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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7

       *** ***

         

       상화루에 배정된 내 방을 나서자 각자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이설의 수하들과 그런 이설의 수하들의 눈치를 살피며 저들끼리 떠들던 신입들까지 모두 입을 다물었다.

         

       모두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녀석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추어질까.

         

       신기에 가까운 도박술을 지닌 떠돌이 도박사?

         

       아니면 암룡문에 들어오고 싶다면서 기어이 이설의 수하들과 이설을 모조리 꺾어버린 미친놈?

         

       양쪽 다겠지.

         

       그러니 지금처럼 어색하고도 서늘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 아니겠는가.

         

       “저, 저 미친놈…”

         

       “수하로 들어오고 싶다는 놈이 이를 악물고 이설 님을 이기다니…”

         

       이설의 수하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저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미친놈처럼 보이겠지.

         

       윗사람이 될 이설에게 망신을 주고 직장동료라 할 수 있는 이설의 수하들에게 두루 엿을 먹인 미친놈이 사실은 입문 희망자였다?

         

       만약 내가 이설의 수하였더라도 날 미친놈으로 봤을 거다.

         

       그리고 난 좀 더 미친놈이 되어야 했다.

         

       물론 미친놈이 되더라도 신입들과는 친한 미친놈이 되어야지.

         

       “앉아도 되겠소?”

         

       신입들에게 합석을 요청하자 잠시 서로 눈치를 살피던 신입들은 일어나서 내가 앉을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신입들은 나와의 거리감을 재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뭐 아무래도 그렇겠지.

         

       애초에 나와 신입들은 경지가 다르다. 강자존인 사파에서 동기라 한들 일류와 절정이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거기에 어제의 내기 자리에는 신입들도 같이 있었으니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녀석들이 자리를 비켜 준것도 나를 신입 무리에 받아주겠다는 뜻보다는 그냥 강한 미친놈이 앉고 싶다니까 자극하지 않도록 자리를 비켜 줬다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흥, 그래도 주제는 아는군.”

         

       “미친놈이긴 하지만 제 분수는 아는 모양이지?”

         

       독고이설의 수하들의 이죽거림이 커졌다.

         

       사파의 법도는 야생 그 자체.

         

       절정무인인 내가 일류의 경지인 신입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고는 꼬리를 말았다 판단해서 기세가 올라간 것이다.

         

       저들이 기세를 올리건 말건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곧 푸닥거리를 거하게 해야 할 테니 밥을 든든하게 먹어둬야지.

         

       나는 만두를 씹으며 독고이설을 떠올렸다.

         

       이몸 호천안.

         

       누구나 탐낼만한 절정고수다.

         

       이는 고구려 수박도에도 기록되어있는 사실은 아니지만 굳이 그런 고증이 필요없을 정도로 명확한 사실이었다.

         

       독고이설도 나를 탐냈으니까.

         

       뭐 꼭 내가 아니더라도 ‘검기를 발출할 수 있는 진짜 절정고수’는 어느 상황에서 어느 문파에 가더라도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독고이설이 나를 영입하고자 욕심을 내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독고이설이 나를,  정확히는 내가 연기한 ‘용지맹’을 너무 마음에 들어했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내가 용지맹을 연기하는 이유는 비호감으로 찍히기 위해서였는데 말이야.

         

       말도 짧고 저 혼자서 고고한 척 하면서 분위기 파악 안하고 아무에게나 사실적시 공격을 찍찍 날리는 녀석!

         

       그러면서도 또 실력은 괜찮고 명령은 들어서 뭐라고 하기는 애매한 녀석!

         

       뭔가 인간적인 믿음이나 호감이 가지 않아서 중용하기는 뭐하지만 버리긴 또 실력이나 실적이 아까운 녀석!

         

       나는 ‘용지맹’이 그렇게 보이기를 원했다.

         

       그래야 속령파를 공격하는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속령파를 공격하기 위해서 쓰고 버릴 패들을 모았다고 치더라도 그 안에 쓸만한 패가 있으면 아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이놈은 그냥 소모품으로 쓰기는 아까운데 속령파 일에 투입하지 말고 잘 교육해서 암룡문의 전력으로 삼을까?

         

       절정의 완숙인 이몸 호천안은 암룡문의 높으신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해볼 법한 우수한 인재였다.

         

       그러니 지금의 용지맹과 같은 성격, 언사, 행동을 설정했다.

         

       쳐내 버릴 정도로 성격이나 언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건방지고 싸가지 없는 놈!

         

       ‘이런 놈은 속령파를 흔드는 작전에 투입해서 개고생을 시켜야겠군.’

         

       ‘중용하기에는 성격에 문제가 있으니 일단은 한번 시험을 해 봐야겠어.’

         

       같은 생각을 하면서 곧바로 속령파 작전에 투입되기에 딱 좋은 수준의 인물, 비호감 ‘용지맹’을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며 암룡문에 들어갈 기회를 만들려 하는 와중에 시비가 잘못 붙어서 이 상화루에 끌려오게 되었고 주사위 내기까지 하게 되었다.

         

       사실 주사위 내기도 독고이설까지 이길 생각은 없었다.

         

       어마어마한 주사위 실력을 보여준 ‘용지맹’이 수하들과 별반 실력 차이도 없는 독고이설에게 패배한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놈이라도 나에게 배려받았음을 깨달을 수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 독고이설이 ‘네가 졌으니 이제 다짐육이 되어라!’라며 나를 두들겨 팼을까?

         

       다 이긴 내가 수그려 주었으니 독고이설도 성질을 죽였을 테고 자연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테고 그 분위기를 틈타 암룡당 입문을 요청한다.

         

       어차피 한 사람이 빈 판국이었으니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졌겠지.

         

       그 뒤로는 본래의 계획대로 싸가지없는 용지맹을 연기해 속령파를 공격하는 작전에 투입된다!

         

       그런 계획을 머릿속에 세운 뒤에 주사위를 굴리고 있었는데…마지막 순번으로 나타난 독고이설이 나를 수하로 받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참으로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독고이설이 용지맹 같은 성격의 수하를 선호하는 특이 취향일 줄 누가 알았겠어.

         

       예의없이 짧은 말이나 툭툭 뱉는 ‘용지맹’의 어디가 그렇게 맘에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에 욕망이 번들거리는 것이 작전을 그대로 진행했다가는 소모품으로 속령파를 치는 작전에 동원되기는커녕 독고이설의 옆자리나 지키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속령파 공격 작전에 투입되기는 커녕 운남제일미녀와 꽁냥거리는 미래밖에 그려지지 않는 상황!

         

       그러니 즉석에서 계획을 비틀어버리는 수밖에 없었으니.

         

       싹퉁바가지 용지맹이 아니라.

         

       돌아버린 용지맹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까칠한 수하를 좋아하는 독고이설일지라도 버티지 못하고 쳐낼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미친 수하가 되어야 했으니까.

         

       음. 이몸 호천안.

         

       칠년간 사천낭인 생활을 해보면서 많은 연출과 연기를 경험했지만 미친놈 연기는 해 본 적이 없었다. 결국 사천낭인은 선을 넘는 척을 할 뿐 결코 선을 넘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노약자를 당장 때려죽일 것 같이 분위기는 잡아도 정작 털끝 하나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게 바로 사천낭인이란 말이지.

         

       그러나 사파에서는 입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그러니 폼만 잡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행동해야 뒤틀린 황천의 용지맹이 될 수 있을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미친놈이란 무엇이고 돌아버린 무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나는 어떻게 연기를 펼쳐야 하는가.

         

       그런 화두로 고민을 거듭하며 만두를 씹고 있자니 외야가 계속해서 소란스러워졌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도박은 좀 하는 것 같지만 무인은 검으로 말해야 하는 법 아니겠나!”

         

       “실력이 없으니 저리 일류들 사이에 섞여서 귀를 닫고 있는 것 아냐?”

         

       “와하하하하! 녀석! 고추 떼라 자식아!”

         

       “사실 벗겨보면 계집놈일지도 모르겠군!”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에 도발의 수위가 꽤 심해졌다. 아무래도 이설의 수하들은 나를 상대로 서열정리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도발에 응하지도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약이 올랐는지 마구잡이로 도발을 퍼붓는 상황.

         

       뭐…이설의 수하들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서열 정리를 하고 싶겠지.

         

       저들은 내 실력이 그리 대단치 않다고 여기고 있을 테니까.

         

       이곳에 잡혀 올 때도 무대응으로 잡혀 왔고 주루에 들어온 뒤로도 경 한번 뿌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일류 고수들 사이로 숨지를 않나 도발을 해도 대꾸 하나 하지도 않고 참고만 있질 않나.

         

       사실 이 녀석 엄청 약한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물론 그런 착각을 하는 이유는 내가 꽁꽁 숨긴 기운을 파악할 수 있는 이설의 수하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지만.

         

       내 경지를 간파한 자가 없는 것을 고려하면 이설의 수하들 중에서 나보다 강하거나 동수인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나는 이설의 수하들을 둘러 보면서 문득 억울해졌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기감도 영 별로고 기를 다루는 방법도 엉망이다. 

       

       

       신체? 단련도? 매일 술 처먹는 것이 일상인지 코끝이 빨간 놈도 있고 웃통을 까보면 뱃살이 두둑하게 잡히는 놈들도 한둘이 아닐 것 같다.

         

       저렇게 대충 수련하는 놈들도 절정에 올랐는데 왜 나는 꾸역꾸역 영약을 처먹으며 오만 개고생을 하면서 무공 수련을 했음에도 저런 놈들이랑 동급인 절정일까.

         

       생각할수록 열받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입이 열렸다.

         

       “뭘 봐.”

         

       나를 과장되게 비웃던 이설의 수하들의 웃음이 뚝 멈췄다. 표정을 굳히고 날 바라보는 이설의 수하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평소에 미치거나 돌아버린 것과는 연이 없는 사람이지만.

         

       아무튼 참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눈 깔아.”

         

       그래 우선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한 서열정리부터 시작하자.

         

       “꼬와? 꼬우면 덤비던가.”

       

       들어와 자식들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뒤틀린 황천의 용지맹!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그저 빛. 10코인이라는 이름의 광명이라.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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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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