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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7

       “황금 카니발의 레이나 마기어, 부활!”

       

       지몬은 레이나의 탈락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동전 30개를 사용해 그녀를 부활시켰다. 예상과 달리 동반 탈락하고 말았지만, 그는 그걸로 만족했다. 적어도 입학시험에서 보였던 추태보다는 나은 결과였다.

       

       그는 그녀에게 부활한 괴물 서커스의 단원을 다시 사냥할 것을 지시했다. 수영장에는 스벤이라는 단원도 있다지만, 젖은 몸으로 재빠르고 가벼운 해골을 쫓는 것보다는 굼뜬 마법사를 노리는 게 안전했다.

       

       <다섯 곡예사>의 연습을 함께한 덕분에 그는 마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공간 지각력은 대단한 수준이었지만, 육체적인 힘은 평범한 여자애에 불과했다.

       그녀는 아마 안전 구역에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는 거북이 작전을 할 것이다. 그래봤자 레이나가 작정하고 덤비면 쉽게 탈락시킬 수 있었다.

       

       그는 객석에 배치된 직원들로부터 레이나가 마야가 있는 7번 경기장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받고는 크게 웃었다. 이걸로 원더스타인에 대한 복수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몬도 원더스타인과 레이나가 경기 중에 비밀스럽게 대화할 수단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아빠에게 연락하라는 엘라의 일침.

       그녀가 언급한 ‘아빠’는 어디까지나 지몬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레이나는 그것을 원더스타인으로 받아들였다. 덕분에 그녀의 마음은 안개가 걷힌 듯 맑아졌다.

       

       -그래서 그랬던 거군요?

       -네. 제가 엘라를 꺾지 않으면, 단장님이 절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사정은 알겠습니다.

       

       원더스타인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딸의 마음에 의혹과 공포를 불어넣어 그녀의 사고를 그릇된 방향으로 끌고 가다니. 로드 판타스틱, 그 다운 수작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이제야 레이나가 지난 1주일 동안 자신들에게 거리를 두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단순히 승부에 철저히 임하기 위함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었다.

       

       원더스타인은 지몬에 대해 강렬한 혐오감을 느꼈다. 그가 그녀의 행동을 통제할 정도로 강한 암시를 걸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학대에 가깝게 그녀를 세뇌해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게임에서 멘탈이 완전히 걸레짝이 된 레이나를 본 적이 있었다. 지몬은 2년 동안 안 그래도 마음에 병이 있는 애를 신경 쇠약에 걸릴 정도로 굴려댔다.

       알고 있던 미래이긴 했지만,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진행되어 가는 꼴을 직접 보니 거부감이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마야에게 가고 있어요.

       -그런가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였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줬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 레이나의 상태가 어떤지 알기에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지몬의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고 있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서커스단을 나오겠다고 독립 의사를 표명한 것인데도 그의 농간에 놀아나고 말았다. 여기서 마음대로 하라고 풀어주면, 그녀는 또다시 어떤 식으로든 지몬의 불빛에 현혹될 수밖에 없었다.

       

       원더스타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질문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닐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그녀를 이끌어줄 새로운 ‘아버지’가 되어 달라고 간청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까?

       솔직히 지몬 같은 인간을 적으로 돌리면 앞으로의 일이 귀찮아질 수 있었다. 이번 시험만 봐도 알겠지만, 황금 카니발 정도 되는 서커스단이 자신들을 작정하고 저격한다면, 별을 따내기 너무 힘들어졌다.

       

       퀘스트만 생각한다면, 그와 대립할 일을 줄이는 게 맞았다.

       하지만 원더스타인의 마음은 그런 계산과 별개로 움직였다. 그의 머리가 손익을 따지기도 전에 그의 입이 먼저 움직였다.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군요. 마야 양과는.

       -그, 그게……무슨 말이죠?

       -앞으로 함께 한솥밥을 먹을 동료니까요.

       

       레이나는 입을 딱 다물었다. 그의 대답에 담긴 의미를 깨닫기까지는 몇 초가 걸렸다.

       그녀는 흥분으로 몸이 떨리려는 것을 간심히 참았다.

       그가 자신을 받아줬다! 마음 같아서는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자신이 저지른 죄가 있었다.

       

       -이번 시합이 끝난 뒤에 자세히 얘기를 나누죠.

       -……네. 하지만 일단 7번 경기장으로는 계속 갈게요.

       -왜죠?

       -제가 안 가면 어차피 아버지가 다른 분을 자객으로 보낼지도 몰라요. 제가 가서 시간을 끌도록 하겠어요. 다른 분들은 저와 아버지의 약속을 몰라요. 조금만 버티면 다른 분들이 보물상자를 찾아내서 열 거예요. 그럼 우리 팀은 규칙대로 전원 퇴장해야 하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레이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

       

       -영감님에게 말씀 좀 전해주세요. 원래 그렇게까지 세게 후릴 생각은 없었는데……. 엘라 앞이라서 괜히 강하게 나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단원들에게는 제가 사정을 잘 설명하겠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겁니다.

       -고, 고마워요, 아빠, 아, 아니……그……다, 단장님…….

       

       레이나는 서둘러 그와의 연결을 끊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빠라 부르는 순간, 저번 주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도 몸 구석구석에 그의 혀가 닿았던 감촉과 향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이제 서커스단에 들어가게 되면, 계속 그렇게 씻겨주실까?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건 단장님이 팔다리를 다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사고일 뿐이잖아. 몸이 다 나으시면……혀가 아니라 역시 직접 손으로 내 몸을……구석구석……사이사이……그곳까지…….

       

       상상 속의 원더스타인이 욕실에서 거칠게 그녀의 몸을 주무르는 순간.

       콰당.

       그녀는 넘어지고 말았다.

       

       “아앗, 레이나 선수 정원에 있는 진흙탕에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방금 대결의 후유증일까요?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레이나는 머리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그대로 진흙에 머리를 파묻고 있기로 했다.

       

       

       ***

       

       

       “핫핫, 괜찮을까요, 레이나 양은?”

       

       스벤은 그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경기장 밖으로 달려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말했다. 그가 보기에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는 지금 객석에서 나온 지시를 받고 다시 마야를 사냥하러 간 것일 수도 있었다.

       

       엘라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뭐, 단장이 알아서 할 거야.”

       

       그녀는 그에게 연락해서 레이나를 부탁했다. 아마 그녀의 마음을 잘 다독여 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말을 나누고 웃는 레이나를 상상하면 왠지 속이 거북했다. 갑자기 과자 공장에서 그녀가 그의 품에 안겨 볼에 입맞춤하던 장면도 떠올랐다.

       

       엘라는 레이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전에 서둘러 화제를 전환했다.

       

       “아, 맞다. 아까 그 이야기나 계속해줘. 그래서 왜 가스통 영감님 대신 마야를 부활시킨 거야?”

       “아, 그거 말이죠? 그게…….”

       

       스벤은 클라라에게서 들은 3번 경기장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해주었다.

       

       중앙 정원의 대나무 숲은 엘라가 레이나를 쫓아 떠난 뒤로 빠른 속도로 공략이 진행되었다. 다른 선수들이 그녀가 밟았던 길을 참고한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5층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6층, 7층도 있었을 텐데?”

       “다른 팀이 가스통 씨가 서 있던 위치를 중심으로 길을 탐색했답니다.”

       

       스벤의 말에 엘라는 혀를 찼다.

       

       “영감님이 밑에서 알려주고 있던 걸 눈치챘나 보지?”

       

       그녀의 추궁에 스벤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핫핫, 그게 말이죠……. 가스통 씨가 1층 높이도 못 오르고 휘두르는 가지 한 방에 탈락하자, 관중들이 그에게 야유를 던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스통 씨는 화가 났는지 자신이 밑에서 다 알려준 덕분에 엘라 양이 대나무를 오를 수 있었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답니다. 그래서 다른 팀들이 그의 위치를 중심으로 그의 시야가 닿는 곳을 따라 길을 탐색했죠. 그것만으로 선택지를 상당히 줄일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그들은 그렇게 6, 7층을 돌파해서 꼭대기에 있는 우거진 수풀속으로 들어갔고, 상자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상자를 사수하려는 팀과 강탈하려는 팀 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엘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결국 자신들은 다른 팀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되고 말았다.

       

       “알았어. 그래서 대신 마야를 부활시킨 거군. 영감님은 이제 별 쓸모가 없는 존재가 됐으니까.”

       

       그때, 경기장 밖에서 사회자의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그것은 중앙 정원 방향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열었습니다! 네, 열었습니다! 경기 시작 1시간 2분 만에 상자가 열렸습니다! 트로피를 손에 쥔 건……데스모스 서커스단의 메렌! 침묵의 메렌으로도 잘 알려진 그녀가! 첫 번째 트로피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건 대회 역대 최단 기록이군요!”

       

       스벤은 저거 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잠시 후, 그들은 메렌과 데스모스 서커스단의 단원들이 학교 가장자리의 트랙을 따라 트로피를 들고 달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엘라는 입맛을 다실 뿐, 크게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대나무 숲은 앞선 사람이 지나간 경로를 따라 후발주자들이 따라붙기 쉬운 구조였다. 그녀가 아까 보물상자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동전 100개가 없는 그들로서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다른 팀의 곡예사들로부터 상자를 지켜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들 중 제대로 된 전력은 그녀 하나뿐이니 말이다.

       

       만약 그녀가 상자를 발견했다면, 못 발견한 척하고 다른 경기장으로 바로 떠났을 것이다.

       물론 오르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이긴 했다. 사실 이번 일은 따지고 보면, 관객들이 환호성을 보내는 것에 신이 나서 경기 초반인 것도 잊고 위로 뛰어오르던 자신의 탓이 가장 컸다.

       

       그때는 이게 서커스니 하면서 우쭐했는데, 막상 승부에서 지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러든 저러든 시합은 이겨야 재밌는 것이다.

       

       그래도 엘라는 상대를 폄하할 생각은 없었다. 데스모스 서커스단이 1시간 만에 동전 100개를 모은 것을 보면, 그들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실력도 충분한 곳이었다. 미니 게임에서 대부분 2~3등을 차지했다는 말이니까 말이다.

       

       데스모스 서커스단의 탐색 팀이 강당으로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괴물 서커스의 강당 팀은 동전 30개를 또 모았고, 엘라는 탈락자 구역에서 나갈 수 있었다.

       

       “괴물 서커스의 엘라, 부활!”

       

       남은 시간은 이제 1시간 50분. 보물상자를 열기 위해서 강당 팀이 다시 동전 100개를 모으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대략 1시간 반.

       

       그때까지 보물상자가 남아 있을 확률은 반반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대회 종료 시각 1시간 전이 되면 ‘서든 데스’ 규칙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5분마다 보물상자가 없는 경기장을 모두 검은색 타일로 뒤덮어버렸다.

       

       즉, 주최 측에서 직접 소거법으로 남은 보물상자가 있는 경기장을 추려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험 중 마지막 보물상자는 항상 이 서든 데스 타임에 발견되었다. 그러니 아직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합 종료 시각 20분 전이면 경기장을 8개나 지워줬다는 말이니, 보물상자가 그때까지 남아 있으려면 운이 따라줘야 했다.

         

       “그럼 다녀올게.”

         

       엘라는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벤은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벌려 보이며 웃었다.

         

       “핫핫, 다음에 만날 때는 트로피를 손에 쥐고 있을 테죠?”

       “물론이지!”

       

       엘라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엄지를 척 세워 보이고는 수영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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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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