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7

   라헬른 아카데미 입학식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누구인가.

     

   이제야 설립된 지 3년을 맞이하는 라헬른 아카데미였으나.

   주목받는 인물은 어느새 전통처럼 정해져 있었다.

     

   무학과 수석.

     

   1기생 무학과 수석 샬롯 발하임.

   2기생 무학과 수석 크라슈 발하임.

     

   이 두 사람은 그야말로 전설이라 일컬어도 좋을 만큼 라헬른 아카데미 입학 이후 화려한 일화를 남겼다.

     

   덕분에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가장 으뜸인 인물은 자연스럽게 무학과 수석으로 정해지고 있었다.

     

   그러한 전통이 만들어지는 상황.

   당연히 학생들은 이번 수석이 누구인가에 관해 다들 크게 주목했다.

     

   무학과 수석 후보는 둘.

   입학시험 중 마지막 시험에서 무려 부교수를 꺾은 두 명의 인물이다.

     

   한 명은 천상사강 천황의 손녀, 달레아 쥬논.

     

   월광신검이라는 검술을 다루는 그녀는 폭발적인 각력과 천부적인 전투 센스를 통해 입학시험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녀를 마주한 수많은 검사가 재능의 벽을 깨닫고, 자신이 검으로서는 절정에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포기할 만큼.

   달레아 쥬논이라는 인물은 압도적인 재능을 지닌 이였다.

     

   다른 한 명은 다름 아닌 2기생 무학과 수석으로 이름 높은 크라슈 발하임의 약혼녀, 비앙카 하덴하르츠.

     

   넋을 놓을 만큼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 그녀가 다루는 환수술은 터무니없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입학시험 당시 그녀가 다루는 환수룡 크리마의 브레스, 글라이시스 라디우스를 코앞에서 본 이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그녀의 위력은 라헬른 아카데미 3기생 중 가히 최강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쟁쟁한 두 명의 인물이 현재 무학과 수석의 후보인 마당.

     

   입학생들은 저마다 누가 수석이 될지 입을 모아 떠들어 대었으나.

   섣부른 확신은 나올 수 없었다.

     

   앞에 시험에서 비앙카가 달레아를 꺾기는 했었으나.

   반대로 마지막 시험에서 최종적으로 부교수를 꺾은 건 달레아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궁금증을 모은 입학식이 시작되었을 무렵.

     

   정작 아내 친구인 입장으로서 크라슈와 인사를 하게 된 달레아 쥬논은 수석 자리고 뭐고 신경 쓸 틈 없이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앙카와 입학식에 들어선 달레아는 비앙카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를 힐끗 보았다.

   크라슈가 사라지자 비앙카의 얼굴은 금세 평소의 얼굴로 되돌아왔다.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달레아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비앙카의 시선이 이쪽으로 힐끗 향했다.

     

   “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비앙카는 크라슈를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달레아는 그 광경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상위 가문은 워낙 서로가 얽히고 얽힌 탓에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로 결혼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 유력한 자제들은 어느 정도 약혼자가 정해져 있는 게 보통이며 가문의 보탬이 되기 위해 보다 뛰어난 자제끼리 식을 올리는 게 대다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비앙카도 같은 부류라 생각했지만.

   인제 와서 보니 비앙카는 정말로 크라슈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었다.

     

   누군가 이토록 깊이 사랑에 빠진 것은 처음 봐서일까.

   달레아는 여러모로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크라슈 발하임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야?”

     

   입 밖으로 내뱉자면 할 말은 많다.

     

   비록 예전에는 반푼이라는 소문이 있던 크라슈였으나.

   예전에 소문조차 이제는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큼 크라슈가 세운 업적은 대단했다.

     

   얼굴 또한 발하임 가문의 자제답게 상당히 날카로운 면은 있으나 준수한 편이고.

   무려 라헬른 아카데미의 중심에 설 만큼 리더쉽과 실력마저도 출중한 인물이니.

     

   괴팍한 성격만 제외한다면 또래 여성이라면 무릇 한 번쯤은 마음에 품어 볼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앙카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것 같았다.

   그녀에게 크라슈의 업적은 딱히 중요치 않았다.

     

   “크라슈 님이니까요.”

     

   업적, 그 이전의 문제였다.

   비앙카는 그저 순수하게 크라슈를 좋아한다고 말하였다.

     

   그녀가 크라슈를 좋아하게 된 것은 반푼이 시절 때부터였으니까.

     

   그 사실이 달레아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믿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네.”

     

   그때 마침 듀란달이 입학식 연설을 마치고, 내려갔다.

     

   곧이어 올라온 인물은 듀란달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유약한 체격의 사내.

   부총장 에라오딘 쥬디스였다.

     

   “그럼 지금부터 입학시험 1등으로 들어온 각 학과의 대표 학생을 발표하겠습니다.”

     

   인사와 함께 그의 다음 말이 이어진 순간.

   학생들의 눈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여기에서 발표되는 인물들은 앞으로 장차 라헬른 아카데미를 이끌어 가게 될 이들이기 때문이다.

     

   “문학과, 베리타.”

     

   가장 먼저 호명된 것은 문학과 수석이었다.

   안경을 쓴 호리호리한 체격의 소년은 부름을 받고 단상 위에 올라왔다.

     

   귀족도 아닌 무려, 평민이 문학과 1위를 한 상황.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강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문학과 출신의 귀족들은 다들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떨어트렸다.

   귀족의 자식으로 태어나 영재 교육까지 받았을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평민에게 밀렸으니 당연히 쪽팔릴 수밖에 없었다.

     

   “마학과, 테마린 제블람.”

     

   그러나 곧이어 언급된 이름에 아이들의 시선이 단번에 그쪽으로 향했다.

     

   4왕국 중 하나 마법 왕국 제블람.

   마법의 모든 것들이 모여 있다고 봐도 무방한 그곳.

     

   그러한 제블람 왕국의 왕, 마법의 황제라 불리는 테라시우스 제블람의 아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은발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은 모두의 주목 속에서 유유히 단상 위에 올라왔다.

   이름만큼이나 뛰어난 이목구비를 지닌 소년은 무릇 사람들의 눈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마황께 아들이 있었어?”

   “처음 알았어.”

   “마학과 수석이라니. 과연.”

     

   곧이어 아이들의 수군거림이 한차례 울려 퍼졌다.

   그도 그럴 게 마황, 테라시우스에게 아들이 있다는 소식은 누구도 들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신학과, 아르젤라 이리즘.”

     

   신학과 쪽은 유명한 성기사 가문 출신의 자제였다.

     

   “특수학과, 보아 크록.”

     

   곧이어 불린 특수학과 가문의 자제도 나름 유명한 가문이 자제.

     

   하지만 앞선 3기생, 마학과 수석 테마린의 주목에는 미칠 바가 못 되었다.

     

   그러나 다음 과가 호명되려는 순간 모두의 눈빛이 변했다.

     

   무학과 수석.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늘 역사를 써 내려가던 영웅들의 자리.

     

   그 자리에 누가 오를 것인가에 관한 논쟁이 하루종일 벌어질 만큼.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그러한 논쟁의 결과가 지금 나올 상황.

     

   모두의 눈동자는 부총장의 입에 단단히 꽂혀 있었다.

   모두가 긴장한 기색으로 대답을 기다린 그때.

     

   “무학과, 비앙카 하덴하르츠.”

     

   그 이름이 울린 순간 단번에 모든 시선이 한 명에게로 꽂혔다.

   강당 안, 입학생들 모두의 시선이 꽂힌 장소.

     

   그곳에는 눈 속에서 피어오른 새하얀 꽃과 같은 소녀가 있었다.

     

   무감정한 눈동자가 한차례 깜빡여졌다.

     

   그 행동만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었다.

   그만큼 소녀의 얼굴은 사람의 눈을 홀리게 할 만큼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인형 같아…….”

     

   누군가 멍하니 중얼거린 말에 모두가 무심코 동의했다.

     

   “어서 나가 봐.”

     

   그때 유일하게 비앙카의 외모에 조금 적응된 달레아가 비앙카를 재촉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향했다.

     

   그녀가 가는 길 내내 모두의 시선이 비앙카에게로 단단히 꽂혀 있었다.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시선 속, 비앙카까지 앞으로 나오자 부총장이 미소를 지었다.

     

   “위 다섯 명은 입학시험의 수석을 달성하여 상을 수여합니다.”

     

   앞으로 라헬른 아카데미 3기생을 대표할 다섯 인물.

   그러한 다섯 명이 정해진 순간이었다.

     

     

   * * *

     

     

   비앙카가 한창 입학식이 진행 중인 와중.

   크라슈는 사자단에 와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3기생 특급반 애들은 크라슈 네가 데려오렴.”

     

   다름 아닌 샬롯의 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급반은 일반 학생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에 1기생에게 부여된 훈련을 제외하고, 바로 학생단에 참가해 실전 투입을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샬롯이 학생 단장으로서 학생들을 뽑아 단으로 데려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크라슈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그렇게 3기생들의 입학식이 끝난 후.

   특급반 인원들을 추려 오고자 사자단에 대기 중이던 그때.

     

   “당신 누구를 뽑아 올 거야?”

     

   크라슈는 본의 아니게 심문받고 있었다.

     

   “그거야, 이미 정해져 있지 않아요? 크라슈 님은 약혼자가 있잖아요.”

   “응, 그렇겠네.”

     

   왼쪽부터 전 성녀 아스트리아 스티그마 프리만.

   포세우스 왕국의 공주 카란디스 포세우스.

   독왕의 딸, 하링 라그렌.

     

   “…….”

     

   크라슈는 조용히 침묵을 한 채 앞에 있는 이들을 보았다.

     

   “뭘 그렇게들 신경 쓰는지 원.”

     

   제일 구석에서 느긋하게 찻잔을 기울이고 있는 에파니아 4황녀, 시즐리 에파니아.

     

   마지막으로.

     

   “여기 크라슈 님, 차요.”

   “……고맙습니다.”

     

   구태여 사자단에 와서 시녀 노릇을 해주고 있는 아슬란의 전속 시녀, 리리나까지.

   사자단에 모여든 인원들은 다들 크라슈를 언짢은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크라슈가 차를 들어 올렸다.

   어째선가 오늘따라 차는 평소보다 뜨거웠다.

     

   평소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 리리나인 만큼 뜻밖이었다.

     

   리리나가 가만히 크라슈를 응시했다.

   이걸 마시라고 재촉하는 건가.

     

   “조금 뜨겁게 끓였네요.”

     

   크라슈가 마시려 하자 리리나는 크라슈의 차를 도로 가져갔다.

   그냥 심술만 부린 거였다.

     

   “다들 슬슬 이쯤 되면 피부가 따가울 지경이니까 그만해.”

     

   사자단 교실에 들어온 이후.

   하루종일 그들의 시선을 받았던 만큼 크라슈는 어울려 주는 건 이쯤 하기로 했다.

     

   다들 왜 이런 반응인지도 이제는 크라슈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애초에 난 약혼자가 있다고 몇 번이고 말했잖아.”

     

   사실 크라슈로서도 인제 와서 다들 슬쩍 시위를 벌이는 게 황당하기도 했다.

   크라슈가 약혼자가 있다는 건 수없이 말했으니 말이다.

     

   “그것 때문이 아니거든?“

   ”뭐?”

     

   하지만 크라슈의 생각과 달리 그들이 뿔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크라슈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자 아스트리아는 크라슈의 손을 쏘아 보았다.

   그 시선을 따라 크라슈가 손을 돌아보자 거기에는 반지 하나가 채워져 있었다.

     

   그것도 왼손 약지에.

     

   문제는 이들이 전부 비앙카의 왼손 약지도 봤다는 거다.

     

   “부러운 게지.”

     

   차를 한잔 다 비운 시즐리가 느긋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자신들은 찰 수 없는 크라슈와의 반지.

   여기에 모인 이들이 날 선 이유는 바로 이 반지 하나 때문이었다.

     

   크라슈가 기막힌 반응을 보이고 있자 아스트리아는 대뜸 손을 내밀었다.

     

   “나도 줘.”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더 뻔뻔하게 나왔다.

     

   물론 정작 그런 행동을 하는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다 못해 홍당무가 되어 있었지만.

     

   아스트리아도 이제는 안다.

   언제까지 도망치기만 해서는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란 걸.

     

   지금 그녀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진 것이다.

     

   “아스트리아…….”

   “당신이 나 끝까지 책임져 준다고 했잖아! 책임져!”

     

   크라슈가 벙찐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하링도 자기 손을 만지작거렸다.

     

   크라슈를 위해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은 하링이지만.

   이미 너무 커져 버린 그녀의 마음이 자꾸만 욕심을 드러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애달픈 시선이 크라슈에게 닿자 크라슈도 차마 쓴소리를 못 했다.

   회귀 전 비앙카와 엮인 일이 있어서인지 유달리 하링에게는 약한 크라슈였다.

     

   “저도요! 저도요! 전 반지가 아니어도 되니까! 일단 주세요!”

     

   그러자 이 틈에 카란디스가 팔을 번쩍번쩍 들며 자기 어필을 해왔다.

     

   “반지, 부럽네요.”

     

   리리나는 어째선지 과도를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다들 줄 거면 나도 주면 좋겠구나.”

     

   그러면서 시즐리도 슬쩍 왼손 약지를 까닥거린 채 잔망스럽게 웃었다.

     

   총체적 난국.

   그런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 속.

     

   [ 난봉꾼아 골 때리는 일이 벌어졌다. ]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크라슈의 귀에 들려왔다.

     

   [ 마황이 라헬른 아카데미에 직접 왔다. ]

     

   크라슈의 얼굴이 굳었다.

   곧이어 들린 말은 정말로 골 때리는 일이었다.

     

   직접 찾으러 가기로 마음먹은 마황, 테라시우스 제블람.

     

   그가 라헬른 아카데미에 직접 왔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