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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6

       *** ***

         

       “흠.”

         

       월복당에서 운남에 마련한 어느 안가.

         

       호천안 없는 호천안 일행은 그 안가에 머무르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도연은 비천마차를 점검하고 당소열은 암기를 뽑아냈으며 여일예는 검을 수련했다.

         

       흑묘도 구음기를 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며 동시에 운남과 정철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슬슬 각자 칼을 뽑아들 준비를 하는 운남의 대형 문파들.

         

       정철이 사도련에서 한숨을 푹푹 쉬며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흑묘는 쓴웃음을 지었다.

         

       “운이 좋았네.”

         

       반대로 말하면 정철에게는 지독하리만큼 운이 없었다. 하필 당가를 습격할 때 딱 호천안과 마주쳤고 독의 당처인이 당가에 자리를 잡았다.

         

       포달랍궁의 움직임이 있을 때는 어떠했는가.

         

       호천안이 노리고 작전을 짠 것도 아니었는데 하필 악경철이 나섰을 때 정철이 사도련 회의를 소집했다.

         

       정철은 아마 그 회의에서 사천 침공을 개시하기 위한 수를 쓰려 했을 테지만.

         

       속령파가 그보다 먼저 뒤통수를 때려 버렸다.

         

       다시 상황을 곱씹어 봐도 참으로 운이 없는 자였다.

         

       아니면 호천안에게 행운이 따른 것일까.

         

       아무튼 정철의 입장에서는 한숨을 푹푹 쉴 만한 상황인 것이다. 손쉽게 풀릴 계획이 자꾸 빙빙 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꼬였는데도 아직도 길이 남아 있다는게 참 놀랍네요.”

         

       정철이 도모한 일은 두 번이나 꼬였지만 그렇다고 그가 위기에 처했느냐고 따지면 또 아니었다.

         

       흑묘는 오늘 받은 새 정보들을 떠올렸다.

         

       정철과 물밑으로 접촉을 시도하는 세력들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그 사파 세력들은 운남의 세력이 아닌 다른 지역의 사파 세력이었다.

         

       그 소식을 접한 흑묘는 정철의 포석이 고작해야 한 두 수를 내다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사도련이란 정말로 많은 것을 고려한 포석이었다.

         

       “지금의 사도련이야 사상누각이라 할 수 있지만…”

         

       사도련은 지금도 착실하게 붕괴의 흐름을 타고 있다. 사도련의 문파들이 속령파를 잡아먹기 위해 손을 뻗고 있었으니까.

         

       귀곡혈조 악경철과 속령파라는 선봉장을 얻더라도 사도련의 조직력 붕괴는 피해갈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약점을 드러낸 구성원을 잡아먹은 이들끼리 무슨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까.

         

       그러나 정철에게는 상관없는 문제였다.

         

       속령파와 악경철이 선봉장이 되어 사천정파와의 싸움을 시작해 주기만 한다면 운남 사파의 결속력이 붕괴된다 한들 정철은 계속해서 자신의 목적을 도모할 수 있었다.

         

       사천과 사도련의 싸움의 막이 열리기만 한다면 다른 지역의 사파를 사도련에 들여 힘을 보강하면 그만이니까.

         

       사천을 노리는 사파가 비단 운남에만 있을까. 서안에도, 섬서에도, 호북에도, 호남과 광주에도 사파세력은 존재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사천을 도모하고 싶은 다른 지방의 세력들이 사도련에 가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운남사파가 똘똘 뭉쳐 사도련을 그들만의 조직으로 만들어냈다면 다른 지역의 사파들도 쉬이 끼어들지 못했겠지만 이미 구성원들간의 신뢰가 박살난 사도련의 문파들이 힘을 합쳐 다른 지역의 문파를 견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운남 세력이 똘똘 뭉치지 못하는 상황이니 정철은 그저 자신의 뜻대로 쓸만한 다른 지역 문파들을 사도련에 가입시키면 그만.

         

       ‘사도련이라는 이름을 지을 때부터 지금의 상황까지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아.’

         

       흑묘는 운남사파연합같은 직관적이고 강렬한 이름 대신 사도련같은 두루뭉술한 이름을 택한 점이나 첫 격문을 돌릴 때부터 정확히 조직명을 명시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판단했다.

         

       상황이 좋다면 운남사파연합 같은 이름을 지어 운남사파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려는 심산이었겠지. 결국 사도련이라는 이름을 쓴 이유도 일이 꼬인 점을 고려해 추후 다른 지역의 사파들이 합류하는 상황까지 내다본 것이고.

         

       ‘선배는 이런 정철의 의도까지 간파했을까나…?’

         

       흑묘는 혼자라도 잠입하겠다고 말했던 호천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정보를 접하자마자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을 감안해 보면 이미 지금의 상황을 다 예측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알 수가 없는 사람이야.”

         

       흑묘는 어제 호천안이 운남제일화 독고이설의 본거지인 상화루로 잡혀갔다는 소식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정보도 주지 않았는데 대체 무슨 수로 암룡문의 신입 예정자들을 알아보고 시비를 튼 것인지.

         

       호천안의 행동은 우연이었고 행운의 결과였지만 그걸 모르는 흑묘는 그저 호천안의 수완에 혀를 내둘렀다.

         

       “선배니까 잘 하기야 하겠다만…그래도 역시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훨씬 일이 수월할 텐데.”

         

       흑묘는 고개를 돌려 동경을 바라보았다. 매끈한 황색 면에 비치는 경국지색의 외모와 신비스러운 흰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하아.”

         

       눈에 띄어도 너무 눈에 띈다. 흑묘는 답답하다는 눈으로 동경에 비친 자신을 노려보았다. 머리카락이 검게 물들었을지라도 잠입은 꿈도 꾸지 못할 외모였다.

         

       “도와주기로 결심했었는데…”

         

       흑묘는 낙양의 도박장에서 했던 결심을 떠올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호천안은 그저 발밑을 보지 않고 나아갈 것이라 깨달았던 이래 호천안을 돕기로 결심했고 또한 안전망이 되어 주기로 결심하지 않았던가.

         

       또 호천안은 스스로 자신을 백척간두로 몰아 넣었다.

         

       그럴 때 뒤에서 받쳐주기로 결심했었는데…돕기는 커녕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만 해야 하는 처지였으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었다.

       

       그렇게 동경을 노려보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을 때였다. 

         

       “단주.”

         

       월복당원이 나타나 흑묘에게 쪽지를 전달했다. 지급 전서구에 사용되는 쪽지임을 알아본 흑묘는 동경과의 눈싸움을 멈추고 쪽지를 펼쳤다.

         

       낙양에서 온 전서구 쪽치의 겉면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비문이 적혀 있었다.

         

       [금색 달의 전언]

         

       “…혁기린 대협이?”

         

       금색 달. 황실의 유야 공주를 지칭하는 월복당의 암어였다.

         

       호천안과 도귀의 도박 승부를 보고 난 이후 흑묘는 혁기린과 동맹을 체결했다. 연심에 대한 부분은 접어 두고 호천안을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는 협력하자 제안했고 혁기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 선배는 그런 마음도 모르고…’

         

       그런 결심을 하기도 전에 이미 여일예랑 쪽쪽했다 이거지? 흑묘는 잠시 울컥했지만 한숨을 내쉬었다. 여일예와도 호천안이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까지 휴전하기로 잠정적 합의를 보지 않았던가.

         

       흑묘는 쪽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눈을 크게 떴다.

         

       [무림출두]

         

       후예십시의 일원이자 남장여자이며 동시에 황실의 공주인 동시에 점창파 대사형 옥룡신협 혁기린.

         

       다른 이름으로는 유야 공주.

         

       그녀가 무림복귀를 선언했다.

         

       *** ***

         

       독고영천의 처소에는 네 사람이 부복하고 있었다.

         

       “흠.”

         

       암룡문의 지존인 흑패 독고영천은 부복한 자식들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 장남인 이두, 장녀인 요란, 차녀인 이설, 그리고 차남이자 막내인 대막까지.

         

       “이번에 귀곡혈조 악경철의 추태에 대해서는 들어들 보았을 것이다.”

         

       “예, 아버님! 이 운남에 그 소식을 모르는 무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장남 독고이두의 대답에 독고영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운남사파의 격을 떨어뜨린 짓거리를 했다는 자각은 있는지 악경철은 현재 문파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고 있다. 속령파 역시 머리를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판국이지.”

         

       “후후, 오랑캐에게 패배했으니 고개를 들지 못하겠지요.”

         

       “악경철은 결국 이 운남을 대표하는 고수 중 한명. 그의 망신은 곧 운남 사파의 망신이라 할 수 있다. 악경철의 격이 추락했으니 그와 같이 엮여 있는 나와 사복설의 체면 역시 떨어졌지.”

         

       “누가 감히 아버님의 실력을 의심하겠습니까? 만약 그런 자가 있다면 이 대막이 주리를 틀겠사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독고영천이 고개를 졌자 독고대막은 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이두와 요란은 내심 고소를 머금었다. 괜히 칭찬 한번 받아보겠다고 과장된 언행을 일삼던 막내가 쩔쩔매는 꼴이 퍽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막내의 생각이 짧았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결국 악경철이 명예를 회복해야 이 독고영천의 체면도 살아난다 할 수 있겠지. 악경철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독고영천의 말에 네 사람은 집중했다.

         

       “바로 속령파를 이끌고 사천으로 향해 정파라는 위선자들을 꺾어내며 다시 자신의 무위를 만천하에 떨치는 것이다.”

         

       “과연…!”

         

       “혜안이십니다!”

         

       “속령파와 악경철이 스스로 그 생각을 해내길 기다렸건만, 저 어리석은 것들은 도무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누군가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지.”

         

       독고영천의 자식들은 독고영천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다.

         

       이게 바로 암룡문이 속령파를 공략할 명분이었다.

         

       “그러나 악경철과 속령파가 같은 운남의 문파에게 떠밀려 억지로 선봉장이 되었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과연 선봉에 선다 한들 그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겠느냐?”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요!”

         

       “내밀히 처리해야 할 일임을 이해했습니다!”

         

       또한 암룡문이라는 이름을 숨기고 일을 진행할 명분이기도 했다.

         

       “같은 사도련 동료를 공격하는 것은 가슴이 아프나 이것이 진정 악경철과 속령파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니 썩은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일을 추진할 생각이다.”

         

       독고영천의 자식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 곧 네 사람이 이곳에 모인 이유가 나올 것임을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악경철과 속령파를 ‘재촉’하는 일에는 결코 우리 암룡문의 흔적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이번 일에 투입할 자들을 따로 뽑아 너희에게 배속했다.”

         

       “그 말씀은…”

         

       독고영천은 돌연 입을 다물었다. 이두와 요란, 그리고 대막이 갑작스러운 독고영천의 침묵해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하아.”

         

       독고이설이 한숨을 내 쉬었다. 나머지 세 사람이 갑작스러운 이설의 한숨에 이설을 바라보았다.

         

       독고이설은 못마땅한 눈빛을 숨기지 않고 독고영천을 바라보았다.

         

       “이설! 아버지께 무슨 불경한 눈초리냐!”

         

       이두가 호통을 쳤지만 이설은 그런 이두를 흘낏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악경철 때문에 아버님의 명성과 체면에 타격을 입었으니 어찌 자식 된 도리로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분기를 참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사람’을 모아 속령파를 ‘계도’해야 할 일이지요.”

         

       “아…!”

         

       “그런!”

         

       독고영천이 말없이 웃었다. 독고영천의 웃음에 이설을 제외한 세 사람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니까 결국 신입 문도, 아니 신입 문도 예비자 스무 명만으로 속령파를 건드려야 한다는 소리였다. 암룡문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속령파에게 꼬리를 잡혔을 때는 그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암시까지.

         

       “만약 그런 자식이 있다면.”

         

       독고영천은 어두워진 자식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비로서 기특하게 여겨 줘야겠지.”

       

       독고영천의 의미심장한 말에 독고영천의 자식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건…후계자로 삼는다는 선언일까?

         

       “오래간만에 자식들을 다 모아 가벼운 덕담이나 나누려 지금 이 자리를 만들었건만, 공사가 다망해 이만 자리를 비워야겠구나.”

         

       독고영천은 이 자리에 모인 명분까지 만든 뒤에 퇴장했고 독고영천이 사라질 때까지 포권을 하고 있던 독고영철의 자식들은 그제야 한숨을 토해냈다.

         

       “후우…갑자기 배속된 문도들로 인해 무슨 일이 있을 줄은 알긴 했지만.”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은 늘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하하, 겁이 나신다면야 빠지셔도 괜찮습니다. 이 우제가 모두 처리하지요.”

         

       막내 독고대막의 도발에 이두와 요란이 대막을 노려보았다.

         

       “경솔한 말을 일삼는 것을 보니 아직 너에게는 이른 일인 듯 싶구나.”

         

       “행여나 일을 그르치고 암룡문의 이름을 입에 담지나 말거라.”

         

       세 사람은 서로를 견제하며 눈을 부라렸다. 독고영천은 소문주를 지정하지도 않았고 후계 구도에 대해서도 일절 입에 담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흑패 독고영천의 입에서 후계자에 대한 암시를 주는 듯한 발언이 나왔으니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님께서도 이번 기회에 공석인 소문주 자리를 채우실 요량인가 봅니다.”

         

       “이제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할 때가 되었지.”

         

       세 사람이 서로 살벌한 눈빛을 주고 받을 때였다.

         

       “할 말들 나누시지요. 용건도 끝났으니 저는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독고이설은 흥미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돌아갈 것을 통보했다. 세 사람은 독고이설을 바라보고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흥, 우연히 아버님의 의중을 한 번 읽었다고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지.”

         

       “그럼 이만.”

         

       요란이 이설을 도발했지만 이설은 신경쓰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에 발걸음을 옮겼다.

         

       요란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깟 외모가 조금 뛰어나서 아버지가 조금 총애한다고 콧대를 세우기는…!’

         

       “그러고보니 재미있는 소문을 들었는데, 네가 관리하는 문도들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지?”

         

       또 시작인가. 이설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요란은 늘 이설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고 뭐만 하면 시비를 걸기 일쑤였다. 또 시작된 시비에 이설은 가볍게 대꾸하며 걸음을 옮겼다.

         

       “인사(人事)라는 것이 다 그렇지요.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래? 한 자리가 비어서 외부인을 한 명 급하게 끼워 넣었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납치하다시피 해서 말이야.”

         

       이설은 요란의 말에 요란이 상화루를 감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또한 열 아홉 명의 신입들 중에서 적어도 요란의 입김이 닿은 자는 없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신입들 중에서 요란의 첩자가 있었다면 어제의 그 일을 언급하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까.

         

       ‘감시자를 심었다면 그냥 조용히 있기라도 할 것이지…고작해야 한 순간의 분풀이를 하고자 자신의 패를 공개해 버리다니.’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충분히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과연 그럴까.”

         

       요란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그 자는 딱히 누군가 안배해 준 자가 아니지 않느냐? 가령….누군가 빼앗아 갈지도 모를 일이지.”

         

       출구를 향해 걷던 이설의 걸음이 멈추었다. 요란은 시종일관 자신을 무시하던 이설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는 사실에 고소를 머금었다.

         

       요란은 이설의 반응을 보며 생각했다.

         

       어차피 이름도 모를 외부인 따위 빼앗을 생각도 없었고 탐나지도 않았지만 이설의 신경을 긁을 수만 있다면 데리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못 박아 두겠습니다.”

         

       이설은 요란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용지맹.’

         

       수하로 들어오고 싶다고 말한 용지맹. 이설은 당연히 용지맹의 요청을 수락했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밤새도록 이불을 찼다!

         

       처음부터 자신의 수하로 들어올 마음이 있었던 자에게 설득을 퍼붓고, 강짜를 부리고, 용지맹의 요구를 받아주지 말라며 칼을 뽑은 수하들을 상대로 호통까지 치고 각오를 다졌던 기억들이 밤새 머릿속에서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용지맹을 만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뭐든지 지불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강렬한 수치심!

         

       그야말로 흑역사!

         

       이설은 밤새 이불을 차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절대로! 죽어도! 무조건! 내 수하로 삼고 말겠다!’

         

       이 강렬한 수치는 용지맹의 지극한 충심으로 씻어내리라!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이 자리에 왔건만!

         

       감히 용지맹을 건드리겠다고 허세를 부려?

         

       “내 수하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그 머리털을 모조리 뽑아내 평생 방 안에 틀어 박히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살기와 분노와 수치심이 섞인 이설의 강렬한 기세에 요란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다.

         

       죄 없는 두 사람까지 노려 본 독고이설은 독고영천의 처소를 박차고 나가며 생각했다.

         

       ‘두고봐라! 용지맹! 내 너를 반드시 발아래 두고 말겠다!’

         

       그리고 그 무렵 용지맹이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호천안은.

         

       “뭘 봐? 눈 깔아.”

         

       이설의 수하들에게 시비를 거는 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천안 : 운이 없어서 꼬우세요? 그럼 행운특성작을 하셨어야지.
    정철: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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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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