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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7

    루크가 교실 문을 열자, 이미 시험을 대비해 모든 책상이 한 자리씩 띄워서 분리되어 있었다.

    책상서랍도 모두 깔끔히 비워져 있다.

    처음에는 루크도 서랍에 있던 것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나 당황을 했었지만 벌써 시험은 두번째이니만큼, 이제는 당황하지 않는다.

    아마 각자의 사물함에 전부 잘 넣어두었으리라.

     

    때문에 이런 날에는 어느 자리에 앉든지 별로 상관이 없지만, 루크는 굳이 자신의 책상에 다가가 앉았다.

    책상과 의자의 미묘한 높낮이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루크에겐 자신의 자리가 아무래도 가장 익숙하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험이 시작되면 출석번호 순서로 정렬되기는 하겠지만. 

     

    하지만 루크가 자리를 찾아 앉고 나니 시루드는 일부러인지 루크를 한참 피해서 저 끝자리에 앉았다.

    대체 굳이 왜 저렇게까지 거리를 두는 것일까?

     

    ‘아까 내가 한 말이 문제였으려나?’

     

    루크는 곧 시루드가 자신이 한 말을 듣고 경기를 일으킬 듯이 화를 냈던 것을 떠올렸다.

    혹시 그것 때문에 화가 난 걸까?

     

    ‘대체 왜지…….’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솔직히, 그런 이야기도 어딜 가나 듣지 않았던가? 처음엔 그저 어린아이니까 당연히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이겠거니 했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그야, 이 몸은 여신의 그릇이니까.

    때문에 자신의 몸이 만인에게 귀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외모가 남들이 보기에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창조자는 피조물에게 호감을 사기 쉽다.

    마치, 아이가 어머니에게 사랑을 품기 쉽듯이.

    자신이 귀엽다는 것을 단순한 ‘사실’로서 받아들이니 이제는 귀엽다는 말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

    외모 역시 객관적으로도 꽤나 귀여운 여자아이의 모습이기도 하다.

    케이트로 만든 자신의 허수아비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지만.

    거울로 보아도 솔직히 얼마나 귀여운가 그리 와닿지 않았는데, 아마 그건 자신의 모습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보니 이토록 어린 나이에도 본의아니게 다른 남자아이에게 사랑을 받게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는 그것을 의식하여 남들에게 쉽게 웃음을 비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게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시루드는 왜인지 그게 좀 불편했던 모양이지만.

     

    “뭐어……. 곧 괜찮아 지겠지.”

     

    루크는 이내 어깨를 으쓱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일찍 오기는 했지만, 원래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험날에 평소보다 일찍 나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빈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걸 보며 루크는 책상 위에 가방에 담긴 물건들을 모두 꺼내놓았다.

     

    책과 공책, 필기구, 휴대폰 등.

    잡다한 것들이 모두 루크의 책상 위에 올라갔다.

     

    사실 그건 공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배려였다.

    가방에 든 것이 적어야, 리브가 안에 있기 편할 테니까.

    루크는 가방을 향해 아주 작게,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넓어서 괜찮지? 리브.”

    -끄덕.

    “다행이구나.”

     

    리브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은 뒤, 루크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누군가 자신이 가방 속의 리브와 대화를 하는 장면을 본 아이가 있을까 해서.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시선은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시험 당일의 분위기였다.

     

     

    언제나 그랬지만, 시험에는 그 특유의 공기가 있다.

     

    어수선한 조용함.

     

     

    한쪽에선 공부를 하는 아이, 또 한쪽에서는 시험공부는 얼마나 했느냐, 이번 시험도 어려우면 어떻게 하냐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리 티그 아카데미가 명문 아카데미라고 하지만 모든 아이들의 부모가 느슨한 것은 아니었고, 또 모든 아이들의 가정형편이 좋은 것이 아니다.

    때문에 여러 형태의 아이들이 뭉쳐서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어느 아카데미를 가던 비슷할 풍경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아이라고 모두 모범생인 것은 아니었다.

    단지, 최후의 최후까지 공부를 미루다가 마지막 순간의 불안감에 어쩔 수 없이, 시험 특유의 분위기를 보고나서야 쫓기듯이 책을 펴는 아이도 분명 존재했다.

     

    그동안 공부를 하지 않고 놀던 아이의 속죄와 같은 시험 전 벼락치기와. 그동안 배운 것들을 꾸준히 복습하여 확실히 기억하고자 하는 아이의 공부는 행동은 비슷할 지 몰라도 그 분위기는 크게 달랐으니까.

     

    사실은, 적당히 공부를 한 아이들은 저렇게 친구들과 여유롭게 수다를 떠는 중인 경우가 많다.

    메리 역시, 그런 아이들의 틈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메리, 이번에 공부는 얼마나 했어?”

    “글쎄? 어차피 우리 부모님은 내 시험 점수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으시니까. 적당히 했어!”

    “음, 그거 안 했다는 말이지?”

    “맞아!”

     

    ……물론, 수다를 떠는 아이라고 해서 무조건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 또한 아니다.

     

    아무튼, 무어라 딱 잘라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성향이 아니겠는가.

     

    ——–

     

    첫번째 시험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자, 시험 시간 끝났습니다. 그럼 이제 뒤에 사람이 시험지 걷어오세요.”

     

    담임교사인 엠마의 말에 진작 답을 작성하고 자고 있던 아이가 일어나고 아직 답을 다 적지 못한 아이는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손을 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루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크는 편입으로 들어온 인원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가장 뒤 번호였고, 따라서 출석번호 순으로 정렬된 지금은 가장 뒷 자리에 위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루크는 뒤에서 하나씩 시험지를 걷다가, 문득 저 앞에 아직 답을 다 쓰지 못한 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는 조금 걸음을 늦춰주었다.

    아이는 토끼를 닮은 그 길다란 귀를 잡아당기며 앓는 소리를 냈다.

    문제에 꽤나 골머리를 썩히는 중인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부족했는지 루크가 도착할 때 까지 시험지엔 빈칸이 있었다.

     

    이제보니, 아까 전에 쫓기는 듯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 아이다.

    역시나 벼락치기였나.

     

    확인해 보니까 생각보다 그 빈칸이 꽤 많았다.

    한 두개 정도면 그냥 기다려주겠지만, 이래서야 자신도 눈치가 보인다.

     

    “이제 그만 주거라. 시험은 끝났다.”

    “자, 잠깐만. 이것만! 이것만 풀고!”

    “그건 정당하지 않다.”

    “진짜 조금만…….”

     

    루크는 잠깐 앞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는 엠마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엠마는 그냥 쓰게 두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따라서, 루크는 하는 수 없이 조금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러자 아이는 다급하게 발을 동동 구르다 문득 깨달았다는 듯 빠르게 답을 적었다.

     

    아이의 연필이 시험지 위에서 빠르게 춤춘다.

    타다닥, 탁!

     

    “휴우.”

     

    그렇게 답을 적어낸 아이는 그제서야 조금 만족했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땀을 닦았다.

    루크는 그 아이의 열정에 속으로 찬사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습만 보면 마치 대단한 학자가 따로 없다.

     

    ‘그런데 오답이군.’

     

    “뭐, 수고했네.”

    “기다려줘서 고마워!”

     

    그래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열정에 만큼은 확실히 찬사를 보낼 만했다.

     

    이왕이면 진작에 공부를 좀 했다면 참 좋았겠지만.

     

    뭐, 모든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행동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가 없겠는가?

    가끔은 이런 아이도 있는 법이지.

     

    그렇게 루크가 마지막으로 시험지를 엠마에게 모아서 가져다주고 나니, 엠마는 루크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한 뒤에 시험지를 정돈하고는 교실에서 나갔다.

     

    이제부터는 쉬는 시간이다.

    —–

     

    ‘리브를 데리고 잠시 나가서 바깥 공기를 쐬게 해 줄까.’

     

    루크는 자리를 정돈하고 일어나려던 찰나, 메리가 자신을 불러세웠다.

    “루크! 잠깐만!”

    “응?”

    루크가 멈춰서자, 메리가 말을 이었다.

    “에이미가 할 말이 있대!”

    에이미.

    그건 아까 시험 문제를 잘 풀지 못했던 아이의 이름이었다.

    에이미는 조금 쭈뼛거리며 다가와서는 말했다.

    “아까 기다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한 문제라도 더 풀 수 있었어!”

    “뭘, 별것도 아닌 일이었다.”

    솔직히 감사를 받을 만한 일도 아니다.

    애초에 담당교사인 엠마가 허락한 일이고…….

    심지어 그리 적은 답조차 오답이었으니까.

     

    “아니, 나한텐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이번 시험도 망치면 엄마가 날 엄청 혼낼 거라고 했거든……!”

    “그거 정말 안됐구나.”

     

    루크는 진심을 담아 유감을 표했다.

    아까 답지를 살짝 보아하니, 빈말로라도 높은 점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탓이다.

     

    아무래도 이 아이는 어머니에게 혼나지 않을까 싶다.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아이는 꽤 발랄하게 웃으며 말했다.

     

    “루크 이루시, 맞지? 내 이름은…….”

    “에이미 스텔라.”

    “어? 이미 알고 있었구나! 맞아!”

    에이미는 조금 놀랐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자, 메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다.

    “어라, 둘이 이미 알고 있었어?”

    “아니, 대화는 처음이다. 나는 반 아이들 이름은 전부 외우고 있으니까.”

     

    에이미는 기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정말? 그거 대단하다! 나는 아직도 친구들 이름 다 못 외웠는데.”

    “으음…….”

     

    이제 거의 학년이 다 끝나가고 있는데 이름을 다 외우지 못했다면 꽤 심각한 문제 아닌가?

    어쩌면, 이 아이는 공부 외에도 그냥 머리 쓰는 일 자체를 잘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 이름은 잘도 외웠구나. 나는 학교에 잘 나오지도 않는데.”

     

    그러자, 에이미는 즐겁다는 듯 웃으며 대꾸했다.

     

    “그야, 우리 반에서 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그래?”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거지!”

    하긴, 그렇겠지.

    사람은 평범한 것 보다는 특별한 것을 더 쉽게 기억하고, 이 아이들에게 자신은 특별함 그 자체일 터이니.

     

    아무튼, 다시 에이미를 바라본 루크는 왠지 초롱초롱한 아이의 눈망울을 보며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왜 그러지? 너와 나는 평소에 따로 교류가 없었던 것 같은데.”

     

    루크의 말에 에이미는 또 발랄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있잖아! 항상 말을 걸고 싶었는데……. 네가 남자애랑 계속 붙어 있었잖아. 그래서 말을 못 걸었어.”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거의 시루드와 붙어 다니기는 했다.

    그야, 시루드가 자신이 없으면 심심하니까, 학교에 제대로 와 달라는 식으로 부탁을 했으니 그저 최대한 놀아주려고 했을 뿐이다.

    그러다 문득 시루드의 생각이 난 루크는 시루드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종소리에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는 건지, 여전히 책상에 엎드린 채 가만히 있었다.

    루크는 아마도 시험이 피곤한 것이겠거니 생각하며 시루드에게서 눈을 뗐다.

     

    “음, 남자아이와 대화를 잘 못 하는 성격인가?”

    “조금…….”

     

    루크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토끼 수인은 다들 활발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 편견이리라.

    애초에 루크의 기억이 있던 과거엔 수인과 교류가 없었다보니 수인의 성향같은 건 잘 모르기도 하고.

     

    “그래서, 내게 말을 건 이유는?”

    “네가 저번에 만든 쿠키 말야, 정말 맛있어서!”

     

    쿠키라면……. 그때 반 아이들에게 모두 나눠주었던 메론빵의 종류를 말하는 것일까?

    허면, 그건 방학이 시작되기도 전이었으니 꽤 지난 옛날 일인데.

    이제와서 감사를 표한다니 이상한 말이다.

     

    “그래, 뭐. 그렇구나. 잘 먹었으면 되었다. 그럼, 나는 이만 갈 데가 있어서…….”

    “자, 잠깐만!”

     

    그 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루크를 붙잡는 에이미.

     

    “이번엔 또 무슨 일이지?”

    “사실, 그래서 너한테 주고 싶은 게 있었어…….”

    “주고 싶은 것?”

     

    루크가 의문을 표하자, 에이미는 그동안 뒤로 숨기고 있던 손을 내밀며 말했다.

     

    “저, 이거!”

    “이건…… 쿠키가 아니냐?”

     

    조금 엉성한 모양의 주황색 쿠키가 꽤 정성스럽게 포장되어있었다.

    리본도 달려 있는 것이 꽤 귀여운 모양이다.

     

    “당근 쿠키야! 내가 만들어 본 거야!”

    “오, 이걸 네가 직접 만들었단 말이냐?”

    이 아이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말을 들으니 엉성해 보이던 외형도 조금은 새롭게 보인다.

    11살짜리 아이가 만든 것 치고는 꽤나 깔끔하다.

    “응, 응! 네가 만든 쿠키, 엄청 맛있었거든! 그래서, 나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서…….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어! 네가 만들었던 것 처럼 예쁜 모양은 아니지만…….”

    “그래, 그래. 고맙구나. 잘 먹으마.”

     

    쿠키를 받고 감사를 전하는 루크의 모습을 본 에이미는 그제서야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다행이다…….”

    “뭐 그런 걸로 한숨까지 쉬느냐.”

     

    에이미는 자신이 정도 없이 이런 선물조차 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걸까?

     

    “아니, 아까부터 계속 무표정이라서, 나를 싫어하는 줄 알고……. 화내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거든.”

    “아. 하하, 그건 신경쓰지 말게나. 최근 웃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그렇구나…….”

     

    또 한번 다행이라며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는 에이미.

    그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던 메리는 궁금증을 내비치며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 연습을 하는데?”

    “아, 그건 말이지…….”

     

    루크는 방금 전, 시루드에게 했던 말을 반복했다.

     

    “이 몸이 너무 귀엽다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사랑받을까봐 두려워서 그랬다만.”

    “……? 아, 그, 그렇구나?”

     

    에이미와 메리는 당당한 루크의 말에 오히려 당혹감을 숨길 수 없었다.

    물론 루크는 귀엽긴 하지만, 그런걸 보통 자기 입으로 말하진 않을 것 같은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갑작스런 루크의 공주병, 그건 대체 어디까지인가……!

    근데 진짜 오랜만에 신캐릭터네요!
    어쩌다보니 추가되어버린 토끼 수인… 이러다가 조만간에 수인팸 결성할듯?

    솔직히… 작중 비중은 얼마 안 될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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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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