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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7

        “인간이 아니라뇨?!”

       

        내 말에 화들짝 놀란 이현이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블레이즈의 발톱이 이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팅! 탱!

       

        “……헉?!”

       

        블레이즈의 발톱에 맞고 날아간 얼음 칼날의 모습에, 이현이 다시 한번 기겁했다.

        이현에게 날아온 얼음 칼날을 막아 낸 블레이즈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 벨제투스. 죽고 싶냐? 간신히 만들어낸 그 아바타를 뭉개줘?

       

        형이 이빨을 드러내고 화를 내자, 벨제투스도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너나 네 애완 인간 잘 간수해! 시끄럽게 짖도록 두지 말고!”

       

        “…….”

       

        나는 또 싸우기 시작하는 두 아들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들을 어찌하나…….

       

        서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한 두 드래곤을 피해 나에게 다가온 이현.

        나는 이현의 머리를 쓰다듬어…….

       

        “…….”

       

        “……응? 뭐 하세요?”

       

        이 아이가…… 키가 이렇게 컸던가?

        전에도 크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머리에 내 손이 닿았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이 아이의 머리에 손이 닿지 않을까?

       

        ‘아.’

       

        뒤늦게 이현의 모습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현의 몸에 드래곤의 비늘이 솟아나 있었고, 그의 몸에서 블레이즈의 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블레이즈의 힘을 발현하며, 인간의 육체가 살짝 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키도 더 컸고.

       

        머리로 향하던 손을 슬쩍 등 쪽으로 바꿨다.

        그리고 이현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벨제투스가 인간을 싫어한단다. 당연한 일이니,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위로 맞죠?”

       

        위로 맞는데?

        이현의 반응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확인한 이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드래곤들은 이해가 안 돼…….”

       

        “??”

       

        나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블레이즈와 벨제투스가 계속 으르렁거리는 사이.

        나는 이현을 데리고 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블레이즈와 이현이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다른 헌터 협회 인간들이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은 상태다.

        그리고 블레이즈와 벨제투스가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내가 이현을 돌보게 되었다.

       

        “그런데 아까 하신 말씀이요.”

       

        “말? 무슨 말?”

       

        “저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요.”

       

        “아. 그것 말이구나.”

       

        그래.

        나는 내 게이트에 쳐들어왔던 ‘각성자 동맹’이라는 이들을 향해, ‘이들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현이 이 부분을 나에게 물은 것이다.

       

        “진짜 인간이 아닌가요? 사실 인간으로 위장한 몬스터라거나…….”

       

        “그건 아니란다. 생물학적으로는…… 인간이 맞단다.”

       

        “……네?”

       

        내 대답에 이현의 얼굴이 구겨진다.

        그의 상식으로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겠지.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이다.

        이것은 인간은 이해할 수 없을, 인간이 아닌 드래곤이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일 테니까.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내가 본 그들의 과거를 설명해 주어야 하겠구나.”

       

        내 말에 이현의 두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성체일 텐데도 불구하고 어린아이 같은 반응에,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들의 새끼 시절은 각자 달랐단다.”

       

        풍족한 재물을 가진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자.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진 자.

        어느 순간 부모님을 잃은 자.

        부모가 없었으나, 부모를 새롭게 얻은 자.

       

        내가 본 그들의 새끼 시절은 정말로 다양했다.

        그리고 평범한 ‘인간’의 삶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각성자가 되고, ‘각성자 동맹’이라는 무리에 들어간 이후로는 비슷한 삶이 이어지더구나.”

       

        내가 그들의 과거에서 본 ‘각성자 동맹’이라는 무리는 들은 대로였다.

        다만 내가 본 대로라면, 그들의 사상은 좀 더 급진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각성자’들이 ‘인류’를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신인류인 ‘각성자’가 구인류들을 지배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중심 생각이었다.

       

        “진짜요? 와 미친놈들…… 아차! 죄송합니다.”

       

        “아니다. 사과할 것 없다.”

       

        욕 좀 할 수 있지.

        나에게 욕을 한 것도 아니니, 문제 삼을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지 않느냐?”

       

        “……네?”

       

        이현이 구겨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우월한 동족이 무리의 우두머리를 맡는 것.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더냐?”

       

        무리 동물은 약한 종이 같은 종끼리 뭉치는 것을 ‘생존 전략’으로 삼은 동물이다.

        그리고 무리 동물은 그 특성상, 우두머리가 무리 전체의 생존을 책임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일반적으로 우월한 개체가 우두머리를 맡는 것으로 무리의 생존력이 극대화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볼 때, 능력을 각성한 각성자(헌터)들은 일반적인 인간보다 우월한 개체다.

        그러니 그들이 우두머리를 맡는다면, 일반적으로는 인간 무리의 생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겠지.

       

        “절대 아닐걸요?”

       

        “음? 그럴 리가?”

       

        그런데 이현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능력이 좋은 사람이 왕이나 지배층이 되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죠.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리더를 맡아야 집단이 제대로 운영되는 거죠.”

       

        “응? 그건 당연한 것 아니냐?”

       

        “??”

       

        “??”

       

        나와 이현의 이야기가 이상하게 헛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생각하는 ‘우월한 종이 우두머리를 맡아야 한다’라는 의견에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붙였다.

       

        “내가 말하는 우두머리, 너희들은 ‘알파 메일’이라고 부르더구나. 아무튼 우두머리는 무리를 생존으로 이끌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 저기, 인간을 짐승하고 비교하시는 건 아니죠? 인간은 짐승이랑 다릅니다.”

       

        “안다. 너희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면, 무능한 우두머리로 인해 무너져 내린 인간의 무리들을 심상치 않게 볼 수 있으니까.”

       

        우두머리의 능력을 보는 것이 아닌, 그저 ‘혈통’을 통해 우두머리를 세습한 탓이겠지.

        내 시선에서는 매우 불합리한 방식이다.

       

        “내가 말하는 ‘우두머리’란, 그저 ‘우두머리’의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인 존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란다. 무리의 생존을 위해 자기 능력을 쉴 새 없이 발휘하는 존재를 말하는 것이지.”

       

        “아하!”

       

        그제야 이해한 듯, 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참…… 서로의 시선이 다르니 이렇게 오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때로는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음…… 무슨 이야기를 하다 여기까지 왔지?”

       

        “각성자 동맹 일원의 과거 이야기요.”

       

        “그랬지.”

       

        내가 이야기했듯, 나는 우월한 능력을 지닌 각성자가 인간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찬성하는 편이다.

        보통 무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큰 무력은 우두머리고, 당연히 강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가…….

       

        “아니아니, 인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랬던가?”

       

        “네!”

       

        이현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이쪽 차원의 인간들은 우두머리가 반드시 강한 힘을 가질 필요가 없는 모양이다.

        기억해 두어야겠다.

       

        어쨌든 나는 우월한 능력을 지닌 인간이 우두머리를 맡는 것 자체는 찬성한다.

        하지만 내가 본 ‘각성자 동맹’은 이야기가 달랐다.

       

        “뭐가 달랐습니까?”

       

        “그들은 각성자가 아닌 인간을 보호해야 하는 ‘무리 구성원’으로 보는 것이 아닌, ‘가축’으로 보고 있더구나.”

       

        아니, 애초에 ‘각성자 동맹’의 구성원들은 능력이 없는 인간들을 ‘인간’으로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능력이 없는 인간은 그저 그들을 섬겨야 하는 노예, 가축과 같았다.

        그들이 능력이 없는 인간들을 지배하려는 것은, 강력한 능력을 지닌 그들이 인류라는 거대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인간’이라는 ‘가축’을 소유하려는 욕망이었다.

       

        “사상이 과격한 놈들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이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그런 이현에게, 우리가 그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각성자 동맹이라는 이들은, 자신들만이 진정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더구나. 그리고 능력이 없는 인간들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

       

        “와. 죽여 버릴 놈들 진짜…….”

       

        “그런데 말이다. 드래곤인 우리 처지에서 보면, 진짜 인간은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 쪽이란다.”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닌 우리는 ‘능력을 갖춘 인간’보다는 ‘능력이 없는 인간’을 더 많이 보아왔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종족이 본래 ‘이 능력을 가지지 않은 상태’가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생물의 신체 구조상, 이 능력을 장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하지. 이를테면, 이 세상과 같은 경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차원에서조차 ‘능력이 없는 인간’은 반드시 존재한단다.”

       

        ‘이 능력이 없는 인간’만 존재하는 차원.

        그리고 ‘이 능력이 있는 인간’도 존재하지만 ‘이 능력이 없는 인간’도 존재하는 차원.

        이런 차원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능력이 없는 인간’쪽이 더 ‘인간’이라는 종족에 가깝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 드래곤의 시선에서 보면… ‘각성자’라는 존재가 ‘인간’의 돌연변이인 셈이지.”

       

        그런데 그 돌연변이가 원종을 같은 동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진정한 원종이고, 원종은 도태된 가축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더 ‘각성자 동맹’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인간의 돌연변이가 인간을 인간으로…… ‘같은 동족’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 인간의 돌연변이들을 어떻게 보게 될 것 같으냐?”

       

        “……아예 다른 종족으로 보시는 건가요?”

       

        “그렇지.”

       

        같은 종족, 그것도 무리 생활하는 종족은 절대로 동족을 재미로 죽이거나 학살하지 않는다.

        일부 따돌림받거나 도태되는 무리 구성원을 나올 수 있으나, 그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게 일어났다는 것은, 무리 내부에 ‘동족’이 아닌 이들이 있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그게 우리의 뜻이란다. 블레이즈도 그렇게 판단했기에 이번 일에 끼어든 것이겠지.”

       

        “…….”

       

        생각이 많아진 듯, 이현의 얼굴이 굳어진다.

        이현이 생각할 수 있도록, 나는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어린아이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커야…… 참. 이현은 성체였지?

       

        말이 없어진 이현과 함께 근처를 한 바퀴 돌며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직도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는 두 아들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손으로 이마를 딱 때렸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들이…….

       

        퍽! 퍽!

       

        = 켁?!

       

        “컥?!”

       

        나의 의지에 따라 솟아난 황금이 녀석들의 머리에 꿀밤을 날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녀석들에게 말했다.

       

        “기 싸움은 거기까지 하거라.”

       

        “쩝.”

       

        = 네.

       

        내 말에, 그제야 으르렁거림을 멈추는 둘.

        나는 두 아들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수컷 사이에서는 기 싸움이 있긴 하다.

        왜냐하면 짝짓기 때문이다.

       

        우리 드래곤은 암컷이 수컷을 결정해 짝짓기를 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수컷은 자신이 우수한 수컷임을 보여야 하고, 동시에 경쟁자가 될 다른 수컷을 쫓아내야 한다.

        그것이 기 싸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쪽 차원의 짐승들 사이에서도 그런 습성을 보이는 생물들이 있었지.’

       

        인간들은 이걸 ‘수컷 공격성’이라고 하던가?

        나름 괜찮은 용어라고 생각하던 그때.

       

        지잉! 지잉! 지잉!

       

        “이현!”

       

        “아, 재홍 삼촌!”

       

        마침내 헌터 협회의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 ‘수컷 공격성(male aggression)’은 강아지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 드래곤들에게도 있습니다.

    나쁜 드래곤은 없다!!

    ??? : 과장되고 반복된 행위는, 드래곤에게 위협적으로 비출 수 있습니다.

    4시간 후 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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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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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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