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6

        침입자들은 1층에서 막힌 상태였다.

        열과 불을 차단하는 재질의 보호복을 입고, 얼굴에는 그…… 방독면이라고 했던가?

        그것과 비슷해 보이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흠…… 이전에 들어왔던 북한이라는 나라의 인간들과는 조금 다르군.”

       

        그때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온 인간들은, 자신의 내구도로 내 게이트의 환경을 버티는 느낌이 컸다.

        반면에 지금 들어온 이들은, 내 게이트의 환경에 딱 맞는 방어구로 자신의 신체와 체력을 보존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내 게이트의 환경에 딱 맞는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마 내 방송을 통해 정보를 모은 것이겠지.’

       

        하지만 그들은 내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정보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게이트의 1층에서 막혀 버린 상태였다.

        그것도 내 권속들은 나서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설마 내가, 방송에 내보냈던 구조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니…….”

       

        전에도 말했지만, 내 게이트는 주인인 내 의지에 따라 그 형태를 바꿀 수 있다.

        그럴 리는 없지만,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게이트 내부의 형태, 컨셉, 기후, 생태계까지… 뭐든 바꿀 수 있다.

        다만 그만큼 힘을 많이 소모해야 해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 ‘게이트’라는 차원의 온전한 주인이 나이기 때문이다.

       

        이 차원에서 ‘관측’이 가능한 이는 오로지 나 하나뿐.

        심지어 나는 초월자다.

        그렇기에 내 마음대로 게이트 내부를 뜯어고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어쩌겠느냐 벨제투스.”

       

        “후우~!”

       

        나의 말에 한숨을 내쉰 벨제투스가 자기 머리를 벅벅 긁기 시작했다.

        귀찮다는 티가 역력하다.

       

        결국, 내 재촉에, 벨제투스는 인간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벨제투스의 뒤를 따라갔다.

       

        “?!”

       

        “damn it!(제기랄!)”

       

        우리를 발견한 인간들이 다급히 진형을 꾸리기 시작했다.

        지친 기색이 보이긴 하지만, 인간치고는 훌륭한 움직임이었다.

        일반적인 인간보다 더 강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기 때문일까?

       

        내가 그런 생각하는 사이.

        완전히 전투 진형을 꾸린 인간들 사이에서 한 인간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들어 보니 한국어가 아닌, 영어라는 언어였다.

        해석해 보자면…….

       

        “인류는 여기서 지지 않는다!”

       

        “동포들이여! 형제들이여! 일어나라!”

       

        “인류의 결의를 보여주자!”

       

        ……라는 내용이었다.

        약간씩 다른 말들도 있었지만, 대략 저런 의미로 통합할 수 있었다.

       

        “음…….”

       

        인간들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도저히 저들이 무슨 의미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인류가 지지 않았다고? 인류의 결의를 보여주자고?

       

        ‘인류가 지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인류가 진 적이 있던가?

        내가 알기로, 인류는 진 적이 없었다.

        인간보다 강력한 몬스터, 그리고 다른 차원의 침공 속에서도 굳건히 생존했고, 지금도 생존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볼 때, 인류는 진 적이 없다.

        드래곤인 나와 인간들의 시선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드래곤인 내 시선에서 인류는 승리자였다.

        생존했으면 승리자인 것이다.

       

        ‘너무 드래곤적인 사고방식이려나?’

       

        내가 그런 생각하는 사이.

        인간들의 말 따위엔 관심도 없는 벨제투스가 인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귀찮은 것들이…….”

       

        화르륵!

       

        그의 의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그 의지에 호응한 주변의 ‘열기(熱氣)’가 그의 몸을 휘돌기 시작한다.

        자연히 벨제투스가 뺏어간 열기만큼, 주변의 온도는 낮아지기 시작한다.

       

        스스스스-!!

       

        “큭?!”

       

        “안개가?!”

       

        “자리를 지켜!”

       

        온도 차에 의해 허공에 대량의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피어난 수증기 역시 벨제투스의 지배력에 지배되기 시작한다.

       

        ‘이중 지배력. 여전하구나.’

       

        벨제투스는 나와 같이 ‘두 가지 속성에 대한 지배력’을 가진 드래곤이다.

        다만, 내가 가진 ‘금속 지배력’은 남편의 초월을 일부나마 건네받았기에 사용할 수 있는 지배력이다.

        반면에 벨제투스가 가진 ‘열 지배력’과 ‘액체 지배력’은 전부 벨제투스 혼자의 힘으로 얻어낸 지배력이다.

       

        심해는 바다의 밑바닥이다.

        대지와 대해가 맞닿는 곳.

        벨제투스는 그 심해 속에 존재하는 해저 화산에서 초월에 올랐다. (……라고 본인에게 들었다.)

       

        그렇기에 그의 초월은 ‘바다’나 ‘대지’, ‘화산’이 아니라 ‘심해(深海)’인 것이다.

        깊은 바다. 숨어 있는 신비. 불과 물의 공존.

        그렇기에 ‘심해룡’이다.

       

        “커헉?!”

       

        “커흑!”

       

        “켁!”

       

        인간들이 목을 움켜잡으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쓰러진 이들의 표면엔, 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들이 갑자기 쓰러진 이유는 간단하다.

        벨제투스의 ‘열 지배력’이 그들의 산소통을 지배해, 그 안에 들어 있는 액화 산소를 얼려 버린 것이다.

        당연히 숨을 쉴 수 없게 되었을 테니, 저들이 쓰러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 같잖은 것들이 귀찮게 하는구나.”

       

        스르륵!

       

        쩌저적!

       

        그의 지배력에 의해 모여든 수증기가 물이 되고, 이어서 얼음의 칼날로 변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얼음의 칼날이 점점 자라나며, 쓰러진 인간들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서걱!

       

        샥!

       

        치이익!

       

        칼날에 닿은 인간들의 방어구가 절삭되고, 겉으로 드러난 인간들의 피부가 빠르게 건조되기 시작한다.

        이미 숨을 쉬지 못해 질식하는 이들이지만, 벨제투스는 빠르게 인간들을 죽이겠다는 듯, 그 손속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

       

        “……네?”

       

        그렇기에 내가 멈추게 했다.

        산소가 액화될 정도로 내려간 기온 아래에서, 나는 벨제투스에게 말했다.

       

        “그 인간들은 쓸 데가 있으니, 거기까지만 하거라.”

       

        “아니…… 저보고 처리하라면서요?”

       

        “그래. 그래서 처리하게 했지 않느냐?”

       

        내 말에, 벨제투스가 황당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본다.

        벨제투스가 나에게 물었다.

       

        “제가 처리했으니, 그 결정권도 저에게 있지 않습니까?”

       

        “여기가 누구 영역인지 잊었느냐?”

       

        “…….”

       

        내 말에 벨제투스가 얼굴을 와락 구겼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영향을 끼치던 벨제투스의 지배력은 사라졌다.

        역시 착한 아이다.

       

        슈르륵!

       

        나의 금속 지배력이 발동되며, 황금이 인간들을 휘감기 시작했다.

        저들은 잘 보관했다가, 협회의 인간들이 오면 주어야겠다.

       

        지이잉!

       

        펄럭!

       

        = 어머니!

       

        “음?”

       

        “응?”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새하얀 거체가 내 게이트에 들어섰다.

       

        “블레이즈로구나.”

       

        “아이고! 잘 지내셨습니까 어머님!”

       

        “이현도 왔구나.”

       

        블레이즈의 등 뒤에 타고 있던 이현이 반갑게 인사하기에, 나 역시 손을 흔들어 답해주었다.

        블레이즈가 재미있는 인간 친구를 사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허공을 펄럭거리며 한 바퀴 빙 돈 블레이즈가 지면에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내 황금에 포박된 인간들을 바라보곤, 작게 혀를 찼다.

       

        = 하.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그러게나 말이야.”

       

        블레이즈와 이현이 얼굴을 구긴 채 포박된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같은 초월자인 블레이즈는 모르겠지만, 이현에게선 ‘짜증’과 ‘분노’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이 ‘각성자 동맹’이라는 인간 무리 때문에 한국 헌터 협회도 비상이라고 했던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이현이 나에게 고개를 돌린 채 고개를 숙였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딱히 번거롭지 않았단다. 걱정 말거라.”

       

        어차피 내가 해결한 것도 아니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고개를 계속 숙였다.

       

        “저희 일이었는데, 대신 처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일은 꼭 보답해 드릴 테니까…….”

       

        “아. 이들을 제압한 것은 내가 아니란다.”

       

        “네?”

       

        의아한 기색을 보이는 이현을 위해.

        나는 내 뒤에 서 있던 벨제투스를 가리켰다.

       

        “이들을 제압한 것은 벨제투스란다.”

       

        “아…….”

       

        “…….”

       

        = …….

       

        나와 이현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블레이즈와 벨제투스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설마…… 여기서 또 싸우지는 않겠지?

       

        내가 조금 걱정스럽게 아들들을 바라볼 때.

        이현은 벨제투스에게 다가갔다.

       

        “……응?”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꼭…….”

       

        “아이 씨! 꺼져! 훠이! 훠이~!”

       

        “…….”

       

        벨제투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려던 이현의 상처받은 모습으로 물러섰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블레이즈에게 돌아간 이현이,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 저놈은 원래 저렇다. 상심하지 마라 파트너.

       

        “힝…….”

       

        가장 처음 만난 드래곤이 블레이즈고, 그다음 만나게 된 드래곤이 바로 나.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만난 드래곤이 바로 슈르네인 이현이다.

        슈르네는 살짝 모호하긴 하지만 이현이 지금껏 만나왔던 드래곤들은 대체로 인간에게 우호적인 드래곤들이었다.

        그렇기에 벨제투스에게도 살갑게 말을 건넬 수 있었던 것이겠지.

       

        ‘벨제투스가 인간들 사이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다고 들었는데…… 꼭 악명만 떨치는 것은 아닌 모양이로구나.’

       

        이현은 나름 S랭크라는, 인간들 중에서도 손으로 꼽히는 강함을 가진 헌터가 아니었던가?

        인류에게 해가 되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인간이 벨제투스에게 살갑게 대하다니?

        어쩌면 벨제투스는 내 생각보다 인간들 사이에서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블레이즈.”

       

        = 네, 어머니.

       

        “네가 인간들의 일에 끼어들다니. 특이하구나.”

       

        전에 듣기로.

        블레이즈는 이현과 계약을 맺을 당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분쟁’에는 끼어들지 않는 조건을 걸었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이현과 블레이즈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에만 나설 뿐,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분쟁…… 그러니까 ‘전쟁’과 같은 일들엔 나서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은, ‘각성자 동맹’이라는 인간 무리와 나머지 인간 무리의 다툼.

        중간에 나와 벨제투스가 끼어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다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네가 오다니. 나와 벨제투스가 끼어 있기에, 계약과 상관이 없었느냐?”

       

        = 아, 그것 말입니까?”

       

        블레이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는 포박된 인간들을 앞발로 가리키며 물었다.

       

        = 어머니. 이들이 누구인지는 아시죠?

       

        “각성자 동맹이라는…… 각성자 우월주의자? 그런 이들로 알고 있다.”

       

        = 네. 그렇다면 이들이 평소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아십니까?”

       

        “음?”

       

        그건 모르는데?

        블레이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본체의 천룡안을 떠, 포박된 인간들을 바라본다.

       

        스스스스-!!

       

        아바타의 약화된 천룡안과는 달리, 본체의 천룡안은 진정한 천룡안.

        신비가 깃든 눈과, 초월자의 힘이 공간을 뛰어넘어 필멸자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의 ‘시선’이 필멸자가 걸어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관측하기 시작했다.

       

        “흠?”

       

        그렇게 확인한, ‘각성자 동맹’이라는 무리 소속 인간의 과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른 이들의 과거도 확인했다.

       

        그렇게 잠시 인간들의 과거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그렇군.”

       

        마침내 나는 어째서 블레이즈가 이번 일에 끼어든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들은 인간이 아니었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월요일에 계속…..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