.

    눈을 마주칠 때마다 땡글땡글한 검정색 눈알이 마치 애교를 부리듯이 올려다본다.

    병 안의 모기들은 대운동회에서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주둥이로 유리벽을 툭툭 찌르지만 안에도 닿으면 전기가 돌기는 마찬가지.

    가히 악마적인 다크프린세스의 덫!

     

    “이얍!”

    “!!!”

     

    열심히 꿀실을 뽑아낸 거미가 마침내 병뚜껑에 올라타 기쁨의 엉덩이춤을 추는 순간, 나는 장갑을 낀 손으로 냅다 병을 빼앗았다.

     

    “캬아악!”

    “헤헹. 바보 같은 거미!”

     

    [대담함 경험치가 30 이상입니다. 스위트 스파이더의 “캬아악”에 공포를 느끼지 않습니다.]

    [암흑전기생성 경험치가 10 이상입니다. 전기생성술식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불쌍한 스위트 스파이더가 공포와 절망, 좌절감을 느낍니다.]

    [속임수 경험치+10]

    [공포유발 경험치+3]

    [나쁜아이 경험치+3]

    [위험! 나쁜아이 경험치가 너무 높습니다. 더 이상 나쁜아이가 높아지지 않도록 경험치 관리에 실패할 시, 나쁜아이가 무서운아이로 진화합니다!]

     

    불쌍한 거미에게는 기운을 차리라고 사탕을 한 알 주고 나왔다.

    이것만큼은 뺏기지 않겠다며 다리를 모아 알처럼 품는 모습이 딱하기까지 하다.

     

    “대공자님, 에이프릴. 아직 멀었어요~?”

     

    대답이 없다.

    거미사육장에서 나와 두 사람이 채집하는 광경을 엿보았다.

     

    째깍째깍째째깍깍째깍

    투쾅쾈쾅왘ㅇ쾅코아쾅쾅

     

    형형색색의 마법을 쏘는 폭탄양들에 의해 폭죽놀이를 방불토록하는 마법이 날아다니는 폭탄양우리.

    마법에 맞은 폭탄양들이 색깔털을 공격받자 눈이 세모꼴로 변하며 다른 폭탄양에게 마법을 쏜다.

    그렇게 쏜 마법이 주변의 다른 폭탄양에게도 맞기를 반복한 결과, 지금이 수라장이 되었나보다.

     

    [멍청이들을 구해라!]

    [에이프릴이 폭탄양 우리 구석에서 밥그릇을 철모처럼 뒤집어쓰고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저 멍청한 메이드를 어서 구해주세요!]

     

    반대편에서는 한층 더 난리가 났다.

     

    “으아아악! 제발, 오크노디! 제발 도와줘어어!”

     

    구속구를 힘으로 뜯은 미노타우루스가 역으로 안데르센 대공자를 자신이 속박 당해있던 자리에 앉혀놓고 힘으로 구속구를 채우려 드는 상황!

     

    [멍청이들을 구해라2!]

    [안데르센 대공자가 미노타우루스의 구슬픈 울음소리에 속아 구속구를 느슨하게 풀어주었다가 역관광을 당하고 있습니다. 저 멍청한 1년생을 살려주지 않으면 역으로 착정을 당할지 모릅니다!]

     

    그냥 혼자 오는 게 나았을까…?

    조금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 *

     

     

    결국 하라는 식재료 채집은 못하고 착한아이 경험치만 헌납하게 된 에이프릴과 안데르센.

    두 패잔병은 오크노디의 조수 노릇을 하며 장비를 건네주거나 망보기를 서는 등, 단순노동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었다.

     

    “메이드. 그쪽도 고생이 많았군.”

    “대공자님도 엄청나게 지쳐 보이십니다.”

    “오늘만큼 근력훈련을 열심히 한 보람을 느낀 날이 없었지. 조금만 훈련이 부족했다면 지금쯤 무슨 꼴을 당했을지…”

    “동감입니다. 취업 전에 메이드 은신술을 배워두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배드엔딩을 떠올리며 부르르 몸을 떠는 두 사람.

    서로 비슷한 고생을 해서 그런지 동변상련의 정으로 뭉친 둘은 기묘한 유대감을 느꼈다.

     

    “오크노디는 예전에도 이랬나? 이상한 몬스터의 식재료를 곧잘 채집한다거나.”

    “오크노디 님의 과거는 저도 잘 모릅니다. 제가 오크노디 님을 모시게 된 것은 아카데미에서 몇 주도 채 지나지 않았기에…”

    “그런가. 그래도 소문 정도는 들었을 것 아닌가. 명색이 재단의 수석장학생인데.”

     

    소문이라면 에이프릴도 짐작이 가는 구석이 조금은 있었다.

     

    “저희 재단에서 키우는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보통이 아니라고들 합니다. 오크노디 님이 유독 눈에 띄기는 하지만 실은 저희가 모르는 사이에 굉장히 높은 곳에 올라선 여학생 중에도 아가씨들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도시괴담 같은 이야기군. 그건 2학년이나 3학년도 해당되는 말인가?”

    “충분히 해당됩니다. 애초에 저 한 사람이 관리하던 장학생만 해도…”

    “숫자가 꽤 되나보군?”

    “…너무 많은 얘기를 해버렸군요.”

    “아, 미안하다. 딱히 캐물으려던 건 아니었어. 곤란하다면 못 들은 셈 치지.”

     

    두 사람은 잠시 어색해진 분위기에 침묵을 유지하며 오크노디가 하는 꼴을 지켜보았다.

    휘리릭 팟!

    재주 좋게 집어던진 고리가 날갯짓을 하며 도망 다니던 윙슬라임을 지면에 처박았다.

    나이프로 먹기 좋은 크기로 탱글탱글한 슬라임 젤리를 잔뜩 채집하고는 자루를 넘기는 오크노디.

    마법배낭에 다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로 챙긴 식재료를 짊어진 안데르센이 수레에 자루를 실었다.

     

    “방금 잡힌 윙슬라임은 꽤 희귀하게 등장하는 레어몬스터이지. 아카데미 밖에서는 어떤 악명을 떨치는지 알고 싶지 않나?”

    “궁금하긴 하군요.”

    “저놈들은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서 나무에 매달려 있다가 나무 밑으로 생명체가 지나가면 철퍽 떨어져서 머리를 감싼다. 먹잇감이 젤리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숨통이 막히면 그대로 사냥감으로 전락하는 꼴이지.”

    “…꽤 징그러운 사냥법이네요.”

    “그런 희귀한 몬스터조차도 가볍게 제압하고 먹을 부위를 채집하는 모습을 봐라. 저건 공작가문의 자제인 나조차도 배우지 못한 수준이다.”

    “말하고 싶은 게 뭐죠?”

     

    오크노디의 흉을 보는 건가 싶어서 조금은 적대적으로 노려보는 에이프릴.

    안데르센은 얼토당토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착각하지 마라. 반대다. 오크노디의 흉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걱정을 하는 거다.”

    “…미노타우루스한테 정조의 위기를 겪었던 수컷밀크탱크가 걱정할 정도로 나약한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수년 전, 태풍이 심하던 해에 공작령에 윙슬라임 일부가 상륙한 적이 있었다. 고작 세 마리의 윙슬라임은 마을 일곱 개를 전멸시키고 토벌에 나선 기사들도 목숨이 끊어졌지.”

    “!!”

    “그런 위험한 녀석들까지 능숙하게 다룰 정도의 교육이 너희들의 ‘아가씨’들이 받는 평범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거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과하다.

    에이프릴도 조금은 자신 없이 헤매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왜 그러지?”

    “잠시만.”

     

    검지를 입에 가져다대며 조용히 할 것을 요구하는 에이프릴.

    자연스레 다가와 입을 막는 그녀의 손짓에서 안데르센 대공자는 부드러운 체취를 맡았다.

    괜히 부끄러워져서 얼굴을 붉히는 그에게 에이프릴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가 옵니다.”

    “…!”

     

    숨어야해.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던 두 사람은 수레 말고는 피할 곳이 없음을 깨달았다.

     

    “오크노디, 숨어라!”

     

    경고를 한 안데르센이 다급히 수레자루 사이로 몸을 숨기니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우두커니 선 에이프릴의 모습이 보였다.

     

    “너는 메이드니까 청소를 하러 왔다고 변명하면 되지 않나?”

    “그랬다간 제 전담 청소구역이 몬스터사육장으로 변경될 겁니다.”

    “…정말 끔찍한 벌이군.”

     

    안데르센은 에이프릴의 팔을 붙잡았다.

     

    “!?”

    “잔말 말고 들어와. 일단 살고 봐야지.”

     

    이런 곳에서 청소라니, 수명이 반 이상 줄어들겠지.

    뻣뻣한 꼬리만큼 경계가 강한 메이드라도 몬스터사육장 청소메이드는 너무한 짓이다.

     

    “오. 누가 식재료를 이렇게 잔뜩 채집해놨지?”

     

    사육장에 들어온 누군가는 수레를 발견하고는 몹시 감탄하였다.

     

    “이 정도면 따로 채집할 것도 없겠군. 이대로 싣고 가도 되겠어.”

    “!?”

    “자동운전 술식 스티커 붙였고, 목적지 좌표스티커 붙였고, 안전운전 기능은… 뭐, 없어도 되나? 1학년들이 돌아다닐 길도 아니고.”

     

    덜커덩. 덜컹덜컹.

    말도 없는 수레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자루 사이에서 눈을 마주치던 두 사람은 뭔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누가 와서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당황한 두 사람의 밑으로 앳된 얼굴이 쏙 튀어나왔다.

    어느새 수레에 같이 숨은 오크노디였다.

     

    “다들 너무 놀라지 마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나?”

    “<몬스터의 패턴을 알아보자> 강의 조교가 식재료수레를 강의장으로 끌고 가고 있어요!”

    “1학년 강의에 그런 강의는 없는데…?”

    “당연하죠.”

     

    오크노디는 태연하게 말했다.

     

    “3학년 강의인걸요!”

    “강의는 종교의 날 주간에는 없는 거 아니었나?”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비공식적으로는?”

    “교장님의 허가를 받지 못한 강의를 하려는 못된 교수님이라면 몰래 강의를 하기도 하겠죠!”

     

    안데르센은 각오를 다졌다.

    지금 당장 수레에서 뛰어내리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팬아트란에 댄스소가와 지젤 손오천 팬아트가 올라왔습니다.
    두 팬아트 모두 저작권 양도 및 표지등록을 허락해주신다면 순차적으로 표지로 올려보려고 합니다!

    추가로 AI팬아트에 대해서 짧게 몇 마디!
    저 희귀한테디베어는 <무림계 귀환자의 게임방송>을 연재할 무렵에 1분 차이로 업로드 미스로 3연참을 했다가 수상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규정위반에는 다소 민감한 입장입니다.
    공모전 기간이 아니라도 추후 작가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 AI 팬아트의 업로드나 AI일러 제작에는 조심스러운 심정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