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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6

        

       악몽의 영향은 정신에만 끼치는 것이 아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도 하고, 혈압이 확 오르기도 하고, 끙끙 앓기도 하고, 근육에 힘을 과도하게 준 것 때문에 쥐가 심하게 나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손을 꽉 쥐는 바람에 손톱이 살에 파고들기도 한다.

         

       이는 사람의 육체를 움직이는 것이 정신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

         

       정신에 영향을 준다면, 육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낱 흩어져버릴 꿈조차도 인두로 지지듯 낙인을 찍을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을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꿈을 매개로 하는 저주는 바로 이러한 것.

       잡스러운 것의 침입을 막는 정신의 방벽을 무너뜨리고, 그 안에 악령을 침입시키고, 사람을 홀려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 바로 꿈의 저주의 원리였다.

         

       이 저주에 걸린 사람은 꿈을 매개로 정신에 침투하는 악령에게 육체를 빼앗기게 되고, 잠이 드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숨이 끊어지는 최후를 맞게 되곤 한다.

         

       잠든 상태로 벌떡 일어나서 옥상으로 올라가 뛰어내리기도 하고, 난간을 넘어 추락하기도 한다. 잠에서 깨지 않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 발 디딜 틈도 없는 깊은 물 속으로 육체를 밀어 넣기도 하고, 가스를 누출시키고 라이터를 켜 집이 날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심할 때는 손을 조종해서 자기 목을 자기가 졸라서 죽게 만들기도 했으니….

         

       참 두려운 저주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아이러니한 점이 있었다.

         

       이 저주는…. 이 흑주술은 혼자서 사람을 해칠 힘이 없다는 것.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꿈을 매개로 하는 저주는 그저 악령의 특성을 사용한 것일 뿐이었다.

         

       사람을 홀리는 것은 악령의 힘.

       사람의 육체를 장악하는 것은 악령.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 역시 악령이 하는 일.

         

       꿈의 저주는 오직 악령을 집어넣기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사람을 잠자리에서 죽일 수 있는 저주의 실체가 악령의 힘을 이용해서 사람을 저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그렇기에 꿈의 저주는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신성처럼, 그렇게 저물었다.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면 퍼질수록, 많은 주술사가 알게 될수록 저무는 속도에는 가속이 붙었다.

         

       그리고 마침내 꿈의 저주는, ‘꿈을 매개로 정신의 방어를 무너뜨리고 악령을 침투시키는 저주 방식’은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것이 되어버렸다.

         

       구닥다리.

       효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저주.

       알고 있는 사람도 쓰지 않게 되어버린 주술.

         

       해가 저물 듯 이제는 그 누구도 찾지 않게 된 주술이었다.

         

       하지만 낡고 버려진 것에도 나름의 쓸모가 있는 법.

         

       조물주께서는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을 창조하지 아니하셨음이니.

         

       미욱하고 아둔한 인간일지라도 신께서 창조하신 것의 쓰임을 강구하고 또 강구하다보면 그 쓰임새가 보이기 마련.

         

       캄캄한 어둠에도 빛이 들어와 출구로 인도하듯.

       진리는 그렇게 하늘을 날아와 미욱한 몸을 이끌어주리라.

         

       “이르기를 모든 존재에는 제각기 이유가 있으니, 이 모든 것이 신의 은총이라. 신께서는 쓸모없는 것을 만들지 아니하셨고, 하찮은 것부터 고귀한 것까지 그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며, 그 모든 것에는 각각의 이유와 사명이 존재하니. 이것이 바로 조물주의 은총이요, 조물주가 베푼 은혜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 모든 것이 크나큰 사랑이로다.

         

         

         

         

        * * *

         

         

         

         

       “…!”

         

       윌리엄이 눈을 떴을 때 그는 꿈이 아닌 현실에 있었다.

         

       현실은 꿈과는 달랐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꿈과는 달리 양복이었다.

       술 냄새가 풍겼던 꿈과는 다르게 그의 몸에서는 좋은 냄새가 나고 있었다.

       폐병원으로 들어오려는 사악한 고래도 없었다.

       갑자기 나타나 그를 구원해준 구원자도 없었다.

       그를 위협하던 악령도 없었다.

       꼬챙이에 꽂힌 채 위협하던 악령이 내는 소음 대신 듣기 좋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윌리엄은.

       그는 현실로 무사히 돌아왔다.

         

       꿈의 위협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본 ‘예언’의 장면을 무사히 실현하고.

         

       그렇게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다만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몸이 묶여있고, 그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의 눈앞에 어떤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악령이 아닌, 사람.

         

       그것도 윌리엄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 말이다.

         

       “일어나셨습니까. 윌리엄 도련님?”

         

       토마스 B 스티븐슨(Thomas B Stevenson).

       성공회 윈체스터 교구장이자 성공회 서열 6위의 신부.

         

       그가 꽁꽁 묶여있는 윌리엄의 앞에 있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얼굴에는 한껏 자애와 사랑을 품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일말의 악의도 보이지 않았으며, 그의 눈동자 역시 연민과 사랑이 가득했다.

         

       토마스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일상 그대로의 모습으로 윌리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이 꽁꽁 묶인데다가 재갈까지 물려있는 윌리엄을 말이다.

         

       “….”

         

       윌리엄은 평소같이 행동하는 토마스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벙쪘다.

       하지만 이내 ‘나는 묶여있고 내 눈앞에 저 작자가 가만히 보고만 있다.’라는 생각이 들자 몸을 미친 듯이 흔들기 시작했고, 줄에서 풀려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재갈 사이로 소리를 내면서 당장 장난 그만치고 풀라는 듯 발광했다.

         

       “하하. 도련님.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토마스는 그 모습을 보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멈췄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윌리엄에게 다가왔다.

         

       저벅.

       저벅.

         

       그는 반짝반짝 광이 나는 낡은 구두를 신고 발소리를 내며 그에게 다가왔고, 꽁꽁 묶인 채 파닥거리고 있는 윌리엄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봉사활동을 하느라 거칠게 변해버린 자기 손을 움직였다.

         

       “도련님. 그렇게 날뛰시면 옷이 구겨지게 됩니다.”

         

       하지만 토마스의 손은 그를 묶고 있는 밧줄에 향하지 않았다.

       대신에 윌리엄이 입고 있는 양복의 넥타이를 정돈하고, 구겨진 양복을 탁탁 펴주기만 했을 뿐이다.

         

       그리곤 벙찐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윌리엄에게 방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으읍, 읍!”

         

       당연히 윌리엄은 분노를 표출했다.

       나와 장난하냐는 거냐며 다시 몸을 미친 듯이 흔들었고, 단단히 묶여있는 발을 움직여 신부의 발목을 걷어차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것을 보며 토마스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손바닥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헤집었다.

         

       푸욱.

       철벅.

       철벅.

         

       손가락이 상처에 들어가며 내는 소름 끼치는 소리.

       깊은 상처에 핏물이 차오르며 내는 소름 끼치는 소리.

         

       듣는 것만으로 상처를 손가락으로 후비는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은,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소리였다.

         

       하지만 토마스는 그 끔찍한 고통을 고작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는 것으로 견뎌내었다.

         

       그의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고, 그의 얼굴에는 고통의 흔적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손바닥의 상처는 곧 성흔과 같으니. 그 상처에서 흐르는 피에는 신성함과 영험함이 담기게 되리라.”

         

       그렇게 토마스는 고통을 가벼이 견디며 피를 잔뜩 뽑아내었고, 손바닥에 뚫린 구멍을 아래로 향하게 해 바닥에 피를 줄줄 쏟아내었다.

         

       핏방울은 투둑,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지며 자그마한 웅덩이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 웅덩이가 어느 정도 넓이가 되자 그는 다시 한번 주언(呪言)을 외웠다.

         

       “nonne omnes sunt administratorii spiritus in ministerium missi propter eos qui hereditatem capient salutis.”

         

       그러자 피가 움직였다.

         

       마치 진동이라도 있는 것처럼 덜덜 떨리며 굴곡을 만들어내었고, 여기저기 혹이 솟아나는 것처럼 속속들이 위로 솟았다. 그리고 자그마한 혹은 손가락이 되고, 손가락은 장대가 되었고, 장대는 위로 솟고 다른 것들과 꼬이며 기둥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둥은 점차 얇되 나선으로 꼬여 그 무엇보다 튼튼하게 보였으며, 나무와 같이 우뚝 솟았으되 그 휘어짐이 채찍 못지않아 신의 아들의 손에 들린 밧줄과 같이 보였다.

         

       토마스는 밧줄이 된 피를 움직여 윌리엄의 몸을 휘감게 했다. 그리곤 피의 밧줄을 자기 손처럼 사용해 윌리엄을 번쩍 들어 올려 의자에 앉혔다.

         

       “읍!”

         

       덜컹.

       덜컹!

         

       윌리엄은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반항했다.

       개짓거리하지 말고 이 구속을 빨리 풀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저런. 너무 흥분하셨군요. 잠시 진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토마스는 자애로운 말투로 윌리엄에게 말했다.

       마치 말썽꾸러기 어린애를 달래기라도 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그는 윌리엄이 의자에서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피의 밧줄을 움직여 그를 의자에 단단히 구속했고, 남은 피를 의자 다리에 흘려보내 땅과 딱 붙여놓았다. 윌리엄이 날뛰어도 의자가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윌리엄은 의자에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단단하게 구속되었고,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토마스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잠시 그리 계시지요. 좋은 날인데 옷이 구겨지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하지만 만우절임에도 저는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여러분…!
    게이밍 오목눈이가 댓글창에 브레스를 뿜었습니다…!

    모든 것이 게이밍이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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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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